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73
73. 아침 산책
오장삼과 육부삼.
오장육부(五臟六腑)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오장육부에 좋다.
오장삼은 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육부삼은 대장·소장·쓸개·위·삼초(三焦)·방광에 큰 효능이 있다.
위궤양 환자 100명을 상대로 실험을 했는데, 육부삼 한 토막으로 전부 완치됐을 정도다.
오장삼 한 토막이면 웬만한 간수치는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뛰어난 효능을 지닌 만큼 비싸지만,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수준의 희소성이라 가격도 비교적 현실적이다.
오장삼은 적게 먹나 많이 먹나 그 효능은 같다. 자주 먹어도 별 의미가 없고, 1~2개월 주기로 한 번이 적절하다.
한 번 먹을 때 한 토막인데, 여기서 한 토막의 기준은 50그램.
가격이 매겨지는 기준도 덕분에 50그램이다.
50그램에 1억 원 내외.
어마어마한 가격이지만, 평생 나를 괴롭히던 질병을 한 토막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장들이 오장삼이나 육부삼 한 토막을 위해 일하고 있다.
“빠아!”
지율이는 양손에 오장삼과 육부삼을 들고 달려왔다. 눈대중으로 봐도 1킬로그램 가까이 될 듯했다.
“이걸 어디서 찾았어?”
“저기 나무 안에!”
오장삼과 육부삼은 쇠삼이나 약삼처럼 뛰어다니거나 하지 않는다. 대신 땅에 깊숙이 숨어 있다.
잎사귀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닥에 빨대로 한 번 누른 것처럼 작은 구멍을 만든다. 그 구멍이 숨구멍인 셈이다.
“바로 안 보이지 않았어?”
“바닥에 구멍이 있어서 손가락으로 찔러봤는데 뭐가 있었어! 그래서 잡아당겼더니 이게 나왔어!”
“잘했네.”
“잘했어?”
“응. 그렇다고 아무 곳에나 손을 집어넣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나도 알아!”
“알아?”
“그럼!”
구멍만 찾으면 되지만, 드넓은 현장에서 빨대 자국만 한 구멍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장삼과 육부삼이 있으란 법도 없고.
그나저나 휴도에는 별의별 것이 다 있다.
최근에는 본 적이 없는 검은 차원문.
내가 눈에 담지 못했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흐음.”
지율이가 건네준 오장삼과 육부삼을 빤히 바라보다가 잔뿌리로 손을 가져갔다.
온갖 것들을 잘 먹은 탓에 나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 아니, 지나치게 건강한 수준.
하지만 귀한 오장삼과 육부삼이 손에 들어왔는데 맛도 안 보기는 아쉬웠다.
잔뿌리 정도는 어차피 금전적 가치가 없다. 큰 효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잔뿌리를 수십 그램이 되도록 모으면 모를까.
나는 약발이 좋은 체질이니 잔뿌리로도 효능이 있을지도.
뚝.
잔뿌리를 끊어서 입에 넣었다.
오독. 오도독. 오독.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맛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딱 씁쓸한 삼 맛이었다.
삼이 다 그렇지.
“맛있어!?”
지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먹어볼래?”
내가 잔뿌리 하나를 더 끊어서 내밀자 지율이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안 먹어?”
“응! 냄새 별로야!”
너무 해맑게 대답하니 황당했다.
“그래, 그럼.”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아. 그러니까 안 먹을 거야.”
“알았어.”
나는 오장삼과 육부삼을 먹고 큰 효과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원래 나쁜 곳이 없었으니 더 좋아질 것도 없었고.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냥? 얼른 가자냥!”
무룩이는 앞발로 약삼 하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약삼은 빠져나가겠다고 바둥거렸지만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래, 가자.”
내가 약삼을 챙겨서 장바구니에 넣자 무룩이가 말했다.
“잊지 말라냥.”
“어?”
“츄르냥.”
똘똘한 녀석이다.
“그래, 꼭 줄게.”
츄르 하나에 약삼 한 뿌리라니. 남아도 지나치게 남는 장사다.
“빠아! 나는 뭐 줄 거야?”
지율이는 자신이 캐온 오장삼과 육부삼과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지율이? 음, 지율이는…….”
잠시 고민하던 나는 장난기고 발동했다.
“무룩이는 약삼 한 뿌리에 츄르 하나였으니까, 지율이는 츄르 두 개. 오장삼이랑 육부삼 하나씩이잖아.”
지율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됐다.
“좋아!”
“그… 엉?”
내가 당황하는데, 지율이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받은 츄르들은 무룩이 줄 거야!”
어쩜 이렇게 마음씨가 예쁜지. 내 딸이지만 너무 대단하다. 저 좋은 마음을 내가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냐아앙…….”
무룩이가 일어나서 양 앞발을 지율이의 몸에 댔다.
“응? 왜애애?”
“좋은 녀석이구냥…….”
“그런가?”
“그렇다냥.”
무룩이는 앞발을 내리고는 꼬리로 지율이의 다리를 가볍게 휘감았다. 마치 어깨동무를 하듯이.
“가자냥. 순찰을 마치려면 멀었다냥.”
평소보다 아침 산책이 길어지고 있었다.
* * *
쏴아아아아아아…….
계곡 위까지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시원하다아아아.”
지율이는 폭포를 내려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위험하니까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마.”
“응!”
무룩이는 제법 진지한 얼굴로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탐색하는 시늉을 했다. 그랬다. 딱 말 그대로 시늉이지, 순찰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한참 더 올라가야 하는 산을 올려다봤다.
“흐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뒷산이 이렇게 높았나?
휴도 자체가 원래 크긴 했다. 평범한 사람의 걸음걸이로는 며칠이 걸려도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였다.
순수한 면적으로만 계산해도 그런데, 산이나 동굴 등을 생각하면 더 오래 걸렸다. 심지어 아직 제대로 본 적도 없는 부섬까지 있었고.
과거의 컨테이너, 지금의 네모집이 등지고 있던 산은 처음부터 꽤 컸다. 하지만 지금 올라오면서 느낀 점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랬다. 한 시간 이상 올라왔는데 정상까지는 한참 남았다. 이미 ‘동산’의 범위는 한참 벗어났다.
우우웅.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몸을 떨었다.
고성우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아침은 먹었냐?
나는 무룩이와 함께 물가에서 놀고 있는 지율이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전화하자마자 하는 소리가 그거냐?”
―아침이니까. 원래 아침식사가 제일 중요한 거여.
“요즘은 또 공복이 긴 게 좋다고 일부러 좀 늦게 먹고 그러던데?”
―힘 쓰고 그러려면 먹어야지.
“아직. 너는?”
―슬슬 먹어야지.
“아침 얘기하려고 전화한 건 아닐 거고,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실제로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고성우가 실실 웃고 있는 게 느껴졌다.
―봤냐?
홍보영상을 말하는 게 분명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되물었다.
“뭐를?”
―영상.
“무슨 영상?”
―에이 진짜, 알면서.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봤지.”
―어떠냐?
“어떻긴, 촌스럽지.”
―그래? 촌스러워? 장난치지 말고. 솔직히, 냉정하게 좀 멋있지 않냐?
“멋은 개뿔이…….”
―멋없어?
“마지막은 좀 괜찮았어.”
―그래?
고성우의 목소리는 확 밝아졌다가 금세 어두워졌다.
―그럼 나머지는 별로라는 거야?
“그 별로인 부분들 덕분에 마지막이 더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조금 전에 마무리했다고 연락이 왔거든. 아마 너한테도 메일이 갔을 거야. 우리가 동의하면 영상 올라갈 거래. 거의 변한 건 없더라.
“그럼 그냥 진행하면 되지.”
―그치? 그럼 진행한다?
“뭘 나한테 물어.”
―당연히 너한테 물어봐야지. 네 지분이 제일 큰 거나 다름없는데. 아무튼 잠깐만, 조 대표한테 연락 좀 하고.
수화기 너머로 작게 고성우가 조민택에게 연락을 하는 게 들렸다.
“전화기 두 대야?”
―아니, 태블릿으로.
“아아. 그럼 할 말 다 한 거지?”
―뭘 벌써 끊으려고 해.
“또 할 말 있어?”
―아니, 허니베어 영상 있잖아.
고성우도 곰곰이 영상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은 걸까.
“응.”
―내 홍보영상도 조회 수 그만큼 나올까? 그건 완전히 대박이던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나도 모르지. 그게 중요해? 너야 어차피 모델료 받았으니까 끝 아니야?”
―아니, 내가 무슨 연예인이 되고 싶고 그런 건 아닌데, 기왕 하는 게 잘 되면 좋잖아.
“유명해지고 싶은 거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무튼 기왕 한 건데, 내가 곰한테 질 수는 없잖냐.
“웃겨. 뭐, 보면 알겠지. 근데 허니베어 영상이 워낙 히트를 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다.”
―역시 그런가?
“그럼. 헌터 영상은 널렸잖아. 허니베어 영상은 유일하고. 게다가 허니베어는 귀엽잖아.”
―나도 뜯어보면 귀여운 면이 있어.
“욕 나오게 하지 말고 끊어.”
―응.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런 식으로 통화를 마쳐도 아무렇지가 않은 사이. 그만큼 편해서 좋다.
곰곰이 영상은 이미 조회수 수백만을 기록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조회 수가 높아지겠지. 내 예상대로 사람들은 조작이네 아니네 왈가왈부하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이렇든 저렇든 조회 수가 계속 상승하고, 화제가 된다는 것이 중요했다.
전략은 확실히 먹혔다.
브랜드로서의 휴도는 날이 갈수록 유명해지는 중이었다.
아직은 슈퍼 허니포켓에만 집중돼 있긴 했지만.
“곰곰이가 효도했네, 효도했어. 기특해.”
나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고오오옴.”
“응, 맞아. 너…….”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으익? 뭐야?”
곰곰이가 옆에 와 있었다.
“고오오오오옴!”
“언제 왔어?”
“삐삐이!”
삐삐가 폴짝 뛰어올라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어떻게 된 거야?”
지율이가 다가와서 설명했다.
“자고 일어나서 우리 안 보여서 따라왔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그냥 곰이나 토끼도 사람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졌다. 그 외의 감각들도 대부분 뛰어나다.
원래는 강력한 마수인 곰곰이와 삐삐가 뒷산에 있는 우리를 찾는 정도는 쉬운 게 당연했다.
“다들 아침도 못 먹고 여기까지 왔네.”
바로 돌아가자고 하기도 조금 그랬다. 이제 막 올라온 곰곰이와 삐삐에게 괜히 미안했다.
“다음부터는 간식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
이렇게 긴 산책을 할 줄 알았으면 당연히 뭐라도 챙겼겠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휴도.
어디에 뭐가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과일이라도 하나 있지 않을까.
“냐앙! 냐아앙!”
무룩이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냈다.
모두가 내 주변에 있었는데, 무룩이만 물가에서 앞발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무룩아! 뭐 해?”
지율이의 물음에 무룩이가 콧잔등에 Y자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찡그리고 대답했다.
“물고기가 안 잡힌다냥!”
“물고기?”
눈이 동그래진 지율이가 얼른 무룩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물가를 보더니 나를 향해 손짓했다.
“빠아! 빠아아아! 여기 물고기 있어!”
“그래?”
나는 얼른 물가로 향했는데,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어쩌면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야아아아아아.”
계곡 상류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나중에 이곳에 통발을 설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기서도 낚시 한 번 해야겠네.”
아직도 휴도에서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푹 쉬면서 즐길거리들이 넘쳐났다. 할 게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할지 정하지 못하는 수준.
“아무것도 가져온 건 없지만…….”
나는 옆에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에 장바구니를 걸어놓은 뒤 소매를 걷어붙였다.
“물고기 좀 잡아볼까?”
지율이도 나를 따라서 소매를 걷으려고 했다. 하지만 반팔을 입고 있었다.
“나도…….”
내가 하면 똑같이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지율이의 반팔을 접어 올려서 민소매로 만들었다.
“자.”
지율이는 만족스러운 듯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물고기 잡자!”
“그래.”
휴도의 자급자족 라이프가 좋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7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