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9.
“내가 무슨 쌍살, 쌍귀, 쌍마 어쩌구 하면서 몰려다니는 놈들 치구 제대로 된 놈을 못 본 거 같은데? 근데 꼭 그런 것들이 무인의 도리니 길이니 주접은 진짜!”
“그런 놈들은 오래 살지도 못하지.”
종남의 무원강이 낯을 붉히며 말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지는걸?”
“뭐가?”
“우리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잖아. 어우 쪽팔려.”
“근데 저놈들 정파도 아닌 거 같은데? 무공이라기보다는 사람 죽이는 기술이 전부인 거 같은데?”
“일단 생포해서 끌고 가자구.”
“아니야 아니야. 기왕에 제대로 된 연습 상대를 만났는데 이렇게 끝내면 아쉽지 않겠어? 기다려 보자구. 2인 1조로 덤비는데 상승효과 생기면 그게 다 우리한테 좋은 거니까.”
“그러자구.”
“순서 정하자.”
백암 일행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백영귀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하는 백암 일행에게 모멸감을 느낀 듯 볼을 푸들거렸다.
“이 이 산도적 놈들 주제에 아주 뵈는 게 없구나. 내 오늘 네놈들의 간을 내어 씹지 못하면 스스로 목을 자르겠다.”
숨어서 지켜보던 석다물이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내 새끼들이 겨우 저런 것들한테 밀릴 리가 없지.”
“쟤들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경험이 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몇 달 전 같았으면 저런 식으로 죽자고 덤비는 놈들이라면 바짝 쫄아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혜광만 해도 저한테 걷어차이고 데굴데굴 구르지 않았습니까?”
“지금 혜광이랑 붙으면 이길 수 있겠어?”
“장담 못 하겠는데요?”
“암튼 저놈들 가지고 있는 자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거라고 보는 게 맞겠지? 기특하구만.”
석다물의 흐뭇한 표정 위로 인영(人影)이 하나 휙 하고 지나갔다.
“왔나 보군. 흑영귀라는 놈.”
급하게 달려온 듯한 흑영귀가 백영귀 옆에 나란히 섰다.
마치 맞춰 입기라도 한 듯 흰옷과 검은 옷을 조화가 그럴듯했다.
“미안하이. 내 최대한 서둘러 온 걸세.”
백영귀에게 사과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흑영귀가 놀라 어찌 된 거냐는 듯 백영귀를 봤다.
“녹림왕의 산채답게 아랫것들도 죄다 한 수가 있더구만. 방심한 결과일세.”
“으음….”
흑영귀가 놀랍지만 어쩌겠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하자. 이 정도 기다려줬으면 우리도 할만큼은 했다.”
“그러지.”
백영귀와 흑영귀가 의외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백영귀와 흑영귀가 내력을 끌어올리는 사이 첫 번째 순번으로 정해진 종남의 무원강과 팽가의 팽두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흑영귀의 핏줄이 온통 푸른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툭툭 도드라지며 마치 뱀처럼 꿈틀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백영귀의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투둑’ ‘툭’ ‘투둑’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찢어진 사이로 근육들이 삐져나오는가 싶더니.
평범했던 덩치가 금세 백암의 커다란 덩치를 넘어섰다.
숨어 지켜보던 양미가 놀란 듯 물었다.
“저거 청살귀랑 적살귀가 썼던 마공 아닙니까?”
“그런 것 같네.”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개나 소나 다 마공 하나씩 익히는 세상이면 해법도 스스로 찾아내야지. 지켜보자구.”
“그래도 어떤 마공인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석다물이 잠시 갈등하는 사이 흑영귀가 번개같이 팽두태를 향해 검을 휘둘러 갔다.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조차 없는 빠름이었다.
같은 마공을 썼던 살귀방의 청살귀보다 더 빠른 듯 보였다.
팽두태가 놀라 도를 채 뽑지도 못한 채 들어 올리며 휘둘러 오는 검을 겨우 막아냈다.
석다물에게 비응표나 백호비표와 조합해 찰나의 순간에 머리를 쳐 오는 공격방식에 수십 번 당하며 단련되지 않았다면.
팽두태의 허리는 이미 두 개로 나뉘어 버렸을지도 모를 빠름이었다.
그런 극쾌의 공격을 오직 느낌과 감각만으로 막아낸 팽두태의 발전도 놀랍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놀라운 건 그게 고작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흑영귀의 빠름과 백영귀의 강함이 조합된다면 어떤 형태의 공격이 쏟아져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청살귀와 적살귀는 둘을 완벽하게 분리해낸 상태에서 빠름은 빠름으로 강함은 강함으로 맞서 쉽게 꺾을 수 있었지만 두 놈의 조합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싸워야 하는 지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찾아낼 거다. 그렇게 믿자.”
“못 찾아내면요?”
“…….”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흑영귀의 단 한 수에 백암 일행 모두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순식간에 모두에게 서늘하다 못해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비웃을만한 놈들이 아니다.’
‘이제까지 상대해 보지 못한 엄청 센 놈들이다.’
‘모두가 적절한 전술을 세워 맞서야 한다.’
일행들의 머리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사이에 팽두태가 외쳤다.
“순서 되기 전에 나서는 놈은 내 손에 먼저 죽는다.”
팽두태의 외침에 무원강이 쐐기를 박았다.
“농담 아니다. 나서지들 마라.”
제일 먼저 나선 팽두태와 무원강의 표정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강호에 출두한 석다물 이후 처음 맞아보는 초고수와의 싸움이었다.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결연함이 죽을 수도 있다는 긴장과 공포를 날려버린 듯했다.
누가 무인 아니랄까 봐….
흑영귀와 백영귀는 흩어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먼저 팽두태를 죽이고 다음에 무원강을 죽이기로 결정한 듯했다.
백영귀는 철저하게 흑영귀의 호법 역할을 해주며 다른 방해꾼을 막아주고.
흑영귀는 빠른 검초로 팽두태를 노리는 팽두태의 거대한 도를 상대하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거대한 도를 주병기로 사용하는 체력이 엄청나게 필요한 팽가 무공의 특성상.
극쾌의 검에 지구전으로 나오는 상대와는 결코 오래 싸울 수는 없다.
뇌의 기운을 담은 강맹한 도법으로 최대한 빨리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것만이 최선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허나 적은 둘.
한 놈은 팽가의 도가 보여줄 수 있는 빠름으로 도저히 잡아낼 수 없을 만큼 빨라져 있고.
다른 한 놈은 금강불괴신공을 능가하는 마공으로 온몸을 감싸 엄청난 위력을 지닌 팽가의 도를 몸으로 막아낼 만큼 단단해져 있다.
단단해진 놈이 팽가의 도를 감당하고 빨라진 놈이 팽두태의 몸을 맡아 공격해 온다면 승산이 없다.
게다가 석다물조차도 동시에 두 놈을 상대하기 버거워 한놈 한놈 따로 상대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말려야 한다.
마치 맛보기를 보여줬다는 듯한 수를 선보이고는 흑영귀가 잠시 멈췄다.
“표정이 아주 얼어붙었구나. 이제 진짜가 나올 텐데 견딜 수 있겠느냐?”
“까불지 말고 덤벼 이 새끼야.”
“오냐. 이번엔 죽을 것이다.”
흑영귀의 말이 끝나자 몸뚱어리가 두 배쯤 커진 백영귀가 앞으로 나섰다.
석다물이 끼어들기로 결심한 듯 일행들에게 물었다.
“그땐 빠른 놈부터 잡았었지?”
“그랬습니다.”
“저놈들한테 온전히 맡기고 싶은데 그래도 어떻게 싸워야 할지 정도는 알려줘도 상관없겠지?”
“당연합니다.”
“저 중에 누가 제일 빨라?”
“청성 장비호일 듯합니다. 이름도 비호 아닙니까? 청성파의 분광결에 소청양검의 대삼재검이면 풍마도법 이상으로 빠를 겁니다. 문주님이 자주 쓰시는 수법만큼은 될 겁니다.”
“알았어.”
석다물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팽두태 앞으로 인영이 하나 휙 하고 지나갔다.
이어 혜광이 백영귀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는 백영귀와 함께 커다란 바위에 몸을 부딪치며 고정시키고는 외쳤다.
“형님 이놈 쳐요. 도끼로 이마를 까! 깐데 또 까! 이마가 뽀개질 때까지 까! 두태야 너도 이놈 까!”
백영귀가 자신을 감싸 안은 혜광을 뿌리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며 몸부림을 쳐댔다.
백영귀의 엄청난 힘에 혜광이 없는 머리카락의 힘까지 끌어온 듯한 표정으로 더 힘껏 백영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불문의 금강불괴신공이라는 거다 이놈아! 어디서 주워 배운 마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유리해 보일 수는 있어도 절대 사마(邪魔)가 정을 이길 수는 없는 거다.”
백영귀가 다급한 표정이 되어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쳐댔다.
백영귀의 폭발적인 마공에 혜광이 힘에 부치는 듯 보이자.
이번엔 힘이라면 누구 못지않다 자부하는 언가의 외척인 채보국이 달려들어 혜광과 함께 백영귀를 감싸 안았다.
동시에 백암이 백영귀에게로 달려들었다.
백영귀의 이마에 금강석도 반으로 가른다는 백암의 거암양단의 수법이 연이어 작렬했다.
‘콰앙’ ‘쾅’ ‘쾅’
연이어 작렬하는 백호신력부를 버텨내던 백영귀의 이마가 더는 버텨내지 못하고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이어 백영귀의 이마에서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공이 깨지며 상처가 나고 피가 배어 나오자 백영귀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 눈에 총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흑영귀가 팽두태를 버려두고 백영귀를 구하기 위해 혜광과 채보국에게로 달려들었다.
‘슈걱’
‘딸깍’
“커억! 비겁하게 뒤에서….”
청성의 장비호가 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는 말했다.
“비겁하게라는 말은 왜 항상 바닥에 쓰러진 놈이 내뱉는 건지 모르겠군.”
흑영귀가 쓰러지자 또 한 번의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비켜!”
팽두태였다.
팽두태가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을 가득 머금은 도로 혼원벽력도법을 시전하기 위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백영귀를 끌어안고 있던 혜광과 채보국이 급하게 몸을 굴리며 피하자.
거의 동시에 엄청난 뇌(雷)의 기운을 머금은 팽두태의 도가 백영귀에게 작렬했다.
‘콰앙’
백영귀와 흑영귀 두 놈 중 누구도 더는 살아 있지 않은 듯했다.
혜광이 멋쩍은 표정으로 팽두태에게 말했다.
“미안하게 됐네. 헌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놈들을 잡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었네.”
“잘했수. 내 보기에도 이게 최선이었수.”
“이제 정리들 합시다.”
숨어 지켜보던 석다물이 멍한 표정으로 백암 일행을 봤다.
처음 겪어보는 마공일텐데 그 특성을 보자마자 파악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파훼법까지 만들어내는 임기응변은 놀라움을 너머 경악에 가까웠다.
각각 가진 장기에 맞는 가장 적절한 수법을 가장 빠르게 판단해 사용하는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무엇보다 석다물을 놀라게 했고 안심시켰으며 믿음을 줬다.
‘저 아이들이 손꼽히는 기재들이기는 하지만 과연 목숨을 건 실전에서, 생전 본적도 없는 적들과 경험해보지 못한 수법을 마주했을 때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석다물이 늘 품었던 의심과 불안함이었다.
늘 한 가닥 꼬인 채로 뭉쳐 있는 실타래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혀왔던 불안함이 사라진 듯 석다물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놈들 보게. 어떻게 저런 방법을 쓸 생각을 해냈을까?”
“순간 판단도 놀랍지만, 임기응변도 대단들 하네요. 앞으로 쟤들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체면이니 허울이니 하는 헛물이 쏙 빠진 듯합니다.”
“그래도 혼날 건 혼나야지.”
석다물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백암 일행 중 장청하가 석다물이 있는 수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잔당이 숨어 있는 것 같소.”
백암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풀을 가리키며 말했다.
“활.”
당황한 석다물이 급히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야 이놈들아!”
석다물 일행을 보고 놀란 백암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