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566
제 566화
566. 세계분쇄자 (2)
쿠구구궁…….
우주가 망가진다.
흔들리고, 일그러진 공간이 주변을 잠식한다.
그 속에서 구속의 신이 혀를 찬다.
[난리도 아니군.] [초월자 넷이 모여도 막을 수 없나…….]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검의 신. 에힐리는 담담히 말했다. 흑발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저건 진정한 의미로 우주를 찢을 수 있는 존재다.]쿠우우우웅!
우주의 일부를 차지하는 거대한 몸뚱어리. 세계분쇄자가 움직인다.
그 여파만으로 우주가 흔들린다. 주변의 별들이 박살 나 먼지가 되고, 블랙홀이 일그러진다.
구속의 신. 압축의 신. 검의 신. 통제의 신.
총 네 신이 이곳에 모인 건, 세계분쇄자를 쓰러트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세계분쇄자가 우주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자존심 상하는군.]구속의 신이 중얼거렸다. 그는 옛 전쟁 이후에 탄생한 초월자였다.
고신들의 강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자신은 우주의 모든 구속이란 개념을 관장하는 존재. 온전한 개념을 지배하는 초월자였다. 우주에서 절대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고신을 막기 위해, 넷이나 되는 초월자가 모인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들 넷은 온전한 개념을 지배하는 초월자 중 그리 높은 격을 가지지 못했다. 라키라타스나 마신과 같은 존재와 비교하면 명확한 격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충분히 구속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찌어찌 붙잡고는 있지만 구속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초월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담담한 건 오직 에힐리뿐이었다.
[옛 전쟁에도 그랬다. 세계분쇄자는 평범한 수단으로 막을 수 없다.] [그때는 대체 어떻게 저걸 봉인한 거야?] [그냥 찍어눌렀다. 움직이지 못하게, 공간 자체를.]통제의 신이 헛웃음을 흘린다.
우주의 일부만 한 크기의 거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찍어누른다니. 초월자 한둘이 모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역할은 저것이 우주를 찢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 그걸 잊지 말도록.] [알고는 있지만!]쿠구구구궁!
세계분쇄자가 움직인다. 구속의 신이 거칠게 소리치며 권능을 휘두른다.
쩌어어어엉!
파장이 울린다. 그것은 만물을 구속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틀어막는, 거대한 권능.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세계분쇄자의 자기불변에 닿는 순간 구속의 권능이 일그러진다. 조금 버텨내기는 하지만 오래지 못하고 소멸한다. 거대한 주먹이 우주를 찢는다.
카가가각!
검이 강림한다. 세상의 모든 검의 집합. 그것의 주먹이 우주를 때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
쩌어어엉!
세계분쇄자의 주먹이 튕겨나간다. 하지만 검 또한 부서진다. 우주의 검이란 집합 그 자체가 버티지 못한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군.]구속의 신이 이를 간다.
세계분쇄자의 권능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저 거대한 몸뚱어리를 두른 자기불변. 저것은 우주의 모든 개념을 부정하고 배제한다. 그들의 권능이 닿지 않게 만든다.
그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다른 고신들의 권능도 방향성이 다르지만 전부 비슷했다. 세계분쇄자는 단지 그 특징이 더욱 강화되었을 뿐이었다.
문제는 다른 부분이었다.
바로 세계분쇄자의 육체였다.
우주 전체에서 봐도 의미가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
저 크기에서 휘둘러지는 물리력은, 그 자체로 재앙이었다. 순수한 움직임만으로 우주를 찢을 수 있는 유일한 고신이었다.
만물의 개념을 배제하고 부정하는 자기불변. 그것을 두르고 저 거대한 몸뚱어리를 움직인다.
무척 단순하지만 대응이 불가능했다. 세계분쇄자는 우주의 대부분의 존재에게 상성 상 우위에 있었다.
그들의 권능이 박살 나고, 일그러진다. 어찌어찌 붙잡고는 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 거야!] [다른 고신들이 배제될 때까지.] [그거 가능한 거 맞아?]그 투덜거림에, 에힐리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옛 전쟁에서 세계분쇄자를 붙잡기 위해 소멸한 신들을 말이었다.
고신 하나를 봉인할 때마다 적지 않은 초월자들이 소멸했다. 그 희생 끝에 그들은 간신히 승리를 거머쥔 것이었다.
압축의 신이 껄껄 웃으며 권능을 휘두른다.
쿠구구구궁!
초월자들은 전력을 다했다.
자신이 가진 권능을 전부 휘두르며, 어떻게든 세계분쇄자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권능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간다. 권능도 슬슬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분쇄자가 이제는 귀찮다는 듯 몸을 움직인다.
우우우우웅.
발이 들린다.
그 행동만으로 공간이 일그러지고 뭉개진다.
위험하다. 초월자들을 직감하고 자신의 권능을 휘둘렀다. 세계분쇄자의 움직임을 막으려 들었다.
하지만 세계분쇄자는 그 모든 행동을 무시하고, 천천히 발을 들었다.
그렇게 들린 발이, 내려 찍힌다.
파장이 사방을 휩쓴다.
은하 레벨을 넘어서 그 너머에까지 영향을 끼치려 한다.
모든 것을 부수고 분쇄하는 물리력이 퍼진다.
초월자들의 얼굴이 굳는다.
그들이 통제하고 막으려 권능을 휘두른다.
쩌어어어엉!
하지만 찢겨나간다. 자기불변이 담긴 물리력이 모든 것을 분쇄한다.
[크으으윽!] [커억!]초월자들도 버티지 못하고 나뒹군다.
그중 에힐리의 상태가 제일 심각했다. 끄집어낸 검이 부서져 주인의 몸뚱어리에 박혔다.
세계분쇄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팔을 들어, 에힐리를 향해 내리찍는다. 초월자들이 황급히 권능을 휘둘러 에힐리를 보호한다. 권능의 장막이 형성된다.
키득.
초월자들은 분명히 들었다.
그들을 향한 세계분쇄자의 조소를.
얼마든지 저항해보라는 듯이, 너희는 나를 막을 수 없다는 의미가 담긴 조소였다.
콰아아아앙!
장막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주먹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에힐리를 짓누르기 위해 전진한다.
구속의 신은 깨달았다. 아무리 막아봤자 결국 세계분쇄자의 주먹은 에힐리를 짓누를 것이란 걸.
그와 동시에 깨닫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순간, 에힐리가 소멸할 것이라는 것을.
초월자가 소멸할 수도 있다. 그 사실에 구속의 신은 소름이 돋았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권능을 휘두르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주먹이 천천히 장막을 깨트린다. 세계분쇄자의 조소가 더욱 짙어졌다.
에힐리가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눈을 감는 순간이었다.
“개판이군.”
목소리가 울렸다.
에힐리는 눈을 떴다.
그의 앞에 한 존재가 있었다. 어딘가 들어본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이건 또 뭐야. 단순히 크다는 말로 표현을 못 하겠는데. 크기가 감이 안 잡혀.]“이게 진짜 세계분쇄자인가. 그렇게 불릴만하네.”
“고신이란 것들이 원래 죄다 그런 것들이잖아.”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어딘가 느긋한 목소리.
[……너는.]“오랜만…… 은 아닌가요. 이쪽 기준에서는 별로 오래 지나지 않았겠군요.”
쩌저저적!
장막이 마침내 깨진다. 주먹이 태산과 에힐리를 향해 내리 찍힌다.
태산은 바드레이를 잡았다. 응집되는 물리력에 바드레이가 질겁했다.
[또야?]“잘만 버티면서 엄살은.”
검이 휘둘러진다. 주먹과 검이 맞닿았다.
그리고 세계분쇄자의 팔이 들렸다.
* * *
쿠우우우우우우웅!
우주의 개념으로 봐도 의미가 있는 것의 팔이 들린다.
세계분쇄자의 몸뚱어리가 뒤로 밀려난다. 구속의 신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저 거체가 뒤로 밀려난다니.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제야 그는 에힐리의 옆에 있는 존재를 깨달았다.
[강태산.]압축의 신이 그 이름을 작게 중얼거렸다.
우주에서 비롯되었지만, 우주에서 벗어난 존재. 많은 신들의 관심을 받은 존재.
그들 또한 라키라타스와 태산의 결투를 두 눈으로 지켜봤었다.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군요.”
[부끄럽게도 말이지. 네가 아니었으면 소멸할 뻔했어.]태산은 신들을 바라봤다.
개념을 지배하는 초월자 넷.
“넷이 모여도 상대하기 힘든 겁니까?”
[저건 그런 존재니까. 애초에 상성도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너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군.]검의 신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많은 것이 바뀌었어.]미궁에서 검의 신은 태산을 시험했었다. 명확히 그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더는 아니었다. 태산은 담담히 말했다.
“여파는 맡기겠습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문제인데 미안하군. 부탁하지.]탓.
태산의 육체가 휘청거리는 세계분쇄자를 향해 날아간다. 뒤늦게 다른 초월자들이 에힐리의 곁에 도착했다.
[괜찮나?] [덕분에 말이야.] [강태산…… 인가. 저 존재는 다른 곳에 있다고 들었는데.] [끝내고 이쪽에 온 모양이군. 우리는 여파를 통제하면 된다. 남은 건 그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 혼자서는 어려울 텐데.]압축의 신은 중얼거렸다.
그들 또한 태산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라키라타스는 최상위의 초월자. 그런 존재인 상대의 전력을 버텨냈다는 건, 그들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상대는 세계분쇄자였다.
초월자 넷이 모여도 역부족인 상대였다. 태산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괜찮을 거다.]하지만 에힐리는 담담히 말했다.
[아니. 아마 승리할 거다.] [어떻게 그걸…….]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신 중에 세계분쇄자가 제일 상대하기 쉬울 테니.]* * *
쿠우우웅…….
세계분쇄자가 다시 자세를 잡는다. 그 움직임에 태산이 중얼거린다.
“머리는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까지가 다리고, 팔이고, 몸통인지 확인이 힘들었다. 그의 감지능력으로도 명확한 생김새와 크기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당혹,
그리고 적의와 살의.
“와.”
태산은 손가락을 까닥인다. 꿈틀거리는 분노가 느껴진다.
쿠구구구궁!
팔이 움직인다. 휘말린 우주가 찢기고 망가진다.
저것은 거대한 물리력의 집합.
그대로 휘둘러진다면, 태양계 자체를 소멸시키고도 남을 위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고, 검을 든다.
자신을 덮치는 벽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검과 세계분쇄자의 팔이 닿는다. 둘의 크기를 비교하면 인간과 먼지만 한 차이가 있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밀리지 않는다.
태산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세계분쇄자에 대응했다. 아니.
쩌저저저적!
아니, 조금씩이지만 오히려 세계분쇄자를 밀어내고 있었다.
태산은 검에 힘을 주었다.
자신이 다루는 권능. 물리력을 통제하고, 집중한다. 그리고 그대로 휘두른다.
쩌어어엉!
세계분쇄자의 몸뚱어리가 흔들린다. 태산 또한 밀려난다. 광속의 속도로 몸이 튕겨 나가려한다.
카가가각!
하지만 버텨낸다. 스스로 가진 물리력의 권능을 다루어, 가해진 힘을 제로로 만든다.
탓.
“흐음.”
태산이 검을 흔든다. 한 번의 충돌로 느껴진 감각과 권능의 소모를 파악한다.
그리고 결론이 나온다.
“할만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