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66
66
변호인 강태훈 066화
그는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안녕하세요. 국선 변호사 강태훈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죠?’
그녀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태영과 효성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이제 국선 변호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 수화를 능숙히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이곳에 있었던 자신들은 어설펐는데 말이다.
‘김한기 변호사님 좀 뵈러 왔는데. 안 계시나요?’
태훈이 친절이 웃으며 다시 수화한다.
‘지금 잠시 업무 때문에 나가셨습니다. 연락해서 언제 오시는지 묻도록 하겠습니다.’
‘네’
태훈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여성의 미소를 보아서 그가 잘못된 수화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태영과 효성은 슬쩍 눈치를 보았다.
‘1시간 정도 걸리신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앉아서 기다리겠습니다.’
‘커피 한잔 드릴까요?’
‘친절하시네요.’
두 사람의 수화는 물 흐르듯 흘러갔다.
곧 그녀가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고 태훈이 커피 한 잔을 타준 후 나왔다.
상담실 안을 남모르게 흘끗거리던 두 사람이 당혹했고 헛기침을 했다.
“커허험.”
자신들도 민망하고 창피하겠지. 짬밥 좀 먹었다는 사람들이 농아자를 상대로 국선 변호를 맡으면서, 정작 수화도 제대로 할 줄 모르니.
태훈은 그들의 헛기침의 의미를 알고 보이지 않게 웃었다.
준비된 자의 여유다.
* * *
김한기 변호사는 오자마자 그녀와 함께 나섰다. 오늘 그 일을 끝낸 후 바로 퇴근한다고 한다.
돌아온 채수진 변호사는 다시 업무 처리에 바빴다.
일이나 할 것이지.
또다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새끼 너무 기고만장해. 아까 보니까 수화 좀 한다고.”
안효성 변호사가 채수진에게 일러바치듯 입이 대쭉 나왔다.
“왜요?”
“아니, 우리가 수화를 못 하니까 어깨만 쫙 펴져서는 중얼중얼…….”
그의 투정에 채수진 변호사는 안효성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이태영 변호사와 안효성 변호사가 잘못한 것이 맞는 것 같다.
몇 년 차인데. 수화도 못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별로 말싸움을 하고 싶진 않아 그녀는 한 귀로 듣고 흘렸다.
“그렇게 대단한 놈이. 징역살이하게 만들어? 하기사. 그 노인네. 밥은 세끼 꼬박 먹겠구만.”
볼펜으로 뭔가를 적던 태훈의 손놀림이 삐걱하며 /의 선이 생겼다.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안효성 변호사님. 말씀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응? 내가 뭘. 내가 무슨 말 했어?”
효성은 그때 차 안에서의 일에 단단히 삐져있었다.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이 능청을 피웠다.
“전 제가 했던 의뢰과정에서 부끄러움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이한웅 씨 사건에서도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 거지. 왜 사람이 혼자 오버를 해? 오버 안 했어도 어차피 그런 결과였어.”
“어차피 그런 결과였다고 싸우지 않는다면 그것이 변호사로서의 자격지심(自激之心)이 있기는 한 겁니까? 질 수밖에 없어도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게 변호사입니다.”
태훈은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말을 뱉었다. 안효성은 부정적이었다.
“그런 게 국선 변호사들한테 있기는 할 것 같아? 밖에 나가봐. 국선 변호사라고 말하면 뭐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 ‘이길 싸움 질 놈들’이라고 생각해.”
“그런 말이 생겨난 게 다 선배님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게 요즘 활개 치는 악덕 변호사들과 다를 게 뭡니까.”
“이 새끼가!”
결국, 다혈질적인 강력반 형사 출신. 안효성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심드렁해졌다.
건방진 녀석! 누구는 처음에 정의감 없이 변호사가 된 줄 아나!
“말 다 했어?”
“왜들 그래요. 그만들 해요. 강태훈 변호사. 선배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그녀는 태훈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 시선은 효성에게 돌아갔다.
“안효성 변호사님. 열심히 뛰었는데 그런 말 들으면 당연히 강태훈 변호사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그래도 저 새낀 싸가지가 글러 먹었어. 야, 너 이 새끼 올라와. 버릇 단단히 고쳐주마!”
강력계 출신 안효성 변호사는 남자 사이의 주먹에 자신감이 컸다.
“아, 정말…….”
수진은 그를 뒤따라 나서는 태훈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잘못했네요.”
이태영 변호사가 쓰게 말했다.
태훈은 개긴 죄. 효성은 말도 안 되는 걸로 시비 건 죄.
쌍방이다.
* * *
안효성은 입고 있는 겉옷을 벗어 옥상의 문고리에 걸었다. 태훈은 웃옷을 벗지 않았다.
우드득 뿌드득-
“너 이 새끼 오늘 잘못 걸렸어.”
“서로 맞고 깽값 물기 없기입니까? 법적으로는 전혀 효력이 없는 말인데.”
“그럼 맞고 깽값 요구하는 새끼가 자존심 버리는 걸로 가자.”
자존심 버리는 거라. 안효성 변호사의 성격을 보면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웬만해선 맞았다고 징징대진 않을 것이다.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몇 대 맞았다고 누구한테 하소연하는 성격은 아니다.
“너 내가 태권도 4단에 유도 2단이라는 건 아냐?”
그는 거만하게 손목 관절을 풀더니 자세를 잡았다.
태훈은 콧방귀를 끼었다.
아마도 효성은 태훈이 키만 크고 얼굴만 잘생긴 유전자를 받은 놈이고, 범생이 같은 생활을 한 약골이라고 여기나 보다.
“에잇!”
효성의 주먹이 태훈의 좌측 턱을 노리고 날아왔다. 뒤쪽으로 한 걸음 물러난 태훈이 피했다.
빨랐다. 아슬아슬했다. 괜히 강력계 형사 출신이 아니다.
“오호라, 피했어?”
그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바닥에 가래를 끌어모아 뱉는다.
“이야앗!”
그의 발차기가 아슬아슬하게 태훈의 가슴을 빗겨나간다. 옆으로 몸을 틀어 피해낸 태훈의 주먹이 효성의 안면을 노렸다.
‘뭐야, 이 새끼.’
가까스로 고개를 틀어 피한 효성은 당혹한 모습이었다.
날카롭고 정확하게 인중을 노리는 주먹이었다.
유단자인 효성이 보았을 때 단순한 범생이가 아니었다.
이번엔 태훈의 공격이었다.
로킥 두 대.
팍팍!
빠르게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효성의 허벅지는 태권도로 다져져서 단단했다. 그렇지만 타격에 순간 힘이 풀려 넘어질 뻔했다.
다시금 다리가 움직이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잡아채려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태훈의 다른 발은 위로 치솟아 올랐다.
하이킥!
양팔을 들어 막아낸 효성이 휘청했다.
그 순간, 벌어진 팔의 틈으로 태훈의 주먹이 보였다.
효성이 그 팔을 잡아채 바닥에 패대기쳤다.
퍼억-
“크읍!”
태훈은 서둘러 일어났다.
효성은 양팔이 지끈거렸다. 태훈도 등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효성의 주먹이 날아왔다. 그대로 피해낸 후, 백스핀 엘보!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면서 턱을 가격하는 기습 공격이다.
그러나 효성도 노림수였다. 그의 발이 태훈의 턱에 근접해 있었다.
빠악!
효성의 턱이 가격당하고 그 후에 쓰러지는 발차기에 태훈의 턱이 가격당했다.
두 사람 다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못 차린 두 사람이 서로 엉켰다.
이제는 개싸움이 되어버렸다.
“이이이!”
“으으으!”
서로 몸을 부둥켜안고 싸우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두 사람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출근한 김한기 변호사는 기가 찼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강태훈 변호사와 안효성 변호사를 번갈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멍이 가득했다.
“내가 깡패들을 데리고 일하는 건지 변호사들을 데리고 일하는 건지.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김한기 변호사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에 두 사람은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한기에게도 그 모습이 보였다.
다혈질적이고 태훈을 못 미더워하는 효성이 건드렸을 것이고. 곧고 바른길을 걷는 태훈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에 발끈하여 주먹 다툼이 이어졌을 것이다.
“왜 꿀 먹은 벙어리들이 되었어?”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같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김한기의 날카로운 눈이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았다.
자신들도 잘못한 것은 알기에 할 말이 없다는 눈초리였다.
“어휴. 혈압 올라.”
김한기는 뒷목을 붙잡으며 화가 단단히 난 것처럼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서로에게 앙심이 어느 정도 품어져 있었다.
이태영 변호사와 채수진 변호사가 올라와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는 쓰러져야 끝났을 것이다.
씩씩거리며 나섰던 김한기 변호사는 화장실로 가다가 웃음을 흘려버렸다.
“녀석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차근차근 태훈으로 인해 변화가 시작되려는 조짐은 아닐까 한다.
안효성이 태훈을 자극했다는 것은 그만큼 부끄럽고 스스로도 민망해졌기 때문일 것이니.
둘이 싸운 게 못 미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 * *
송파구 파출소로 수많은 취재진들의 차량이 멈춰서 있었다. 속보를 전해 들은 그들은 신속하게 그 사실을 국민에게 전해야 했고 특종을 놓쳐서는 안 되었다.
경찰서 앞으로 형기차 두 대가 멈춰 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파파팟! 하고 터졌다.
강력계 형사들이 내리면서 한 남성의 팔을 잡고는 이끌었다.
모자에 마스크를 쓴 남성에게 기자들의 이목은 집중되었다.
“왜 죽였습니까!?”
“죽이면서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총 다섯 사람이 살해되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기자들이 몰린 이유는 하나였다.
강동구에서 근래에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다.
범인은 32살의 청년.
직업 일용직 노동자.
그에 의해 살해된 이들은 힘없이 그에게 살해당했다.
모두가 큰 죄는 없던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옆에 있는 강력계 형사를 밀어냈다.
기자도, 강력계 형사들도 순간 당혹했다. 다시 강력계 형사가 붙으려는 찰나였다. 그는 팔뚝을 이용해 마스크를 내렸다.
“왜 죽였냐고? 이 X발. 세상은 X같이 불공평하니까. 난 사이코 새끼거든.”
그는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를 강하게 억압한 강력계 형사가 서둘러 다시 마스크를 씌웠다. 경찰의 끌림에 의해 그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강력계 반장은 떠드는 기자들을 보며 골머리가 아파 왔다.
곧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소나타 차량이었다.
그 차량에서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 내렸다.
안도혜 검사였다.
“개새끼…….”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조서실 안에서는 강력계 반장이 눈에 불을 켜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칫, 연쇄살인범 조태석의 얼굴을 뭉개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무고한 남성 다섯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나이 불문이었다.
단지, 좋은 시계. 좋은 차. 명품 정장.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강력계 반장도 조태석이 사실 무서웠다.
연쇄살인범.
그도 살면서 자신이 연쇄살인범과 대립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이 녀석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그 두려움을 화로, 유족의 아픔으로 이겨낸다.
“왜 죽였어.”
“심심해서.”
“……!”
그 말을 듣는 순간이었다. 송파구 강력계 반장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형사 짓 하면서 현재 그렇게 정의롭나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유족의 눈물과 통곡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런데 뭐?
“야 이 새끼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는 조서서를 테이블 위에 턱- 하고 내려놓으며 멱살을 움켜잡았다.
“한 대 쳐요. 아 X발, 참 세상 X 같네. 요즘은 형사들이 사람 패나. 어이- 거기 밖에 보고 있소? 변호사 좀 불러주슈. 이 형사가 사람 잡네.”
그의 태연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에 형사의 몸의 힘이 쭈욱 빠졌다.
이 새끼는 사람 새끼가 아니다.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도혜는 손톱을 깨물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세상에…….”
그녀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사람 다섯을 죽여 놓고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죄책감이 없는 것일까.
‘저런 사람은 죽어 마땅해…….’
그녀는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