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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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용사 파티 때려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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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멱을 따기 위해 결성된 파티가 하나 있었다.
온 나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결성된 파티였다.
버려진 도시에서 태어난 인간, 용사 카일.
세계수의 엘프, 신궁 레미아.
신의 축복을 받은 사제, 성녀 사라.
그리고.
잿빛 마탑의 차기 마탑주였던 나, 라니엘.
이렇게 넷으로 이루어진 우리 파티는 꽤 유명했다. 대륙에 이름을 떨쳤고, 마왕군을 몇 차례나 격퇴했으며, 사천왕 중 하나의 목을 떨구는 업적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물론 그 전부가 내 덕이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중 4분의 1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중 절반은 내 지분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이 파티에 내 모든 걸 쏟아부었으니까.
나의 미래.
내가 얻을 권력.
그리고, 내 수명까지도.
그래서였을까.
“너는 우리와 맞지 않는다.”
“….뭐?”
“라니엘. 네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와 방향성 그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 잘나신 용사 카일이 내게 지껄이는 말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가 어쩌고 저째?
‘이 새끼가 지금 뭐라 지껄이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카일이 뱉은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곱씹을수록 내 고개가 조금 더 기울어졌다.
“뭔 개소리야? 카일. 너 돌았냐?”
“봐요. 저 천박한 말투부터 마음에 안 든다니까요? 그쵸, 카일?”
나는 카일의 오른팔에 달라붙어 맞장구치는 사라를 노려봤다. 사라는 흠칫, 하고 몸을 떨었지만, 이내 카일의 등 뒤에 숨어 중얼거렸다.
“애초에 말이에요? 당신도 알고 있죠? 당신이 나설 때마다 상황이 더럽게 끝난다는 거.”
“더럽게만 끝나면 다행이지. 찝찝해. 좆같게 끝나지. 끝나고 나서도 뒤처리니 뭐니… 솔직히 좀 역겹다고 생각해. 사고는 네가 치는데 치우는 건 왜 우리가 다 같이 해야 하는데?”
이번엔 카일의 왼쪽 팔에 달라붙은 레미아가 투덜거렸다.
저 둘이 카일을 감싸고 도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평소라면 무시하고 넘겼을 테지만··· 도저히 무시하지 못할 말이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뒤처리?”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너희가 뒤처리를 하긴 뭘 해, 시발. 너네가 벌인 일 뒤처리도 다 내가 했는데.
“야, 너희가 용의 무덤 잘못 건드렸다가 본드래곤한테 마을 쑥대밭 될뻔한 거 막은 게 누군데? 마왕성에 닥돌하다 뒤질뻔한 거 커버 쳐준 건 또 누구고? 사천왕 모가지 딸 때 혼자 시간 벌어준 건 또 누구였더라?”
“···그건.”
사라와 레미아가 침묵했다.
나는 침묵하지 못했다. 아직 할 말이 많았으니까. 내가 고개를 휙 돌려 카일을 바라봤다. 카일은 언제나와 같은 눈동자로 날 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금 더 화가 났다.
“야. 씨발, 카일.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니가 저년들이랑 밤마다 떡 쳐댈 때 혼자 보초 서준 게 누군데?”
“···천박한 놈.”
“천박한 건 씨이발, 마왕 족치자고 나서선 밤마다 여자 둘씩 부대끼고 떡 쳐대는 니 새끼고요, 아니 하, 씹.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나는 이마를 탁, 하고 쳤다.
“마왕 족치자며. 온 세상에 인정받는 업적을 일구어내자며. 그러기 위해선 더럽고, 좆같은 길이라도 걷겠다며. 그렇게 마탑에서 날 빼 온 새끼가 너였잖아, 카일.”
목소리가 떨렸다.
“마왕 잡겠다는 거. 그 업적, 그거 하나 믿고 내가 뭘 포기하고 마탑에서 나왔는데? 그걸 아는 새끼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왕국 제일의 마탑인 잿빛 마탑의 차기 마탑주.
약속받은 황금빛 미래, 마법사들이라면 침을 줄줄 흘릴 자리.
그만한 자리를 포기하고 나는 카일의 뒤를 따라왔다. 오직 카일이 내게 속삭였던 그 말만을 믿고서 따라온 것이다. 근데 인제 와서, 뭐? 방향성이 달라? 뭐가 어쩌고 저째? 머리에 피가 쏠렸다.
“근데,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러냐?”
“···네 그런 점이 맘에 안 든다는 거다, 라니엘.”
“뭐?”
“넌 언제나 업적, 성과, 효율만을 노래하지. 마왕을 잡는 건 평화를 위해서다. 정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넌 마왕 토벌을 단순한 업적,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는다.”
카일이 말했다.
“네 그런 점이 내겐 역하게 느껴진다. 명예롭지 않다고 느껴진다.”
명예롭지 않다, 라.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 새끼 말하는 꼬라지 좀 봐라.
“네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나 되고?”
나는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마왕 앞에서 동료들 버리고 냅다 튄 찌질이 새끼가, 명예를 논할 수 있나?”
“·····.”
“뭐?! 라니엘 당신, 그게 무슨···!”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 거야, 천박한 인간.”
“못 할 말은 지금 너희가 나한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찌질이 새끼가 도망칠 때 기절한 너네 끌어다 옮긴 게 누군데? 수명의 절반을 갈아서 마왕 발을 묶은 건 또 누구고?”
정작 카일은 가만히 있었지만 사라와 레미아는 당장이라도 날 때려죽일 듯 날뛰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스웠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도 우습게 느껴졌다.
내가 뭘 하겠다고 이딴 새끼들을 구한 거지.
내 수명까지 갈아가면서, 이딴 새끼들을 대체 왜.
“지금 그게 아니라···!”
“사라. 상대하지 마. 저런 천박한 인간이랑 대화해줄 필요 없어. 하여간, 저딴 놈이랑 처음부터···.”
시끄러웠다.
나는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았다. 모든 게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적어도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지금은 짖어대는 들짐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업적밖에 모르는···.”
수년간의 인내. 그 끝에 찾아온 건 결국 이런 결말이다. 이젠 정말 끝이 나버렸음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업적, 그래. 난 업적밖에 모르는 속물적인 새끼다. 근데, 그렇다고 카일, 사라, 레미아. 너희가 정의로운 새낀 아니지.”
나는 손을 뻗어 그들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시라도 빨리 마왕을 족치러 가는 용사 파티가 쓰기에는 너무나도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물건들이 널려 있었다.
“너희가 용사 파티랍시고 마을에서 제값도 안 치르고 받아온 것들. 하루라도 빨리 마왕이 죽어, 대륙으로 통하는 길이 열리기만을 기도하는 상인들에게서 빌려온 것들.”
그것들을 가리키며.
“그거, 돌려줄 생각은 있냐?”
나는 말했다.
“애초에, 마왕 잡을 생각은 있고?”
비웃음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늬들 마왕 잡을 생각 없잖아.”
내 말에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긍정을 의미했다.
“처음에야 있었겠지.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너희들은 그냥 용사 파티에 꾸준히 나오는 지원금 타 먹고, 어디 가서 위세 떨 생각밖에 없는 새끼들이야. 근데 뭐? 정의? 업적밖에 모르는 내가 좆같아?”
“솔직해지자고 우리.”
“너희는 그냥, 아직도 마왕 잡자고 나서는 내가 꼴 보기 싫은 거잖아.”
이젠 지쳤다.
처음 모험을 나설 때 이들이 보여줬던 가능성을 나는 믿었다. 신뢰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연놈들이 내게 아무리 거지 같은 모습을 보여줘도 나는 인내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수년간의 신뢰.
수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비로소 오늘.
수년 만에 그들은 내 신뢰에 대한 답을 주었다. 그것도 최악의 형태와 최악의 방식으로. 신뢰는 짓밟혔고, 기다림 끝에 돌아온 건 속물이란 낙인이다.
“···하.”
이젠 지긋지긋했다.
수년의 신뢰에 대한 답이 배신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경멸이었다.
“거지 같은 새끼들.”
나는 카일의 어깨를 밀치고 짐 더미로 다가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사치품 중, 내 것은 하나뿐이었다. 마탑을 나올 때 스승님이 선물해줬던 고목 지팡이. 나는 그것을 쥔 채 일어섰다.
그렇게 돌아서는 순간이다.
“·····.”
나는 말없이 날 바라보고 있던 카일과 눈을 마주쳤다. 카일을 바라본 채,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 카일.”
사라, 레미아 저 시발년들한테 온갖 정이 다 떨어진 지는 꽤 됐다. 그러나, 카일은 달랐다. 이 녀석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적어도 말야.”
적어도, 이놈만큼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만큼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됐어.”
툭.
“뭐.”
나는 카일의 어깨를 한번 건드렸다.
“나 없이 잘 먹고 잘살아라, 빌어먹을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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