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6★ Gacha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307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으며 취향은 다양하다.
채팅창을 어지럽히다 쫒겨난 시청자 중 하피의 새하얀 앙가슴이 아닌 붉은 깃털을 보고 흥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한나, 이번에도 연금술로 폭발물을 만들 생각인거야?”
“음? 지난번에 써보니 좋더라구. 왜요, 언니?”
“응, 아냐….”
한세아처럼 폭발은 예술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거겠지.
갑옷 하피를 마탑에 던져주고, 신전과 대화를 끝낸 한세아는 곧바로 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아이린이 뭔가 묘한 얼굴로 입술을 오물오물 짓씹는 게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어느새 귀신같이 올라와 돌 난쟁이의 도시에도 자리를 잡은 카페에서 그레이스, 케이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한세아는 퀘스트를 진행하며 폭발각을 본 건가.
“아니, 폭발광이고 뭐고간에 이게 제일 효율이 좋을 거 아니야. 돌 난쟁이의 지하 도시를 뚫고 해방시킨 다음, 지하에서 지상으로 공격갈 때 뭐라도 있어야지.”
-그… 아니다 네가 좋으면 된거지 ㅋㅋㅋ
-주직업 마법사인것만 까먹지 말아다오 너 그래도 마법사 1위 방송인이다
-이 김에 연금술사 메인으로 갈아타쉴? 마탑이고 나발이고 걍 연금조합 드가면 될 거 같은디 할인 혜택도 낭낭하고
-새로운 마법 이런것두 없는데 연금술 레시피 방송은 어떰?
-어어 애한테 나쁜거 가르치려드네 쉬불련들이;; 속지마라 속으면 항아리 휘젓기 90시간이다
시청자들도 퀘스트 진행을 하며 귀신같이 폭탄 재료를 챙기는 모습에 기가 찬 모양. 물론 한세아로서는 소모품을 충당하듯 45층의 보스에게 소모한 재료를 다시 챙기는 것 뿐이지만 동서양을 통합시킨 폭탄광 밈은 그녀의 항의 몇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당장 홀로그램 창을 통해 인터넷만 봐도 서양쪽 레딧 게시판에선 매지컬 봄버걸, 마이클 베이의 아바타, 무함마드 한 등등의 명예로운 호칭을 잔뜩 하사받았으니까.
서양의 레딧에 글이 적히고, 히어로즈 크로니클 갤러리에서 그걸 번역해가서 놀리고, 놀려먹는 걸 서양 애들이 또 역번역해서 가져가고. 반쯤은 글로벌 스타가 되어버린 한세아기 때문에 밈의 선순환이 시작되어 버린 상태.
…차별적 요소가 좀 섞이니 악순환이라 해야 하나?
“아, 저기 오네. 신전에서 나눌 이야기가 많았나?”
“한나, 아이린! 이쪽!”
테이블에 턱을 괴고 느긋하게 웹서핑을 즐기고 있으니, 음료를 홀짝이며 바깥 도로를 주시하던 그레이스가 팔을 번쩍 들고 한세아를 부른다.
어쩐지 도로가 낯이 익다 했더니 그 새 우리가 있는 시장거리까지 온 건가. 하긴 연금 폭탄의 재료를 구매했으니 시장 근처인 건 당연한 이야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레이스가 팔을 휘적휘적 흔들자 한세아와 아이린이 그걸 발견하고 웃는 얼굴로 종종종 달려온다.
얘가 폭탄을 좋아해서 그렇지 애는 착해…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했는지 테이블에 합류하는 아이린의 얼굴에서는 아까의 그 오묘한 찡그림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
“여기 크럼블이 괜찮네. 애플 크럼블로 하나 먹어볼래?”
“크럼블? 좋아. ……되게 소보루빵처럼 생겼다.”
디저트와 커피를 시키고 나누게 되는 담소. 지극히 한국인다운 한세아의 중얼거림이 잠시 방송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가벼운 농담 정도로 치부되어 흘러간다.
다섯이서 옹기종기 모여 테이블에 앉아 나누는 대화는 당연하게도 메인 퀘스트에 대한 것. 그러니까 저 하피 제국을 상대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탑과 신전과 모험가 길드에 상황을 보고했다 해도, 우리 파티의 행동은 따로 정해야지.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방송인 한세아의 결론은 정해져 있지.
“우리가 선발대가 되어 지배당하는 돌 난쟁이들의 도시에 잠입해 볼 생각이야.”
“선발대인가. 하긴, 이런 건 소수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게 좋겠네.”
공략 층수 세계 1위 방송인인 한세아가 신전 기사와 모험가들에게 선봉을 양보하고 후발대로 갈 순 없으니까.
※
하피 제국 점령전은 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쌀나라가 민주주의를 전파하고 그 댓가로 땅에서 솟아나는 검은 물을 받아가듯, 돌 난쟁이들에게 자유를 선사하고 마석을 받아갈 생각이 가득한 마법사와 상인들 덕분이었다. 돌 난쟁이들의 도시를 모험가의 도시처럼 자유 도시로 만들어버린 다음 거래를 뚫을 생각이겠지.
십자군 전쟁도 돈 때문에 하고, 마녀 사냥도 돈 때문에 하듯이 눈이 벌게져서는 곧바로 자본이 모이기 시작한 상황. 돈이 모이고 모험가가 모이니 진행 속도는 비탈길 돌 구르듯 점점 가속을 받기 시작한다.
거기에 동족 의식이 꽤 투철한 돌 난쟁이들도 한 손 거들기 시작한 상황. 거대한 통로를 뚫던 진공석을 보스전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더욱 더 소형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개량형 진공석을 사용해서 도시로 잠입할 생각이야.”
“하긴, 병력 하나가 실종되었으니 경계가 삼엄해지는 건 당연하겠네.”
“돌 난쟁이를 노예로 부리고, 모험가를 회유하는 걸 보면 43층의 하피 왕국보다는 더 뛰어나겠지. 제국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만 봐도 인간과의 교류가 있었지 않을까?”
“으음… 마왕에 의해 탑에 들어오기 전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네요. 돌 난쟁이 형제님들도 인간과 거래를 꾸준히 해 왔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니 작전은 간단했다.
마차와 공성병기가 오갈 수 있는 거대한 통로 대신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다닐 자그마한 통로를 은밀하게 뚫은 다음, 그 통로를 통해 용사 파티를 제국 내부로 밀어 넣는거지.
제국 소속이든 왕국 소속이든 네임드급 검은 하피와 붉은 하피들은 당연하게도 날아다니며 산맥을 순찰하는 상황이고, 갑옷 하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하는 노예들의 공간이라 생각하는 모양. 성에 침투하는 암살자가 더러운 하수도를 통해 내부로 침입하듯 우리는 하피 제국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지하를 통해 잠입하는 것이다.
그 뒤로는 뭐… 알아서 잘 하는 거지. 알잘딱깔센이라 부르는 그런 방식으로. 돌 난쟁이들은 대장장이와 연금술과 야금술의 장인 종족이기도 하지만, 인간과의 거래를 중요시하는 상인 종족이기도 하다. 거래가 아닌 착취를 반길 리 없으니 어떻게든 진행되리라.
…여차하면 시청자들이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전술롤랑투입처럼 지하에 내려온 하피를 싹 다 죽여버리는 방식도 있으니까.
“하피 제국이 드넓다 해도, 결국 탑 내부에 들어온 상황이니까 순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
“45층은 그 커다란 괴물놈의 둥지였으니 46층부터 한 층씩 점령할 생각이구나?”
“돌 난쟁이들의 지하 도시를 되찾고, 통로로 구출한 다음 지상의 제국을 공격하면 되겠네. 이래서는 영지전도 아니고 도적단이나 야만족의 약탈에 가깝겠네.”
“뭐… 그쪽 하피들은 우리를 열등종이라 부르던데, 야만인 맞지 않을까? 야만인 파티와, 변태 롤랑.”
“갑자기 그 이야기야?”
대략적인 얼개만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그레이스의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롤랑 변태 발언. 상상치도 못한 기습인지라 표정이 오묘히 일그러지자 그게 또 웃긴지 파티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 짧은 시간내에 합성된 하피 히틀러 영상에 빵 터지지 않기 위해 참던 걸,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그레이스와 케이티까지 봐 버린 모양.
케이티는 몰라도 능글맞고 농담 던지는 걸 좋아하는 그레이스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있나. 눈나라는 호칭에 걸맞게 눈웃음 지으며 살살 나를 약올리는 솜씨가, 동네 남자애들 좀 홀렸겠다 싶은 수준이다.
모험가 경력 11년차인 선배에, 물러선 적 없는 불굴의 탱커인 상급의 경지에 오른 남자. 평소에는 놀려먹을 건덕지가 없어서 그런지 나를 놀려 먹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
‘…아, 그런가. 이제는 아이린까지 합류했다는 걸 엿봐서 알지.’
거기에 더해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이던 아이린까지 한세아의 꼬득임 덕분에 밤에 내 침실로 찾아온 상황이다.
한세아는 이미 엿보기 동료가 되었고, 그레이스와 케이티는 술 먹고 침대에 난입하는 걸 넘어 둘이 함께 나를 상대한 상황. 난봉꾼 롤랑이 파티원들 중 건드리지 않은 여자가 없으니 그레이스는 브레이크 없이 악셀을 밟는 트럭이 되어버린거다.
“하피 이야기를 하니까 나온 거지. 롤랑이 변태는 맞긴 하지마안~ 그래도 왕국의 하피들과 다르게 제국의 하피들은 인간처럼 몸을 가리고 수치심을 느낀다는 소리인가?”
“그것도 그렇네. 단순히 돌 난쟁이를 노예로 삼는 포악한 성정만 있는 게 아니라, 제국을 자처할 만큼의 사고 능력이 발달했다고 봐야 하려나.”
-벗고 돌아다니는 하피 vs 보여지면 부끄러워하는 하피 머가 더 껄림?
-롤랑센세 멘탈데미지 술술 드간다잉 ㅋㅋ 가지고 놀 줄 아는 눈나가 제일 꼴리거든요
-선생님들의 이상성욕에는 제가 관심이 많습니다 AI에게 참수 당할때까지 하시죠
-그르네 수치심 같은 게 있으면 도덕이나 법 같은 것도 막 만들어 뒀으려나
-ㅋㅋ 그게 먼 상관임 어차피 신전 지하에 가서 ‘신실’해질 하피들인데?
변태 소리 듣지 않게 도와줄까~ 하고 나를 놀려 먹는 그레이스와, 그 모습을 보며 오오오 뭔가 커진드앗~ 하다가 그대로 AI에게 썩둑 썰려버리는 시청자들까지. 본래의 계획 짜기는 안중에도 없는, 평소와 같은 난장판 속에서 한세아가 실실 웃는다.
진짜, 세계 1위만 아니었으면 짠해좌로 악플에 가까운 5700자 훈수를 적어주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