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무심코 뿌린 씨앗은 싹이 돼 솟아나고. 6.
”서책과 현실을 다를 것입니다.“
“혹 진무대영반이라고 들어 보셨소?”
“북원의 잔당을 완전히 중원에서 몰아냈다는 명장 아닙니까?”
“내 숙부이자 황상의 숙부이시기도 하지. 내 열여덟에 그분의 부장으로 참전했었소.”
“에이! 농담이 심하십니다.”
연화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정색하며 말했다.
“오라버니는 숙부를 죽일 생각으로 보냈지. 그래서 내가 오라버니께 서찰 한 통 남기고 같이 갔었지. 북원까지.”
“서찰을 뭐라 남기셨습니까?”
“숙부와 함께 죽으러 간다고 남겼소. 그때 숙부께 내준 군사가 치중대까지 합쳐서 일만이었거든. 전투병 고작 사천으로는 가서 죽으라는 얘기였지.”
흔한 일이었다.
황권에 위협이 될만한 유력 종친이나 장군에게 소수의 병력을 주고 변방을 정벌하라는 명을 내려 죽게 하는 경우는 춘추전국시대부터 있어 온 일이었다.
이후 혹여 정벌군을 이끌고 원정을 나갔다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더라도 그 종친이나 장군이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반역의 굴레를 씌워 죽여 없애는 것이 상례였다.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환관 몇 놈을 보내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대역죄로 다스리겠다 하시더군.”
“오호. 그래서요?”
“진짜 대역죄를 저질러 버렸지. 환관놈들 목을 베 황상께 보냈지. 한 번 더 말리면 자결하겠다는 서찰과 함께.”
“황상의 칙사를 죽이면 진짜 대역 아닙니까?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원정군 십만을 더 보내 주셨소. 아마도 그때부터 내가 간신배들의 표적이 된듯하오”
석다물이 멍하니 연화를 봤다.
그리고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그 이후는 어찌 됐습니까?”
“아시겠지만 숙부는 황권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환관 놈들을 위협하시던 분이셨소. 원정에서 돌아와 왕부에 은거하며 여생을 마치고자 하셨으나 결국 죽임을 당하셨지.”
참전했었다는 연화의 말을 그저 후방에서 나름 편하게 지냈다 귀환했을 것으로 생각한 석다물이 물었다.
“혹 병사들이 전투하는 것도 지켜보셨습니까?”
연화가 피식 웃고는 웃옷 풀어헤치고 어깨와 가슴 쪽을 내려 어깨 삼각근 쪽에 있는 전투 중 얕게 베인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때 입은 상처요.”
상처를 보여준답시고 가슴이 거의 드러나도록 옷을 내린 연화에게 석다물이 말했다.
“웃옷을 그리 많이 내리지 않으셔도 다 보입니다.”
“사타구니 안쪽에도 하나 있는데 보시겠소?”
“임무를 마치고 살아 돌아오면 그때 보겠습니다.”
연화가 기분이 좋아진 듯 표정이 환해졌다.
아마도 연화는 임무가 끝나면 너를 받아들이겠다는 정도로 믿은 듯했다.
“헌데 군주께선 그리 처절한 경험을 하시고도 왜 자꾸 현실 속으로 뛰어드시는 겁니까?”
“황상께서 아무 근거 없이 내게 동창을 맡기셨을 것 같소?”
황제가 나름 균형감을 가지고 자신과 삼왕야인 금릉에게 각각 정보기관을 관장하라 맡긴 거라는 의미인 듯했다.
“허면 왜 지금은 내치려 하신답니까?”
“살리시려는 게지. 황상께서는 생각만큼 그리 어리석지 않소.”
“황상을 어리석다 여기는 백성은 없습니다.”
“아무튼, 더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서로가 발을 딛고 사는 기반이 다르니 천천히 알아갑시다.”
연화의 말에 석다물이 딱히 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을 돌렸다.
“수련동에 있는 아이들은 어찌 됐나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언제까지 가둬둘 참이오? 이제 출발해야 하지 않소?”
“심득을 얻게 되면 스스로 나오라 했습니다.”
“한 달이고 일 년이고 심득을 얻을 때까지 계속?”
“예.”
“그 심득이란 걸 얻지 못하면 우린 출발하지도 못하는 게요?”
“예.”
연화가 어이없다는 듯 석다물을 보고는 혹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물었다.
“왜 가둔 거요?”
“빙화가 급히 얻어야 할 것이 있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여 그리했습니다.”
“석문주가 직접 일러 주는 것보다 그 하선이란 무사를 통해 알려주는 게 더 빠를 거라 생각한 거요?”
“예.”
연화가 궁금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차마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묻어뒀던 질문을 했다.
“뭐 음양대법 같은 걸로 수련해야 하는 거였소?”
“예?”
“그게 아니면 둘을 굳이 가둬 둘 이유가 뭐요?”
“아닙니다. 저의 문파는 그런 거 취급하지 않습니다. 둘이 세상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분위기 장난 아니라던데?”
“이기는 게 먼저일 겁니다.”
“글쎄 이미 불꽃이 튀었는데 수련동에서 얻어야 할 게 눈에 보이기나 할까? 내 확신하는 데 문주가 잘못 생각한 거 같소.”
석다물이 연화의 말에 반 이상 설득이 됐는지.
하선과 빙화를 같이 가둔 걸 살짝 후회하는 마음이 밀려올 때쯤.
빙화와 하선이 수련동에서 손을 꼭 붙잡고 스스로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련동에서 나와 연무장을 가로지르는 하선과 빙화를 맞으러 나간 석다물이 두 사람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꼭 그렇게 티를 내야만 했냐?”
석다물의 질문에 빙화가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소문 다 났을 텐데 아닌 척해봐야 놀리시기밖에 더하겠습니까?”
“준비됐냐?”
“안 했습니다.”
“근데 왜 나왔어?”
“예?”
“준비도 안 됐는데 왜 나왔냐고?”
“처음에 뭐라고 물으셨습니까?”
“준비됐냐고?”
“아! 준비는 못 들었고 됐냐는 했냐로 잘 못 들었습니다. 준비됐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석다물이 들고 있던 주작신검을 빙화에게 던지며 말했다.
“당연히 봐야지. 양의검은 물러서고 무기 뽑아라. 여기서 죽으면 냉혈주작 자리는 공석이다. 죽지 마라.”
석다물이 말을 마치자마자 빙화가 무기를 뽑을 시간도 주지 않고 쇄도해 들어갔다.
그야말로 실전이었다.
석다물이 빙화를 정말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
석다물이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의 모든 수법을 시차 없이 마구잡이로 뿌려대며.
단 한순간의 틈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짜 급소를 노리고 공격해 왔다.
오래전 백인전을 할 때 역시 알고 있는 모든 무공을 빙화를 향해서 뿌려댔지만, 그때와는 분명 달랐다.
그때는 타격을 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경험을 주고 방어법과 파훼법을 일러주기 위한 일종의 가르침이었다면, 이건 누가 봐도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다.
석다물의 무자비하고도 무지막지한 공격에 빙화가 덤덤하게 다른 어떤 움직임도 배제한 채.
오직 주작환영보 만을 시전해 석다물의 공격들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공격도 아니고 방어도 아니고.
오직 신법만을 이용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공격을 피해낸다기보다 흘려낸다는 표현이 맞을 듯했다.
마치 파도가 사납게 몰아쳐 대는 바다를 나무판자 하나에 의존해 항해하는 것 같았고 빙화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곧 미로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무지막지한 파도 같던 석다물의 공격은 그 공격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듯한 빙화를 침몰시키지 못했고 빙화가 만들어내는 미로 같은 움직임에 석다물이 갇혀버린 듯도 했다.
지금 빙화의 움직임을 적어도 석다물과 문도들.
심지어 전대 냉혈주작인 유화가 알고 있는 주작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것이 새로운 형태의 주작의 탄생인지 아니면 주작의 특성과 성격을 왜곡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석다물의 진짜! 공격에 잡히지는 않았다는 게 그 무엇보다 놀라웠다.
석다물이 공격을 멈추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 물었다.
“당장 싸우다 죽진 않겠군. 허나 이길 수도 없다. 그건 어찌 보완하겠느냐?”
“저 혼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너 혼자였다면 어쩌겠느냐?”
“도망갈 것입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면?”
“죽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빙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석다물의 공격을 흘려내는 것에만 모든 걸 쏟아붓기로 한듯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성공한 듯했다.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만 한다고 해서 온전히 방어가 성공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석다물처럼 자신보다 고수가 모든 걸 걸고 죽이고자 달려든다면 방법이 없다.
죽는 것 외엔.
그런데 빙화는 자신보다 훨씬 고수의 모든 건 공격을 흘려내는 법을 깨달은 듯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결국, 사신사령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내고 정한 것이었다.
오래전 천마와의 싸움에서 천마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최전선에서 막는 역할을 한 건 백암의 조부인 백솔이었다.
가장 강한 힘과 외공과 호신강기로 무장하고 호랑이까지 동원해 천마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몸으로 때우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청룡의 쾌도와 현무의 현란함으로 천마의 움직임을 묶고 정신을 분산시켰고.
주작의 화기가 가장 선두에서 천마의 자전강기와 맞섰고.
석다물의 백두신검이 천마의 묵룡혼원공을 파괴했었다.
지진 않았으나 이기지 못한 싸움이었으며 피해 또한 너무 큰 방식의 싸움이었다.
석다물이 다시 세상에 나온 이후 가끔 그 싸움을 곱씹으며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을 느끼던 부분이 바로 빙화가 오늘 보여준 부분이었다.
물론 그땐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못해 생각했었다고 해도 실행하지 못했겠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빙화가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준 것이었다.
빙화의 대답에 석다물이 빙긋 웃고는 물었다.
“언제 깨달은 거냐?”
“광혈시마와의 기둥봉 싸움 때부터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주작환영보를 잘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수련동에서 문주께서 내린 가르침을 곱씹다 깨달았습니다.”
석다물이 옆에서 지켜보던 유화를 보며 말했다.
“진짜 냉혈주작이 탄생한 듯합니다. 우리가 틀린 건 아니었지만 만점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땐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게지. 그때 지금 같았다면 지금처럼 했겠지.”
석다물이 만족한 듯 빙화를 보다가는 사신사령 모두에게 명했다.
“지금부터 빙화는 같은 방식으로 날 흘려내고 암이와 주하 무광이는 날 죽여라.”
과거 천마를 상대할 때는 다섯 중 한 명이 방어를 전담하고 둘이 공격을 분산시키고 나머지 둘이 공격했다면.
이번엔 한 명이 방어를 전담하고 넷이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이었으나 석다물이 천마의 역할을 맡기로 했으니 공격은 셋이 되는 셈이었다.
석다물이 시작을 외치자.
백호신력부와 청룡패도, 현무설화창이 동시에 석다물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초들을 가진 모든 무공을 동원하했다.
양의동심신공을 이용해 양팔과 다리를 분산시켜 각각에 사신사령의 독문 절기들을 담아, 사신사령 각각이 상징하는 오행의 기운과 상극이 되는 기운을 뽑아내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사신사령 한명 한명이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을 만큼 성장해 있다는 걸 깨달은 석다물이 만족을 넘어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석다물이 고전한다는 걸 깨달은 빙화가 맡은 역할을 바꿔 최전방으로 몸을 던졌다.
갑자기 흐름이 뒤바뀌자 당황한 석다물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백암의 백호신권이 석다물의 왼쪽 뺨을.
빙화의 염혼장이 석다물의 오른쪽 뺨을.
진주하의 용혈신장이 석다물의 가슴을.
설무광의 현무신장이 석다물의 배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그렇게 파고드는 권과 장을 피해내지 못하고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냈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지듯 누워 눈을 멀뚱거리며 하늘을 봤다.
“문주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용린공으로 방어했어.”
“왜 그냥 처맞으셨습니까?”
“기분 좋아서. 내일 출발대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