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39
-캡처 완료. 이거 신유명 쪽이든 공화당 쪽이든 고소각 아닌가요?
-어? 저는 이게 가십 부추기는 글로는 안 보이는데요? 그냥 진실을 밝혀보자는 거 아닌가요?
-제가 보기엔 같은 파파라치들 까는 거 같기도 한데…근거없이 가십 뿌리지 말라고.
-에이 설마요, 쓰레기가 쓰레기한테 더럽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설마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어서 나온 그녀의 취재 결과들은, 세 명의 N씨의 한 달간 스케줄과 당시 신유명의 동선들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거기에 사람들이 의견을 얹기 시작했다.
-N씨가 진짜 ‘N’씨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미국에서 만났을 거란 가정부터가 오류가 아닐까요? 미국도 한국도 아닌 다른 국가에서 만났을 수도 있잖아요.
-신유명은 뭐해요? 왜 해명 안 하지?
-요즘 영화 찍잖아요. 그 캐스팅보트 우승상품.
-동선 겹칠 여지 없는 거 확실하네. 루머 입증, 땅땅땅.
-근데 스케줄표랑 입수한 정보들 정리된 표 완전 정교하네요. 파파라치라면 이 정도는 후벼 파야한다의 교본인 듯.
-글쎄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습니까. 뜬금없이 동양인 참가자가 나타나서 우승까지 휩쓴 게 아직도 이해가 안감.
-니가 이해 못 하는 일은 다 조작이냐, 이 빠가새끼야.
한참 유명을 까기 바쁘던 가십지들은 잠깐 주춤했지만, 다시 ‘그럼 그 영상은 뭐냐’를 들먹이며 다시 ‘캐스팅보트 조작설’을 강하게 푸시했다.
피비는 그것에 이렇게 대응했다.
사람들은 목을 빼고 그녀의 기사를 기다렸지만,
그녀가 그 취재의 결과를 업로드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
CRD의 삼두 회의.
미국 유수의 드라마 제작사인 CRD를 이끄는 세 수장의 회의를 일컫는다.
신의 손이라 불리는 치프 제작자 니콜라스, 최고의 조건을 뜯어낸다는 영업과 인맥의 지오반니, 그리고 총운영을 맡은 칼리프. 그들은 오늘도 모여 앉아 CRD의 중대사를 의논하고 있었다.
[Agency W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요즘 네가 공들이고 있는 캐스팅보트 우승자의 에이전시? 거기 대표가 안목이 좋다는 소리는 나도 들어본 것 같은데, 뭐 특별한 거라도 있어?] [도와줄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운을 던졌더니, 밸론토를 소개해 달라고 하더라고.] [밸론토? 거기 망하기 직전 아니야?]밸론토는 단역, 엑스트라 배역들을 키우고 중개하는 전문 에이전시이다. 한 때는 헐리웃에서 가장 큰 엑스트라 보급처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지고 있는 해였다.
니콜라스는 그 곳을 입에 올리던 유석의 야심만만한 눈빛을 떠올렸다.
-밸론토는 왜요?
-인수할 생각입니다.
-거기 재정도 엉망이고, 그닥 비전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 말에 문유석은 싱긋 웃었다.
-언제나 비전은, 사람에게 있죠.
-…?
-그래도 헐리우드의 무명 배우들의 프로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 배우들은 대부분 허수-
-제가 허수와 실수의 구분을 꽤 잘 하는 편입니다.
‘안목’
그가 신유명과 카이 누넨과 도효준을 미리 골라냈던 안목을 언급하자, 니콜라스의 표정에 흥미가 실렸다.
-거기 3대째 경영자인 룬드 밸론토는 능력은 없는데 신념만 가득한 인물이라, 아직 실적 없는 신생 회사에 밸론토를 넘기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나쁘다 해도 밸론토 정도 규모가 되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텐데요.
-괜찮습니다. 제 안목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투자하겠다는 분들이 한국에 꽤 있거든요.
니콜라스의 설명에 나머지 둘의 얼굴에 흥미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확실한 자금력이라…그건 무시못할 요소지.] [이 업계에서 중요한 건 결국 ‘감각’과 ‘운’이야. 거기에 ‘돈’이 뒷받침된다면 무명 회사가 단숨에 급부상하는 것도 비일비재한 일이지. 니콜라스 자네가 보기에 그 대표는 감각과 운을 가지고 있나?]니콜라스는 문유석을 가늠하듯 잠시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말끔한 분위기 속에 발톱만 감춘 것이 아니라, 마취총과 폭탄도 한아름 장전하고 있는 듯한 인물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보유하고 있는 다이아몬드도.
[아아…전성기의 나와 닮았어.] [그…정도인가?] [감각은 칼날처럼 예리하고, 대단한 행운은 이미 거머쥐었지. 그리고, 그걸 방해하는 것들은 치워버릴만한 수완도 가지고 있어. 지금 신유명에 관한 여론전도 그의 작품일걸.]나머지 두 명은 이제 쇼파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밸론토를 인수해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피라미드의 1층을 만들려는 거겠지.]…피라미드?
[밸론토의 수많은 프로필들을 얻어 재능의 급을 나누고, 재능이 있는데 바닥에 머무르고 있는 배우들을 끌어올리겠지.] [으음…별다른 재능이 없는 배우들은? 사실 대부분의 단역 배우들은 그저 그럴텐데.] [한국은 ‘기획사 시스템’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는 말을 흘리더군. 시스템이 특출난 배우를 발굴해 주진 못하지만, 기본을 하는 배우는 만들 수 있다고.] [그렇다면···] [괜찮은 단역과 엑스트라는 언제나 부족하니까…퀄리티를 관리해서 밸론토의 명성을 끌어올리고, 그 중 재능있는 배우는 Agency W로 스카웃하는 구조···]퀄리티가 보장되는 단역과 엑스트라는, 헐리우드에선 언제나 목마른 인력이다.
지오반니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사람이 니콜라스 자네에게 그 얘기를 흘린 이유가 있지 않을까?] [투자를 원하냐고 물어봤더니, 돈은 필요없다더군. 도와주시는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냐며, CRD와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다고 했어.] [그거 보통 능구렁이가 아니네… 신유명 섭외 건은 어떻게 돼 가?] [요즘 언론이 시끄러우니까, 차기작 함께하자며 한참 들이대던 제작사들이 주춤하고 있는 모양이야. 일단 영화 개봉 결과를 본 후 컨택해도 늦지 않다라는 거겠지.] [우리 쪽은?] [땡큐지. 우리는 그런 개소리는 신경도 안쓴다는 모드로 개런티를 더 올려서 제시했어. 이번엔 흔들렸으면 했는데 꿈쩍도 않더라고.] [흐음···]그들의 회의는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
‘아무리 영감이 좋은 편이라지만, 이건 과하다.’
혜호는 의 완결고를 보았을 때, 경계심이 바짝 들었다.
아스와 헤티, 자신과 유명.
아무리 카일러 언쇼가 배우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감독이라 해도, 이 시나리오는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디테일이 닮아 있었다.
‘선계의 첩자인가?’
카일러의 에너지는 유난히 맑기는 했지만, 선계가 관여한 흔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혜호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의 거처에 들러보기도 하고, 이 땅에 서식하는 귀들을 붙잡고 탐문하기도 했다.
자연히 유명을 따라다니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혜호는 유명에게 ‘다른 촬영장에서 연기(*연기의 기운)를 흡수하고 있다’는 핑계를 댔다.
도저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초조해하던 어느 날, 한 가지의 의심이 떠올랐다.
‘설마…어머니?’
그리고 혜호는 곧바로 화호의 거처로 날아들었다.
{어머니십니까?}
{으응? 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그녀는 요염하게 웃으며 딴청을 부렸다.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선계와 관련된 자는 아니냐, 어머니가 뭔가 관여하신 게 아니냐 계속해서 캐물었지만, 그녀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을 뿐 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럼 전 돌아가겠습니다.}
{아아, 매정한 아들 같으니. 얼마만에 보는 어미인데 이렇게 급하게…밥 한 끼도 함께 하지 않고.}
{…밥은 원래 안 드시면서.}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뭔가 생각이 날 거 같은데. 선계가 관여되어 있던가아~?}
{뭐라구요?! 정녕 선계가!}
{아니던가아~? 조금만 있어 봐. 기억이 날듯말듯 하니까.}
화호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그를 붙잡았다.
선계와 인계의 시간은 다르다.
그녀가 미적대는 동안도 촬영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벌써 몇 주, 몇 달이 지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달아하는 혜호를 보고, 화호가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하니.}
{아직 감독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는데다, 신유명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가 도움을 줄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아이는 잠시 눈을 떼면, 그 새 훌쩍 커 있는 법이란다.}
그녀가 자신의 아들을 보며 아련하게 웃었다.
너도 그러했다는 듯이.
{잘 있을 거고, 놀랍게 성장해 있을지도 몰라.}
{역시…어머니가 관여하신 겁니까?}
엄마의 마음을 나 몰라라, 궁금한 것만 추궁하는 아들에게 그녀가 결국 버럭한다.
{그래, 내가 도와줬다, 왜!}
{…도와주셨다구요?}
{그 아이가 뿜어내는 존재감에서, 그 아이의 느낌과 혜호 너의 느낌이 더 선명하게 구분되어 보이도록 감독의 눈의 안개를 걷어준 것 뿐이야. 이야기 자체는 스스로 만들어 낸 거고.}
{왜…그런 일을···}
그녀가 혜호의 시선을 외면하며 작게 중얼거린다.
{그 아이도 좀 알았으면 해서.}
{뭘 말입니까?}
{네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그 아이를 돕고 있는지. 뛰어난 배우이니, 네 역할을 연기하다 보면 네 마음도 알겠지.}
{…쓸데없는 짓을 하셨습니다. 다신 참견하지 마십시오.}
혜호는 올라오는 성질을 누르듯, 낮은 목소리로 말하곤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선이 되어서 이런 관여를 하면 안 되지만…어미의 마음이라는 게 뭔지 네가 알겠느냐···’
*
혜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유명은 촬영 중이었다.
씬 67. 납치당했던 우주선에서 귀환한 아스의 독백.
[자자, 다들 스탠바이-]인세의 시간으로는 거의 한 달만에 보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유명에게 달려가 인사하려던 미호는, 촬영장 가운데 선 남자의 표정을 보고 선뜩한 느낌을 받고 멈추어 섰다.
‘어떻게…!’
유명은 자신이 아주 잘 아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216 너무 몰입한 거 아니에요?
수만 번의 연기를 보았다.
수백만이나 되는 인간의 얼굴을 보았고,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합이 수억 가지는 넘는 표정들을 보았다.
연기에 빠져들 때의 혜호는 훌륭한 배우였고,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무수하게 입력된 수많은 데이터로 쉽게 인간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어느 날 거울 앞에서 그것을 모두 걷어내 보았을 때,
스스로도 낯설던 ‘연귀 혜호’의 진짜 표정이, 아마 저러했던 것 같다.
-놀랍게 성장해 있을 지도 몰라.
어머니의 계시같은 말이 떠오른다.
그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건만, 그는 어떻게 저 표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
[스탠바이- 레디- 슛!]테르카에게서 풀려난 아스는, 어떤 혼란도 망설임도 없이 인정한다.
[연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구인이 아니라 저 종족이었군. 그래서…여태까지 나만은 평균에 수렴할 수 없었던 거야.]어릴 적부터, 한 번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솟구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주변의 모습을 훔치며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것 모두, 자신이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하지만, 나를 찾는 의도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 일단 찾는 방식이 너무 잔인해. 도대체 내 모성은 어떤 곳이기에···]잔인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인간의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 때문에 두 번이나 위험에 처했던 헤티를 떠올린다.
[그녀가 죽지 않으려면, 나와 가까이 있어선 안 돼.]집에 도착한다.
헤티와 함께 동거해 온 집. 그녀는 지난 테러의 후유증으로 입원 중이다.
음대가 폭파되면서 그녀의 선생님, 친구들, 매일같이 보던 많은 사람들이 몰살당했고, 그것은 그녀에게 커다란 정신적 후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그녀라면 곧 극복하겠지. 누구보다도 강인한 인간이니까.’
아스는 자신의 짐을 챙긴다.
방 안에서 자신의 모든 흔적을 긁어내듯이 깔끔하게.
그리고 헤티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쪽지를 남긴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기 전, 빠진 것이 없는지 한 바퀴 돌아보던 아스는,
딩-
집의 한쪽 구석에 자리한 낡고 작은 피아노, 그것의 한 음을 짚으며 생각했다.
그녀의 음악 소리가 무척 듣고 싶다고.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오늘도 첫 테이크에 오케이 컷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여러 구도로, 여러 사이즈로, 씬 68에 포함된 컷들의 촬영이 이어졌다.
그 씬의 촬영이 끝난 후에도, 미호는 유명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천천히 그를 관찰했다.
갈수록 연기가 너무 좋다는 칭찬, 의상을 체인지하겠다는 스탭의 전달, 다음 씬의 디렉팅을 하는 감독의 멘트.
그런 것들에 반응하는 유명은 평소와 같이 웃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 녀석, 왜 저래?’
미호의 눈에는 보인다.
그가 아직도 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상적인 표정을 꾸며 보이는 중이라는 것이.
*
[씬 69 아스-헤티 샷입니다!]저 쪽에서 분장을 마친 에르히 데버가 나타나자, 유명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좇는다.
‘헤티···’
보통은 촬영장에 여주인공이 나타나면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텐데, 그녀의 약한 존재감 덕분에 스탭들은 집중을 깨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흐린 존재감에도 유명에게는 그녀의 주변만 컬러처럼 선명해 보인다.
이것은 아스의 시선인가.
연기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도 배역의 영향을 받았던 적은 없었는데···
감독석에 앉은 카일러가 당부한다.
[유명씨, 알고 있겠지만 무척 중요한 씬입니다. 베스트 컷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찍겠습니다. 유명씨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제일 좋은 컷을 뽑기 위함이니까 초조해 하지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려요.]그렇다. 이번 씬은 극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유명은 연습 시간의 태반을 이 씬에 사용했다.
타인의 흉내만 내던 아스의 마음에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개화하는 순간.
[네, 걱정마세요.] [좋아요. 에르히도 마찬가지예요. 이 씬에서 헤티는 어느 때보다도 강인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눈 부분의 클로즈업이 여러 번 들어갈테니, 너무 자주 깜빡이지 않도록 신경 써 주세요.] [네, 감독님.] [좋아요, 갑시다-]탁탁- 그가 둘둘 말은 대본을 손바닥에 친다.
[레디–슛!]이번 씬은, 납치당한 이후 자신의 정체를 인지한 아스와 헤티의 첫만남이다.
어느 집의 닫힌 현관의 양쪽에, 각각 아스와 헤티가 자리하고 있다.
[아스, 아스! 아스 프리데터!!]초반부터 격양된 어조.
쾅쾅- 문을 두들기는 헤티는 평소의 차분하고 사색적인 모습이 아니다.
아스는 헤티에게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했고, 퇴원한 헤티는 그의 쪽지를 읽은 후 아스의 누나 올리비아의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문의 반대쪽에서 아스는 차갑게 응대한다.
[돌아가, 헤티. 우린 끝났어.] [왜 이래, 갑자기. 너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그렇지?] [이유같은 거 없어.] [제발, 아스. 최소한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하자, 응?]망설인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퇴원 후 그녀의 상태가 괜찮은지도 조금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보기 힘들었던 그녀의 격양된 모습에, 관찰자로서의 호기심도 조금 들어서.
그런 이유를 만들어 가며 아스는 문을 열었다.
문 안으로 빛과 함께 번지는 그녀의 얼굴.
아아, 헤티 램.
무척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이야.
반갑지만, 나와 엮여 있으면 네가 위험해.
너는 여전히 내게 의미있는 데이터니까, 안전하게 보존될 필요가 있어.
그러니, 지금은 떨어져 있자.
[나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아스의 입에서 선언같은 결별문이 떨어진다.
그 말에 깊숙이 찔린 듯이 아픈 눈빛으로, 하지만 담담하게 헤티가 대꾸했다.
[어차피 너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잖아.]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