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7
한성의 품에 안긴 작은 여자아이.
유명은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잠시 숨을 멈췄다.
예쁘다.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눈꼬리가 쳐져서 착해보이는 눈은 선하를 꼭 닮았고, 약간 고집스럽고 정직해 보이는 입매는 한성을 닮았다.
이 아이의 이름이 하은이인 이유는…선하와 보은이에서 한글자씩 딴 거겠지.
“하은아. 삼촌 해봐, 삼촌.”
“연습시켰거든. 어제 비슷하게 했었는데.”
“벌써 말을 해요?”
“엄마는 7개월때 시작했는걸? 하은이 지금 16개월이야.”
“벌써 그렇게 됐구나···”
유명이 없는 사이에 태어난 생명은, 벌써 16개월이라는 의젓한 나이가 되어 있었다.
옆에서 엄마 아빠가 보채자, 아이가 갑자기 유명의 옷자락을 고사리손으로 꼬옥 쥐더니,
“사암추-”
…말했다!
그리고 꺄르르 웃었다.
“…와…말도 안 되게 귀여워···”
“너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다. 웃을 때가 아니야. 앞으로 놀아달라고 엄청 보챌 걸.”
그리고 드디어, 유명의 부모님이 돌아왔다.
양 손에 가득 장을 봐 들고.
“유명아! 어떻게 벌써 왔어. 차가 엄청 막힌대서 늦을 줄 알았는데.”
“오빠 헬기타고 왔대~요.”
“뭐? 헬기??”
“어이쿠- 우리 잘난 아들 아빠가 한 번 안아보자.”
온 집안에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유명은 드디어 긴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
새 작품.
유명은 머리 속에 필요한 것들을 차곡차곡 떠올렸다.
준호가 요구한 연기의 난해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자신의 연기가 가장 관건이긴 했지만, 그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정교한 특수효과였다.
유명은 존 클로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유명씨! 잘 쉬고 있죠? 편집은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명씨 연기에 판타지 배경을 붙이니까 아주 근사해요.]존 클로드와 함께 작업해보니, 인격자라는 평판답게 굉장히 편안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촬영장에서의 카리스마는 무척 뛰어났고.
그는 언제나 헐리우드 최고의 스탭들과 함께 했고, 오늘 유명의 용건은 그 스탭진에게 있었다.
[사실 제가 한국으로 들어가서 만들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요.]유명이 대략의 내용을 설명하자, 존은 흔쾌히 유명의 요청에 답을 준다.
[특수효과에 추천할만한 스탭이라… 니사는 어때요?] [어…니사라면 최고지만, 어필투더소드에 투입되어 있잖아요?] [이제 들어가서 촬영 시작할 거 아니에요? 어차피 특수 효과는 후반 작업이니까. 촬영 중에 꼭 필요한 전처리들만 니사네 팀원 한 명을 보내서 돕게 하고, 본작업 때 니사가 넘어가면 돼죠. 그녀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지만, 유명씨를 무척 좋아하니까 아마 기뻐할 거에요.]니사 펄스는 VFX 분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실력자이다. 프리랜서이지만 존 클로드와 항상 함께 작업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를 흔쾌히 보내준다는 말에, 유명은 무척 고마웠다.
[직접 연출이라…유명씨도 결국 나와 같은 루트를 타는 건가요?] [아직 그럴 마음은 아닙니다. 세계를 창조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저는 아직 그 세계의 주민이 되는 편이 즐겁거든요. 하지만…이번 영화는 제 자신에 대한 영화라, 제 의도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래도 촬영 때 전체 그림을 봐 줄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아요? 본인이 연기하는 건 카메라를 통해서밖에 못 보잖아요.] [그건 그러네요.] [나는 어때요?] [어…감독님은 이번 영화 편집하셔야죠···?] [아참, 그렇지. 그럼 몇 달만 기다려 주면···] [제가 좀 급한 사정이 있어서요, 하하···정말 영광으로 알겠습니다.]존 클로드가 감독도 아닌 감독의 대리인을 자청하다니,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이야기일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지난 7개월간 유명과 영화를 만들면서, 내내 놀라고 감격했으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것이다.
유명은 전화를 끊은 후,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전체 그림을 봐 줄 사람이라···’
맞다. 필요하다.
유명이 가지고 있는 작품관에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가장 충실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
유명이 아직 잘 모르는 영화의 테크니컬한 부분도 조언해줄 수 있는 경험많은 사람.
한계에 가까운 작업이 될 것이니만큼, 유명이 무엇을 보여주더라도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만한 사람.
유명은 한 사람을 떠올렸고, 다시 전화기를 손에 들었다.
239 제작사를 사신다고?
“Allo~”
[위고 씨 맞으신가요? 저 신유명입니다.] [오, 유명씨! 내 뮤즈!]그는 프랑스 특유의 억양이 섞인 영어로 유명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말투나 내용만으로도 그가 짓고 있을 표정이 선하게 떠오른다.
[한국 들어갔다면서요. 휴가 중이에요?] [제가 한국 간 소식은 또 어떻게 아셨어요?] [주변에 눈과 귀가 많잖아요. 서눈, 도귀.] [하하···]하기야, 류신과 효준이 알고 있겠구나.
[위고 씨, 요즘 뭐하세요?] [왜요? 드디어 내 가치를 알았습니까? 기가 막히는 시나리오가 떠올라서 영화 제작을 막 해보려는 참인데, 캐스팅 해줄까요?] [아…바쁘시군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캐스팅 제의는 감사하지만, 차기작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요.]그제야 유명이 자신에게 제의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위고의 목소리에 흥미가 깔렸다.
[차기작? 혹시 차기작 관련해서 나한테 제의할 게 있는 건가요? 감독 자리?] [드라마트루그를 찾고 있습니다.] [호오…영화에서 드라마트루그가 필요하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드라마트루그.(*dramaturge)
공연 자문과 관리 또는 지도자의 역할.
공연 전 과정에서 작가, 연출가, 배우 사이를 매개하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실행하는 총체적 관리자를 의미한다. 극의 준비 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며, 공연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제가 연기와 연출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그 말에 위고가 흠칫 놀랐다.
‘진짜 욕심 많은 배우네…직접 연출까지···’
[본인이 원하는 톤으로 연출하고 싶은데, 거기에 자기 색깔을 안 넣고 관리감독만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네.] [하하하-]일부러 위고가 살짝 비꼬아서 질문을 던졌지만, 유명은 그 말이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했는지 변명없이 긍정했다.
오히려 그런 부분에 위고의 웃음이 터졌다.
[왜 나에요?] [위고씨라면 제가 원하는 수준까지, 함께 기대해주실 것 같아서요.]이미 아득히 높은 유명의 연기 수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함께 기대하고 몰아쳐 가 줄 사람.
[그리고···] [그리고?] [재밌어하실 것 같아서?]새로운 시도, 그 자체를 즐길 것 같은 사람.
[하하- 잘 봤군요. 어찌보면 황당한 제안인데, 유명씨라 그런지 기분이 안 나쁘네?] [재밌어하실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뭔가요?] [이거, 영화와 연극을 함께 제작할까 합니다.]그 말에 위고의 눈빛이 달라졌다
[…당장 대본부터 보내요.] [알겠습니다. 다만, 이건 완성된 대본이 아니고 상당히 수정될 예정이니, 감안해서 보시고 결정해서 알려주세요.] [결정은 이미 했어요. 이렇게 재밌는 일에 빠지면 위고 비아드가 아니지. 여기 정리하고 한 달이면 넘어갑니다. 그 동안 대본 수정 최대한 진행하고 있어요.] [영화 들어가신다면서요?] […들어야 갈 수 있죠. 뭐, 안 들어갈수도 있는 거고.]곧 제작에 들어갈거라던 영화는 유명을 낚기 위한 낚시였나 보다. 하지만 낚시대가 오히려 고기가 던진 미끼에 걸려 물 속으로 풍덩 빠졌다.
그렇게, 한 명의 중요한 스탭이 결정됐다.
*
입국하고 3일 째.
시차에 적응되자마자, 유명은 가장 중요한 인물과 만났다.
“유명아!”
“우와 준호 너 엄청 변했구나.”
“네가 더 변했는데? 이젠 스쳐 지나만 가도 대스타의 아우라가 후광처럼 빛나네. 하하.”
조금 소심하고 유약한 인상이던 준호.
하지만 성공의 경험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고 했던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성과를 내게 되자, 준호는 부쩍 성숙해지고 눈에는 생기가 가득해 보였다.
준호가 본 유명의 변화는 더했다.
이제 대학교 초반에 존재감없던 동기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유명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 때 그 친구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그건 무슨 소리야? 영화와 연극을 같이 하자니?”
“말 그대로야. 초반에 영화를 찍고,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에 같은 작품을 연극으로 준비하는 거지. 그리고 영화가 개봉할 때, 연극도 같이 개연하는 거야.”
“후와…어마어마한 프로젝트네.”
준호는 약간 창백해져서 숨을 내쉬었다.
별 생각없이 끄적였던 시나리오가 이렇게 큰 일이 되어서 돌아오리라고 상상이라도 했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명이 공저를 제의한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만으로 나간 작품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면,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워서 불면증에 걸렸을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준호는 대담하더라. 내가 지킬하이드 때부터 알아봤지.”
“어…그…그래?”
“그 대본 보면 다들 기겁할걸. 배우 사정은 전혀 안 봐주는 대본이었어. 너 혜성에서도 배우들한테 엄청 원망듣지 않아?”
유명이 빙글빙글 웃으며 준호를 놀리자, 준호가 살짝 발끈한다.
“아니거든! 나도 보통 땐 그렇게 안 써. 그건 너를 생각하고 쓴 대본이니까···!
수업을 청강할 때, 준호는 유명의 연기를 보며 제대로 된 첫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에 운이 닿아 각색하게 된 의 각본.
그 때는 몰랐다. 자신이 무대 위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연기를 주문했다는 걸.
하지만 유명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고, 자신이 상상한 바 이상의 연기를 펼쳐 보였다.
그 때 이후로 신유명은 우준호의 뮤즈였다. 대본을 쓸 때면 늘 그의 연기가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준호는 자제하고 자제했다.
혜성에도 대단히 좋은 배우들이 많지만, 자신의 머리 속 상상을 누구나 그렇게 펼쳐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나리오를 쓸 때만큼은, 그러지 않아도 됐어.’
말이 안 될 것 같은 장면을 쓸 때조차, 유명이라면 어떻게든 근사치를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영화는 공연과 다르기에, 특수효과를 잘 사용하면 생각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고.
사실 그건 준호가 영화 쪽을 잘 몰라서 했던 기대였지만, 유명은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덕분에 불이 붙었어. 그 정도로 기대해주다니, 최선을 다해서 기대에 부응해야겠네.”
“…그…그래. 시나리오 수정은 언제 시작할까?”
“난 이제 시간 많으니까 너 시간될 때 빨리 시작하자.”
“나도 괜찮아. 극단에 얘기했더니, 작업 기간동안 무급휴가 처리해주신다고 했거든. 그런데 연극도 같이 할 거면…극단쪽 지원 안 필요해?”
준호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묻자, 유명이 웃으며 말했다.
“응. 안 그래도 이번엔 혜성에 협조 요청하려고 했어. 내가 극단에 한 번 들를게.”
“우와. 단장님 기뻐서 넘어가시겠네. 지난 번에 줄라이에 뺏겼던 걸 아직 땅을 치고 계시거든. 그런데 영화가 문제네. 어디 생각해 둔 제작사라도 있어?”
“아…주요 스탭은 도와주실 분들이 해외에서 오실 거고, 실무 진행을 위해서 대표님이 제작사를 하나 사신다던데.”
“뭐? 제작사를 사신다고??”
준호가 입을 쩌억 벌렸다.
*
유석은 굿엔터의 재무팀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컨택해 봤나요?”
그는 유명의 이야기를 들은 후, 제작사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잘될 것이라 믿었고, 그렇기에 제작도 투자도 다른 곳을 끼지 않고 직접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다.
재무팀장에게 국내의 영화 제작사들 중 제작능력이 괜찮으면서 재정상태가 어려운 곳을 알아보게 했었다. 몇 개의 후보 중에서 프리튜드라는 제작사를 첫 번째로 컨택해보게 했는데, 재무팀장이 이런 보고를 하는 것이다.
‘설마 벌써부터 견제가 시작됐나···?’
“혹시 프리튜드가 윤성과 관계가 있습니까? 투자를 받았다던지, 윤성 쪽 일을 했다든지?”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거기 사장이 윤성 엔터에서 오래 일을 하다가 나와서 차린 거라고 하더라구요. 분가 형태라 수주도 꽤 받았는데, 결국 잘 안 된 모양이구요.]‘…빠르시기도 해라.’
윤성그룹은 유석의 ‘어머니’의 친정이다.
그녀의 남동생이 윤성 엔터의 사장이고, 그 산하에 TW 매니지먼트(미국의 TW방송국과는 무관한 한국의 연예기획사)가 있다. 당시, 탁규민 역의 이규성이 그 엔터 출신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나대는 걸 가만 보고 있진 않겠다는 뜻인가.’
어머니는 문유석이 굿엔터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취미’ 정도로 끝내라고 늘 압박해 왔다. 신유명 때문에 점점 굿엔터의 이름이 커질 무렵, 어머니는 그를 내보내기를 종용했었고, 유석은 유명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문유석의 집안인 태원이나 그의 어머니의 친정인 윤성의 손은 미국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유석은 처음으로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시네.’
유석이 검지로 톡톡 책상을 두들기더니, 다시 재무팀장에게 지시를 내린다.
2년 전만 해도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내뺐지만, 이제 유석도 무력하지만은 않다.
“프리튜드는 포기합시다. 넘어오지 않을테니.”
[그럼 어디 다른 곳으로 알아볼까요?]“그러죠. 사이즈는 크지 않아도 됩니다. 재정은 어렵지만 사장이 의욕있고 제작스탭들이 젊은 곳으로 알아보세요. 해외에서 최고의 인력들이 지원될 거니까, 기술은 가르치면 됩니다. 시스템이 갖추어진 곳보다 우리가 성장시킬만한 곳. 이왕이면 인수해도 윤성이 별로 신경 안 쓸 정도의 규모로.”
[알겠습니다. 혹시 윤성과 무슨 문제라도···]“그 부분은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마십시오.”
유석은 전화를 끊은 후,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3월 중순.
오랜만에 오디우스 모임이 열렸다.
한성, 선하, 준호, 유리, 혜선, 수호, 그리고 한성의 친한 친구인 이재필 교수.
오디우스 전체 모임을 했다간 유명의 싸인회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잡은 모임이었다.
“유명아~~!!”
“아…안녕하십니까, 신유명 갓제너럴그레이트킹 배우님.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어우, 신수호. 오바 즐.”
“우헤헤- 작명의 킹이라고 불러다오.”
한성, 선하, 준호는 오늘 전에도 만났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말그대로 몇 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변한 것 없이 여전했다.
“유명아, 빨리 헐리우드 얘기 좀 풀어봐. 마일리 필론은 실제로 봐도 그렇게 치명적임?”
“성격은 귀여워요. 좀 사차원 타입이랄까.”
“으어어억. 오빠 심장 멎었다. 기다려라 마일리, 지금 헐리우드로 간다.”
“아, 수호 오빠 진짜 주접.”
신수호의 멈추지 않는 깝과 혜선의 구박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봐도 변함없는 사람들.
유명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이재필 교수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끼어서 미안한데-”
“무슨 말씀이세요 교수님. 충분히 오실 만한 자린데요.”
“고맙다, 유리야. 흠흠. 사실 내가 신배우에게 부탁이 있거든.”
“무슨 부탁이세요?”
유명이 웃으며 묻자, 이재필은 그를 보며 감회에 젖는다.
연영과 교수로 재직하며 어린 티 물씬 나던 학생들이 스타가 된 모습을 한두번 보는 것이 아니지만, 이 녀석은 정말 특별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을 기함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배우.
“바쁠 것 같아서 부탁하기 미안하지만, 혹시 올해 오디우스 여름 워크샵에 하루 강사로 와 줄 수 있나하고. 신배우가 하루 와서 지도해준다면,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이열, 이 교수, 참스승 포스···”
“윤 배우는 잠시 조용히 하시고.”
유명은 잠시 오디우스 여름 워크샵을 떠올린다.
처음으로 겪어 본, 재능이 넘치는 동료 배우들과의 시간.
한성과도 그 곳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티비에서나 볼 법한 배우들이, 그 바쁜 스케쥴 중에도, 후배들에 대한 애정으로 워크샵에 참여하여 지도하던 모습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영광입니다. 꼭 불러주세요, 교수님.”
“…고맙다.”
졸업했지만 우리도 들으러 가면 안 되냐는 친구들의 아우성을 들으며, 즐거운 이야기가 깊어져 갈 때,
딸랑-
또 한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헉···류신 오빠!”
“여길 어떻게…프랑스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형 어제 귀국했다길래 내가 불렀어. 다들 놀래켜주려고 비밀로 했지~”
수호가 뿌듯하게 자신의 짓임을 밝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