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09
〈 209화 〉 재회(4)
* * *
「나는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기억한단다, 레미아. 그 시대를 기억하는 모든 어른들은 한 줌의 재로 바스러지고 말았지만··· 나만큼은 기억하고 있지.」
엘프들의 장로.
가장 오랜 세월을 산 엘프.
요정종의 왕, 오르벨.
그는 종종 레미아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레미아는 밤이면 밤마다 오르벨이 읽어주던 동화를 좋아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전부 기억할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거목(巨?).」
「별빛이 범람하는 요정들의 호수와, 마르지 않는 샘, 그리고 별빛을 머금은 장신구들.」
동화 속에 나오는 엘프들은 아름다웠고, 고귀했으며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이들이었다. 그 긍지 높은 엘프들을 레미아는 언제나 동경해 왔다.
「수백 년 전의 시대는, 지금의 너희가 고대라 부르는 그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 찬란했단다.」
그런 레미아에게 오르벨은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 시대를 기억하던 엘프들은 모두 죽고 말았지. 마왕의 군세에 짓밟혀 엘프들의 문명은 전부 재로 사위고 말았어. 잿더미가 된 옛 고향에 남은 건 나를 비롯한 어린아이들 뿐이었지.」
엘프들은 찬란함을 잃었다. 수천 년간 쌓아온 지식도, 기술도 전부 잃고 말았다. 잿더미에 던져진 어린 오르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막막했단다. 왕가의 핏줄을 이어받은 나조차도 기억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어. 머릿속에 검은 물감을 칠해둔 느낌이었지.」
막막했다고 오르벨은 말한다.
몇 남지 않은 어린 엘프들을 책임져야 하지만, 그들을 책임지기에는 오르벨도 어렸다. 어린 나이에 세상에 던져진 오르벨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런 내게 다가오신 분이 있었단다.」
그 분에 대해 말할 때면, 오르벨은 항상 눈을 지그시 감곤 했다. 마치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듯, 은은한 미소를 흘리며 오르벨은 말했다.
「낯설지만, 익숙한 분이었지. 그분께선 유난히도 특별한 엘프셨으니까.」
다음 대의 장로(??)의 자리를 거절하고선, 인간과 얽히며 살기를 선택한 엘프. 엘프 중 최초로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른 존재.
「그분께선 나와 어린 엘프들을 어느 숲 속으로 인도하셨단다. 그곳에 세계수의 씨앗을 심어주며, 네가 이것을 가꾸라고 말씀하셨지.」
그곳이 바로 이곳이란다, 레미아.
레미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오르벨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도 그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셨지. 내가 지도자로서 자립(??)할 수 있게 되고 나서야, 그분은 우리의 곁을 떠나셨어.」
그렇기에 모든 엘프들의 스승이며.
그렇기에, 엘프들의 은사(??)라 불리는 것이지.
「기억하렴, 레미아.」
오르벨은 레미아에게 말했다.
「그분께선 밤하늘의 달과 같은 은빛의 머리칼과, 하늘을 나는 용과 같은 금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계신단다.」
은발과 금안을 지닌 엘프.
모든 엘프들의 구원자이자, 모두에게 잊힌 고대의 시절을 살아갔던 유일한 엘프.
「그분의 성함은···.」
‘···카르디 님.’
엘프의 구원자, 카르디.
레미아가 동경해 왔던 고대의 엘프.
그 위대한 엘프를 떠올리며, 레미아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엘프를 바라보았다. 서늘한 시선에 레미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읏, 으윽···.”
레미아가 힘겨이 몸을 일으킨다.
그녀가 자랑하던 금발의 머리칼에는 돌가루가 묻어나왔으며, 어지러이 산발이 되어있었다. 깨진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려 시야를 가렸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레미아는 카르디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 어느 때보다 공손한 움직임이었다.
“미, 미천한 말예가 위대한 선조를 뵙습니다.”
그녀가 공손히 인사를 올리는 가운데, 카르디의 옆에 서 있던 라니엘의 두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고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와 시발.”
그건 정말로 놀라서 내지르는 감탄이었다.
저 정신 나간 귀쟁이가 누군가에게 예()를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 라니엘에게는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라니엘은 몇 번이고 제 눈을 깜빡였다.
‘내가 꿈을 꾸는 건가?’
현실이었다. 놀랍게도.
2.
레미아가 머리를 조아리는 가운데, 라니엘은 팔꿈치로 카르디의 옆구리를 푹푹 찔렀다. 카르디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냐.”
“쟤는 왜 머리를 조아려? 네가 위대한 선조? 너도 나처럼 위대한, 하고 강조하고 다닌 거야?”
라니엘이 카르디의 귓가에 속삭였다.
카르디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저 엘프 같지도 않은 엘프가 자신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이유를 짐작해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르벨, 그 꼬맹이가 쓸데없는 말을 했나 보군.’
필요 없는 부분은 강조하고, 정작 교육이 필요한 엘프의 기본 마음가짐을 방치해뒀다는 점이 괘씸했다. 카르디는 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설명하자면 길다.”
그래서 적당히 추리기로 했다.
“지금 엘프들의 왕 오르벨, 그 애송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 녀석이 후대 엘프들에게 쓸데없는 말들을 늘어놓은 거겠지.”
“그래···? 네가 위대한 이라고 강조하고 다닌 거 아니고?”
카르디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 얼굴에 금칠하는 추한 짓거리를 내가 왜 하나? 위대한 선조라 불려봐야 뭐가 기분 좋다고.”
“으응···.”
라니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왜인지 모르게 실망한듯한 눈초리였다. 마치, 동질감을 느꼈던 상대가··· 사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인물임을 깨달은듯한 눈치였다.
‘···또 왜 저러는가?’
한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카르디는 이내 의문을 털어냈다. 라니엘은 언제나 독특한 구석이 있었다. 그녀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려 드는 건 피곤한 일이었으므로, 카르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선을 옮겼다.
“그래서.”
옮긴 시선이 향한 곳은 레미아다.
머리를 조아리는 레미아를 향해 카르디가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라니엘을 대할 때와는 달랐다.
“네가 당대의 신궁인가.”
놀라우리만치 차가운 목소리다.
어찌나 차가운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미아의 등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예, 레,레미아 라고 합니다.”
“달빛 화살을 쓰는 걸 보아하니, 네가 당대의 신궁이 맞기는 한듯싶더군. 참으로 애석한 일이야.”
카르디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오르벨에게 그렇게 강조했거늘. 세계수의 축복을 받는 이는, 우월함에 빠져 오만해지기 십상이라고. 그러니 교육이 중요하다고···.”
레미아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맺혔다.
차마 고개를 들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레미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귓가에 카르디의 서늘한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실망이군.”
대상을 지정하지 않은 말.
“정말로 실망이야.”
그것은 레미아에게 향하는 말이 아니었다. 레미아를 길러 낸 엘프의 왕에게 향하는 말이었으며, 어쩌면 현세대의 엘프 전체를 겨냥한 말이었다.
엘프의 구원자가, 왕의 스승께서 말씀하신다.
‘실망스럽다고.’
너희가 실망스럽다고.
자신이 동경하던 인물이 내뱉은 말에 레미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창백해진 얼굴을 레미아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그게.”
무언갈 말하려 했지만, 카르디와 눈을 마주친 순간 레미아의 말문은 막히고 만다.
엘프의 왕이 말하기를, 용의 눈동자를 닮았다는 금안(?). 짐승의 눈을 닮았으나, 서늘함을 간직하고 있는 눈동자에 레미아는 두려움을 느낀다.
“내 세대, 너희가 고대라 불리는 시대의 신궁께선 엘프의 장로셨다. 칠천 년을 살아오신 그분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긍지높은 분이셨지.”
카르디가 말했다.
“그분께선 현세대의 엘프를, 너희의 왕인 오르벨을 지키기 위해 제 목숨을 바치셨다. 그분이 마지막까지 사용하셨던 것이 바로···.”
그가 손가락을 뻗는다.
손가락이 향한 곳은 바닥에 널브러진 레미아의 활이다.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진 활.
“네가 쓰고 있는 활이며.”
이어서 레미아의 심장을 가리켰다.
“네가 가진 세계수의 가호로 빚어낸 달빛 화살이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나?”
레미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카르디는 레미아가 답을 맞히길 바래서 질문한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그는 곧장 답을 말했다.
“신궁의 칭호를 쥔다는 것은, 그분의 뜻을 잇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분의 긍지를 더럽히지 않을 각오를 다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다시 한번, 카르디는 묻는다.
그 질문에 레미아는 숨이 턱 막혀옴을 느낀다.
“네게 신궁의 이름을 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레미아는 답하지 못한다.
카르디는 조금의 여유를 두고 다음 말을 이었다.
“긍지 없는 네게는 과분한 이름이군.”
동경했던 이가 자신을 부정한다.
레미아의 자존심이 짓밟힌다. 레미아는 간신히 들어 올렸던 고개를 도로 숙였다. 그러자 휘유 하고 휘파람 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고결하신 고대의 엘프께서 분 휘파람은 결코 아니었다.
“꼴 좋다 귀쟁이년!”
엘프의 뒤에 서서 세상 통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가 낸 소리였다. 레미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려 소녀를 노려보았다.
“왜, 꼽냐? 꼬와?”
소녀가 비웃음을 흘린다.
레미아의 머리에 확, 하고 열이 올랐다.
‘저 미친년이?’
차마 구원자의 앞이어서 험한 말이나, 품위 없는 행동을 하진 못하지만··· 레미아는 저 소녀의 뺨을 지금 당장 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몹시 강렬하게.
“눈을 왜 그렇게 뜨지? 불만이 있나?”
“아, 아닙니다. 돌가루가 눈에 들어가서···.”
그러나 그 시선도 오래가지 못한다.
레미아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3.
“와오···.”
나는 몇 걸음 뒤에서 카르디를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과연, 천 년 묵은 짬밥에서 오는 꼰대 짓은 천하의 레미아 조차 침묵하게 만드는 것일까.
‘저게 꼰대의 정수?’
내가 감탄을 뱉는 와중에도 카르디의 설교는 끝이 나지 않았는데, 그 내용은 대체로 엘프의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었다.
「고대에는 말이다.」
「내 시대에는.」
「내 세대 엘프의 장로께서 말씀하시길.」
그 모든 설교는 근본(??)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흘려들을 수 없는 종류의 설교였다. 레미아는 어느 순간부터 무릎을 꿇고 정좌한 채 카르디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살면서 이런 걸 다 보네.’
무언가 씹을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격하게 움직였더니 조금 뻐근한 어깨를 풀며 나는 생각한다.
레미아가 이곳에 왔다.
카르디의 질문에 답하는 레미아를 보아하니, 어떻게 알아냈는진 몰라도 성배를 얻기 위해 이곳에 왔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내게 또 다른 정보를 유추하게끔 한다.
‘레미아가 혼자서 이곳에 왔을 리가 없다.’
그녀가 뛰어난 레인저긴 하지만, 홀로서 미지의 영역인 잿더미의 땅에 발을 들일 리가 없다. 레미아가 이곳에 왔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녀석도 여기에 왔다는 거겠지.’
썩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내가 짧게 혀를 찼다.
‘···레미아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열 없는 사수(?手)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었으니까. 물론, 단순히 상성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건, 내가 레미아의 습관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
‘노리는 건 무조건 발목이고, 상대를 우습게 보며··· 한두 발이 막히면 바로 속사를 쏘지.’
그리고, 무엇보다.
‘달빛 화살을 아끼지. 과할 정도로.’
그것이 레미아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년에게 있어 달빛 화살은 보물과도 같다. 레미아는 제 화살을 소모품이 아닌 보물로서 여긴다. 그렇기에, 첫발로 달빛 화살을 쏘려 하지 않는다.
‘···상대를 우습게 보는 거지.’
전장 시절에는 내가 쌍욕을 퍼부으며, 첫발부터 달빛 화살을 쏘게 만들었지만··· 지금의 레미아에게는 내 역할을 대신 해줄 인물이 부재했다.
‘만약 첫 기습이 달빛 화살이었다면?’
전투를 이렇게까지 쉽게 끌고 가진 못했으리라.
아마도 다소의 부상을 각오 해야 했을 테지.
‘그리고···.’
처음부터 그 녀석과 함께 덤볐더라면.
레미아를 전열과 함께 마주해야 했다면.
“······.”
머릿속으로 ‘만약’의 상황을 그려보며, 나는 고개를 들어 반파된 계단을 바라봤다. 그 순간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한순간의 당황.
뒤이어 밀려오는 건 헛웃음이다.
“아하.”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녀석은 이미 도착 해 있었다.
“벌써 왔네.”
교회의 지하로 향하는 유일한 입구이자.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
어느 것을 선택하던 반드시 들려야 하는 그 계단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 인물의 얼굴을 나는 한눈에 알아봤다.
못알아 볼 리가 없다.
“···카일.”
카일 토벤.
빌어먹을 용사의 면상을 마주한 지금, 내 얼굴은 한없이 무표정했다. 한가지로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은 얼굴 위로 드러나는 대신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녀석 또한 마찬가지다.
녀석은 반파된 계단에 가만히 서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차분하다. 몸을 움직일 기색도 없다. 그저 가만히, 나와 카르디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파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문득, 녀석의 눈에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비춰 보일지 나는 생각해본다. 그것을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상을 입은 동료.
무릎 꿇은 동료에게 무언갈 말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기둥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동료로 보이는 인물.
그것은 꼭 동료를 인질로 잡고 있는듯한 모습을 연상케 한다. 적어도, 녀석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그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녀석이라면.
‘아마도.’
쩍, 쩌적.
‘달려들겠지.’
앞뒤 가리지 않고, 정면으로.
콰아아아아아앙!
계단이 박살 난다. 무너지는 계단의 잔해를 밟으며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 육체는 성녀의 축복으로 빛나고 있으며··· 한쪽 손에는 녀석의 상징과도 같은 성검(??)이 별빛을 뿜고 있다.
“···하.”
입가에 비웃음이 맺혔다.
빛 무리를 끌며 다가오는 녀석을, 카일을 바라보며 나는 입가를 비틀었다. 손을 뻗어 로브를 조금 더 깊게 눌러 썼다.
“지랄 맞네.”
팔뚝에 스톡(Stock)된 주문이 타오른다.
짓쳐드는 별빛에 대항하듯, 나를 중심으로 푸른 마나가 터져 나왔다. 쿵, 한쪽 발을 땅에 파묻으며 주먹을 뒤로 당긴다.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이건 감정적인 선택이며, 내게 굳이 녀석과 맞부딪칠 이유가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있다.
몇마디의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야기가 수틀리면 그때 가서 이런 수단을 선택해도 늦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전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단, 그 어느 것도 내가 선택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었다. 꽉 쥔 주먹에서 뿌득, 소리를 내며 푸른 마나가 거칠게 떨려왔다.
‘일단, 한 대만 갈기고 생각하자.’
때로는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법이었다.
상대가 빌어먹을 개새끼라면, 평소보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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