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74)
—출발했어?
“어. 형. 나 이제 비행기 타려고.”
—그래. 형도 지금 공항으로 가는 중. 이따 보자.
갑자기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간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소설이 대박 나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들었지만 형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으니까.
물론 술이랑 고기도 많이 사 주고 용돈도 넉넉하게 주긴 했지만 그건 전에도 그랬으니까.
오히려 예전보다도 뭔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게다가 평소에는 묻지도 않던 부모님 이야기도 물어보고 직접 만나기까지 하고.
결정적으로 한 달 전엔 아예 집까지 정리하고 연고도 전혀 없는 제주도로 이사를 갔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의외로 형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제주 체질인가?
“곧 이륙하니 벨트 착용해 주세요.”
“네.”
40분간 비행 끝에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기다리는 형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꽃남방을 입고 있어 한눈에 발견할 수 있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도 좋아 보인다.
“왔어? 짐 줘.”
“땡큐.”
“오느라 수고했다.”
“수고는 무슨, 비행기 타면 금방인데.”
“시간 내서 와 준 게 고마운 거지. 가자. 주차장은 저쪽이야.”
“차 샀어? 뭐 샀는데?”
“그냥 중고차 한 대 샀어. 제주는 차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들더라.”
형과 함께 공항을 벗어나 주차장으로 향했다.
혼자 사니까 적당히 준중형 같은 걸 샀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형은 빨간색 스포츠카 앞에 멈췄다.
“배낭도 줘. 차가 작아 보여도 트렁크 은근히 커.”
“형, 설마 이게 형 차야?”
평소 차 욕심이 별로 없던 형인데, 무슨 이런 차를 산 건지….
“그럼 남의 차에 타라고 하겠냐? 얼른 타기나 해.”
형이 내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으며 말하는데 진짜 형 찬가 보다.
“이거 외제차 아니야?”
“맞긴 한데 중고라 얼마 안 해. 아, 이거 뚜껑도 열린다.”
말과 동시에 목에 걸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데 우리 형이 아닌 것 같다.
얼마 안 한다고 했지만 몇천은 가볍게 넘을 것 같은데….
“그래, 형. 이렇게 좀 쓰고 살아.”
“그렇게 말 안 해도 형 은근히 많이 쓰고 살거든. 집 보면 깜짝 놀랄걸.”
“집은 멀어?”
“여기서 한 40분 정돈 가야지. 점심 안 먹었지?”
“비행기 타기 전에 공항에서 햄버거 사 먹긴 했는데.”
“햄버거가 밥이냐? 간식이지.”
“왜, 맛집이라도 데려가려고?”
“아니, 집으로 갈 건데.”
“집? 그래. 오랜만에 형이 해 주는 파스타 먹고 싶네.”
“파스타? 파스타도 있을걸?”
“있을걸은 또 뭐야? 설마 출장 뷔페라도 부른 거야?”
“뭐래. 너 온다고 무슨 출장 뷔페를 불러.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뭐지? 설마 혹시 누구랑 같이 사나?
아니지. 형은 예전부터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기는 누구 하나 인생 책임질 그릇이 못 된다면서.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으니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미용실은 혜선이가 보는 거야?”
“어? 뭐 그렇지. 둘 다 내려와서 미용실 문 닫으면 손님 떨어져.”
“그런가? 그래도 다음엔 혜선이도 같이 와. 형이 제대로 관광시켜 줄게.”
“응. 참, 안 그래도 얼마 전에 혜선이랑 형 이야기 했는데.”
“내 이야기? 무슨 이야기?”
“혜선이 아는 언니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는데 원래 서울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제주도로 내려갔다고 했거든. 혹시 형 괜찮으면 소개를….”
“싫어.”
“에이, 형,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 봐. 전에 한 번 혜선이랑 같이 본 적 있는데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착하던데.”
“싫다니까. 그런 좋은 조건의 사람이면 사귀자는 사람 많을 텐데. 난 됐다.”
“되긴 뭐가 돼. 형 이야기 해 봤는데 반응도 나쁘지 않았어.”
“이시우.”
“그래도 한번 만나 볼 수는 있잖아.”
계속 권했지만 형은 인상을 팍 쓰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너무 아쉽다.
“그러지 말고, 이따 집 도착하면 사진 보여 줄게.”
“어휴, 너 진짜….”
“이젠 예전이랑 다르잖아. 여자도 만나고 해야지. 나중에 독거노인 될 거야?”
“너 그러다 진짜… 어휴, 됐다. 직접 보는 게 낫겠지. 다 왔으니까 내려.”
앞을 보니 커다란 대문이 보인다.
집은 꽤 커 보이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아니, 집을 사도 이런 외딴곳에 샀어?”
“시끄러운 거 딱 질색하잖아. 예전에 연예인이 살던 집이야.”
“아니, 그래도 주변에 편의점은커녕 슈퍼도 없잖아.”
“차 있으니까 사 오면 되지. 앞에 바로 바다도 보이고 조용해서 얼마나 좋은데.”
“좋기는. 완전히 심심해 보이는구만.”
“헛소리 그만하고 짐이나 내려.”
짐을 챙기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뭐야, 누구 부른….”
…거냐고 하려 했지만, 말을 계속할 수 없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엄청나게 아름다운 세 명의 미인이 나왔으니까.
특히 한 명은 머리카락이 은색인 게 외국인 같은데… 뭐지?
“안녕하세요, 도련님?”
“도련님? 형 설마….”
“인사해. 네 형수님들이시니까.”
형수님도 아니고 형수님‘들’?
* * *
“그러니까 형 소설이 소설이 아니라 실제였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알아듣기 쉽게 차분히 설명을 하고 마법까지 보여 줬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너 글 읽는 거 싫어해서 내 소설 안 봤다고 하지 않았나?”
“소설은 안 봤어도 웹툰은 봤지. 아니, 그런데 형이 강신혁이라고는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그만 놀라고 가서 저기 별채에 짐이나 풀고 나와. 점심은 마당에서 먹을 거니까.”
“별채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앗, 네.”
세진이가 시우를 데리고 떠났다.
솔직히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시우에게만큼은 모두를 보여 주고 소개하고 싶었다.
부모님과 누나도 만나 용서하긴 했지만 피가 섞인 혈육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녀석은 시우뿐이니까.
“사부는 집에 없어?”
“영감탱인 낚시 갔어. 그보다 민찬이 너 우리한테 할 말 없어?”
“할 말? 동생 오는 거 일주일 전부터 말했었잖아.”
“그거 말고. 올 때 둘이 재밌는 대화를 하던데.”
“맞아요. 도련님이 아주 깜찍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루시엘에 은서까지 맞장구를 치며 나를 노려보는데 설마 그 이야기를 들은 건가?
“아니, 그걸 어떻게….”
“뒤에 시엘 언니랑 저랑 차에 타고 있었거든요.”
“은서가 도련님이 궁금하다고 해서 몰래 따라간 건데, 어떻게 그런 대화를 할 수가 있어?”
눈빛만으로 사람 하나 충분히 잡을 것 같다.
“그래서 만나려고?”
“실망이에요.”
아주… 나를 잡아 죽일 기센데 까딱하다간 뼈도 못 추리겠다.
잠깐만. 아니, 내가 뭐 소개를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시우가 계속 권해도 거절했다.
시우도 이런 상황을 모르고 선의로 한 걸 텐데.
“그럴 리가. 뒤에서 보고 있었으면 알 거 아니야. 난 계속 거절했잖아. 나에겐 너희들뿐이야.”
특히 은서와 세진이는 모든 걸 포기하고 내게 와 줬는데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하긴, 도련님도 우리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 그런 거겠지.”
“한 번만 봐주는 거야 두 번은 없어.”
루시엘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지만 그래도 여기서 정리되는 느낌이라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이거 마법 좀 해제하면 안 돼요? 어차피 다 말했잖아요.”
“그래. 세진이도 답답하다고 하더라. 이젠 나도 여유 많지 않은 거 알잖아?”
루시엘이 이 세계로 넘어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리 마법을 연구했지만 수많은 차원에서 나를 발견하는 건 사막에서 모래 바늘 찾기와 같은 수준이니까.
물론 모두 그런 점들은 다 각오하고 다 같이 모여 출발하려던 찰나 원시천존이 나타났다고 한다.
처음엔 사부가 포탈을 나서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건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원시천존 또한 회귀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헤매지 않고 내가 있는 곳으로 한 번에 올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한다.
대신 이 세상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긴 했지만.
그래서 현재 루시엘은 물론이고 사부 또한 능력의 대부분이 제한된 상태다.
어차피 이곳엔 포탈도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제한이 됐다고 해도 아예 못 쓰는 것도 아니고, 강신혁만큼은 아니지만 넷 정도는 충분히 먹여 살릴 돈도 있다.
“그래도 3일 정도는 괜찮다며?”
사실 지금 은서랑 세진이는 루시엘의 마법으로 살짝 나이 들어 보이게 바꿨다.
은서 말대로 비밀까지 다 털어놓은 마당에 굳이 이럴 필요가 있냐 싶긴 하지만 절대 안 된다.
회귀한 시점에서 바로 이곳으로 넘어온 거라 지금 세진이는 열아홉, 은서는 무려 열일곱.
물론 둘 다 루시엘을 통해 과거 기억을 전부 전달받긴 했다만 그렇다고 외모까지 바뀌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소설 또한 내가 떠나는 장면에서 완결이어서 시우는 지금 둘의 나이를 모른다.
“안 돼. 시우도 스물여섯인데. 너희들 원래 모습으로 바꾸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고.”
“여자 셋이랑 동시에 만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이제 그중에 둘이 열일곱, 열아홉이라는 게 알려지면 나는 바로 철컹철컹이라고.”
“하긴 경찰이 잡아가겠죠.”
“감히 누굴 잡아가. 그럼 내가 바로 경찰서 폭파… 읍!”
루시엘이 또 헛소리를 하기에 옆에 있는 껍질을 벗긴 고구마로 입을 막았다.
“민찬이 너 죽는다?”
고구마를 퉤 뱉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쫓아오는 루시엘을 피해 도망쳤다.
“둘 다 진짜 애라니까.”
한참 도망 다니다 보니 마침 별채에서 나오는 시우와 세진이가 보인다.
네 형수 좀 막으라고 말하려는데 어째 시우의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너 표정이 왜 그래?”
“도련님?”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세진이를 보니 멋쩍게 웃는다.
“딱 보니 세진이가 한마디 했나 보네.”
뒤쫓아오던 루시엘이 말하는데, 잠깐만. 설마….
“저도 준비하는 거 도울게요.”
시우는 부리나케 바비큐 준비하는 쪽으로 가 버렸다.
“세진이 너도 차에 타고 있었어?”
“아니, 아까 너 주차할 때 내려서 이야기해 줬지.”
하하… 세진이도 알고 있었구나.
“아주 쥐잡듯이 잡았나 보네. 그래도 민찬이 동생인데.”
“언니,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애가 완전히 울상이던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진짜로 이제 우리가 있다는 것도 아셨으니까 여자 소개 같은 건 하지 마시라고 아주 정중히 이야기했을 뿐이에요.”
“정말? 숨지기 싫으면 민찬이 앞에서 여자 이야기 꺼내지 말라고 한 건 아니고?”
솔직히 세진이 성격을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루시엘 말이 맞는 것 같은….
“자기, 지금 시엘 언니 말 믿는 거야? 진짜 아니라니까.”
“그… 그래. 우리 세진이가 그럴 리가 없지.”
의심은 가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때로는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다.
“다들 가서 밥 먹자.”
* * *
오늘은 시우가 돌아가는 날이다.
첫날 소개 문제로 살짝 미운털이 박혔지만 워낙 사교성도 좋고 유들유들한 녀석이라 금세 모두와 친해졌다.
특히 사부가 시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라면을 좋아하는 것도 똑같고 낚시도 좋아해서 죽이 참 잘 맞았다.
다 같이 아침을 먹고 작별 인사를 할 때도 가장 아쉬워했던 것 같다.
오전이라 차가 거의 안 막혀서 시원하게 뻗은 도로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시간 몇 시야?”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형.”
“왜?”
“행복하지?”
“실없는 소리 하긴. 그걸 말이라고. 당연히 행복하지. 형보다 행복한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지 의문인데?”
“하긴, 그래 보였어. 형수님들도 다들 너무 좋으시고 사부님도 정말 좋으시던데. 아! 세진 형수님은 조금 무서우신 것 같지만.”
“너 세진이가 마지막에 용돈도 줬는데. 안 되겠네. 다 이른다?”
“아, 형… 살려 줘.”
“한 번 만 봐주는 거야 두 번은 없어.”
루시엘의 전매 특허 대사를 치니 녀석이 피식 웃는다.
직접적인 내색은 안 했지만 시우 녀석, 나를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모두를 만나기 전의 나는 상당히 위태로운 상태였으니까.
“얼른 가기나 해. 수속은 혼자 할 수 있지?”
“동생 가는 것도 안 보려고?”
“이따 네 형수들이랑 데이트하기로 했거든. 그리고 영영 이별하는 것도 아닌데. 다음엔 혜선이랑 같이 와.”
“오케이.”
공항으로 들어가는 시우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 다시 차에 탑승했다.
출발하려고 시동을 거는데, 어라?
어느새 조수석에 세진이가 타고 있고 뒷좌석에 은서와 루시엘이 앉아 있다.
“또 뒤에 타고 따라온 거야?”
“할 것도 없는데, 바로 데이트 갈 수도 있고. 그보다 나도 우리 민찬이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루시엘이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따라 하더니 기습 볼 뽀뽀를 한다.
평소에도 스킨십은 자주 하지만 오늘은 왠지 약간 부끄럽다.
루시엘에 이어 은서도 내 볼에 입을 맞춘다.
“저도. 오빠랑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다음은 세진인가?
“나도 우리 자기랑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지만 지금은 약간 언해피 하네요.”
“언해피? 왜?”
“왜겠어요. 도련님 때문이죠. 내가 첫날 조금 뭐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뒤부턴 잘해 주고 오늘은 용돈도 드렸는데 무섭다니.”
…시우 녀석 단단히 찍혔네.
다음에 올 땐 좀 시간을 두고 오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우리 데이트는 어디로 가?”
“저번처럼 한라산 등반 이런 건 아니겠지?”
“왜? 나는 등산 좋았는데.”
원래 생각해 둔 곳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애들에게 가 보면 알 거라고 말하고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뭐야?”
“오빠?”
“자기? 여긴 집이잖아. 뭐 놓고 왔어?”
“아니.”
출발할 때부터 목적지는 집이었다.
“그럼 왜 집에….”
“오늘 데이트 장소는 바로바로 침실입니…… 악!”
뒤에 앉아 있던 루시엘, 옆에 있던 세진이, 대각선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은서까지 전부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100퍼센트 멍이 들 것 같은데 그래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아직 점심도 안 됐는데.”
“진짜 주책이라니까.”
“오빠, 변태.”
다들 한마디씩 해도 결코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니까.
정말 행복하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외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