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66
제 재능을 완전히 개화한 스텔라와 와쳐가 일으키는 격류는 거세기 짝이 없다. 만개하는 별의 꽃이 일대를 뒤덮었다. 백금안으로 현상을 읽고, 와쳐가 손을 휘두르는 순간 스케발의 주문이 해체됐다.”
【■■, ■■■.】”
【■■, ■■■■■■■■.】”
그러나 불완전하다고 하나, 신은 신이다.”
신격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스케발이 제 거구를 움직였다. 촉수가 요동치고 공간이 유리창처럼 깨져나갔다. 권능의 영역에 닿지는 못했으나, 기적이라 부르기엔 충분한 힘.”
쪼개지는 공간 너머로 무언가 보였다.”
그것은 세상의 바깥이다. 별이 존재하지 않는 밤하늘. 그렇기에 다만 어둠뿐인 심연이 깨진 공간을 대신했다.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물이 만개한 별의 꽃을 검게 물들였다.”
퍼석.”
수백의 주문마저 양분 삼아 별의 꽃을 피워냈던 꽃봉오리들은, 검은 물이 닿은 순간 시들었다. 꽃잎이 바스러져 흩어졌다.”
“······.””
아일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르카디아 최후의 여왕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랜 세월 축적된 별빛. 그러나 힘을 축적해온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아일라가 한쪽 눈을 감았다. 레스티가 아일라를 향해 손짓했다.”
키잉.”
와쳐의 백금안이 아일라의 한쪽 눈을 채웠다. 스텔라와 와쳐는 본래 하나였던 재능. 레스티의 눈을 빌려 아일라는 눈앞의 존재를 보았다.”
갈망.”
비명을 지르는 마족들의 숱한 영혼이, 스케발의 갈망이라는 뚜렷한 감정하에 뭉쳐진 존재였다. 저 존재는 갈망하고 있다.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가?”
‘완벽을, 진리의 너머를, 하늘을.’”
진리를 갈망했던 마법사는 스스로 하늘이 되고자 한다. 그것이 스케발의 갈망이다. 하늘이 되고자 하는 마법사가 손짓했다. 승천(昇天)을 위해 스케발은 별의 아이들을 제물로 삼고자 했다.”
하염없이 흘러내려 지하공간을 채운 검은 물방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떠오른 물방울이 글자를 이루었다.”
주문들이 빛을 뿜었고, 아일라는 이를 악물고 꽃을 피워냈다. 피어오르는 꽃이 주문을 막아 세운다. 어느 꽃은 시들고, 어느 꽃은 개화했으며, 또 어느 것은 검게 개화함과 동시에 바스러졌다.”
···혼자라면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집속(集束).”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일라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미소 지었다. 개화한 꽃잎들이 한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번쩍.”
짧은 섬광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아일라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지팡이를 앞을 향해 겨눈 클로에가 있었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 피어오른 꽃잎들이 탁, 타다다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최상위 주문, 플레어(Flare).”
집속된 별빛이 해방됐다.”
열선이 지하공간을 수놓았다. 밀려드는 검은 물을 불태우고, 박살 난 공간의 너머에 존재할 심연을 후려쳤다. 흘러나오던 검은 물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뒤를 이어 레스티의 주문이, 벨노아가 불러온 폭풍이 일대를 휩쓸며 스케발의 육신을 후려쳤다. 한순간이지만 주춤하는 스케발을 흘겨보며 아일라는 승리를 예감했다. 이렇게 몰아붙이다 보면 저 그릇된 신을 끝마칠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한 순간이다.”
후두둑, 하고 떨어지는 돌가루.”
아일라의 고개가 휙, 하고 위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그림자를 끌며 추락하고 있는 광인이 있었다.”
“···위!””
아일라의 외친 순간 벨노아는 이미 땅을 박차고 달리고 있었다. 질주하는 벨노아를 향해 아일라가 손짓했다. 마법을 집어삼키는 꽃잎이 벨노아를 감쌌다. 광인, 아크리타는 마법사다. 대마법사에 이른 존재.”
‘하지만, 아무리 대마법사라 한들···.’”
그가 마법사인 한 불완전한 신의 주문마저 집어삼키는, 별의 꽃잎을 상대할 수 없으리라.”
‘그러니, 우리의 승리다.’”
체스판의 끝에 도달했다.”
광인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찔러넣었다.”
이곳에 도달해, 개화한 순간부터 광인의 계획은 망가진 거나 마찬가지요, 그의 패배였다.”
그리 아일라가 생각한 순간이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도약했던 벨노아가 땅에 처박혔다. ”
그 몸에 큰 상처는 없으나 중요한 것은 벨노아가 밀려났단 사실이었다. 초인의 경지에 올랐으며 용화로 육체를 강화한 벨노아다. 그런 벨노아가 백병전에서 밀렸단 사실을 아일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물며, 벨노아 본인조차도.”
벨노아가 몸을 일으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맞부딪친 순간, 벨노아는 광인이 사용할 주문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광인은 마법을 쓰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서 무언갈 움켜쥐고 휘둘렀을 뿐.”
그리고, 그건 분명···.”
벨노아가 앞을 보았다.”
탁, 하고 광인이 부드럽게 착지했다.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광인이 가벼이 팔을 휘둘러 걷어냈다. 그 손아귀에 들린 것은 기다란 창이다.”
지팡이가 아닌 창.”
창을 따라 마나가 아닌, 기(氣)가 피어올랐다.”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바라보는, 토벌대의 시선을 느끼며 아크리타가 웃음을 흘렸다. 그가 창을 한 바퀴 빙글, 돌려 고쳐잡았다.”
“살아온 시간이 몇 년인데.””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미련하게 마법 하나만을 붙잡고 있었을 리가? 내 뒤에 있는 이 친구와 달리, 나는 여러 분야에 손을 댔거든.””
애당초 자신은 본래 전사였다.”
천혜(天惠)라 불리던 시절, 이 육체로 대륙을 질주했을 무렵 그는 한 자루의 창을 들었다. 불을 잦는 대장장이에게서 빼앗은 걸작이었다.”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도 녹 하나 슬지 않은 걸작을 쥔 채 아크리타가 땅을 박차고 달렸다.”
한순간의 번뜩임과 함께 그 육체에 주문이 깃들었다. 가속, 근력 증강, 경량화··· 한계를 넘어선 주문이 육체에 부하를 걸려는 순간 아크리타는 웃었다. 좋은 것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락.”
검은 가루가 흩날렸다.”
라니엘과 같은 방식으로 육체를 강화한 아크리타가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거리를 좁힌 그가 창을 휘두르려는 순간, 벨노아가 그를 가로막았다.”
카아아아아아아앙!”
용화된 벨노아의 팔과 창이 맞부딪치는 순간, 아크리타가 창대를 느슨하게 붙잡았다. 튀어 오르는 창날을 따라 그가 몸을 비틀었다. 벨노아의 힘을 역이용해 되돌리듯 창날을 휘둘렀다.”
가속한 창날이 벨노아의 몸을 후려쳤다.”
밀려나는 벨노아를 뒤로하고 아크리타가 땅을 박차고 질주했다. 질주하며 그가 입을 열어 발음했다. 한순간에 땅이 출렁이며, 검은 물에서 기사들이 솟아올랐다.”
네크로맨서.”
기사들이 벨노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벨노아가 기사들을 모조리 박살 내며 아크리타를 추격하려는 순간, 지반이 뒤흔들렸다. 늪(Swamp), 불지옥(Inferno). 한순간에 완성된 주문이 벨노아의 발길을 묶었다.”
위자드.”
자신에게 떨어지는 주문은 주문으로 빗겨낸다.”
출력을 보조하는 것은 스케발이 만들어낸 검은 물이다. 저들이 별빛을 이용하듯, 아크리타는 스케발이 불러낸 검은 물을 이용할 뿐이다.”
···천혜(天惠)라 불린 이가 수만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다. 찰나의 순간으로 타인이 한평생 쌓아온 것을 삼키는 천재가, 수만 년의 세월 동안 타인의 육체를 강탈하며 학습해왔다.”
네크로맨서, 위자드, 서머너, 배틀 메이지.”
마법에 통달했으며.”
창사, 검사, 궁사···.”
손으로 다루는 무기들을 숙달했다. ”
그러니 천혜, 아크리타가 자신의 진체(眞體)를 움직이는 지금 그는 검의 초인이며 진리에 닿은 마법사이며 다만 모든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주문과 주문이 충돌했다. 달려드는 벨노아를 밀어내고, 빗겨지며 아크리타는 후열을 향해 질주했다.”
···그가 여태껏 마법을 쓴 것은, 그편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육체를 갈아타도 육체를 단련할 필요가 없다. 단순히 창을 휘두르는 것보다 마법은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사령술, 전염병, 기만, 환생, 빙의, 강탈.”
날붙이는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는 1차원 적인 방식으로밖에 쓰지 못한다. 일류 검사라 불리는 가니칼트 조차 하늘을 베는 게 고작이지 않았는가? 그에 비해 마법은 이 세상의 규율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요르문이, 글레투스가 하늘을 열고 세상을 자신들의 뜻대로 개찬(改竄)하는 것을 아크리타는 제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렇기에 아크리타는 마법을 선택했다.”
그들처럼 세상을 제 뜻대로 주무르기 위해서.”
하지만 변수가 발생한 지금··· 진체(眞體)로 움직이고 있는 지금마저 창을 휘두르지 않을 필요는 없었다. 쓸 수 있는 건 모두 써야 하지 않겠는가. 아크리타가 질주하며 창을 가벼이 휘둘렀다.”
창의 궤적을 따라 검은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최고위 주문, 천벌(Judgement).”
검은 물이 한순간에 증발하며 주문이 완성됐다. 콰릉, 하는 소리와 함께 압축된 번개가 창날을 향해 떨어졌다. 검은 번개를 머금은 창날이 요사스레 빛났다.”
그 순간이다.”
아일라와 대치하던 스케발이 아크리타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눈을 감으라고. 한순간 증폭하는 존재감에 아크리타는 웃음을 흘렸다.”
“···방금 전 말이 마음에 걸렸다면, 내 사과하겠네 친구.””
드디어 자네가 도움이 되는군.”
자신과 달리 하나의 분야에 제 길고 긴 삶을 바쳤던 마법사. 그렇기에, 진리에 닿은 마법사가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