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497
제 497화
497. 92층. 신앙 (8)
태산은 열이 넘는 행성의 신앙을 받고 있었다.
분명 그는 온전한 신앙신의 경지에 도달할 신앙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태산 스스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이유는 간단했다.
태산이 레미다오스의 이름을 빌렸기 때문이었다.
이름이란 것은 대상을 나타내는 하나의 가치. 하지만 태산은 사람들의 신앙을 받을 때 레미다오스의 모습을 하고, 레미다오스의 이름을 빌리고, 레미다오스와 같은 행동을 했다.
사람들의 신앙은 레미다오스를 흉내 내고 있는 태산을 향하고 있던 것이었다.
결국 레미다오스란 개념에 종속된 신앙이었다. 태산 개인의 신앙이라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진정한 의미로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의 레미다오스를 향한 감정이 일그러졌다. 그들은 더 이상 레미다오스를 숭배하고 신앙을 보내지 않았다.
그 갈 곳 잃은 신앙이 태산에게 모이고 있었다.
레미다오스가 아닌, 태산에게.
[이건.]“음.”
태산과 레미다오스 둘 다 그 변화를 느꼈다. 태산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거였나.”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레미다오스가 분노를 터트린다. 초월자의 감정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두려워하면서, 더더욱 태산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레미다오스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계획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태산은 그의 예상보다 더 강력했으며, 그는 사람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상관없다. 결국 너를 죽이면 될 일이니!]“해 봐.”
태산은 팔을 벌렸다.
레미다오스가 신성을 모아 그대로 쏘아 보낸다. 공간을 가득 메우는 은하수와 같은 신성의 질주. 태산이 검을 잡았다.
쿠구구구궁!
응집된 혼돈으로 신성을 쳐내고 길을 만든다. 태산은 레미다오스를 향해 달려들었고, 레미다오스는 그런 태산의 접근을 막으려 들었다.
키이이잉!
신성이 커튼의 형태를 갖추어 공간을 메운다.
[당신은 대붕괴[혼돈]를 발동했다.]혼돈의 구체가 소환된다. 커튼을 천천히 밀어내며 길을 만든다.
레미다오스가 손을 흔든다. 밀려나는 커튼이 주인의 뜻을 따라 움직여 대붕괴와 태산을 감싼다. 태산은 발에 힘을 주었다.
[당신은 마법 폭발을 발동했다.]쿠구구구궁!
혼돈이 폭발한다. 압축된 신성이 버티지 못하고 찢겨나간다. 그로 인해 생긴 작은 틈으로 태산이 빠져나간다.
[어디를!]커튼이 무너진다.
마치 가시처럼 변화하여 태산의 전신을 향해 달려든다. 그 하나하나가 극도로 압축되어 능히 혼돈을 뚫을 수 있었다.
[당신은 세계의 검[혼돈]을 발동했다.]검을 잡고 휘두른다. 산맥에 필적한 크기의 것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가시들을 박살 낸다. 오래지 않아 검이 부식된 것처럼 망가진다.
하지만 회피할 여유를 얻어냈다. 태산은 혼돈을 몸에 두르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태산을 반긴 건, 또다시 시야를 메운 신성이었다.
‘정말로, 더럽게 많군.’
매 공격마저 태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성을 사용함에도 소모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태산의 예상보다 신성의 양이 더 많았다. 이대로 가면 신성이 바닥나기 전에 혼돈부름의 지속 시간이 종료되리라.
태산의 눈이 가라앉았다.
저 신성이 유의미하게 소모되었을 때는 레미다오스가 두른 신성에 직접 타격을 주었을 때였다.
단순히 발현되는 신성을 지워봤자 큰 의미는 없다. 본체를 직접 공격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도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럴 가치는 충분하다.
태산은 자신에게 들어오는 신앙을 느끼고 있었다.
태산이 레미다오스의 공격을 막고 반격할 때마다 그를 향한 신앙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위업을 이루면 신앙이 폭발하듯 상승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레미다오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데 성공한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정리는 끝났다. 태산은 발에 힘을 주었다.
[당신은 가속을 발동했다.] [당신은 스킬 가속을 발동했다.]육체가 가속한다. 레미다오스가 신성을 휘두른다. 태산은 전신에 두른 잿빛에 더욱 집중했다.
[당신은 은신[혼돈]을 발동했다.] [당신은 바알의 겹쳐진 어둠을 발동했다.] [당신은 무작위 블링크를 발동했다.] [읏.]레미다오스가 순간 당황한다.
찬란히 빛나는 신성 속에 태산이 완벽하게 모습을 가렸다. 그의 감각으로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레미다오스가 발을 구른다. 신성의 파장이 사방을 뒤흔들어 날려버린다. 행성조차 조각낼 수 있는, 단순한 힘으로만 보자면 개념신에 필적할 수준의 힘.
하지만 태산에게는 닿지 않는다.
태산을 인지하지 못하는 공격은 전부 지워지고 배제된다. 그것이 그가 가진 스킬. 그림자 속에 숨는 자의 능력.
태산은 아무런 방해 없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뒤늦게 태산을 육안으로 확인한 레미다오스가 황급히 신성을 끌어모았고, 태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콰드드드득!
온갖 힘이 튀어나온다.
마법, 흑마법, 멸망의 힘.
시야를 가리고 공간을 가득 메운다. 레미다오스가 휘두르는 신성과 충돌한다. 순식간에 뭉개지고 박살 나지만 아주 작은 틈을 만들어준다.
태산은 그 틈을 노려, 더더욱 레미다오스에게 접근했다.
[어리석은 짓을.]그리고 레미다오스는 그런 태산을 비웃었다.
자신의 시야에서 완벽하게 숨어서 접근하는 건 그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냉정하게 보면 덫에 머리를 들이미는 짐승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아무리 혼돈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그는 그것을 뚫을 수 있었다.
레미다오스가 강하게 힘을 모은다.
신성이 응집되고 응집되어 백색을 띤다.
쿠우웅!
그대로 태산을 향해 날린다. 근접한 만큼 회피할 공간이 없다. 정면으로 뚫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산은 애초에 직접 부딪힐 생각이 없었다.
[당신은 선택 배제를 발동했다.]태산을 향해 날아오던 백색의 신성이 지워진다.
마치 원래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듯,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뭣!]선택 배제.
선택의 신 마리아가 태산에게 내려준 권능. 공격 하나를 선택하여 아예 지워버릴 수 있다.
개념신이나 고신이라면 얼마든지 저항할 수 있겠지만 레미다오스는 결국 신앙신. 선택 배제에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길이 열린다.
태산은 더욱 빠르게 가속한다. 레미다오스가 급하게 신성을 끌어모으지만 이미 지척에 이른 상태였다. 결국 제대로 신성을 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태산을 공격했다.
[당신은 만물의 추락을 발동했다.]레미다오스의 신성의 격이 추락한다. 태산이 혼돈을 검에 가득 담고, 휘두른다.
콰아아아앙!
부수고 배제하고 돌진한다. 몰아치는 신성이 혼돈을 밀어내고 지우려 한다. 하지만 태산은 밀리지 않는다.
[당신은 가능성 부정을 발동했다.]콰드드득!
승리로 향하지 않는 가능성을 전부 부정한다.
그리고 태산은 길을 연다.
레미다오스가 황급히 신성의 파장을 퍼트려 태산을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이미 당했던 방법을 다시금 당할 정도로 태산은 멍청하지 않았다.
“멈춰라.”
검은색을 모아 선언한다.
세계의 시간이 멈춘다.
레미다오스 또한 시간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멈출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태산이 혼돈으로 물든 검을 박아넣었다.
카가가가각!
신성이 갈린다.
물들고, 변질되고, 망가진다. 혼돈으로부터 주인을 지키기 위해 신성이 소모된다.
[으, 아아아아!]멈춰진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레미다오스가 분노와 함께 힘을 터트린다. 신성이 태산을 거칠게 덮친다.
[당신의 두 번째 공격 절대 무효화가 발동되었다.] [당신의 세 번째 공격 절대 무효화가 발동되었다.] [당신에게 198,754 데미지.]혼돈을 뚫고, 공격 무효화가 순식간에 발동된다. 데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들어온다.
태산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줄어든 체력을 신성으로 회복했다.
“나쁘지 않군.”
그 또한 소모한 것이 제법 있다. 초월자들의 권능을 소모했으며 공격 무효화도 전부 빠졌다. 검은색과 신성의 소모도 컸다.
하지만, 레미다오스는 그보다 더 큰 피해를 봤다.
그에게서 느껴지던 신성이 절반 넘게 줄어들어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여전히 남은 신성의 총량이 말도 안 되는 양이었지만, 크게 소모된 것은 맞았다.
[네놈…… 네놈! 네놈!]그리고 레미다오스는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가 여태 쌓아 올린 신앙이, 초월자가 된 이후로 끊임없이 축적하던 신앙이 절반 넘게 사라졌다. 분노로 머리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너를 죽이겠다!]“계속 그러려고 했으면서 뭘.”
태산은 느긋이 답했다. 레미다오스가 일그러진 감정으로 신성을 휘두르려는 순간, 그는 무언가 깨달았다.
자신을 향하던 사람들의 감정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공포와 두려움 섞인 신앙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앙은 태산을 향해 모이고 있었다.
“오오오오!”
“부디! 부디!”
태산이 레미다오스에게 일격을 가한 순간, 태산을 향한 신앙이 폭발했다.
보고 싶지 않았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레미다오스의 분노와 그 목소리는 그들에게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공포와 두려움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들은 레미다오스를 향해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만약 그대로 갔으면, 분명 레미다오스가 바라는 결과가 나왔으리라.
하지만 태산은 레미다오스의 뜻대로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레미다오스를 압박하고, 그에게 피해를 줬다.
사람들이 도저히 어쩔 수 없었던 존재를 상대로 대적하고,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신앙은 당연히 태산에게 모였고, 그것이 방금의 일격으로 폭발했다.
[신성의 숙련도가 17% 상승했다.]그와 동시에 태산의 신성이 경지에 도달했다.
* * *
태산이 신앙을 갈무리한다. 드높은 신성이 쌓이고 쌓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윽고 하나의 형태가 된다.
감각이 변한다.
전능감이 전신을 타고 느껴진다. 태산은 이 감각을 느낀 적이 있었다.
바로 지구에서였다.
온전한 초월자의 경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앙 받는 곳 바깥에서도 신앙신의 자리.
열 가지가 넘는 행성의 신앙이 완벽하게 그를 가득 채운다.
레미다오스는 그 사실을 부정했다.
[설령 네가 그 자리에 도달했다고 해도 이제 막 도달한 어설픈 상태다! 결코 나에게는 닿을 수 없어!]레미다오스가 신성을 휘두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태양과 같이 압축된 신성. 여태까지의 태산이라면 혼돈부름으로도 완벽하게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태산이 전신에 혼돈을 두른다.
짙은 잿빛에 신성이 닿았다.
카가가가각!
뚫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잿빛이 신성을 집어삼킨다. 태양과 같이 밝은 신성이 점점 칠흑에 물들어 먼지 먹은 색으로 변해간다.
태산은 주먹을 쥐었다.
잿빛으로 물든 신성이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한다. 레미다오스가 말을 잇지 못한다.
“좋네.”
태산은 만족스레 웃었다.
“이제 끝내보자고.”
검을 잡는다. 잿빛이 줄기줄기 퍼져나간다. 마치 거미줄처럼, 공간을 집어삼키며 순식간에 그 크기를 불린다.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