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71
171. 사이좋게
쿠구구구구구…….
불기둥이 점점 더 길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이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는 불기둥.
뜨끈한 열풍이 주위의 모든 것을 끌어당겨 위로 날려보낼 기세였다.
“이게 대체…….”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불기둥이 치솟는 곳을 유심히 바라봤다.
불기둥 가운데 실루엣이 보였다.
“불숭이…….”
위협적으로 선 불숭이가 무언가를 앞에 두고 있었다.
“저게 뭐야?”
눈을 가늘게 뜨며 정체를 확인하려는데 지율이가 해맑게 웃으며 소리쳤다.
“도마뱀이다! 도마뱀!”
“도마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양손을 모았다. 그리고 밥상을 뒤집듯이 위로 올려치며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순간적으로 불기둥이 크게 흔들리면서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불숭이와 거대한 도마뱀.
순간적으로 불기둥이 걷혔어도 꺼지지 않은 불이 있었으니, 바로 도마뱀에게서 피어오르는 불꽃이었다.
용암과 불꽃으로 만들어진 듯한 마수 플레임 샐러맨더.
흔한 마수는 아니었다. 반가울 일도 없는 마수였고.
이름 그대로 불타는 도마뱀과 같은 마수였는데, 크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알려진 것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부터 커다란 놈들은 중형차 수준.
하지만 눈앞에 있는 플레임 샐러맨더는 덤프트럭 정도는 됐다.
아마 플레임 샐러맨더 중에서는 세계신기록이겠지.
플레임 샐러맨더가 헌터들에게 반갑지 않은 이유는 제압하기 까다로우면서 돈은 안 되기 때문이다.
불타고 있다는 특성상 전리품을 남기지 않는다.
작은 크기의 플레임 샐러맨더는 관상 및 관찰용으로 한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작아도 불타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였기에 전 세계적으로 개인이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간혹 불법적인 루트로 구해서 키우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적발될 시 죄가 무겁다.
“귀엽다!”
플레임 샐러맨더를 본 지율이가 눈을 반짝였다.
“……귀여워?”
“응!”
가만히 보면 생김새 자체는 귀여울지도.
불타고 있다는 게 문제지.
“카카앗! 카아아앗!”
불숭이가 우리를 향해 손을 뻗어 보였다.
위험하니 다가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플레임 샐러맨더가 꼬리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였다.
화륵! 화르르륵!
불꽃이 나방처럼 흔들거리며 흩어졌다.
“예쁘다아아아.”
보통 사람이었다면 혼비백산에 빠져 도망칠 상황이었지만, 지율이 눈에는 그저 귀엽고 예쁜가 보다.
하긴, 나도 플레임 샐러맨더를 눈앞에 두고도 제법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카아앗!”
불숭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하자 플레임 샐러맨더도 입을 크게 벌리며 공격할 기세였다.
“샤아악! 샤아아악!”
가만히 쳐다보던 지율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둘이 싸워?”
“그런 거 같네.”
“말려야지?”
“그래야겠지?”
그때 오공이가 불숭이와 플레임 샐러맨더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끼, 우끼끼끼. 끼끼우끼끼. 우끼끼끽.”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음?”
내가 멍하니 쳐다보는데 오공이는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끼끼끼? 우끼끼, 우끼끼끼끼.”
듣고 있던 지율이가 통역을 했다.
“둘이 누가 더 센지 겨루고 있대.”
서열 정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 거였구나.”
똑같이 불을 쓴다고 서열을 정리하는 듯했다.
다시 말해서 서열을 정리한다면, 서로를 죽이거나 할 생각은 없다는 뜻.
나름 같은 계열 같은 거라서 동료의식 같은 게 있는 걸까.
가만히 지켜보면서 서열을 정리하게 놔둬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 서열은 중요하지 않다. 휴도에는 서열이 없다. 암묵적으로 내가 서열이 제일 높기는 한가? 지율이도 비슷할 테고. 무룩이가 맞먹고 있기는 하지만.
생각이 사슬처럼 이어졌다.
나는 생각의 절단기를 사용해서 지금 상황에 집중했다.
오공이와 불숭이도 나름대로 서열 정리를 하려던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잘 지냈다.
가끔 투닥거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위아래를 정하고 진심으로 싸우면서 지내게 할 수는 없었다.
“끼어들어야지.”
내가 스트레칭을 하며 움직이려고 하는 찰나였다.
“냥.”
무룩이가 나지막이 목소리를 냈다.
“응?”
고개를 돌리자 무룩이가 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항상 양 끝이 축 처져 있는 팔자 눈썹이 일자로 변한 상태였다. 저럴 때면 왠지 모르게 더 웃기게 생겼다. 무슨 기준으로 저렇게 표정이 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표정 이상해졌네. 근데 갑자기 왜 그래?”
무룩이는 잠시 아무 대답도 없이 맹하게 있었다. 그러다 서서히 원래의 팔자 눈썹으로 되돌아오더니 눈빛도 살아났다.
“이 녀석이 가서 정리를 할 거다냥.”
무룩이가 핫도그 등에 앞발을 얹었다.
“멍!”
핫도그는 신이 난 듯이 웃으면서 헥헥거렸다.
“응? 핫도그?”
나의 물음에 무룩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아마 우리가 긍정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따라 하는 듯했다.
“냥.”
“핫도그를 보내라고? 쟤네들한테?”
“냥.”
무룩이는 꽤 단호하게 대답했고,
“멍멍멍멍!”
핫도그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율이가 웃으며 말했다.
“핫도그가 착하게 말해서 전부 친구가 될 거야.”
“그럴까…?”
무룩이를 힐끗 쳐다봤다. 녀석은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었다. 말 그대로 사람처럼, 다리를 살짝 벌리고 등은 구부린 채 앉아서는 지켜봤다.
꽤 건방진 자세였다. 어떻게 보면 백수 삼촌 같기도 하고, 아니면 여유 있는 보스 느낌도 났다.
“냐아앙…….”
무룩이는 얼른 해보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멍멍멍멍멍멍!”
신난 핫도그가 불숭이와 플레임 샐러맨더 쪽으로 달려갔다.
“엇, 잠깐…!”
위험하다고 소리치려는 순간 떠올랐다.
지금은 비록 강아지 인형 같은 모습이지만, 원래는 헬하운드.
“카아아아앗!”
불숭이가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손을 뻗었다.
“샤아아아악!”
플레임 샐러맨더는 입을 더욱 크게 벌리며 전신에서 위협적으로 불꽃을 일으켰다.
그 순간 핫도그가 발을 뗄 때마다 몸집이 커졌다.
탁, 탁, 탁, 텅, 텅, 쿵, 쿠궁…!
순식간에 몸집에서 밀리지 않는 핫도그.
불숭이도, 플레임 샐러맨더도 당황해서 멍하니 핫도그를 바라봤다.
“커엉!”
핫도그가 한 번 짖자 불숭이가 깜짝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샤아아아아아아악!”
플레임 샐러맨더는 더욱 위협하며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거센 화염을 토했다. 순식간에 화염이 핫도그를 집어삼켰다.
화륵! 화르르륵!
헬하운드에게 불이 통할 리 없었다.
“컹컹!”
핫도그는 신이 났는지 꼬리를 흔들며 불길에 대고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텁텁!
핫도그가 입질을 할 때마다 불이 사라졌다. 녀석은 불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당황한 플레임 샐러맨더가 다시 불을 뿜어냈다.
텁텁텁텁!
핫도그는 또다시 불을 먹어치우더니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컹!”
다시 불을 뿜어내라는 뜻이었다.
“샤아아아악!”
플레임 샐러맨더는 지치지도 않고 불을 뿜어냈지만, 핫도그는 즐겁게 먹어치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플레임 샐러맨더의 불길이 약해졌다.
“샤아아악…….”
플레임 샐러맨더는 꽤 지쳐 보였다.
핫도그는 꼬리를 흔들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컹?”
“샤악.”
핫도그는 더 놀자는 듯이 양 앞발을 살짝 들어 올렸다 내렸다.
플레임 샐러맨더는 급기야 몸을 돌리며 외면했다.
“컹!”
핫도그가 입에서 약한 불길을 뿜어냈다.
플레임 샐러맨더는 불을 먹거나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불길을 뒤집어쓰더니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으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컹컹!”
핫도그가 다시 불을 길게 뿜어냈다. 어느새 불숭이도 옆에 가서 쪼그려 앉아 손을 뻗어 불을 쬐고 있었다.
나중에는 서로서로 불을 조금씩 뿜어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가서 불 맞을래!”
지율이가 뛰어들려는 것을 잡아서 멈췄다.
“지율이는 안 돼.”
“왜?”
“뜨거우니까?”
“많이 뜨거울까?”
불숭이와 플레임 샐러맨더 그리고 핫도그.
아마 세상에서 녀석들과 1대1로 맞설 수 있는 마수나 헌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엄청 뜨겁지.”
“그런가? 핫도그 평소에는 안 뜨거운데.”
“지금은 안 돼.”
“알았어. 할 수 없지.”
그렇게 부섬의 뜨거운 불은 따스하고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 * *
플레임 샐러맨더는 365일, 24시간, 항상 불타고 있다. 그래서 소유 자체가 금지다. 연구목적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남기지 않는다.
“샤아아악.”
눈앞에 있는 플레임 샐러맨더는 검은색 바탕에 붉은빛, 주황빛 반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 눈은 노랗게 빛났는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은근히 웃는 것처럼 보였다.
플레임 샐러맨더가 귀여울 줄이야.
“불마뱀아아아아.”
지율이가 손을 뻗자 플레임 샐러맨더는 머리를 들이밀며 눈을 감았다. 그새 이름을 지어준 모양이었다.
“아이 예쁘다아아아아.”
지율이는 자그마한 손으로 불마뱀의 콧잔등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불마뱀은 기분이 좋은지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다시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핫도그는 불마뱀의 등 위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멍멍!”
그 뒤를 곰곰이와 삐삐가 따라다녔다.
“고오오오옴!”
“삐삐삐삐삐!”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무룩이가 불마뱀의 옆으로 다가갔다.
탁탁.
무룩이는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불마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
“잘 지내라냥.”
“샤아악.”
핫도그는 무룩이보다 서열이 아래였고, 핫도그와 친구를 먹은 불마뱀은 자연히 무룩이의 아래로 들어가게 됐다.
부섬에 불이 나서 무슨 심각한 일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평화롭게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다시 본섬으로 돌아갈 시간.
“그럼 우리는 이만 갈게!”
내가 손을 들어 보였고,
“또 보자아아아아!”
지율이가 양손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듯 흔들었다.
“우끼끼!”
“카카앗!”
“샤아악!”
오공이와 불숭이는 손을, 불마뱀은 꼬리를 흔들어 인사했다.
* * *
본섬으로 돌아왔을 때는 꽤 배가 고팠다. 핫도그만 빼고. 불을 먹어도 배가 차는 모양이다. 빵빵해진 배를 내보이며 드러누워서 잤다.
“참나.”
드러누워서 자는 핫도그가 귀여워서 머리와 배를 수차례 쓰다듬었다. 핫도그는 눈도 뜨지 않은 채 계속 푹 잤다.
“냐앙.”
슬그머니 다가온 무룩이가 내 팔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애정표현으로 비비는 건지 아니면 미는 건지 헷갈렸다.
“냥.”
무룩이는 천천히 누워 있는 핫도그의 배 위에 앞발을 얹었다.
뭐지? 핫도그를 쓰다듬으려고 하는 건가?
그 순간 무룩이가 핫도그의 배 위로 폴짝 올라섰다.
“야아, 그렇게 하면 핫도그 힘들잖아.”
하지만 무룩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핫도그의 배 위에서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핫도그는 배가 눌려 있는데도 여전히 푹 자고 있었다.
“잠깐, 잠깐 가만히 있어.”
일단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나두!”
지율이도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옆에서 끼어들었다.
찰칵찰칵.
사진을 몇 장 더 찍다 보니 곰곰이와 삐삐도 다가왔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싹이도 옆에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추억 남기는 거야.”
나는 씩 웃으며 모두를 사진에 담았다.
“몇 장만 더 찍자.”
나도 같이 찍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사진을 몇 번이나 찍었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듯했다.
평소의 소중한 기억들을 전부 머릿속에 담고 살겠지만, 이제는 사진으로 많이 남기고 싶었다.
타이머를 맞춘 뒤 사진을 수차례 찍었다.
사진에 무엇인지 이해한 싹이는 흥미로운지 나름대로 이리저리 슬쩍슬쩍 움직이기도 했다.
곰곰이와 삐삐는 이상하게 괜히 긴장을 해서는 뻣뻣하게 섰다.
지율이는 계속 신이 나서는 활짝 웃어 보였다.
무룩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식빵을 구우면서 시무룩한 팔자 눈썹을 유지했고, 그 아래 깔려 있는 핫도그는 단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장만 더.”
하나, 둘, 셋, 찰칵 소리가 울리는 찰나였다.
“뽜아아아아앍!”
갑자기 우리의 앞으로 꼭꼭이가 날아들었다.
사진에는 모두가 깜짝 놀라면서 움직이는 찰나가 담겨 있었다.
사진 자체로 보면 망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7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