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5
Chapter 135 – 사도
순간 막대한 압력 같은 것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패왕이 나에게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필 아라까지 데려와서…….’
김아라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자니, 조금 껄끄럽다.
그녀는 나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우선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나가지?
김서현이 나에게 슬쩍 안기려는 움직임은 알고 있었다.
어떻게 대처할까?-잠깐 당황하는 사이 내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김서현의 팬티가 내 얼굴 위에 안착했을 뿐.
‘……이건 또 왜 이리 축축해.’
조금 비린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시큼한 냄새도 함께였다.
[「현혹의 귀재(B+)」, 「악마의 권위(C)」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두 개의 재능이 합쳐져「현혹하는 악마(A)」로 진화합니다.]머리가 뜨겁다. 성욕이 내 몸을 지배하려는 듯 움직였다. 흑신무의 육체가 피가 빠르게 돌고 있음을 확인했다.
육체를 조율하면서 재능, 정심으로 강제로 평정을 유지했다.
강제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지금 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제3의 시선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 좀 살겠군.’
내 재능 중 하나인 무한 정력 때문이었다.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면, 열정을 길러줘서 좋은 재능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여자랑 가까이 있으면 위험한 재능이기도 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김서현의 허벅지와 다리를 떼어내었다.
“서현아, 우선 다리 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리에서 벗어날 방법은 김서현이 제정신을 되찾는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다리 사이로 몸을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민망하고.
‘아니, 더 이상 민망할 것도 없나…….’
“그, 그그래.”
김서현이 붉어진 얼굴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인제 보니 팬티 앞부분이 굉장히 축축해졌다. 나는 정심으로 한 번 더 평정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무슨 상황이야?”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력을 품은 듯한 움직임. 내면에 자리 잡은 근원의 씨앗이 크게 반응할 정도였다.
김아라가 보였다.
보랏빛 눈동자는 무언가 거대한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근원력의 진정한 힘에 대해서 각성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만큼.
‘근데 그건 패왕이 죽을 때, 격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특수 스탯 근원의 사용자가 격한 감정의 파동을 느껴야 한다. 그러면 근원의 힘을 좀 더 깨우치게 되면서 각성의 징조가 발현된다.
그러니까 그게 지금 발현할 리가 없다. 김아라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지 않았다. 패왕은 멀쩡하게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게.”
“내가 여자인 건 안 물어보네?”
조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김서현이 말했다.
아니, 그럴 리가.
김서현은 선의 인물이다. 끝까지 인간을 믿으면서 인간을 위해서 싸우는 존재가 바로 김서현이다.
그러나 지금 김서현의 모습은 낯설었다.
“방금 알았어. 그동안 남자끼리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일 줄은 몰랐네?”
“나도 좀 아쉬워. 만약 서하의 성적이 좀만 더 안 좋았어도, 룸메이트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거 범죄인데.”
“그런가.”
김서현이 하핫-하고 웃었다.
“그런데 아라가 왜 여기에?”
“괴수들 때문에 비행기가 잠깐 이륙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서하를 마중을 나오러 왔지. 파파랑 같이.”
“파파?”
김서현이 김아라의 말꼬리를 잡았다.
파파보이-아니, 파파걸인가. 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지.’
착각일거다. 나는 검귀가 울리는 경고를 애써 무시하며 패왕을 바라보았다.
패왕은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가 갈등하는 듯했고, 안타까워했으며,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아라의 마음을 눈치챈 건가.’
나는 눈치껏 입을 다물고 김서현의 옆에 서서 패왕을 졸졸 따라갔다.
*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패왕의 집으로 향했다. 괴수들이 몰려왔었지만, 비행기 위에서 대기하던 패왕이 일 권으로 비행 괴수들을 쓸어버렸다.
“가끔은 이렇게 몸을 푸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패왕이 자기 집이라고 안내한 곳은, 궁전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으리으리한.
-전대 주인의 궁궐을 닮았군.
-그러게요. 정말 쓸데없이 넓은 것도, 하인의 숫자만 기백이 넘었던 것도 비슷하네요.
흑천의 말에 영천이 동의했다.
“어떠냐. 이 지역은 땅값이 싸서 큰맘 먹고 저택을 만들었지.”
“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자부심이 가득한 패왕의 말에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다.
“내 동생의 말 때문에 중국에 온 것이냐.”
“네.”
“흑염으로 불타는 주작을 보았다.”
“어땠습니까?”
“네 힘과 닮았더군.”
“…….”
나는 잠깐 침묵했다.
다른 이의 말이라면 모르겠지만 패왕이 직접 말했다. 주작이 다루는 힘은 내 힘과 비슷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사실일 거다.
‘역천지체를 이뤘다고 했지?’
-네. 불완전하지만, 자신의 격을 제물로 삼았어요. 천마와 닮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그래서 모르겠어요. 그녀의 전력은 지금까지 적대하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미지수예요.
‘얼마나 강해졌을까?’
-그건 모르겠어요. 그녀는 미국에서 봤던 용과 함께, 천마를 호위하던 사신(四神). 그 격을 생각하면 못 해도 상격이상일것 같은데…….
영천이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못해도 상격이라.
‘그래도 해볼 만 한데.’
나는 상태창을 켜서 개념 스탯 부분을 바라봤다.
개념 스탯
역천 : 80
개념 스탯은 문자 그대로 그것과 관련된 힘을 제어하는 힘이다.
영천과 흑천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가진 역천 제어 능력은 천마를 상회한다고.
‘같은 힘을 쓴다면, 개념 스탯이나 특수 스탯을 가지고 있는 쪽이 더 유리하지.’
아마 주작과 싸운다면 높은 확률로 승자는 내가 될 확률이 높았다.
주작의 힘은 무슨 짓을 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고, 내가 가하는 힘은 치명적으로 작용할 테니까.
나는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려서 다른 개념 스탯을 봤다.
연금 : 5
개념 스탯 연금.
신앙과 재주 스탯을 합쳐서 만든 이 스탯은 연금술의 어마어마한 기적을 행사했다.
‘처음 연금술을 건드렸을 때, 이렇게 사기여도 되나 싶었는데.’
황제가 자신의 인형술을 수리하는 것을 도와달라 했을 때.
나는 연금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실험을 했었다. 그리고 연금은 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힘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심상을 꽤 많이 만들었지.’
연금을 이용해서 억지로 만든 것에 가깝다.
내 심상은 비대하지만, 결국 내가 채울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인 것도 있고.
“어서 오세요.”
안쪽으로 들어오니 보랏빛의 여인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김아라가 작아지고, 늙은 듯한 모습. 하지만 김아라의 미드가 누구의 유전자를 많이 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여인이었다.
나는 깍듯하게 인사했다.
“아라 친구인 이서하 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아라한테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요즘 엄청나게 유명하시잖아요?”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괜스레 부끄러워서 뺨을 긁적였다.
“방에 안내해 드릴게요. 여기에 온 이상 집같이 생각하셔도 됩니다.”
“맞아. 여기부터가 우리 신혼집이야.”
“…….”
절반쯤 진심이 섞인 듯한 김아라의 주접에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방으로 들어가니 가운 같은 것도 있었다.
-중국 전통 무복이네요. 서하 님 한번 입어보실래요?
영천이 드물게 신이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중국 무복을 펼쳤다. 일본에서 입는 기모노 차림과 비슷했다.
입어보니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이거 완전 기모노인데?’
앞뒤로 훑어봤지만,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나는 나막신을 신고 바깥으로 나섰다. 바깥에는 하인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주인?
흑천이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뭐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기분.
‘뭐지.’
낯선 기분이다.
그러나 익숙하기도 했다. 그 괴리감 속에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건 진리교의 이들이 나를 부를 때와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
나는 한 곳을 응시했다.
달칵.
심상 속에서 스위치가 켜지면서 세계가 마나의 색채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없었다. 여긴 패왕의 영토. 이곳에서 무언가 딴짓을 할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지?”
“묘한 기분이 들어서요.”
“묘한 기분?”
“누군가가 저를 애타게 찾는듯한 느낌이요.”
“…….”
패왕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혹시 그곳이 어딘지는 대충이나마 짐작이 가나?”
“……네.”
“어처구니가 없군.”
내 말에 패왕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마치 오래전의 일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너를 보면 가끔 내가 생각나는구나. 네 나이보다 10살은 더 많았지. 그때가 차원들이 겹치는 시기였으니. 그때의 나는 겁쟁이였다. 사업을 하다가 믿었던 놈에게 뒤통수를 맞고 덤터기를 썼었지.”
그 뒤, 패왕은 자기 일대기에 대해서 약 20분 정도 말했다.
더 듣다가는 이대로 날이 샐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그의 말을 잘랐다.
“그때 나는 내 운명을 뒤흔들 사건을 만나……”
“혹시 신앙과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맞다.”
패왕은 잠깐 방해받은 표정을 짓고는 나에게 말했다.
“신앙은 믿음의 힘이지. 그것은 추상적인 힘이지만, 세계의 법칙 내에 있는 힘이기도 하다. 남의 믿음을 자신의 힘으로 치환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잠깐, 너 설마 신앙을 받아들였나?”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폈다.
후우우웅!
황금빛의 구체가 내 손아귀에 모였다.
개념 스탯으로 변한 연금이었다.
“……이게 신앙이라고? 이건 성질이 조금 더 다른 것 같은데.”
패왕이 연금의 힘을 보며 말했다.
“그럼 그 힘을 따라가면 되겠군. 이 몸이 특별히 도와주지.”
“아니에요.”
지금 나를 부르는 힘은 연금의 힘이 아니다.
우웅.
내 몸뚱아리에 자리 잡은 부정한 힘이 반응했다.
역천.
지금 역천이 나를 부르는 듯한 것에 반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