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55
Chapter 155 – 악마(4)
“저 사람 악마의 탑에서 강해지고 있었군.”
“하긴, 저번에 영상에서 보니까 황금 불꽃을 다루던데, 마인한테 치명적이니 악마한테 와도 이상할 건 없었지.”
길드원들이 수군거린다.
가면을 쓴 남자는 자신의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었다.
‘왜 우리 길드랑 합류한 거지?’
성한별은 가면을 쓴 남자를 바라봤다. 솔직하게 말해서 팀장이 처음 가면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는 거절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메리트가 없으니까.
악마의 탑 같은 사냥터에서 속성의 유리함의 이점은 어마어마하다. 가면의 남자처럼 단독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떤 파티를 하러 가든 양팔을 벌려 환영하리라.
길드 화랑의 급이 높은 것은 맞지만, 가면의 남자 정도가 된다면 굳이 길드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최상격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무력은 그런 것이다. 전 세계를 뒤져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존재.
그것이 바로 최상격이라는 이름이니까.
“저 사람 너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언니도 참. 그런 사람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성한별의 옆에 있던 언니라 불린 이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치만 봐봐. 아까부터 시선을 이쪽으로 두고. 처음 팀장이 저 가면남에게 말했을 때, 시선도 이쪽에 있었는걸?”
“……착각이에요.”
성한별은 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평소에는 가식이 없어서 쉽게 거짓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다만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감각에 특화된 존재니까.
보는 재능이나 느끼는 재능을 가진 이는 쉽게 볼 수 없다.
“그래도 괜찮아 보이지 않아? 한별이 2학년의 기대주다 뭐다 해서 바쁘게 살았잖아. 원래 그 나이대 애들은 다 연애하고 노는데~.”
“연애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너무 큰 사명감을 지닌 것 같은데.”
언니라 불린 이는 쓰게 웃었다. 자신은 저 나이대의 친구들하고 열심히 놀았는데.
“사명감이 아니죠. 마인들은 항상 세계를 정복하고 싶어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인간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한 채, 빌런과 영웅으로 나뉘어서 서로 대립하고 있어요. 빌런들은 사회의 법을 무너트려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고 하고, 영웅들은 빌런들을 제지하고 마인들을 겨우 제지하는 데에 그치고 있죠.”
“그건 어른들이…….”
“저도 어른이에요. 그리고 그 어른들이 제대로 못 해서 상황이 안 좋은 것이고요.”
고지식하다.
언니, 문달래는 쓰게 웃었다. 그녀는 성한별이 조금은 더 또래처럼 발랄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건 무리겠지.
‘부러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성한별은 너무 올곧다.
문달래는 올곧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부러졌다. 사람들은 모두 정의롭지 않다. 모두 마인들을 절멸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해관계가 마인과 빌런과 어느 정도 맞물리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장 나도 그렇고.’
사람들은 훗날의 위험을 걱정하지 않는다. 당장 100년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대비하는 이는 극히 소수다. 대부분은 오늘 하루하루를 걱정하면서 살아간다.
문달래는 지금 길드원들 전부 무사히 악마의 탑을 공략하고, 무사히 돌아가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합류한 가면남을 경계하면서도 환영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그가 알게 모르게 성한별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문달래는 가면남을 봤다.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슬랙스와 옷. 검은색 일색이지만, 감각이 경고를 보내는 것을 보면, 모두 마법 물품일지도 몰랐다. 혹은 저런 옷을 입고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탄탄한 육체에 현혹해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얼굴이 작은 것을 보면 미남일 확률이 극히 높았다.
‘이어줄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꽤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좀 더 경계를 걷으면 말이다.
문달래는 가볍게 말문을 트기 위해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가면남씨? 그쪽? 어떤 쪽이 더 편할까요? 아니면 이명 대신 별명으로 붙은 검은 사신은……?”
“그냥 편하게 불러라.”
“검은 사신 씨?”
가면남은 자신을 바라봤다.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이 가면 너머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거 말고.”
“아니면 백면?”
“…….”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문달래는 키득거리다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성한별을 바라봤다.
‘아, 반응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놀렸네.’
문달래는 자책하면서 성한별 쪽으로 갔다.
그러자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슬쩍 찔러보고 왔는데, 가면남이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저한테요?”
“응. 옷 위로 보이는 태 보면 비율도 좋고, 잘 생긴 것 같은데, 어때어때?”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게 보여요?”
“난 감각에 특화되어있잖아. 저 가면 효과별로 안 받아. 그래도 얼굴 작은 것 정도만 보이지만.”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달래는 문득 그 형태가 익숙한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다들 조용. 적 무리를 발견했다.”
팀장의 말에 둘은 조용하고 조용히 싸움을 준비했다.
성한별은 서서 주문을 외웠다.
그녀가 가진 재능은 대부분 그녀의 수명 자체를 깎아 먹는다. 법의 서와 무한의 잔은 그녀가 학생 수준이 아니라 상격의 존재와 맞설 수 있는 힘을 주지만 대가가 너무 크다.
그러나 그것이 없다고 해서 그녀가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불꽃.”
그녀가 말하자 불꽃이 그녀의 손에 머물렀다.
양 손을 모은 곳에 생겨난 불꽃. 여기에 점을 새긴다. 선을 그린다. 마나로 이루어진 법칙들이 불꽃을 변형시킨다.
파직.
번개가 인다. 바람이 분다. 그것들이 불꽃에 더해졌다. 크기를 부풀리며 번개가 불꽃에 감돌았다.
보조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 관통, 저항력 감소, 목표 조준, 유도 마법. 찰나에 네 개에 달하는 보조 마법을 건 성한별이 불꽃 뒤에 자그마한 불꽃을 만든다.
‘격발.’
콰앙!
작은 불꽃이 터진다. 격철(擊鐵)을 치듯이 터진 불꽃이 번개 불꽃탄을 가속. 그것이 입을 벌린 헬 번의 입을 관통했다.
‘꽤 괜찮아.’
공격력이 강해서 마수의 급소를 노리면 죽일 수 있고, 못해도 경직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마나가 많이 들고 머리가 아파서 문제였다.
‘그 사람이라면 쉽게 처리했을 텐데.’
한 소년이 떠올랐다.
한국 영웅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1학년 수석.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길드와 협회, 정부가 주시하고 있는 남자. 길드를 만들자마자 그 소식이 자신한테 전해지는 게 1시간도 걸리지 않았던 소년이.
‘은하 길드랬나.’
많은 말들이 있었다. 면면이 화려한 걸 보면 소수 정예를 노리니 별들을 모으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여자들밖에 없어서 하렘 길드를 만든다는 소문까지.
성한별은 전자와 후자 모두라고 생각했다.
이서하는 겉보기에도 행실이 바르게 보이지 않았다. 잘생긴 얼굴을 믿고 여기저기 여자들을 찌르고 다니니 여자들이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여자들도 자존심 없이 한 남자에게 매달리는 게 불쌍하게 보였다.
그래서 성한별은 이서하가 싫었다.
“한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상념에서 벗어난 성한별이 멍한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케륵!”
그림자로 감싸진 마수가 자신을 노리고 있었다. 잠깐의 방심. 그러나 그 방심은 자신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를 정도로 위험했다. 그것이 자기 목을 노리기 전.
가면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황금의 불꽃이 손에 머물렀다.
쾅!
그것을 성한별을 노리는 마수의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가 터지면서 죽어버린 마수. 과연 상극의 힘이었다. 저 마수는 머리가 단단해서 일격에 처리하기 힘들 텐데…….
“괜찮나?”
“네? 네! 아,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전투 중에 한 눈 팔지 말도록.”
“……네.”
“그리고 마법을 쓸 때 힘을 좀 더 덜어내라.”
“힘을 덜어내라고요?”
“그래.”
성한별은 반성하며 전투에 임했다.
‘힘을 덜어내라고?’
성한별은 조금 전의 마법을 다시 한번 발동하면서 그의 조언을 따랐다.
힘을 조금 덜어내자 마법이 조금 더 강해졌다.
‘뭐지.’
약간의 조언이지만, 이런건 어지간한 눈썰미로 할 수 없었다.
근접전투를 하지만 마법에도 정통하다는 건가. 점점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성한별은 가면남을 바라봤다. 가면남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서서 마수들을 정리하는 걸 도와줬다.
전투가 끝난 후, 잠깐의 쉬는 시간.
문달래는 성한별에게 다가왔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봤지, 봤지? 계속 너 보다가 네가 위험하니까, 바로 도와주는 거.”
“……착각이겠죠.”
“아니, 내가 지켜보고 있었다니까? 이거 백퍼센트 관심이 있는 거야. 연애 100단인 내가 장담한다니까? 그리고 아까 둘이 속닥거리면서 이야기 하던데 분위기 뭐야~”
“언니 모솔이시잖아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달래는 자기 가슴을 두들겼다. 작은 가슴이라 두들겨도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성한별은 문득 그녀의 가슴이 부러웠다. 나는 커서 저런 게 안 되는데.
“야, 너 내 가슴이 작다고 욕했지?”
“아뇨, 부러워 한 건데요? 근접전투 할 때 이게 커서 얼마나 불편한지 아세요?”
“하, 진짜.”
문달래는 성한별을 흘겨봤다.
성한별은 문달래와 투덕거리다가 팀장과 이야기하는 가면남을 바라봤다.
“이야, 역시 실력이 장난 아니신데요?”
“저도 놀랐습니다. 길드원의 수준이 높군요.”
“하하, 여기에 가면님도 계시면 더……아, 죄송합니다. 능력이 너무 탐나서 저도 모르게.”
순간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일었다. 자신이 그를 지켜보자 그도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겠지…….’
다만 그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
“저기 있지, 검은 사신님. 우리 한별이에게 관심 있죠?”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을 걷는 문달래.
나는 그녀를 무시했다.
‘당연히 있지.’
오히려 없는 게 이상했다.
그러나 저 질문에 답한다면 어떤 것이 되더라도 그녀가 나를 귀찮게 할 게 뻔하기에 나는 무시로 일관했다.
“아까부터 한별이를 쳐다보시는데……한별이가 책임감이 굉장히 강한 아이거든요. 마인들을 엄청나게 혐오해요.”
“그렇겠지.”
성한별은 마인이 일으킨 사건의 피해자다.
그들이 인신 공양으로 부른, 재해에 그녀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었다. 그 대가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무한의 잔과 법의 서라는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각성했지만.
‘아니, 각성했다고 보기에도 우습지.’
지금은 누구도 모르는, 그녀가 각성한 진짜 재능에 집어삼켜진 것이다.
무한의 잔과 법의 서는 그 잔재에 불과하다.
“역시 관심이 있으시네요? 한별이가 마인 싫어하는 걸 아시다니.”
“…….”
나는 다시 침묵했다.
그러나 앞뒤가 똑같은 문달래는 계속해서 나를 귀찮게 했다.
“저희 한별이가 한국 영웅학교의 학생 회장인 거 아시나요?”
“안다.”
“2학년인데 3학년들을 제치고……어라, 알고 있었어요? 그럼 이건요? 사실 한별이가 솔의 눈이랑 데자와 좋아하는 거 아세요?”
안다.
성한별이라는 내 최애캐의 둘뿐인 단점이니까.
그러다가 얼마 안 가, 우리는 멈췄다.
창천 길드의 문양을 지닌 시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꺅!!”
“맙소사! 저건 창천 길드의 문양이잖아!?”
길드원들이 동요한다.
한국의 삼대 길드라 불리는 창천의 길드 문양이 새겨진 이들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건…….”
“죽은 지 얼마 안 됐군. 그런데 이상한데? 이건 어떤 짐승에게 할퀴어진 것 같은데, 이런 크기의 짐승은 이곳에 없을 텐데?”
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악마의 탑은 아직 이들에게 있어서 미지의 세계다. 모르는 것이 생겼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일확천금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죽음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우선 소규모로도 장례식을 치르자. 이들의 물건은 팀장인 내가 보관하고, 창천에 건네주겠다.”
팀장은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후퇴할지, 나아갈지 고민하는 표정. 그러나 그 표정은 이내 풀리면서 길드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이곳에서 원정을 그만둔다. 뭔가 이상해. 창천의 2군들이라도 우리 길드와 수준 차이는 그리 나지 않는데 모두 죽었어. 무언가 이곳에 있어.”
좋은 결정이다.
길드원들 대부분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
나는 탑의 위를 바라봤다.
검귀의 감각이 날카롭게 경고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있던 일과 같이.
‘위험한 존재가 있다는 건가?’
손톱의 자국을 보면 특정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 올 일이 없다.
‘아니, 속단하기는 이르다.’
지금까지 많은 뒤통수를 맞았는데, 속단할 수는 없다.
정체가 누구일까 고민하고 있는데, 예리해진 감각에서 여러 명의 기척들이 느껴졌다.
성신안으로 훑어보니 창천의 문양이 새겨진 갑옷들을 입은 무리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 김서현이 있었다.
팀장하고 그들의 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만나서 대화했다.
김서현은 내 쪽으로 슬쩍 오면서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서하는 왜 화랑 애들하고 같이 있어?”
“……어떻게 알아본 거야?”
“그냥 체형이나 관절의 형태, 땀 냄새 같은 걸로?”
“…….”
나는 김서현이 조금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