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565
제 565화
565. 세계분쇄자 (1)
모든 것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태산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빠트릴 수 있으리라.
당장 그의 안에 텅 빈 공간이 느껴졌다.
무척이나 거대하고, 끝을 볼 수 없는 거대한 구멍.
바란다면 우주라도 집어삼킬 수 있을 듯이 거대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무저갱의 진정한 권능은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무한의 권능.
하지만 지금 태산이 얻어낸 무저갱에는 바닥이 존재했다.
깊고 넓어 그 끝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바닥이었다.
‘내가 비틀어버렸기 때문인가.’
그가 무저갱의 불변성을 손상시킨 다음에 찬탈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실제로 숙련도도 100%가 아닌 99%에 멈춰져 있었다.
저 1%는 절대로 좁힐 수 없으리라. 무저갱은 완벽하게 소멸했으니.
하지만 그렇다 해서 권능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건 아니었다.
무저갱은 여전히 넓고, 깊으니까. 할 수 있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장 얻어낸 무저갱으로 할 수 있는 건, 절대의 방어.
그를 향한 공격을 전부 집어삼키고 자신의 안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소유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라는 말이 적혀 있긴 하지만, 지금의 태산이라면 초월자나, 설령 고신의 권능이라도 큰 문제 없이 집어삼킬 수 있으리라.
결국 상대는 태산에게 공격을 적중시키려면, 경계부정을 뚫고, 무저갱을 가득 채운 다음에, 공격 무효화를 전부 소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부를 정도는 아니긴 한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부를 정도인데…….]바드레이는 실소를 흘렸다. 여태 충격 때문에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어느 정도 정신이 차려졌다.
[넌 고신을 죽였어.]온전한 고신을.
무저갱이 태산의 손에 쓰러졌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고신의 권능 그 자체를 찬탈했지. 그걸 뚫고 너에게 공격을 닿게 하려면…… 모르겠는데. 그게 가능할 존재가 있을지. 다시 생각해도 영격 찬탈은 말도 안 되는 힘이네.]고신의 권능을 완벽하게 찬탈한다. 고신 하나를 쓰러트릴 때마다 고신의 권능을 얻어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정한 의미로…… 전쟁을 끝낼 수 있겠는걸.]“글쎄.”
태산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찬탈자와 추락의 신.
둘은 분명 무언가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태산은 고신의 영역에 들어섰었다.
일그러진 공간과, 검은색으로 물든 공간을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겪었다.
그리고 그가 영역에 들어선 다음에,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모든 순간에, 그를 향한 시선이 하나 있었다.
당시에는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런 시선이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 시선의 주인은 너무 거대했다.
마치 고신의 영역 그 자체인 마냥, 태산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당시에 느껴졌던 약간의 괴리감을 더듬고 더듬어 겨우 깨달은 것에 가까웠다.
그 시선의 주인은 딱히 태산에게 적대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아마도 흥미, 그리고 호기심.
‘또 뭐하는 존재인지.’
우주를 침공하기 위해 결계를 공격하던 고신들. 그 사이에서도 그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관조자처럼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아직 알 수 없는 건 많았다.
그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최대한 힘을 기를 생각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얻어낸 것은 무저갱뿐만이 아니었다. 순환을 경계의 짐승에 담는 과정에서 두 스킬 또한 변화했다.
[경계의 주인] [새롭게 탄생한 경계의 지배자. 당신으로 인해 존재하게 된 경계는 마침내 자신만의 자아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생명으로서 탄생했다. 경계는 당신의 명령을 따르며, 당신의 적에게 적의를 보인다.] [초월 : 경계] [숙련도 : 100%] [경계의 선. 세계와 세계 너머 사이에 자리 잡은 무언가. 그것은 온전한 자아와 생명으로서 탄생했다.]변화한 부분은 딱 태산이 예상한 대로였다. 경계가 생명이 되었다는 부분이 추가되었다.
경계가 순환에 담겨, 오롯한 생명으로서 태어났다.
정확하게 무엇이 변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경계 자체의 격이 변질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방향으로 말이었다.
생명으로서의 물리력을 가지고, 스스로 순환하여 재생하며, 세상을 집어삼킨다.
태산은 마지막 무저갱을 쓰러트렸을 때의 경계의 짐승을 떠올렸다.
짐승은 스스로 영역을 확장하여, 무저갱을 터트렸다.
중요한 점은 영역의 확장이었다.
생명을 얻게 된 짐승이 영역을 확장할 때, 무언가가 달랐다. 진정한 의미로 만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곳은 경계 그 자체였다.
그 또한 하나의 카드가 되리라. 태산은 그 방법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태산은 오랜만에 커뮤니티를 확인했다.
커뮤니티의 플레이어들은 슬슬 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지 모드와 노말 모드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100층에 도달해 있었다.
하드 모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주자들은 90층 후반대에 도착하여, 남은 층의 공략과 희생을 어떻게 줄일지 토론하고 있었다.
태산이 이전에 말했던 대로 클리어를 최대한 미루고는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상태였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태산은 얼론 모드의 플레이어들을 불러 물었다.
태산은 놀랐다. 저번 귀환에서 강준혁은 69층, 아멜리아는 76층이었다. 미궁에서 심층에 해당되는 구간들이었다.
그리고 심층은 층 하나하나의 돌파에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껏해야 다섯 층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태산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태산의 말에 아멜리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전부 네 덕분인데.]태산은 아멜리아의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강태산[얼론] : 제법 쓸만한가 보지?]태산은 온전한 개념을 지배하는 초월자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그의 신도였다. 태산은 그들에게 물리력의 권능을 내려주었다.
그중에서도 아멜리아와 강준혁은 태산의 사도.
그의 직속이었다.
그렇기에 태산은 둘에게 경계를 직접 내려줄 수 있었다. 어떻게 다룰지는 태산도 알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잘 써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강준혁[얼론] : 괜찮은 수준이 아니에요.]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솔직히 우리도 제대로 못 써먹고 있어. 진짜 빈약하게, 말 그대로 들어 휘두르는 정도로만 다루고 있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해.]경계는 모든 상성의 우위에 있다.
단순히 휘두르는 것만으로 상대의 공격과 방어 전부를 깨부술 수 있었다. 애초에 초월자나 고신 레벨이 아니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게 바로 경계였다.
아무리 심층이라 해도 밸런스 브레이커였다.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서 날로 먹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강태산[얼론] : 그것도 어디까지나 네 힘이야. 문제는 없어.]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알기는 알지만, 기분이 묘하단 말이지.]태산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의 사도라면 경계를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니.
[강태산[얼론] : 이태연은?] [이태연[얼론] : 90층.]이태연도 상당히 빨랐다. 그녀 또한 물리력의 권능을 얻었으며, 마리아의 사도인 만큼 그에 관련된 권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모험가를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이태연[얼론] : 태산. 너는?] [강태산[얼론] : 이제 99층.]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히야.] [이태연[얼론] : 이제 진짜 끝이구나.] [강태산[얼론] : 여기서부터 얼마나 걸릴지 몰라.]하지만 무척 짧을 수도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태산은 커뮤니티를 껐다.
그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전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피로를 풀었다.
충분히 회복을 한 태산은 계단을 내려갔다. 99층에 도착했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비어 있었다.
시스템 창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99층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아마 마법사가 돌아올 때까지는 계속 이런 상태리라.
그리고 태산은 가만히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가 공간을 잡았다.
“내 마음대로 나가는 거긴 하지만…… 이해해주겠지.”
조용히 중얼거린 그가 공간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곳에 몸을 집어넣었다.
태산이 미궁에서 사라졌다.
* * *
쿠구구구구궁!
우주가 찢긴다.
비유나 은유 따위가 아닌,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우주 그 자체가 찢겨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현상을 일으킨 자는, 무척이나 거대했다.
말 그대로 우주 그 자체를 뒤흔들고 분쇄하는 크기의 인간 형태의 괴물.
그리고 그 존재와 대적하는 자들이 있었다.
[빌어먹을 세계분쇄자!]욕지거리가 토해진다. 잘생긴 남자였다. 그가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묶어라.]촤자자자작!
사슬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우주의 개념. 구속의 권능.
남자는 구속의 신이었다.
자신의 개념을 다루어 세계분쇄자를 구속하려 들었다.
쿠구구구궁!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세계분쇄자는 귀찮다는 듯,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것만으로 우주가 흔들린다.
구속의 권능이 자기불변에 부딪혀, 깨져나간다. 구속의 신이 이를 간다.
[통하지가 않는군.]우우우웅!
세계분쇄자가 주먹을 든다.
그 행동만으로 우주의 개념이 일그러지고, 부서진다.
주먹이 휘둘러진다. 구속의 신을 타격하기 위해 그 몸뚱어리가 움직인다.
구속의 신이 대응하려는 순간이었다.
키기기기기깅!
검이 강림한다. 행성 자체를 쪼갤 크기의 거대한 검.
그것은 검이라는 개념 그 자체. 구속의 신이 중얼거린다.
[에힐리.]검의 신. 에힐리.
카가가각!
검이 세계분쇄자의 주먹을 막는다.
그리고 무형의 기운이 세계분쇄자의 주먹을 붙잡는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통제의 권능.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권능이 강림한다.
[뭉개져라!]거친 목소리와 함께, 압축된 무언가가 주먹을 짓누른다.
그것은 만물을 압축하고 압축하는, 압축의 권능.
구속의 신 또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신의 권능을 다루어 주먹을 막으려 한다.
온전한 개념을 다루는 신. 넷의 권능이 합해진다. 말 그대로 우주를 뒤흔들 수 있는 권능의 집합.
쩌저적.
하지만 깨져나간다.
세계분쇄자를 두른 자기불변이, 세계의 개념을 분쇄하고 거부한다.
콰아아앙!
권능들이 부서진다.
자유를 얻은 세계분쇄자가 주먹을 휘두른다. 우주가 비명을 지르며 찢겨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