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17
이제 관객이 입장한다.
186 생방(Live On-Air)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까딱하는 순간 방송 사고로 이어진다.
[기존에 없었던 연기 서바이벌, 캐스팅~~보트!]위쪽의 상황실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잡고 있는 다양한 화면들을 훑어보며 턱을 초조하게 쓰다듬고 있는 데니스 밀턴과, 아래 쪽의 진행 상황을 컨트롤 하고 있는 수잔과 에밀,
그리고 나머지 스탭들. 모든 사람들이 바짝 곤두선 상태였다.
[저는 미국에서 가장 핫한 진행자, 제리 하이입니다!]와아아아아아아–
어느 때보다 높은 함성이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다.
[오늘 이 자리에는 행운의 방청 당첨자들과 더불어, 많은 셀럽들이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자, 몇 분과 인사를 나눠볼까요? 안녕하세요, 조쉬.]꺄아아아–
몇몇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처음부터 유명한 가수가 등장했다. 조쉬라고 불린 남자는 서글서글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팬서비스를 한다.
[안녕하세요, 제리.] [이번 생방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어어…당첨돼서요?] [네? 진짜요?!!]그가 손에 들린 티켓을 팔락팔락거린다. 클로즈업 되는 티켓의 색깔은 정말로 초대권이 아닌, 일반 방청권이다.
[하하, 이거 걸작인데요. 정말 본인 이름으로 응모한 거에요?] [네. 초대권을 구하려고 해봤는데,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엄두도 안 나더라구요. 다음엔 초대권도 응모 받아서 추첨하시면 안 될까요? 둘 다 지원하게.] [우핫, 양다리를 걸치겠다 이거에요?]제리는 몇 명의 셀럽들을 인터뷰해나갔다.
일반 방청권을 신청했다가 당첨되었다는 셀럽을 위시해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탑모델도, 여러 번 SNS에서 캐스팅보트를 언급했던 탑배우도 있었다.
그리고, 초대권을 가졌지만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1명.
폴로 티셔츠에 구겨진 면바지를 입은 보통의 아저씨로 보이는 한 남자가, 금테 안경 너머로 눈을 빛냈다.
‘흐음…정말 그의 실제 연기가 ‘아리자데’나 ‘판도라’ 급이라면, 내 다음 타겟은 그 배우야.’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TV시리즈(*드라마, 시트콤 등을 일컫는 미국 이름) 제작사, CRD에서 여러 성공적인 미드를 만들어 낸 드라마 제작자, 니콜라스 판다스였다.
*
방송은 짧은 1부와 긴 2부로 나뉜다.
짧은 1부에서는 즉석 연기를, 긴 2부에서는 준비된 과제를 진행하게 된다.
평가 방식은 비율 합산.
심사위원들이 1부와 2부를 총괄해 매긴 점수가 50%, 현장 방청객에게 나누어진 투표기로 집계된 표가 20%, 문자 투표가 30% 반영되어 이번 회차의 당락을 결정짓게 된다.
[자, 그러니까 여러분. 한 분 당 두 명에게만 표를 줄 수 있어요~ 시청자 여러분도, 한 전화번호로 여러 개의 문자가 와도 가장 처음 것만 산정되니까, 자기 배우 응원한다고 자꾸 자꾸 문자 보내시면 방송국 배만 불리는 겁니다, 앙?]제리가 깐족거리며 설명을 끝냈고, 이어 심사위원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언제봐도 멋진 두 명의 배우와, 특유의 허허-하는 미소를 띤 조지, 그리고 쾌활한 에바…가 아니다. 그녀의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다.
[에바, 분장 한 거에요? 지금 거의 좀비 수준인데?] [으어…좀비라뇨!! 요즘 고민 중인 대본이 있어서 그래요.] [아…’그 대본’이군요. 여러분~ 에바가 3차 경연 과제대본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심하는 걸 보니 엄청날 거예요.] [으악!! 하지 말아요!!]긴장을 푸는 짧은 재담 후, 드디어 배우들이 등장했다.
차분한 톤의 무대이지만, 여섯 개의 단상에 올라 있는 배우들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질 때만큼은 무척 화려했다.
우와아아아아–
각 참가자가 소개될 때마다 비명같은 함성이 메아리친다. 특히 유명이 소개될 때는, 가장 높은 데시벨의 환호성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시작되는 1차 경연 과제.
[자아…첫 번째 과제는 즉흥 연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즉흥 연기라면, 캐스팅보트의 악명에 어울리지 않겠죠.] [??] [이번 과제는…2인 즉흥극입니다!]제리의 말에 참가자들이 숨을 헙- 들이켰다.
혼자 찧고 빻으면 되는 1인극에 비해, 2인극은 상대와의 합이 중요하기에 즉흥극이 더욱 어렵다. 상대역이 대응을 못하고 뚝- 끊어먹는 경우엔 다같이 망하는 것이다.
거기에 제작진은 다시 잔인함을 더한다.
[파트너는 유명 신 & 셀리나 벤슨, 앙투안 모니에 & 마르타 가르시아, 프리야 록하트 & 카이 누넨이 되겠습니다!]방청객들은 아직 이 배정의 의미를 모른다.
이것은, 본 과제에서 ‘같은 롤’을 배정받은 사람들끼리 묶은 것이다. 즉, ‘대놓고 비교해서 보여주겠다’는 의미.
유명은 자신과 함께 묶인 상대에게 시선을 준다.
셀리나 벤슨.
그녀는 40대 후반의 중견 여배우이다.
오랜 경력의 단역, 준조연급 배우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누구나 ‘어디서 본 것 같아’라고 알아보지만, ‘그런데 이름이 뭐더라?’하고 갸웃하는 정도의 인지도의 배우.
하지만 그녀는 놀라운 의욕과 열정으로 캐스팅보트에 지원했으며, 안정된 연기력으로 무려 탑6까지 올라온 멋진 참가자였다.
[즉흥 연기의 주제는 따로 없지만, 역할은 정해져 있습니다. 1조는 엄마와 아들, 2조는 연인, 3조는 척을 진 가문의 아들 딸입니다. 관객들이 잠시 영상을 보시는 3분동안, 파트너와 대략의 합을 맞춰주세요. 영상이 끝나면 바로 과제가 시작됩니다!]또 한 가지의 주문이 추가되었고,
‘그녀의 안정된 연기력이라면…’
유명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셀리나.] [유명.]유명이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40대 후반. 우아하고 고상한 외모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과, 살아있는 눈빛은 멋진 배우의 얼굴이다.
[이따 메인 과제, 셀리나는 ‘먹히는’ 스토리였죠?] [맞아요, 갑자기 메인과제는 왜…] [저는 ‘지키는’ 스토리거든요.] [??] [이왕이면 메인 과제의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으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유명이 제시해 온 의견에 셀리나의 팔뚝에 소름이 쫙 돋았다.
듀엣으로 즉흥 연기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자신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관계에 어떻게 드라마를 부여할 수 있을지만을 고민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배우들도 그러한 것 같고.
그런데, 후반 과제의 프리퀄이라…
시청자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 접근법이 훨씬 좋다.
아직 과제를 모르고 TV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이야기가 나중으로 이어질 때 엄청난 탄성을 쏟아내겠지.
하지만, 따로 준비시간이 없었는데…즉흥연기로 그게 가능할까?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에뛰드로 그게 가능할까요?] [셀리나의 연기력이라면 충분히요. 제가 에뛰드 연습을 많이 했던 편인데, 괜찮으시면 제가 던지는 느낌대로 같이 가 보실래요?]셀리나가 유명을 쳐다본다.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그는 늘 겸손하다. 지금도 이렇게 멋진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자신의 기분이 상할까봐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지 않나.
[좋아요.] [두 가지만. 첫째로, 저를 진짜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반응해 주세요.] [Ok. 아들 셋 엄마라, 그건 쉬워요.] [그리고, 셀리나는 끝까지 ‘주입’하지 않는다. 그것만 지켜주세요.] [주입요?]그녀가 되물은 말에 대답을 들을 사이도 없이, 제한 시간이 끝났다.
[1조부터 바로 시작합니다! 유명과 셀리나의 조, 바로 지금부터 연기를 관람하시죠.]그들이 무대 가운데로 나올 동안, 나머지 배우들이 잽싸게 무대 뒤로 빠진다.
그리고 무대가 서서히 암전되었다가, 다시 불이 켜졌을 때,
그들은 절박하게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다.
*
불꺼진 무대를 보며, 데렉은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걸 내놓을까.’
‘즉흥극’이라는 틀만 있었던 이 과제의 디테일을 잡아준 것은 자신이었다. 제작진에겐 알리지 않았지만 듀엣을 지정한 것도, 같은 과제를 맡은 사람끼리 묶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이미 유명의 연기력도, 연기에 대한 열의도 인정하고 있지만…정말 그와 자신이 비슷하다면…
‘메인 과제와 연관된 이야기.’
하필, ‘같은 메인 과제’를 부여받은 사람들끼리 짝지어졌다.
자신이 오디션의 참가자였다면, 이 상황에서 아마…프리퀄이나 에피소드를 만들어 보였을 것이다.
물론 그게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생방송, 즉흥, 듀엣. 이런 극한 상황에서 뒤쪽 과제까지 감안해서 앞쪽 과제를 짠다? 그렇다면 아마 제 정신이 아닌 배우겠지.
하지만 자신이라면, 실패하더라도 그걸 도전할 것 같다. 이 상황에서 가장 관객에게 짜릿한 반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도…그렇지 않을까?’
조명이 떨어지는 무대.
생방이지만, 공연 중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FD의 신신당부가 먹혔는지, 관객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무대 위에서 서로를 아프게 응시하는 두 사람 때문일까.
유명이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먼저 대사를 던진다.
[엄마. 우리가 마지막이에요.]오싹-
그 첫 마디에, 데렉은 강렬한 예감을 받았다.
[아직…아직 남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아니요. 최소한 우리가 굶어죽지 않고 이동할 만한 거리 내에는…없어요. 내내 확인해 왔잖아요.] [그래…네가 고생이 많았지.] [식량도…이게 마지막이에요.]역시…
[드세요.] [아니…이걸 이렇게 뜯으면…] [어차피 우린 ‘그게’ 되지 않아도 굶어서 죽어요. 그러니까…차라리 이걸 먹어버리고 같이 ‘그게’ 돼요.]자신의 기대대로, 프리퀄이다.
‘그것’의 의미를 짐작한 데렉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관객들은 도대체 ‘그게’ 뭘까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후 본과제 때 ‘그것’이 나오는 걸 보면, 눈이 헤까닥 뒤집히겠지.
갑자기 준 미션을 본과제의 프리퀄로 만들어버리는 클래스라…시청자들이 이것이 즉흥 과제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셀리나도 잘 따라가고 있다.
분명 상대 배우의 역량까지 계산해서 던지고 있겠지.
[아…안 돼. 벌써 몇 개월을 ‘그게’ 되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버텨 왔잖니. 차라리 깔끔하게 같이 죽자. 그게 나아.] [엄마, 난 고통스럽게 죽기 싫어…]데렉은 멈칫 했다.
아주 조금씩 일그러졌다 돌아오는 그의 표정.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꽉 쥔 양손.
참고 있다.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 무엇을? 눈물을?
[‘그게’ 되는 건 끔찍하지만, 아프지는 않다잖아요. 응, 엄마?]아니, 아니.
참고 있는 것은, 좀 더 깊은 충동.
그것을 느낀 건 셀리나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표정으로 보여주는 힌트로, 즉흥극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게 대사가 이어진다.
[너…혹시…] [아니, 아니에요. 정말이야. 이미 충분히 굶주렸잖아요. 아프기까지 한 건 싫어.] [그래…그러자.]그 말에 안도한 듯 유명이 무언가를 꺼내서 살짝 눌러본다. 정교한 손동작만으로도 주사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그것을 셀리나의 손에 쥐어 준다.
관객들은 이게 뭘까…이해를 전혀 못하면서도, 무대의 분위기에 휩쓸려 시선을 완전히 빼앗기고 있다.
[마을에서 ‘그 놈’들이 지나간 자리의 체액을 가져왔어. 이게 피와 섞이면…고통스럽지 않게 갈 수 있대요.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주입하는 거에요.] [알았어…]하나- 둘- 셋-
하는 순간, 그는 꾸욱 주사기를 찔러 넣지만, 셀리나는 주사기를 반대 편으로 던져 버린다.
[이게…무슨 짓…이에요, 엄마?]그의 눈동자가 흔들흔들 춤을 춘다.
경악과 좌절, 욕망과 인내가 무겁게 뒤섞여 꿈틀거린다.
[너…이미 돼버린 거지?] [……] [어차피 ‘그게’ 될 거라면…네게 당하는 편이 낫지. 몇 달 내내 허기에 시달렸잖니.]모정.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본성을 한 끝 이성으로 짓누르며, 차라리 함께 괴물이 되자고 말하는 아들에게, 참지 말고 자신을 공격하라고 내어주는 참혹한 모정.
유명은 자신의 의도를 완전히 읽어 준 셀리나에게 감탄했다.
그리고 그녀가 모성을 가득 담은 얼굴로 양팔을 벌리고 다가오는 것이, 진심으로 두려워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사실 이미 되어버렸던,
온갖 힘을 다해 눌러놓았던 ‘그것’이 살짝 드러난 채로, 돌아서 도망쳤다.
[엄마…왜…어떻게 나한테!!!]짐승같은 울부짖음.
관객들은 그 악귀같은 표정에, 그런데도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비명에, 영문을 모르면서도 완전히 빨려들어 덜컹덜컹 흔들렸다.
그것이 메인 과제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것을 모른 채로도.
187 인외종 연기
스타트가 화려했다.
현장 연기의 박진감에 넋을 놓은 관객들의 표정을, 객석을 향한 카메라가 빠르게 훑었다.
문자 투표가 누적되는 속도가 확 치고 올라간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에 전혀 기대했던 스토리가 아니었어. 내용을 종합해 보면 배경은 아포칼립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모자. 아들이 뭔가에 먼저 ‘감염’당했고, 자신이 엄마를 죽이지 않기 위해 타인의 체액으로 엄마를 감염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엄마는…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스스로 아들에게 먹히려 한다는 건가.’
실로 참혹한 스토리.
이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관객들이 그것을 궁금해하고 있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은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이어질 무대의 프리퀄이라니···’
자신들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했다 하더라도, 그 짧은 시간 내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서 저런 선행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그리고 그걸 즉흥 연기로 두 사람이서 풀어내는 것이 가능했을 리가 없다.
그야말로 수준 차이, 그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그 무대에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앙투안이었다.
-자 그리고, 1주일간 준비해 주실 두 번째 과제는··· ‘인외종’ 연기입니다.
한 주 전, 제리가 생방의 과제를 던졌을 때, 그는 눈을 반짝 빛냈다.
인외종.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을 일컬으며, 영화에서 자주 차용되는 인외종으로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등이 있다.
-기존 작품을 연기하셔도 좋고, 직접 스토리를 구상하셔도 좋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변신 과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모습일 때와, 인외종의 모습일 때, 그리고 변하는 단계의 모습.
앙투안은 이미 그것을 질리도록 연습한 적이 있다. 위고와 찍은 영화에서 그가 맡은 주인공이 바로 뱀파이어였기 때문이다.
위고가 지난 과제를 마치고 떠나면서, 다음 과제는 너에게 꽤 유리할테니 분발해 보라고 속을 긁고 떠났었던 게 이런 의미였구나…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를 각각 2인씩 연기하게 될 겁니다. 원하는 종을 선택하시고, 한 쪽에 너무 많이 몰릴 경우엔 조정하겠습니다.
앙투안은 망설임 없이 뱀파이어를 선택했다.
‘그를 꺾을 수 있으리라는 자만심은 없어.’
이 곳에 처음 오기로 했을 땐, 그래, 호승심도 있었다.
스스로 느긋한 성격이라 자부하고 있었건만, 그의 ‘무무’ 연기를 보고나서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 연기의 경지를 확실히 확인하고,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곳까지 왔다.
하지만 그를 다시 만나보니, 그 생각이 헛된 꿈이었음을 깨달았다.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을 보고 무척 많이 배웠으니까. 하지만…자신은 그를 좇을 레벨이지 겨룰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납득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뱀파이어라면···’
정말 위고에게 철저히 굴려지면서, 뱀파이어를 연구하고 습득했다. 이 역할이라면 그를 이기진 못해도…한 번이라도 비등한 정도로는 연기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뱀파이어 배역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
이후 사력을 다해 연습해 온 앙투안의 자신감은, 지금 유명의 프리퀄을 본 순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
즉흥 연기 과제가 끝났다.
1조의 연기를 본 다른 조의 참가자들은 멘탈이 다소 휘청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간 쌓인 내공이 있었는지 큰 무리없이 즉흥 연기를 치루어 냈다.
본 과제를 시작하기 전, 배우들이 준비하러 들어간 동안 심사평이 진행되었다.
[자- 원래 뒷다마가 재밌는 법이지요. 다들 들어간 사이에, 가열차게 탈탈 좀 털어보세요. 어땠어요 조지?]앙투안과 마르타는 함께 첫 ‘우주 여행’을 간 연인을 연기했다.
평소보다 가벼운 중력을 표현한 둥실둥실한 움직임과, 흔한 사랑싸움을 ‘우주’라는 공간의 불편함을 끌어와 독특하게 주고 받은 내용이 꽤나 인상적이었다는 평.
프리야와 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했다. 둘 다 초보자라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원수의 아들딸’이라는 조건을 가진 대표적인 작품. 귀엽고 발랄했지만 앞 조들의 연기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유명과 셀리나의 조의 연기에 관해선, 모든 심사위원들이 감상을 미루었다는 점이었다.
[어? 에바도요? 아까 홀딱 홀려서 봐 놓고 평가 보류라니, 도대체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