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gator Leveling Up RAW novel - chapter 204
갑판 쪽에서 작업 중이던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떠, 떨어졌다. 사람이 바다에 떨어졌다!”
“뭐?”
청진호의 갑판장은 헐레벌떡 뛰어왔다. 바다로 사람이 떨어졌다고 했건만 어디로 떨어진 것인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부두 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바다로 날아들었다.
“뭐, 뭐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에 갑판장은 눈만 껌뻑거렸다.
잠시 후 바다 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쳐 올랐다.
“푸확!”
수면 위로 올라온 검은 그림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배에 승선했던 젊은 선원이었지만 한 명은 처음 보는 사람.
“저기 사다리 좀 내려주세요.”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네, 무사합니다.”
갑판장은 얼빠진 표정으로 허겁지겁 구명 튜브를 던지고 사람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갑판장은 그 와중에도 물에 빠져 있는 젊은 청년이 참 잘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 * *
-원양어선 청진호 갑판
갑판장이 나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허허허 아닙니다. 마침 근처에 있었는데 물에 빠진 친구가 수영을 잘 못 하는 것 같더군요.”
“아, 그렇군요.”
갑판장은 함께 승선했던 젊은 선원이 수영을 못 하는지도 잘 몰랐던 모양인지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때 젖은 옷을 갈아입은 젊은 선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거 어떻게 사례를 해야 할지.”
“허허허. 괜찮습니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젊은 청년은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나는 눈앞의 청년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전생에 탔던 원양어선 청진호의 갑판장이었다.
물론 30년은 젊은 얼굴이었지만 그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청진호를 함께 탔던 갑판장은 자신이 처음 원양어선을 탔을 때 발생한 사고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하필 그날도 배에서 내리는 날이었다. 갑판장은 심하진 않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절었다. 수영을 못 하는 그가 바다에 떨어진 후 스크류 쪽에 발이 끼이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때마침 부산에 올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네.’
나는 오랜만에 만난 갑판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손을 들어 올려 뺨을 긁었다.
“저기,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아서요.”
“네?”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착각했습니다.”
나는 대충 옷을 말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청년 선원에게 다가가 명함을 내밀었다.
“이번에 처음 배를 탔다고 들었습니다.”
“네.”
“혹시 상선에서 선원 생활을 시작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네?”
젊은 선원은 내가 건넨 명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해, 해신해운 사장!”
그 순간.
끼이익! 부둣가에서 달려온 검은 세단이 멈추고 비서실장이 차에서 내렸다.
“사, 사장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비서실장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연락도 없이 사라진 내가 물에 젖은 생쥐 꼴로 원양어선 갑판에 있으니 놀랄 수밖에.
“비서실장님 별일 아닙니다. 내려가겠습니다.”
나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원양어선 청진호 사람들을 뒤로하고 부두로 내려갔다.
화난 표정의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사장님, 갑자기 말씀은 하고 가셔야죠! 화장실 간다고 하시고는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사람이 물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구했습니다.”
“물에 빠졌다고요?”
“네, 아무리 바빠도 사람은 살려야죠.”
비서실장 한재명 차장은 입을 샐쭉거렸다. 인명 구조 때문이라고 하니 더 이상 잔소리를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서실장 한재명 차장이 말했다.
“지금 바로 출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네, 바로 가시죠.”
나는 차에 타면서 말했다.
“참, 여분의 옷이 한 벌 더 있죠? 옷이 다 젖어서.”
한재명 차장은 한숨을 크게 내쉰 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 *
-거제도 태성중공업
“아직인가?”
“네, 이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늦지는 않겠군.”
도형준 부사장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후, 검은 세단이 도착하고 해신해운의 사장이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 이곳 거제도 태성중공업 조선소에서는 해신해운 선박의 명명식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도형준 부사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것으로 보아 살짝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부사장님 조금 늦었습니다.”
“으음, 태성중공업 분들이 오래 기다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구할 사람이 좀 있어서요.”
“네?”
“일단 가시죠.”
궁금해하는 도형준 부사장을 뒤로하고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눈앞에는 거대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오!”
길이 366m의 거대한 선체가 시선을 압도했다.
이번 해 해신해운이 진수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신 제로”호다.
‘제로(0)’라는 선명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해신해운의 의지와 선대 회장인 권영호 회장의 이름을 중의적으로 담아 명명했다.
해신 제로호는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380m) 높이에 맞먹는 초대형 선박. 화물 적재 능력은 13,102TEU. 길이 약 6m의 컨테이너 13,100여 개를 실을 수 있는 규모였다.
이제까지 진수된 국내 선박 중에서는 최대 규모.
“사장님, 오셨네요!”
그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미안 좀 늦었지?”
권세아는 내 옆으로 다가와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회사에서는 직함으로 부르라니까요!”
“아아아! 알았어. 알았다고!”
회사에서는 경영기획본부장 권세아 상무였다. 그녀와 나는 몇 달 전 결혼식을 올렸다.
권세아 상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고마워요.”
“뭘.”
권세아 상무는 선체에 적혀 있는 선명을 바라보았다.
“해신 제로(Heasin Zero)”
그녀의 아름다운 눈망울이 살짝 촉촉해졌다.
해신 제로호. 해신해운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남을 선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신해운이 글로벌 선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진 권영호 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이끌 해신해운의 시작을 알리는 이름이기도 했다.
권세아 상무는 아버지를 떠올린 것일까.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 좋은 날이니까!’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세아야, 나는 사실 ‘해신 세아’호라고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만해요!”
권세아 상무는 나의 농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옆구리를 또다시 세게 꼬집었다.
“장보고 사장님, 오셨습니까.”
태성중공업의 사장 유진태 사장이었다.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유진태 사장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았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둘도 없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었다.
그런 협력을 바탕으로 태성중공업과 해신해운은 국내의 해운 회사와 조선 회사 중 유일하게 금융 위기를 잘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었다.
유진태 사장이 말했다.
“참 좋은 이름입니다.”
유진태 사장이 권세아 상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럼 저기로 자리를 옮기시죠.”
유진태 사장이 우리를 안내했다.
“장보고 사장님, 그럼 오늘 스폰서?”
“네, 권세아 상무님이 하실 겁니다.”
“네, 아주 좋습니다. 의미가 있는 명명식이 될 것 같습니다.”
선박이 진수할 때는 명명식을 가진다.
해상업계에는 여성이 선박 명명식에서 스폰서를 맡는 관례가 있다.
명명식은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한 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선주들과 조선소 관계자들이 모여서 행하는 의식이다.
이때부터 선박은 선명으로 불리게 된다.
명명식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서 기원했다는 설, 북유럽 바이킹족이 활동하던 중세 초 선박을 새로 건조하게 되면 바다의 신에게 배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의 일환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 풍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기독교의 세례 의식이 접목돼 선박이 건조된 뒤 샴페인을 터뜨려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변질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명식에서 뱃머리에 샴페인 병을 힘껏 부딪쳐 깨뜨리는 행사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이번 선박 명명식에서는 권세아 상무가 “해신 제로”호의 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대부분 선주의 부인이나 딸, 선주 회사 여성 고위 관계자 등이 하는 관례이고, ‘해신 제로’호가 갖는 의미를 고려해 권세아 상무가 직접 스폰서를 하기로 한 것이다.
명명식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명명식을 진행하던 총무팀 직원이 말했다.
“그럼, 해신해운 장보고 사장님을 모시고 축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짝짝짝.
나는 큰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섰다. 단상에 서서 사람들 향해 인사를 한 후 마이크 앞으로 섰다.
“존경하는 유진태 사장님과 태성중공업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해신해운 임직원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금융 위기의 파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해신해운은 태성중공업과의 협력으로 그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해신해운과 태성중공업 양사의 우정과 협력의 산물이 또다시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해신 제로’호입니다. 해신해운은 지난 금융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정기 선사 탑 5에 드는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5년 이내에 탑 3 정기 선사로 진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이 해신 제로호가 있을 것입니다. ‘해신 제로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 선사인 해신해운과 조선소인 태성중공업의 자긍심으로 세계를 누빌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갑시다!”
“와와아!”
“짝짝짝!”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명명식의 마지막은 조선소에서 준비한 샴페인 병을 선체에 던져 깨트리는 세리머니.
이때 샴페인 병을 선박을 향해 던지는 영광은 선박의 스폰서에게 주어진다.
권세아 상무가 앞으로 나섰다.
“세아야, 한 번에 깨트려야 되니 세게 던져!”
권세아 상무는 나의 잔소리가 귀찮은 듯 손을 들어 올려 뒤로 휙휙 내저었다.
권세아는 가냘픈 체구에도 불구하고 힘이 좋았다. 그녀가 내던진 샴페인 병이 ‘해신 제로’호 선체에 부딪히며 기분 좋은 소리가 퍼져 울렸다.
병과 유리가 부딪쳤을 뿐인데 마치 종소리 같은 맑은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해신 제로와 해신해운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띠링! >
+
<메인 퀘스트를 달성을 축하합니다.>
“메인 퀘스트 달성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활약으로 당신은 세계 5대 선박왕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상 :
– 명성이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 당신의 글로벌 명성이 상승했습니다.
– 칭호 [선박왕]를 획득했습니다.
+
‘아!’
이제 퀘스트도 끝인가?
선박왕 퀘스트가 달성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신해운은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탑 5에 이름을 올렸다. 나를 선박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떴다는 것은 이제 업계의 사람들 사이에 내가 선박왕이라는 것이 공지의 사실이나 다름없다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음?”
< 띠링! >
+
<메인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른 메인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이 세계의 유일한 선박왕으로 등극하세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