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125
황복이를 찾기 위해서는 황궁이의 후각이 필요했다.
황궁이가 킁킁 거리며 앞장섰고, 나는 황궁이의 뒤를 졸졸 따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마을 어귀.
황궁이가 양 갈래 길에서 잠시 방황하더니 왼쪽으로 길을 틀었다.
‘이쪽은!’
산수 마을의 옆 마을, 대강 마을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황궁이가 멈추어 선 곳은 빨간색 대문이 있는 전원주택이었다.
-음머어!
황궁이가 울었다.
이곳에 황복이가 있다는 뜻이었다.
‘휴우, 역시 나의 짐작이 옳았어.’
* * *
‘여긴 진순이가 사는 곳이잖아.’
진순이라면 황복이가 짝사랑했던 진돗개였다.
예전에 밤나무 특전이 발현 됐을 당시 진순이를 보려고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것을 간신히 말렸더랬다.
아빠가 되기에는 아직 성장이 미진한 탓이었다.
한데, 나와 황궁이 몰래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꽤 으리으리하네.’
진순이가 사는 집은 목조로 된 전원주택에다가 담벼락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마당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식물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마당에 우뚝 솟은 석류나무였다.
대문 앞에서 황복이를 불렀다.
“황복아!”
이름을 외치자마자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나온다.
옆에 있는 황궁이와 나를 번갈아 보며 밝게 웃음을 짓는다.
“안녕하세요. 황복이 주인입니다. 혹시 황복이가 찾아왔나요?”
“네!”
주인 분께서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열린 문틈 사이로 황복이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게냐.
“들어오시겠어요?”
“죄송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황궁아, 잠시만 기다려줄래?”
-음머!
석류나무 아래에 강아지 집이 있었고, 그 앞에 진순이와 황복이가 짝꿍처럼 붙어 있었다.
주인 분께서 흐뭇한 웃음을 지으시며 말했다.
“황복이가 진순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가 떼려야 뗄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주인 분께서 넓은 아량으로 황복이를 품고 밥 까지 줬다고 한다.
이것 참.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혹시 사고를 치지 않았는지.”
“사고요? 얼마나 얌전한데요.”
“그러니까, 사고가 그 사고가 아니라…”
“……?”
“혹시 진순이가 임신을…”
“아!”
진순이의 배가 심상치 않아 물었다.
배가 볼록하여 꼭 임신을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풍채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살이 찐 건 아닌 것 같고.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진순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진순이 임신했어요. 예쁘죠?”
역시, 나의 추측이 맞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아빠가 누구죠?”
“황복이요. 몇 달 전에 첫 만남 때 거사를 치른 것 같더라고요.”
“아……”
“제가 계산해보니까 그때와 시기가 딱 맞아 떨어져요.”
“휴…이걸 어쩌죠?”
“어쩌긴요. 키워야죠. 선생님 댁에도 몇 마리 드릴게요.”
“와…”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하하. 괜찮아요. 우리 진순이도 이제 시집갈 나이 다 됐는데요. 걱정 마시고 다음에 진순이 출산하는 날 그때 전화 드릴게요.”
“그때 다시 찾아뵙도록 할게요. 황복아, 이제 집에 가자. 이리와.”
월! 월!
황복이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황복이를 끌고 집을 나가려 할 때, 집 주인 분께서 다가와 물었다.
“혹시 봉선 언니를 잘 아시나요?”
“봉선이요?”
봉선이를 왜 묻는 거지.
“네. 제 친구예요.”
“제가 봉선이 언니 동생이거든요. 어릴 때 뵙는데, 저 기억 안 나세요?”
아!
여성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봉선이와 닮은 구석이 꽤 많다.
5남매 중에 한 명이 마을에 산다더니,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었다.
참, 시골 좁다.
“다시 보니 봉선이랑 정말 닮았네요. 하하.”
“호호. 어쩜 이런 우연함이 있을까요. 다음에 봉선 언니 통해서 만나요.”
“네. 그럼 이만.”
황복이를 끌고 나오는 길.
녀석이 해맑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좋아하는 사람 옆에 붙어있는 게 뭐가 죄냐는 듯이.
하긴. 이건 혼낼 일이 아니다.
오히려 황복이의 사랑을 통제했던 내가 나쁜 놈 같다.
“황복아 행복했냐?”
-월! 월!
“그럼 됐다. 집에 가자!”
황궁이 녀석이 앞장서서 걸었다.
황복이가 미안한 지 황궁이 옆에 탈싹 달라 붙어 아양을 떤다.
“하여튼…”
진돗개와 골든리트리버의 믹스라.
게다가 봉선이의 친 동생이라니.
이거 참.
세상은 요지경이다.
“황복아!”
-월!
“아빠 된 거 축하해. 새끼 낳으면 데려오자. 알았지?”
월! 월!
* * *
황복이를 보고 있으니 지난날이 떠오른다. 옛날 철수네 시골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더랬다.
그래서 새끼를 가져와 기르려고 했으나 엄마가 강아지를 싫어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철수에게 다시 되돌려 줬었다.
그때 강아지가 진돗개였다.
진돗개와 인연이 다시 이어지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약초원을 개점했더니 많은 손님이 몰렸다.
약초원의 개점 공지사항을 올려놓은 너튜브 구독자도 이제 70만 명을 넘은 상황.
너무 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탓에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개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정신없이 약초를 판매하니 어느 덧 늦은 오후였다.
‘오늘도 날이 저무는 구나.’
하루하루의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으스름한 달이 유난히 아름답다.
싱그럽게 맺은 밤 열매처럼 보름달이 차오름을 보니 오늘도 사랑의 특전이 발현될 것 같다.
황복이가 홀로 시골 길을 돌아다니게 할 수가 없는 노릇.
그래서 황복이가 좋아하는 진순이를 함께 보러 가기로 했다.
보호자로써 당연한 일이었다.
“황복아 가자!”
황복이를 데리고 진순이네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주인 분께서 매우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죄송해요.”
“네?”
“진순이가 오늘 언니네 집에 갔어요.”
“언니 집이라면?”
“봉선 언니 집이요.”
“아니 왜…”
“가끔 봉선 언니네 집에 가기도 해서요. 이거 어쩌죠. 황복이가 아쉬워서.”
황복이의 눈동자가 빨리 굴러간다.
진순이가 없으니 낑낑거리며 짖길 시작했다. 마치, 내 사랑 돌려내! 하며 소리치는 것처럼 들린다.
“봉선이랑 연락 해볼게요.”
“네. 살펴 가세요.”
봉선이가 진순이를 데려간 탓에 읍내로 향해야만 했다.
황복이 녀석이 낑낑 거리는 게 오늘 진순이를 못 보면 상사병으로 잠도 못잘 것 같다.
“황복아, 진정해. 진정!”
-월!월!
봉선이에게 다급히 전화했다.
“봉선아.”
-어 도일아.
“진순이가 너희 집에 갔다며?”
-엉, 진순이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데려왔지.
“아, 혹시 동생에게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
“진순이 임신했잖아. 아빠가 황복이야.”
-알고는 있었어. 그런데 이거 참. 왜 하필 황복이냐.
“황복이가 뭐 어때서!”
-순종 진돗개를 낳고 싶었는데.
“시골 잡종도 나름 귀엽거든?”
-하하. 농담이야 농담.
“황복이가 진순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금도 진순이 보고 싶어서 네 동생 집에 왔었어.”
-아이고 이걸 어째. 빨리 우리 집으로 와야겠네.
“너희 집으로 갈게. 근데, 내가 너희 집은 처음이라 주소를 모르는데.”
-내가 주소 찍어 줄 테니까 이리로 와.
“알았어.”
* * *
포터를 끌고 봉선이네 집으로 향했다.
빌라 1층에 차량을 주차한 뒤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조수석에 앉은 황복이가 냉큼 뛰어 나갔다.
고개를 올려다보며 월월 짖는데, 진순이의 채취를 맡은 것 같았다.
빌라 창가에서 얼굴을 불쑥 내미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진순이었다.
“아주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어라.”
봉선이의 집에는 처음 가본다.
빌라 중에서도 고급 빌라에 속하는 구조다.
대지면적은 어림잡아 80평정도 됐고, 한 층에 두 가구가 사는 것 같으니 평수가 꽤 넓지 않을까.
그런데 꼭대기 층은 단독인 것 같다.
적어도 50평은 넘지 않을까 싶다.
‘으리으리하네.’
대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렀더니 봉선이가 나왔다.
봉선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도일이 왔어?”
한데, 봉선이의 차림새가 좀…
“나 온다고 차려 입은 거냐? 설마 평소에도 이렇게 지내는 거 아니겠지?”
“집에서 원래 이렇게 입어.”
집에서 금붙이를 두르고 다닌다고?
하여튼, 치장하나는 기가 막히다.
“들어와 도일아. 설마 빈손으로 온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