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에필로그
“박 대장. 천룡검신은 아직 소식이 없나?”
“……곧 돌아오시겠지요.”
이정용과 박명칠의 대화는 그것으로 끊겼다.
계룡문 대표실은 다시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가끔 깊은 한숨 소리가 울렸을 뿐.
마주 앉은 둘의 머릿속을 채운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천룡검신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서림의 일행이 도착할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다.
지난번에 균열에서 나왔을 때는 파천궁의 북경에 들렀다가 왔는데도 이보다 훨씬 빨리 계룡에 도착했었으니까.
‘서 대표. 무사히 균열에서 빠져나왔지? 그렇지?’
박명칠은 수천 번 반복한 질문을 다시 되물었다. 하지만 그 말에 대답해 줄 사람은 지금 이곳에 없었다.
그날 이후 세상에서 균열은 사라졌다.
그날, 균열이 사라지고, 블랙데이가 끝났던 날.
균열에서 기어 나온 괴물은 균열과 함께 소멸했다. 거대한 괴물들의 형체가 흐릿해지며 세상에서 지워지던 그 광경은 세계 전역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화이트 데이.
신(新) 개천절.
대종식.
해방의 날.
THE DAY.
그날에는 여러 이름이 붙었으나 어떤 이름이든 가리키는 바는 같았다.
블랙데이의 종식-.
수많은 사람들이 형성한 생명석을 짊어지고 균열에 들어간 서림의 일행이, 그 마지막 작전에 성공한 것.
하지만 그 작전에 성공한 서림 일행은 그 후 몇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균열 속에는 거대한 아공간이 있다고 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세계수의 힘에 의해 만들어졌고 세계수의 힘에 의해 유지되는 공간.
그 공간 역시 균열이 사라지면서 사라졌을 터.
균열 속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박명칠은 잘 알지 못했다. 지난번에 돌아왔던 서림에게 그 안의 형상을 느긋하게 물어볼 상황은 아니었다.
‘나도 함께 들어갔어야 했는데…….’
후회를 되새기는 박명칠의 귀에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염화검제의 얼굴에도 수심이 짙었다. 염화검제가 천룡검신을 귀하게 여기는 줄은 알았으나 이토록 걱정할 줄은 몰랐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에 누구보다도 탁월했던 계룡문의 대표를 떠올리며, 박명칠이 마음을 다잡았다.
“검제님. 한숨 쉰다고 서 대표가 돌아올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 할 일이나 하죠.”
이정용은 박명칠을 새삼스럽게 응시했다.
몇 년 전 랭킹전에서 마주쳤을 때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얼어 있던, 그 각성자라고 믿어지지 않는 당당함이었기 때문.
‘계룡문은 다 이런가? 어찌 이리도 빨리 성장하나?’
그 시선을 눈치챈 듯 박명칠이 가볍게 어깨를 추켰다. 그 모습이 서림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제대로 안 해 놓으면 돌아온 서 대표에게 얼마나 욕을 먹겠습니까? 으으……. 제 대가리가 무사하려면 이대로는 안 됩니다.”
“서 대표가 참 사람을 잘 키우는군. 내 아들도 역시 계룡문에 입문시켜야겠어.”
“진심이십니까? 다시 생각해 보시죠.”
박명칠이 몸을 떨고는 책상에 펼쳐져 있는 지도를 가리켰다.
한반도 전국지도.
지도의 곳곳에 군데군데 붉은색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아직 괴물의 서식지가 남아 있는 지역이었다.
균열에서 기어나온 괴물들은 그날 모두 소멸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지상에 자리 잡아 필드화를 완료한 괴물들은 그들과 궤를 달리했다.
블랙데이가 아닐 때에도 존재했던 괴물들. 이 땅에서 종족 나름대로 뿌리박고 번식을 시작한 괴물들은 그날 이후로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각련은 한반도 곳곳의 괴물 서식지를 차례로 소탕하는 중이었다.
이 원정이 완전히 끝나는 날, 인류는 진정한 해방을 맞이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도-.
“여기는 무등길드에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청량산 주변은 계룡문에서 일부 지원을 보내고 서문길드를 중심으로 원정을 진행 중이고요. 문제는 북한인데…….”
“개마고원에는 상급 괴물들이 많지. 과거부터 줄곧 그랬으니.”
“네. 더군다나 지난 블랙데이의 피해도 극심한 터라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남한의 정리가 완전히 끝나고 이후 계룡문과 대한길드의 핵심 전력을 이끌고 북쪽 원정을 떠나는 게 좋을 성싶습니다. 검제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동의하네. 하지만 가급적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네.”
“그래야지요.”
박명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마무리. 지금은 그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
“검제님 마력은 안녕하십니까?”
“아직은 멀쩡하다네.”
“그것 참 다행이군요.”
“안심하기에는 이르지.”
대종식 이후 바뀐 것은 균열과 괴물의 소멸만이 아니었다.
각성자들의 능력은 그날 이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의 양상은 제각각이었다.
갑작스럽게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조금씩 마력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었다.
양상은 다양했으나 원인은 확실했다. 문이 닫히며, 초월계와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
“방위단장은 어떤가?”
“저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이정용과 박명칠은 그들의 마력이 과거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약한 소리를 지껄일 때가 아니었다. 마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괴물 서식지를 하나라도 더 소탕해야 했으므로.
“북쪽 원정은 보름 후. 어떠십니까?”
“좋군. 대한길드에서는 그전까지 한반도 중부의 서식지 소탕을 완료하겠네. 강원도에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이 몇 있…….”
갑작스럽게, 이정용이 말을 멈췄다.
박명칠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정용의 얼굴을 응시했다.
“……자네. 이 소리 들리나?”
박명칠은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멀리에서, 아주 멀리에서 무엇인가 소란스러운 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님, …생겼…….
-…끼아…….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한 번씩 고함이 튀어올랐다. 비명 소리가 그 위에 겹쳐지고, 다시 환호가 그 모든 소리를 뒤덮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둘러 대표실을 뛰쳐나갔다.
저어기 광장 너머 멀리,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일단의 무리가 계룡성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이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멀기도 했으나, 그를 에워싼 사람들의 숲에 파묻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점차 커지는 사람들의 환호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하고 있었으므로.
“……천룡검신이 돌아왔군.”
“서 대표!!!!!”
어디선가 나타난 월매가 일행의 선두를 향해 급강하했다.
인파 속에 파묻혔던 월매는 곧 날갯짓을 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크고 흰 매의 등 위에 올라탄 이가 그를 향해 쏟아지는 환호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귀를 터뜨릴 듯한 환호가 더한층 크기를 더했다.
계룡성의 모든 성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온 듯했다. 아니, 정말로 모든 성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환성과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천천히 계룡성을 한 바퀴 돈 월매가 계룡문 본부의 활대에 내려앉았다.
이정용은 눈을 껌벅였다.
그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물이라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자식들을 그리도 많이 잃었을 때에도 흘리지 않았었는데-.
수도꼭지가 터진 듯 눈물이 흘렀다. 이정용은 그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채 멀거니 앞을 응시했다.
그가, 박명칠이, 계룡문도가, 계룡성민이,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이가 월매의 등에서 사뿐히 뛰어내리고 있었다.
천룡검신 서림.
아침 태양이 뿜어내는 햇살처럼 밝게 웃으며 서림이 성큼성큼 걸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서림을 향해 이정용이 팔을 벌렸다.
먹먹한 목소리로, 그가 서림을 불렀다.
“천룡검…….”
서림이 빠른 속도로 이정용의 곁을 스쳐 지났다. 그리고, 박명칠을 꽉 부둥켜안았다.
“명칠이 형!”
“서 대표!”
이정용이 머쓱파게 팔을 내렸다. 얼굴을 뒤덮은 눈물을 슬며시 닦은 이정용이 서림의 찢어진 오크 가죽 셔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정용까지 순서가 돌아가기에는 아직 멀었다.
“뀨우욱! 뀨욱!”
“야! 아프다고!”
월매가 커다란 부리로 서림의 머리를 마구 후벼파고,
“대표님!!! 돌아오셨어요!!!”
“대에에에에표오오오오니이이이임!!”
조은조와 이바름이 날듯이 달려와 서림을 부러뜨릴 듯 껴안았다.
“저기, 검신, 나도 여기 있네만…….”
계룡민의 가족적인 끈끈함이야 익히 알고 있던 바.
이정용은 낙심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혼돈의 도가니탕과 같은 재회가 끝난 뒤.
비로소 이정용은 서림과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염화검제님. 몸 성히 계셨네요?”
“검신 자네야말로 고생 많았네.”
“뭐, 고생이야 졸라리 했지만요.”
서림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끝났으니까 된 거 아니겠어요?”
이정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사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한 느낌이었다.
천룡검신이 돌아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
“흐엉엉엉엉엉, 대표니이임……!”
“이바름 너는 애 둘 아버지라는 놈이 언제까지 질질 짤래? 조은조 봐라. 저렇게 의젓하잖아. 역시 아버지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림아! 은조가 숨을 안 쉰다!”
“은조 언니!”
아무튼 참 불변하는 놈들이다. 이놈의 우당탕탕 은영단이란.
다행히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목 날아간 녀석들은 없었다. 그새 이바름의 새로 자라난 이바름의 팔목이 아기 피부처럼 뽀얗기는 했지만.
“이제 충분히 반기지 않았냐? 좀 떨어져라.”
“하지만 대표님, 이게 몇 달 만인데요! 손 놓으면 다시 대표님이 훌쩍 사라질 것 같다고요……. 크엉엉엉…!”
“맞아요. 돌아오실 때가 이미 지났는데 안 오셔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대표님은 절대 이해 못 해… 악윽악!”
조은조가 대가리를 움켜잡고 널브러졌다. 녀석에게 붙잡혀 있던 오른팔이 겨우 편해졌다.
그러니까 이바름, 박명칠 니들도 이제 좀…….
“대표님! 저도 대가리 후려주세요!”
“크흠, 서 대표. 나도 한 대 후려쳐주련?”
니들 다 하하민 옮았냐?
뭐, 소원이라면야.
“읍꺅꺆!”
“꺄웅!”
애들의 흥분이 가라앉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박명칠이 머리 위에 매단 혹을 주무르면서 헤벌쭉 웃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을 뜨지도 못한 채 팅팅 부어서 실실거리니 아주 괴상한 표정이다.
“명칠이 형. 이거 설명부터 해야지?”
“안 그래도 지금 검제님과 의논하던 중이었다. 아직 지상에 남아 있는 괴물 서식지다. 림이 너도 알겠지만, 지상에 자리잡은 괴물들은 대종식의 날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아서…….”
알지. 알다마다.
시베리아에 서식하는 그 남아 있는 괴물들 잡아 죽이느라 이렇게 도착이 늦었으니까.
“…그래서, 마력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소탕을 끝낼 계획이다.”
“그건 걱정 마. 내가 쓸 만한 애들을 데려왔거든.”
나는 가볍게 어깨를 추키며 곁눈질로 계룡문 광장을 가리켰다.
각 잡힌 수만 명 각성자들이 광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오아시스의 놈들이다.
마력이 사라진 놈들도 있었지만 적게나마 남아 있는 놈들이 절반가량.
세계수를 박살내고 공간이 이지러지기 시작했을 때 저놈들 데리고 빠져나오려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어휴, 진짜 말도 못 한다.
그래도 데리고 나온 뒤로는 썩 쓸 만했다.
삼십 년 동안 전투로 단련된 각성자들.
시베리아의 벌판을 통과해 온 녀석들이니 개마고원의 괴물 서식지 정도야 식은 죽 마시기나 마찬가지일 터.
박명칠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또 이상한 사람들을 주워 왔구나.”
“그리고, 그깟 마력 없어지면 뭐 어때?”
“……그깟, 마력?”
박명칠은 이제 얼떨떨함을 넘어 얼빵한 얼굴이었다. 이정용과 이바름과 조은조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녀석들을 한 바퀴 둘러보며, 내가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렸다.
“내력이, 돌아오기 시작했거든.”
***
스촤아아앗!!!!
희게 빛나는 의혼검의 검날이 오미호의 모가지를 꿰뚫었다.
검날을 비틀어 뽑아내자, 놈의 체액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튀어올랐던 거대한 여우괴물이 쿠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거의 끝나가는구나.”
“그러게.”
나는 검을 어깨에 얹은 채 주변을 잠시 응시했다.
원정대의 수습반이 괴물의 사체를 부지런히 분해해서 필요한 부위를 수레에 차곡차곡 얹고 있었다.
오우거의 심장은 이제 힐링포션이 아닌 새로운 영약의 재료가 될 것이다. 각성촉진제의 주재료였던 오미호의 간도, 키메라의 비늘도.
대환단 샘플을 건네받은 정하영은 자신이 꼭 새로운 영약을 완성하겠다며 의욕에 가득했다.
이름도 이미 붙여 놓았다. 천룡단(天龍丹)이라나…….
하아.
왜 다들 천룡을 못 붙여서 안달이냐고.
멀쩡한 나라 이름으로 천룡국이 뭐냐고. 진짜 사이비 집단 이름 같은데.
“림아. 계룡에 돌아가면 곧바로 천룡국 대통령 취임식이겠구나.”
최지수가 내 생각을 읽은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대통령까지 해야 돼? 나 이제 쉬고 싶은 사람이야.”
“림아.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구나. 입꼬리가 아주 높게 올라가 있다.”
“까륵.”
“사람들이 그리도 너를 믿는 것을 어쩌겠느냐?”
“그래, 많이 고생해. 형.”
“……그게 무슨 소리냐?”
무슨 소리기는.
블랙데이 이후 최초의 직접선거에 의해 천룡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은 나 천룡검신 서림이지만, 앞으로 쌔빠지게 고생할 사람은 대통령의 오른팔인 계룡우룡 최지수라는 소리지.
…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최지수를 향해 싱긋 웃었다.
“……림아. 설마 계룡문 대표를 할 때처럼 자리를 비울 생각은 아니겠지?”
“에이. 누가 들으면 내가 놀러 다닌 줄 알겠네. 그때는 어디까지나 괴물 막느라 바빠서 그런 거지.”
“정말이겠지?”
“형. 내가 누군지 몰라? 나 천룡검신 서림이야. 나 한입두말 안 하는 사람이라고요.”
“알지, 알다마다…….”
최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의심의 기색을 다 거두지는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야지. 대통령? 와, 진짜 귀찮아 뒈지겠…….
“뭐야? 형들 둘이서만 왜 사이 좋냐?!”
저어기 머얼리서 오크 두 마리를 차례로 해치운 김강산이 파드득 이쪽으로 달려왔다.
녀석의 검끝에 희뿌연 기운이 은은하게 맴돌고 있었다.
내력의 사용에 꽤 익숙해진 모습이다.
한 번 마력으로 경지에 올라서 그런지 성장이 꽤나 빨랐다.
……이번 원정으로 괴물 소탕이 완전히 끝나면, 김강산 녀석 데리고 산천유람이라도 해볼까.
“산아. 벌써 내력의 사용에 많이 익숙해졌구나.”
김강산이 씩 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가슴팍은 왜 그렇게 내미냐? 그러다가 오크 가죽 터지겠다, 이놈아.
“당연하지! 내가 누구 제자인데.”
“야. 설마 내 제자라는 정신 나간 소리는 아니겠지?”
“림이 형 아니면 내 스승이 누가 있겠어?”
“나 너 같은 놈 제자로 들인 적 저어얼대 없거든.”
“발모세척 그거, 스승이 엄청 아끼는 제자한테나 해 주는 거라면서? 나 은창이 형한테 다 들었거든!”
“……대머리 머리통 씻냐? 발모세척 아니고 벌모세수거든.”
“아무튼 그거!”
김강산 녀석이 히죽거리며 최지수와 나 사이로 큰 몸뚱어리를 우겨 넣었다.
내가 미쳤지. 이런 놈한테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해주다니.
“대표님! 부대표님! 왜 산이 선배랑 셋이서 히죽거리고 있어요?! 저도 껴주세요!”
하하민이 다짜고짜 달려들어 내 목에 매달렸다.
“하하민, 떨어져라. 무겁다.”
“싫은데…, 옙!”
오른손을 들어올리기 무섭게 하하민이 경례를 붙이며 떨어져 나갔다.
“사형, 여기도 다 끝났……. 어? 뭐야? 왜 여기서 다 놀고 있어요?”
서은창이 총총거리며 달려왔다.
애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 높고 낮은 웃음소리가 연달아 귀를 파고들었다.
그 소리들을 일일이 귀에 담을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도 녀석들은 계속 내 곁에 있을 것이므로.
나는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들을 가볍게 흘려보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뚝한 산봉우리에 걸린 희끄무레한 낮달이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곳도 월악이구나, 소화야.’
안녕하세요? 멸환검의 작가, 쌍분서생입니다. 멸환검이 완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독자님들의 덕입니다.
읽으시면서 즐거우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동안 많이, 정말 많이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