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91
191. 고개를 내밀다
순간적으로 자그마한 구름 조각을 보자마자 떠올렸다.
구름과자?
어째 어감이 좀 그랬다.
“이게 뭐야?”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방긋 웃었다.
“하늘나라에서 가져왔어.”
누군가 들으면 죽었다 살아난 줄 알겠다.
하늘나라는 거숭이와 퀸콩 그리고 거위가 사는 곳이다. 우리 집에서만큼은 그렇다.
“몰래 가져온 거야?”
구름이 그렇게 많으니 좀 가져온다고 상관은 없겠지만, 실질적인 손해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가능하다면 지율이를 위해 별도 따다 주고 싶다.
하지만 멋대로 하게 둔다는 뜻도 아니다.
“아니, 거위가 줬어.”
“거위가?”
“응. 이거 부리로 물어다 줘서 내가 퀸콩이 보니까 가져가라고 고개를 끄덕거렸어.”
“그랬구나.”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중얼거렸다.
“먹는 건가?”
“그런 거 같아. 달콤한 냄새가 나. 봐봐.”
“오, 진짜네?”
나는 지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율이 먹어.”
“아니야, 아빠 먹어.”
“지율이 먹어.”
지율이는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구름을 또 꺼내 보였다.
“난 또 있는데.”
“딱 두 개 있는 거야?”
“응.”
“그럼 같이 하나씩 먹자.”
“응!”
나는 구름 조각 두 개 모두 정화했다. 지율이는 깨끗한 아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으니까.
젤리, 아니, 츄어블 캔디 같은 느낌이었다. 폭신하게 씹히면서 달달한 맛이 퍼졌다. 갈비 먹고 후식으로 먹을 걸 그랬나?
“뭘 그렇게 둘이 몰래 드십니까?”
구정석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구름이요!”
지율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구정석이 하하 웃었다.
“구름 먹기 놀이하고 있었구나? 솜사탕 같기는 해. 그치?”
아무래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먹는 시늉을 하며 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솜사탕 같은데, 실제로 먹으면 약간 그 말랑한 캔디 같아요.”
“그래? 그거 맛있겠네!”
“다음에 또 생기면 줄게요!”
“그래? 지금은 안 돼?”
구정석이 조금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는데, 지율이는 진짜로 없었기에 웃으며 말했다.
“없으니까요!”
지율이의 진심은 모르지만, 구정석은 그저 놀이의 일부라 생각했는지 받아들였다.
“알았어. 대신 다음에는 꼭 갖다 줘야 돼. 알았지?”
“알았어요! 약속!”
“약속!”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우리는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갔다.
* * *
숯불 위에서 갈비가 익어가고 있었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면서 그 소리만큼이나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단 한 번도 갈비를 먹어본 적이 없는 오팔이와 오순이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둘은 젓가락도 처음 사용해보기에 포크처럼 찍어서 사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지율이가 완벽한 젓가락 파지법을 보였다.
“그런 도움은 필요치…….”
오팔이가 자존심을 내세우려 했지만, 이미 오순이는 지율이의 손을 보며 따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돼?”
“응! 맞아! 그리고 여기 이쪽 손가락들만 움직여서, 이렇게.”
“아…….”
“그리고 이렇게 집으면 돼.”
지율이는 얇게 썬 양파 한 조각을 능숙하게 들어 보였다.
“해봐!”
오순이는 조금 어설프지만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음식을 집었다.
“조금 어렵지만, 훨씬 편해졌어.”
“그치?”
지켜보던 오팔이는 괜히 목을 가다듬고는 오순이에게 슬쩍 물었다.
“어떻게… 하는 거냐?”
오순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지율이를 가리켰다.
“저기 선생님이 계시잖아요.”
“저런 꼬맹이가 선생…….”
그때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는 현백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데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하.”
“아닌가요?”
“틀린 말은 아니다만…….”
현백이답지 않은 신경전.
아무래도 지율이에 관한 것만큼은 관대해질 수 없는 모양이다.
그때 깍지 낀 양손을 뒤통수에 댄 채 의자에 기대 있던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관둬. 여기서는 쟤가 제일 선배라고. 가장 인간 세상에 익숙하단 말이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단 말이지. 도움도 많이 됐고.”
오팔이는 천천히 고개를 틀더니 레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와 같다고 생각하는가?”
순간 신경이 거슬린 레오가 입술을 실룩이더니 천천히 손을 내렸다.
“뭐라고…?”
심상치않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도라경이 애써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자, 자. 이제 우리 같이 지내기 시작하는 첫날이잖아. 그래서 다들 모여서 식사도 하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러는 건데…….”
그때 지율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싸움은 안 돼.”
웃고 있었지만 무게 있는 한마디였다.
지율이를 바라보던 현백이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거들었다.
“저도 동감이에요.”
우습게도 그 순간 두 꼬마의 전투력이 가장 강한 게 느껴졌다.
“저도 싸움을 말리기 위해 도울 거고요.”
오순이도 지율이와 현백이 편이었다.
잠시 시선을 교환하던 레오와 오팔이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애들 앞에서 이럴 때는 아니지…….”
“선배인 내가 알려줘야 하는데, 이놈의 성질이 참.”
가끔 보면 드래곤들이 더 유치한 것 같다.
“빠아! 익은 거 아니야?”
지율이가 갈비를 가리키며 황급히 소리쳤다.
“익었나요? 익었습니까?”
구정석은 의자에서 엉덩이를 살짝 들기까지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직 아니야, 색깔만 바뀌었어.”
그때 친절한 직원 두 명이 다가와 불판 위의 갈비를 뒤집기 시작했다.
“언제 먹을 수 있어요?”
지율이가 묻자 직원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금방 다 돼요. 조금만 기다려요?”
“네에에에에!”
갈비는 맛있었고, 드래곤들은 잘 지낼 것 같았다.
* *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도라경이 먼저 고개를 꾸벅여 인사했다.
구정석은 지율이를 향해 손을 흔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
현백이는 지율이를 한 번 포옹한 뒤, 양손을 공손히 모으고 내게 인사했다. 오순이도 그랬고.
“너희들은 인사 안 하냐?”
나의 물음에 레오와 오팔이는 발끈하며 목소리를 냈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까부는구나…! 인간!”
“인사?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라는 건가?”
나는 둘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둘 다 레드 드래곤도 아니면서 열은 참 빨리 올라.”
“뭐라?”
“뭐라고?”
둘이 인상을 구겨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고개 숙이란 얘기가 아니잖아. 그냥 인사하자고. 아니면 드래곤식으로 하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든가.”
그러자 레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내 식대로 인사해주지.”
아래서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레오는 나를 하늘에 띄우려는 듯했다. 하지만 나도 인간 상태의 레오보다는 강하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떠오르지 않자 레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힘을 더 썼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인사 시원하네. 너는?”
오팔이도 바로 도발에 넘어왔다.
“그렇다면…….”
그때 오순이가 오팔이의 팔에 손을 얹었다.
오팔이가 고개를 돌렸고, 오순이는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인간.”
오팔이의 말에 나는 살짝 놀랐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나는 레오를 향해 눈을 살짝 흘겼다.
“누구보다는 훨씬 어른스럽네.”
“뭐라?”
“갈비 먹을 때는 무슨 체육대회 끝난 초등학생 같더라.”
“뭐라……!?”
레오는 성질을 냈다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게 무엇이냐?”
드래곤에게는 와닿지 않는 비유였던 듯하다.
그렇게 강척 드래곤 연구소 식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나와 지율이는 휴도로 향했다.
* * *
“빠아!”
난간 앞에 선 지율이가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
“바람이 조금 차가워.”
“그러게. 안 춥지?”
“응!”
봄이 고개를 제대로 내밀고 있었다. 이러다 또 꽃샘추위가 잠깐 스치고 갈 수는 있겠지만.
“흐음?”
아까부터 자꾸 묘한 감각이 느껴져서 나는 수차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지율이는 앞에서 차렷 자세로 고개만 좌우로 갸웃거렸다.
“하하하하, 뭐 하는 거야?”
“아빠 따라 해!”
“아빠가 그렇게 했어?”
“약간?”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느낌이 뭔가 조금 이상해서.”
“무슨 느낌.”
“그게…….”
그때 우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다.
구름이었다.
“아…!”
구름을 먹고 난 뒤부터 느껴진 감각이었다.
약발 잘 받는 체질 덕분에 구름을 먹고도 능력이 생겼다.
“오, 오…?”
내 몸이 천천히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구름을 먹은 효과로 구름처럼 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바람을 사용하지 않으니 지율이도 뭔가 다르다 싶었는지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아빠 어떻게 했어?”
“지율이도 할 수 있을걸?”
“어떻게?”
“구름이 된다고 생각해 봐!”
지율이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주먹을 꼭 쥐고 입술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지만, 구름처럼 되는 데는 방해될 듯했다.
“힘 빼고. 편안하게.”
이내 지율이는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앗?”
눈을 뜬 지율이가 활짝 웃었다.
“아하하하핫! 나 떴어!”
기껏해야 바닥에서 5센티미터 정도였지만 뜨긴 떴다.
“응! 해냈어! 재밌지?”
“응!”
“집중하면 더 높이도 날 수 있을 거야.”
“응!”
스스로 나는 것은 처음인지라 지율이는 잔뜩 신이 난 듯했다.
“신난… 엇?”
지율이는 금세 다시 떨어져서 바닥에 섰다.
“에잇!”
지율이는 두 주먹을 하늘을 향해 들며 폴짝폴짝 뛰었지만, 다시 떠오르지는 않았다.
“잘 안 되네.”
나는 시무룩해진 지율이에게 다가섰다.
“괜찮아, 아빠가 날 수 있잖아.”
“응!”
“음?”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지율이가 가벼워져 있었다.
“오?”
“왜?”
“구름캔디 효과가 있긴 있네.”
“뭐가?”
“지율이 가벼워졌어.”
“진짜?”
“응. 바로 날지는 못해도 가벼워졌어.”
구름처럼 가벼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30킬로그램 정도. 원래 100킬로그램을 훌쩍 넘어가던 지율이였으니 많이 가벼워졌다. 언뜻 느끼면 정상적인 무게로 보일지도. 사실 키에 비해서는 아직도 많이 무거운 상태지만.
“앗.”
투명 장막을 지나자 지율이가 활짝 웃었다.
“집이다.”
멀리 싹나무가 솟아 있는 게 보였다.
* * *
선착장에는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여느 때처럼 곰곰이, 삐삐, 핫도그 그리고 싹이는 우리를 반겼다.
바닥에 앉아 있는 무룩이는 또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을 흘기고 있었다.
“다들 기다렸어?”
요트에서 내리자마자 지율이가 물었다.
“물론이다.”
싹이는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 말했다.
“하늘은 어땠느냐?”
“되게 재밌었어! 이렇게 큰 거숭이랑 퀸콩이랑 부부인데, 거위랑 같이 살아. 근데 거기서 오팔이를 만났어. 오팔이는 오팔 드래곤인데, 딸 오순이도 있고…….”
잔뜩 흥분한 지율이는 목소리를 높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싹이는 이야기를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이야기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지 미소를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신이 난 핫도그는 계속 펄쩍펄쩍 뛰면서 헥헥거렸다. 뛰는 순간에도 꼬리를 멈추지 않아서 헬리콥터처럼 날아갈 것만 같았다.
곰곰이와 삐삐도 지율이의 양옆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딱 소리가 울렸다.
“……?”
고개를 내리자 어느새 다가온 무룩이가 내 신발 앞코를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때리고 있었다.
딱!
“일찍!”
딱!
“다니라옹!”
“하하하하!”
나는 웃으면서 심통이 난 무룩이를 안아올렸다.
“삐쳤어?”
무룩이는 앞발로 내 얼굴을 밀면서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가서 츄르 먹자.”
“그, 그런 것에 넘어갈 것 같냥?”
“츄르 먹자, 츄르.”
나는 간식으로 꼬시면서 손끝으로 무룩이의 턱을 쓰다듬었다.
무룩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골골거렸다.
그렇게 다 같이 네모집으로 향하는데, 앞서가던 지율이가 멈춰 섰다.
“엇! 빠아아아아! 저기 좀 봐!”
지율이가 선착장보다 더 위쪽을 가리켰다.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9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