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8
Chapter 68 – 위천의 여단
제자라.
나는 잠깐 고민했다. 천견은 무공이나 마법따위에 두루두루 능통하지만, 패왕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가 가진 무공은 패력적이다.
‘흑신무와 꽤 어울릴 것 같은데.’
나는 슬쩍 흑천에게 눈짓을 보냈다. 흑천이 뭔가 자존심이 상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흑신무는 그 자체로도 완전하다. 다른 무공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그런가?’
그럼 아쉽지만 포기하는게 맞았다.
“그럼.”
“내 제자가 된다면, 네가 내 딸과 교제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
패왕이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분위기는 진지해 보였다.
“어째서 저를?”
“네 그릇이 탐이 난다. 육체는 무를 담을 수 있는 그릇. 내 장자라는 놈은 그 그릇이 아라의 절반만도 못하지.”
“제 육체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대단하고말고. 가히 거인족의 육체에 맞먹는다. 아니, 너의 경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
“……그런가요.”
“그렇다.”
패왕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멈칫했다.
“쯧.”
패왕이 혀를 차며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교장실 쪽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듯이 입을 달싹였다.
“나잇값도 못하는 것아. 기회란 먼저 잡는 쪽이 우선이다. 침을 묻혔다고 끝이 아니지.”
패왕은 어딘가 악동같은 미소를 짓고는 나를 바라봤다.
“나잇값도 못하는 것이 괜한 것을 탐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군. 어처구니가 없어. 아무튼 나는 할 말은 다 했다.”
그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잊어버린게 떠올랐다는 듯이 작은 탄성을 내뱉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축하한다. 영웅의 길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을. 너 정도의 존재가 그 경지에 발을 내디뎠다면 어디가서 맞고 다닐 일은 없겠지.”
***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나는 몸을 점검했다.
‘바뀐 점은 딱히 없는데.’
굳이 찾자면, 좀 더 역천을 불어넣어 경파를 실을 수 있어진 것 정도?
-주인의 역량 때문이다.
-서하 님이 가진 역천 지배력은 전대 천마 님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요.
‘그런가.’
내 고민에 흑천과 영천이 말했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하는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중격이랑 하격은 별 차이가 없으니까요.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중단전을 생성하는 것이나, 무기나 신체에 경파를 두를 수 있는 걸 중격이라 하니까요.
-흑신무의 오의도 별반 다를 거 없을 거다. 주인은 애초에 자기 자신에게 허용된 힘을 항상 넘어들 듯이 사용했으니까.
-맞아요. 원래 하격이면 흑신무를 배우면서 허우적거려야 된다고요.
‘그런가.’
흑천과 영천이 어처구니없는 어투로 항의했다.
개념 스탯이 큰 역할을 한것 같다. 개념 스탯을 얻은 직후의 난 역천을 자유자재로 다루니까.
역천은 다루기 힘든 힘에 속하지만, 나는 역천을 다룸에 있어서 애를 먹은 적이 없다.
‘애초에 역천이 내가 생각한대로 움직여서.’
나는 역천으로 실타래를 뽑듯이 뽑아냈다. 흑천과 영천의 말대로라면 굉장히 고난이도에 속하는 기예지만, 나는 굉장히 손쉽게 만들어냈다.
“이게 어렵다라.”
-……일반적인 마나로도 그러한 기예를 보이는건 쉽지 않다.
-가끔씩이지만, 서하 님은 얄미운 때가 있네요.
그렇게 말해도 체감이 되질 않는데.
나는 흑천을 들고, 역천을 둘렀다. 웅웅! 흑천의 검신에 경파가 둘러진다. 역천으로 이뤄진 경파.
검기는 아니다.
검기는 스스로의 법칙을 만들고, 그것이 세계에 침범했을 때가 되어야 쓸 수 있는 기예이기 때문이다.
검귀, 나박천 같은 경우는 그 힘을 무엇이든 가를 수 있는 법칙으로 승화시켰다. 사지가 없는 상태에서도 동굴의 벽을 아무렇지 않게 베어낼 수 있는것이 바로 그 이유.
다만 이렇게 무기에 경파를 두를 수 있게 된다면, 검기와 어느정도 대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무튼 주인, 축하한다. 이렇게 빨리 중격에 들어선 것은 주인이 처음일거다.
-역시 서하 님이에요. 그런데 서하 님이 하격이 된게 언제죠?
-지금이 6월이니 벌써 2개월이 되었나?
-……농담하는거죠?
흑천과 영천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새삼스레 내가 중격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달라진 점은 없지만.
나는 훈련장으로 들어가서 오늘 할 훈련을 마저 했다.
***
기말평가가 끝나고 방학식이 시작되었다.
방학식은 간단하게 치러졌다.
서예빈이 간단하게 훈화 말로 몇 마디 하고, 담임이 으레 그렇듯 방학에 너무 퍼지지 말라고 간단한 조언을 하고.
“다들 알고 있겠지만, 너희는 한국영웅학교에 입학한 학교의 얼굴들이다. 너희가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서우주 교관의 기나긴 잔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방학식이 시작하고 일주일 후에 인턴 생활이 시작되니 다들 길드의 수칙들을 외우고 가도록.”
““네.””
학생들이 크게 답했다.
그리고 약 5분간의 말이 지속되고, 서우주 교관이 방학임을 알리고 밖으로 나갔다.
“서하는 방학 때 뭐 할거 있어?’
“딱히 없는데. 적색마탑에 가는거 빼고.”
하나 더 끼우자면 환몽의 탑 클리어 정도이려나?
환몽의 탑은 난이도로 따지자면 어려운 축에 속하지만, 나는 역천의 기운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
‘오히려 너무 쉬워질 것 같은데.’
내가 상대해야할 괴수는 중격의 괴수 하나 정도이려나? 몽마형태의 괴수지만, 별로 힘들지 않을테니.
“우리 할아버지가 서하 보고 싶다고 했는데.”
“……천의 마도사가 날?”
“응.”
김서현이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동경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빛이었다.
‘요즘 들어서 초월자들하고 뭐이리 연관이 많지.’
천의 마도사.
김서현에게 술법을 사사하는 존재다. 패왕은 김서현이 배운것을 단순 잡기로 치부했지만, 패왕이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음……시간이 나면, 갈게.”
“하긴, 서하도 이것저것 바쁘겠지?”
김서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리고 앞을 바라봤다. 에르실이 생글생글 웃으며 있었다.
“이야기하시는 중에 죄송한데, 저희는 좀 빨리 가야 할것 같은데, 먼저 가도 될까요?”
“……왜 빨리 가는데?”
“홍유화의 할아버님이신 적탑주께서 저희를 초대했거든요.”
에르실이 품에서 초대장을 꺼냈다.
적색의 봉투에 금색의 인장이 각인되어있는 고풍스러운 초대장. 에르실은 그것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 너희도 가?”
그리고 김서현이 환하게 웃으며 품에서 초대장을 꺼냈다.
적탑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지만, 적탑주는 소탈한 성격을 지녔다. 그렇기에 몇 안되는 지인들만 초대했지만, 김서현의 할아버지는 안타깝게도 그 몇 안되는 사람에 드는 존재였다.
***
우리는 호텔 앞에 있었다.
적탑주의 잔치라서 그런지 호텔 하나를 통채로 빌리고 그곳에서 잔치를 한다고 한다.
‘진짜 저게 돈지랄이지.’
나는 호텔을 질린 눈으로 보고 넥타이를 고쳐 매었다.
“꽤 잘 어울리네요.”
“그래?”
뭐, 본판이 되니까.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에르실은 푸른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팍에는 푸른색의 브로치가 있었고, 푸른색의 구드를 신고 있었다.
“아, 여기 흐트러졌어요.”
에르실이 내쪽으로 다가와 넥타이의 위치를 고쳐줬다.
그렇게 에르실과 잡담하고 있자니, 멀리서 김서현이 다가왔다. 하얀색 정장에 푸른색 넥타이를 매었다.
“다들 일찍왔네. 나도 제법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김서현이 멀겋게 웃었다.
“아, 서하는 역시 정장이 잘 어울리네.”
“그래?”
“그냥 이 사람은 다 잘 어울리는거예요. 맨날 검은색 반팔티에 반바지만 입고 다녀도 그림이 되는 사람이라.”
“그건 그래.”
에르실의 칭찬에 김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모 칭찬은 기분이 좋았지만 부끄러움도 있어서 나는 말을 돌렸다.
“그럼 슬슬 들어갈까?”
“그러자.”
호텔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사람들이 가득 있었다.
몇몇은 TV에서나 봤던 인물이었고, 게임 너머 화면에서 일러스트가 예뻐서, 혹은 인상적이어서 기억했던 인물들도 있었다.
“저분이 천의 마도사의 수제자란 분인가요? 과연 기품이 넘치네요.”
“영국에 환상마법 명문가인 메르헨의 차기 가주도 왔군요. 소문이 진짜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네요.”
“저 가운데에 남자. 굉장히 사연이 있는 남자 같군요.”
“저건 그냥 엄청 잘 생긴게……?”
군중들이 김서현과 에르실을 보며 소곤거렸다.
그들은 이미 사교에 있는 이들에게 유명인사였기 때문이다.
“거기 나한테 진 사람.”
움찔.
홍유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홍유화를 바라봤다. 홍유화는 보랏빛의 드레스를 입은 채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설마 날 말하는 거야?”
정말로.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염치없이 행동할 수가 없다. 천견과 황제가 공증인으로 나섰다. 미노타우르스를 잡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것은 나라고.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그러나 홍유화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너무 마음 쓸 거 없어. 상대가 나잖아.”
홍유화가 내쪽으로 오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 갔다.
-주인, 죽일까?
-서하 님, 말만 하세요.
나는 모멸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