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01)
# 나라의 부름 (1)
애교 섞인 여성의 목소리.
상우가 힐끔 옆을 바라보자, 창으로 비치는 햇살이 이불을 덮은 여인을 비추고 있었다.
어젯밤, 정확히 말하자면 아까 전까지도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피곤한 듯 힘이 살짝 풀린 눈으로 상우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씻으려고.”
“흐응~ 나도 씻을래애. 같이 씻자.”
적극적인 그녀.
약간 인조미가 느껴지는 섹시한 얼굴의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이 스르륵 흘러내리며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상우를 유혹하려는 듯이, 몸을 슬쩍 틀며 자신의 몸매 라인을 어필했다.
하지만 상우는 감흥이 없었다.
“난 같이 씻는 거 싫어서.”
“아··· 알았엉.”
“나 먼저 씻는다. 좀 자고 있어.”
“웅~”
현자타임이라도 온 걸까.
상우는 매몰차게 거절하고는 무언가를 찾는 척 하며 옷가지를 뒤적거렸다.
[아공간]
대충 아공간에 옷을 쓸어담은 상우.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샤워실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곧장 아공간을 열어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탓-
아공간을 지나 상우가 도착한 곳은 그의 집 샤워실이었다.
그곳엔 항상 집에 상주하며 경호를 하던 1호가 아공간을 연채 서 있었다.
상우가 도착한 걸 보자 열려있는 아공간을 닫아버린 1호.
‘돌아가 있어.’
상우는 1호를 돌려보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모텔에서 완벽하게 도망친 상우.
그는 여유롭게 씻기 시작했다.
[액체화]
상우의 몸이 물처럼 투명해지며 흐물흐물해졌다.
그와 동시에 몸 주변에 묻어있던 타액과 이물질들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모든 이물질들이 흘러내려가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상우.
샤워인 듯 샤워 같지 않은 샤워(?)는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이렇게 간편하게 씻을 수 있게 된 건 지난번에 탐식한 인어여왕 덕분이었다.
그때 상우는 워터블레이드, 워터힐링, 아쿠아룰러라는 세 가지 기술을 얻었는데, 모두 물과 관련된 스킬이었다.
그래서일까.
상우가 원래 가지고 있떤 액체화 스킬의 레벨이 월등히 상승하여 컨트롤이 미세해졌기에 지금처럼 샤워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액체화 스킬 덕분에 신체 구석구석 깨끗해진 상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각도 상우의 약간 꿀꿀한 듯한 기분을 달랠 수는 없었다.
‘공허해.’
거울을 보면서 안면변화 스킬로 턱수염이 수북했던 얼굴을 원래의 조각 같은 얼굴로 변형시키며 상우는 한숨을 쉬었다. 잘생긴 외모도 갖췄고, 예쁜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상우는 왜 이러는 걸까.
그건 요새 느끼는 심경 변화 때문이었다.
최근 그는 러스트를 이용하여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뒤늦게 여자에 대해 눈을 뜬 것이다.
‘밤마다 죽겠네.’
사실 상우는 색욕의 상징을 얻기 전부터 밤마다 들끓는 혈기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초인이 되어 신체가 워낙 건강하게 된 원인이 컸다.
때문에 일부러 실내 체육관이나 사냥터에 가서 힘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그런데 웬걸.
러스트 덕분에 혈기를 해소할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만 것이다.
아니, 그곳은 오히려 혈기가 용솟음치는, 젖과 꿀이 흐르는 이상향이었다.
결국 상우의 온 신경과 생활 패턴은 여자를 만나는 일에 쏠리게 되었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상우가 딱 그짝이었다.
이후 그는 대소사를 결정하는 일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부분 분신들에게 일을 맡겼다.
그러고는 러스트에 접속한 상태로 신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러스트의 유혹 성공률은 거의 100%.
만약 유혹의 페로몬까지 사용했으면 정말로 백발백중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상우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치트키 쓰는 거 같아서 재미없잖아. 비겁한 거 같고.’
대신 상우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안면변화 스킬로 얼굴을 변형하는 선에서 만족했다.
오히려 더 못생기게 말이다.
허나 러스트의 화려한 언변은 그런 핸디캡마저도 극복했다.
‘러스트 녀석··· 대단했지.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니까.’
그러나 이런 생활을 일주일정도 지속했을 무렵.
상우는 금방 이 생활에 질려버렸다.
‘내가 무슨 종마도 아니고.’
어느 날 커다란 거울이 있는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상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치 짐승 같다고 여겨졌다.
이성도, 마음도 없는, 순간의 감정과 욕망의 이끌림에 온몸을 내던지는 짐승.
눈앞에 여성이 지르는 쾌락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순간 상우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쾌락은 좋았지만, 기분이 찝찝했다.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마음이 없어서 그런가.’
문득 드는 생각은 ‘사랑이 없어서’라고 느꼈다.
그동안은 감정적 교류가 깊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상우는 곧장 자신이 만났던 사람 중 가장 느낌이 괜찮았던 한 명과 길게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건 더 별로였다.
“와··· 진짜 이쁘다.”
“가방? 그런가. 난 좀 디자인이 이상한 거 같은데.”
“아냐, 이거 샤넬에서 나온 신상인데···.”
몇 번의 데이트를 하면서 상우가 돈을 흔쾌히 잘 쓰자, 만나던 여자는 상우가 돈이 많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 가방이나 의류를 보여주며 갖고 싶다고 티를 내기 시작했다.
상우도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여자가 가방을 갖고 싶어하는 걸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사줄까.’
그깟 가방, 그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는 가치.
사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상우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찜찜해졌다.
‘··· 얘는 날 돈 보고 만나나.’ 그런 생각이 들자, 상우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어차피 감정도 없었기에 빠르게 헤어진 상우.
다시 새로운 사람을 찾아보려고 러스트를 이용해 같은 생활을 반복했지만, 역시나였다.
상우가 보는 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상우가 가진 자산이 그런 여자들을 꼬이게 하는 걸까.
생활이 반복될수록 상우는 지쳐갔다.
‘진짜 다른 거 말고, 말 잘 통하고 성격 잘 맞는 사람 만나고 싶다.’
부와 명예, 힘 모두 상우를 대표하는 것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인간 내면적으로 끌리고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때문에 요새는 유혹해도 잘 안 넘어오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여자들이 신뢰가 갈 것 같았기에.
그러나 러스트의 유혹이 워낙 뛰어난 탓인지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별로 못 만나봤다.
유혹을 거절하는 여자가 있었어도, 말하다보면 가치관이나 취향, 관심사 등이 다르기도 했고.
그러다 오늘도 처음 본 여자와 결국 끝까지 가게 되었는데, 역시나였던 것이다.
‘내가 너무 이상을 좇는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일단 이 생활은 가끔만 해야겠어. 내가 완전 미국의 플레이보이라도 된 것 같잖아.’
만약 누군가 상우처럼 잘생겨지고 부자가 된다면, 정말 미국의 플레이보이들처럼 쾌락의 향연을 매일같이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흔히 ‘벼락부자’라 불리는 하루아침에 운 좋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자주 겪는 과정 중 하나니까.
하지만, 워낙 바르게(?) 살아온 상우는 그런 생활이 안 맞았고, 심적으로도 불편했다.
‘그래, 자제 좀 해야지. 그동안 너무 놀았다. 이제 오늘부터는 건전하게 놀아(?)야겠어.’
그래봤자 게임을 하거나 사냥을 다니고, 친구를 만나는 정도일 테지만.
그렇게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나름의 결심을 한 채로, 상우는 옷을 갈아입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오전이라 햇빛이 쨍쨍했다.
‘흠, 우선 가장 먼저 해야 될 건 러스트를 봉인해두는 일이군. 이건 했고.’
상우가 그동안 작업(?)을 하던 방식은 간단했다.
러스트가 꼬시고, 상우가 ‘위상전이’로 러스트와 몸을 체인지하고, 러스트를 역소환해서 변수를 없애는 것.
러스트를 사냥을 보내거나 다른 일을 시키고 싶었지만, 계속 다른 여자들을 찾아 돌아다녔기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오딘의 탑에 넣어놨는데 아공간으로 탈출할 정도니까. 얘는 통제불능이야.’
러스트는 상우가 가진 특수 분신들 중에서도 가장 자아가 강력한 녀석이었다.
물론 반기를 드는 등 상우에게 크게 해가 되는 행동은 못했지만.
하지만 언제 어디로 튈지 몰랐기에 상우는 결국 러스트를 역소환해두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괜히 사고 쳐서 나중에 어떤 여자가 애기 들고 누가 나타나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러스트는 이미 역소환된 상태.
그리고 ‘위상전이’는 상우가 이번에 분신술 스킬이 20레벨이 넘으면서 얻은 특성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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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술(Lv.21)/시전형]: 기운을 소모하여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소환합니다. 레벨에 따라 소환 가능한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소환 가능한 개체수: 21
-재사용 대기 시간: 16시간 15분
-본체의 장비 1개를 복사합니다.
-위상전이: 본체와 분신의 위치가 전환됩니다.
-특수 분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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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과 자신의 위치를 바꾸는 스킬이 개방되었는데, 일종의 긴급회피용도였다.
허나, 이미 아공간 스킬로 분신의 위치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상우였기에 그다지 쓸모없는 기술이기도 했다.
‘그래도 아공간 스킬은 들어가고 나와야 해서 딜레이가 있으니까. 위상전이 능력이 위기의 순간 도움이 되겠지.’
상우는 본인이 위기의 처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능력은 다다익선이니까.
상우의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 러스트는 해결됐고. 다음으로 할 건··· 아, 결혼식!’ 잊고 있었던 박유나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내일이면 주말이었다.
황급히 스마트고글로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결혼식은 내일 모레 일요일이었다.
‘휴, 다행이다. 그럼 결혼식은 됐고···. 아, 복학신청 해둘까.’
상우는 다음 학기부터 다시 학교를 다니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아마도 전공을 살리기보다는 다른 과로 전과하거나 자신의 공부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풋풋한 대학생활도 좀 즐기고··· 흠흠.’
싱그러운 미소의 여대생들이 꺄르르 웃으며 지나다니는 캠퍼스 풍경을 생각하자 기분이 흐뭇해졌다.
‘진짜 이번에야 말로 여자 친구 제대로 사귀어야지.’
여자 친구를 사귀겠다는 원대한 꿈(?)과 포부를 안고 캠퍼스 생활을 하려는 상우였다.
허나 상우가 너무 유명해져버린 나머지, 대학생활의 난항이 예상되기는 했다.
분신이 대신할 거긴 하지만.
그렇게 상우는 오랜만에 대학교 학사행정 페이지에 접속하여 복학 신청 일정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오랜만에 계정에 로그인하자,
[장기간 휴면 상태로 인해 계정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가입하신 메일로 활성화 메일을 보내드렸습니다.]
[메일 확인을······.]
오랫동안 접속을 안해서인지 학사행정용 대학교 계정이 일시정지 된 상태였다.
‘흠, 귀찮게.’
상우는 살짝 투덜거리며 자신이 자주 쓰는 메일함을 찾아보았다.
맨 위에 학교 공식 메일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른 메일도 상우의 눈에 보였다.
나라에서 보내온 입영 통지서였다.
‘어, 영장 나왔네.’
발신인이 병무청인 걸 보니 확실했다.
상우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에이전트님이 올해 안에 올 거라고 알려주셨는데, 생각보다 꽤 늦게 왔구만.’
상우는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한국은 징병제 국가.
원래는 북한 때문에 징병제도를 채택하고 있었지만, 북한이 이미 멸망했음에도 몬스터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계속 징병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병제였던 다른 나라도 대부분 대격변 이후 징병제로 바뀌긴 했지만.
게다가 여성들도 모두 군대를 가야할 의무가 있었다.
때문에 상우도 이제 군인이 되어 국방의 의무를 짊어져야만 했다.
‘근데 난 뭐, 기초 군사 훈련이었나 부사관 훈련이었나, 아무튼 그것만 잠깐 받으면 되니까.’
그렇다.
상우가 태연자약한 이유.
그는 현 육군의 복무기간인 2년이란 세월을 군대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었다.
바로 A급 헌터였기 때문이다.
나라에서는 상위급 헌터들이 다른 나라로 이탈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주었다.
그 중 하나가 병역 혜택.
헌터 등급이 C급 이상이거나, 각성자 스펙 평가가 일정 이상일 경우 병역 기간을 줄여주거나 아예 면제해주었다.
물론 면제여도 기초 군사 훈련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는 군 면제자에게도 전시상황 때 군 체계를 이해시키고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한국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매우 기초적인 혜택 중 하나였다.
허나,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 상우가 이렇게 태연자약한 건 아니었다. 그에게는,
‘분신 대신 보내놓지 뭐.’
병역 의무를 대신해줄 분신이 있었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