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0)
초대한 손님이 도착하기 전에 장인은 우혁에게 오늘 초대할 손님에 대해 한 사람씩 소개해 주었다.
가장 먼저 소개한 사람은 어제 행사장에 함께 온 올리버 스톤 감독.
“어제 행사에 참가한 뒤로 자네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더군. 세계적인 명감독이니 내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
“꼭 뵙고 싶었던 분입니다. 아버님 덕분에 뵙게 되네요.”
“나이는 많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지.”
“몇 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랬구먼.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 그런 감독을 알아 둬서 나쁠 건 없을 거야.”
“그럼요.”
장인이 오늘 파티를 준비한 것은 우혁이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두 번째로 보여준 사진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었다.
인연인가?
잠깐 그 생각이 들었다.
로카르노 영화제에 초청받아 참석했을 때 줄리엣 비노쉬, 멜라니 로랑과 저녁식사를 하며 들었던 이름이 아닌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라는 타란티노 감독 영화에 출연했던 멜라니 로랑이 우혁을 타란티노 감독에게 소개시켜 주겠다고 했다.멜라니가 타란티노 감독에게 우혁을 소개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 날의 분위기와 와인에 취해 공수표를 날린 것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멜라니를 실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생각은 조금도 없다.
멜라니가 타란티노 감독에게 우혁을 소개시켜 주었다 해도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을 기억할 것 같지 않다.
타란티노 감독이 [길 밖의 새>를 봤을 리도 없고,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름만 듣고서 우혁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여하튼 그를 만나게 된다니 매우 반갑고 기대가 되었다.
“타란티노 감독도 스톤 감독만큼이나 유명하니까 내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 요즘은 스톤 감독보다 타란티노 감독의 주가가 훨씬 높지.”
“한국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우리 식당 20년째 단골이야. 영화 촬영 때 우리 식당 음식을 자주 주문해서 먹어. 그건 참 고마운 일인데, 개성이 굉장히 강하고 괴팍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야. 어디로 튈지 몰라. 오늘 온다고는 했지만 올지 안 올지 모르겠어. 온다 해도 아마
금세 갈 거야. 워낙 바쁜 사람이거든. 자네를 무시할 수도 있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잘 알겠습니다.”
세 번째로 보여준 사진은 기무라 자오(木村 赵).
최근에 주가를 한창 끌어올리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이다.
“사람이 아주 똑똑하고 기품이 있어. 피아노, 바이올린, 섹소폰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야.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다 잘해.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고.”
기무라는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외모는 전형적인 동양인이었으나 미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그의 내면은 철저한 미국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유한 귀족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인종 차별을 겪어본 적도 의식한 적도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대학은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머리도 좋고 승부 근성도 있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중국인과 일본인으로서 뿌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랐으나 기무라는 미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았다.
이름을 제외하고 그의 의식 속에 일본인과 중국인이라는 인식은 거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기무라의 팬들은 동양인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무라는 아역 배우 출신이었다.
돈이 많은 부모 덕분에 어릴 때부터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했다.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부모의 욕심.
어릴 때부터 기무라 자오로 활동하면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이 각인되었다.
한때는 이름을 바꿀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이름 덕분에 중국인과 일본인 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잘생겼네요. 이소룡을 좀 닮은 것 같습니다.”
우혁이 기무라의 사진을 보며 장인에게 말했다.
“뭐라더라, 이소룡이 하는 무술···.”
“절권도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 절권도를 아주 잘해. 소림사 출신 사부한테 쿵푸도 배웠대. 이소룡 일대기를 그린 TV 미니시리즈에 이소룡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지.”
그 미니시리즈를 캐이블 TV에서 얼핏 본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스타급으로 떠오르고 있어.”
기무라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한국에 개봉한 작품도 여럿 있었다.
무게 있는 조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외조부가 엄청난 자산가였다고 하더군. 물려받은 재산으로 어릴 때부터 부족한 거 없이 자란 행운아야. 한국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금수저라고 하던가? 이 친구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
장인은 기무라의 사진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만나 보면 알겠지만, 그런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있을 거야. 뭐랄까,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을 깔보는 경향도 있어. 그래서 자네 장모는 썩 좋아하질 않지.”
장모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를 낮췄다.
“무례한 사람은 결코 아니야. 예의 바르고 깍듯하지. 두 감독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세대차이가 날 테지만 기무라하고는 나이가 비슷해서 대화하기가 편할 거야.”
“프로필을 보니 저하고 동갑이네요.”
“동갑이면 통하는 게 많겠네. 잘 사귀어 봐. 사귀어 두면 도움이 될 거야. 요즘 한창 뜨는 친구거든.”
“같은 배우니까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감독님은 좀 어려운데 기무라가 온다니 반갑네요.”
“오늘은 세 사람만 초대했어. 몇 사람 더 부를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오면 대접하기도 힘들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 대접한 효과도 별로 없고 말이야. 앞으로 자네 미국 올 때마다 스케줄 되는 분들 소개해 줄게.”
장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배우들과 감독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어떻게 이런 유명한 배우와 감독을 많이 알고 계세요?”
“촬영장에서 우리 식당 음식을 자주 주문해서 먹어. 값이 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퍼졌나 봐. 영화하는 사람들이 먹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반인들한테도 인기가 올라갔지. 덕분에 장사가 아주 잘 됐어.”
“입소문을 내주신 분들이 고맙네요.”
“고맙지. 그래서 내가 영화 쪽에 일하는 사람들을 아주 좋아해. 그런데 내 사위도 이쪽 사람이지 뭔가. 이제 와서 말이지만, 유전자 검사가 일치한다는 소식 듣고 나서 사실은 조금 걱정을 했어.”
장인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바닥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니까, 배우라는 직업 결코 좋은 게 아니더라고. 스타가 되려고 부나비처럼 화려한 불빛만 보고 몰려들지만 불에 타 죽는 부나비처럼 나가떨어지는 친구들을 수도 없이 보았거든. 보통 사람은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기도 힘들더
구만. 그래서 자네도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 괴팍하고 집요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말일세.”
우혁은 뜨끔했다. 괴팍하지는 않지만 자기중심적인 구석이 많고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집요함이 있으니까.
“자네가 내 사위라는 알기 전에는 연기자로 팬이었지만 막상 내 사위라고 생각하니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뭔가. 자네 장모도 그 걱정을 많이 했어. 딸이 왜 하필 연기자를 남편으로 뒀을까 하고 말이야.”
“저도 나중에 민서가 연기자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걱정부터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욕심이라는 게 한이 없지 않나. 딸을 찾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번에는 좀 무난하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편을 가졌으면 하고 욕심을 부리는 거야. 허허허!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법이지.”
아직 까마득히 먼 일이지만 민서의 신랑감은 장인 말씀처럼 무난하고 안정된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자네가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 딸 못 찾았겠지. 아내도 지금은 자네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고마운 일이지. 고마운 일이야.”
***
가장 먼저 기무라 자오가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일찍.
장인과 장모가 마무리를 하다 말고 달려 나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제가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요? 매니저가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 계산을 잘못했지 뭐예요. 차에서 기다리려다 차 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들어왔습니다.”
“오셨으면 당연히 들어오셔야지요. 잘하셨어요. 오서 오세요.”
“타란티노 감독님 오셨나요?”
기무라가 장인 옆으로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아직 오지 않았어요.”
장인이 웃으며 대답하자 기무라가 실망감을 드러냈다.
“설마 안 오시는 건 아니겠지요?”
“글쎄요. 오신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워낙 바쁘신 분이라서요.”
“그러니까요. 이런 데 오실 분이 아닌데···.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주지사가 초대했을 때도 안 간 사람 아닙니까. 회장님, 타란티노 감독만 바쁜 게 아닙니다. 저도 바빠요. 하하하!”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구만요. 축하드립니다.”
“그 정도는 아니구요. 하하하!”
“올리버 스톤 감독님은 곧 오실 겁니다. 좀 전에 연락을 주셨거든요.”
“아, 예! 그러시군요.”
기무라의 표정으로 보아 스톤 감독의 초대는 크게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한때는 스톤 감독이 타란티노 감독보다 유명했으나 이제는 타란티노 감독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스톤 감독은 속된 말로 한물 간 사람이고.
장인이 기무라에게 우혁을 소개했다.
우혁과 기무라는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손님 접대 좀 해줘.”
장인은 우혁에게 속삭였다.
그런 뒤, 기무라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직 준비가 덜 끝나서요. 말씀 나누고 계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장인은 우혁에게 기무라를 부탁한다는 눈짓을 보내고는 주방 쪽으로 갔다.
“영어··· 할 줄 아세요?”
기무라가 우혁에게 말을 걸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입니다.”
“출연한 영화가 몇 편이나 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기무라는 우혁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지휘자가 지휘를 하듯이 손은 빙빙 돌리며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했다.
“단역을 빼면 한 편밖에 안 됩니다.”
“제 영어가 조금 어려웠나요? 이걸 더 쉽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더 쉽게 말씀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아들었습니다.”
“알아··· 들으셨어요? 정말 한 편밖에 출연하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예!”
“그렇군요.”
기무라가 고개를 돌려 이 회장 쪽을 바라보았다.
‘이 회장, 허풍을 치셨군. 한국의 유명한 배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달랑 영화 한 편에 출연한 애송이였어?’
우혁은 짧은 순간이지만 기무라의 입가에 비웃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 제목이 어떻게 되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정중한 문장을 사용했으나 기무라의 눈빛과 태도가 처음과 달라져 있었다.
까마득한 애송이 후배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과 태도.
“[길 밖의 새>입니다.”
“길 밖의 새?”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인데 혹시 미국에 개봉 됐나요?”
“아뇨!”
“저런···.”
몹시 안타깝다는 듯 기무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혁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섣불리 판단하지 않지만 기무라와 별로 친해질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자리를 잡았다.
나이가 동갑이라 세대차이도 없고 통하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나이는 동갑이지만 배우라는 직업만 놓고 보면 기무라와 우혁은 하늘과 땅만큼 그 격차가 컸다.
한국에서야 우혁의 지명도나 인기가 기무라보다 크겠지만 나머지 국가에서는 기무라가 훨씬 클 것이다.
훨씬 큰 정도가 아니라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우혁이라는 배우가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
배우라는 걸 떠나서도 학벌, 스펙, 커리어, 재산 등 모든 면에서 기무라가 우혁을 압도했다.
우혁은 기무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뒤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악연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기무라도 마찬가지였고.
라이벌 관계.
라는 말로는 부족한.
배우로서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쟁투를 벌이게 된다.
그 경쟁의 시작은 첫 만남부터였고, 첫 번째 경쟁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스톤 감독과 타란티노 감독 앞에서 뒤돌려차기로 사과를 맞추는 짓을 했으니···.
기무라가 타란티노 감독에게 자신의 무술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 했고, 그 과정에서 우혁도 의도치 않게 무술 실력을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유치한 경쟁이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오디션이었다.
두 사람은 몰랐지만.
***
약속 시간 10분 전, 올리버 스톤 감독이 도착했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정식으로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란티노 감독이 도착하면서부터 시끌벅적해졌다.
기무라가 올리버 스톤 감독을 맞이할 때와 전혀 다른 태도로 타란티노 감독을 맞이했다.
장인이 타란티노 감독에게 우혁을 소개할 틈을 주지 않았다.
기무라는 자기가 타란티노 감독을 초대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스톤 감독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낼 만큼 기무라의 행동은 다소 눈에 거슬렸다.
타란티노 감독은 그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비슷한 과라고 해야 하나.
기무라와 타란티노 감독은 죽이 잘 맞았다.
옆 사람은 신경쓰지 않고 끊임없이 둘만 떠들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면서 주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장인과 장모는 올리버 스톤에게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혁은 스톤 감독에게 영화와 날씨, 요리 등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기무라와 타란티노 감독의 시끄러운 목소리 때문에 얘기가 자꾸 끊어졌다.
그럴 때마다 우혁과 스톤 감독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기무라와 대화를 나누던 타란티노 감독이 갑자기 우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딱!
타란티노 감독이 반색하며 우혁에게 물었다.
“혹시 멜라니 로랑 알아요?”
[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와의 만남(후반부 수정)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