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6)
– 배우님, 안녕하세요? 저 SBC ‘연예인뉴스’의 박소연이에요.
박소연 작가.
[길 밖의 새>가 로카르노 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오랜만이네요.”
– 칸 영화제 남우 주연상 수상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열흘 뒤에 한국에 들어오신다고 들었습니다.
한 시간 전에 SBC 이현직 사장과 통화하면서 귀띔을 했는데, 그사이 박 작가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예, 들어갑니다.”
– 저희 프로에 출연해 주실 거죠?
“일정을 맞춰 보겠습니다.”
– 스케줄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배우님 편한 시간에 맞춰 드리겠습니다.
“그럽시다.”
– 그런데, 혼자 오시나요?
이 사장님에게는 일행이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할 분이 아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귀국한다면 주인공이나 감독과 함께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낌새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일행이 있습니다.”
– 누군지 여쭤 봐도 될까요?
박 작가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네요. 확정적이지 않아서요. 괜히 들어간다고 말씀드렸다가 들어가지 않게 되면 저도 죄송하고, 박 작가님도 곤란하실 테니까요.”
–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남우 주연상 수상하신 거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배우님의 수상 소식, 어제부터 포털사이트 실검 10위 안에서 머물러 있답니다.
백곰에게 들었다.
눈으로 확인도 했고.
미국 언론에서도 칸 영화제 수상 소식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우혁은 내일 열리게 될 연예인 자선 축구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도 같은 호텔에 묵고 있다.
“형! 축구 잘해?”
백곰이 물었다.
“글쎄! 잘 모르겠네. 축구 안 한 지 하도 오래 돼서.”
군대 전역한 뒤로 볼을 찰 기회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볼을 제법 잘 차서 축구 선수를 꿈꾸기도 했으나 중학생이 되면서 주제를 파악하고는 포기했다.
딱 동네 축구 선수 정도의 실력이었으니까.
매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연예인 자선 국제 축구 대회가 열린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참석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영국에서는 꽤 유명하고, 매년 열리는 대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수익금은 희귀병,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치료비로 기부된다.
윌은 미국 연예인 축구 대표 선수였는데, 영국 영화 홍보 차 들를 때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
“윌이 경기에 참가하면 이슈가 될 거야. 참신한 영화 홍보가 되겠군. 그 대회가 영국에서는 꽤 유명한 국제 대회거든. 취지도 좋고. 레오도 미국팀 대표로 뛰지 그래.”
타란티노 감독이 레오를 돌아보았다.
“미국팀이 지는 꼴을 보고 싶으세요? 저는 개 발이에요. 내 발에 맞은 공은 항상 자기 멋대로 날아가거나 굴러가죠. 단 한 번도 내가 보내고 싶은 쪽으로 간 적이 없어요. 굴러가기라도 하면 다행이죠. 가끔은 옆으로 살짝 피하기도 해요. 내 발은 허공을 걷어차구요. 응원이나 할게요.”
레오가 스스로를 폄하했다.
“감독님이 뛰시지 그래요.”
윌이 타란티노 감독에게 권했다.
“나한테 축구가 아니라 럭비나 농구 규칙을 적용해 준다면 고려해볼게. 난 공을 발로 차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들고 뛴 적은 있어도. 축구에서는 공을 손으로 건드리면 반칙이지? 공을 깨물고 달려도 되나? 가랑이 사이에 끼고 콩콩 뛰는 건? 바지 속에 넣고 달릴 순 없나? 머리에 이고 달리면 좋을 텐데···.”
타란티노 감독이 하기 싫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예예! 그냥 구경이나 하세요.”
윌이 손사래를 쳤다.
“아! 그날 미국팀 상대가 한국팀인 것 같은데.”
윌이 우혁을 쳐다보았다.
“마침 잘 됐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우혁이 말했다.
“강, 선수로 뛸 생각 없어? 영화 홍보를 해야지. 네 명 중에 두 명은 뛰어야 언론에서 보도를 해주지 않을까?”
타란티노 감독이 끼어들었다.
“한국팀에서 뛰어도 된다고 허락해주면, 5분이라도 뛰겠습니다.”
“역시 강이야!”
그 말을 나눈 게 한 달 전 일이었다.
한국 연예인 축구 대표단에 연락을 했더니 대환영이라며 반겼다.
“강우혁 씨가 선수로 뛰어주시면 영광이죠. 이 사실 한국 언론에 알려도 될까요? 한국 언론에서 도통 관심을 안 가져서 말이에요.”
그렇게 하라고 했다.
어차피 한국에도 영화 홍보를 해야 하니까.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정한 뒤, 비록 연기는 아니지만 추체험을 했다.
추체험 대상은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 영웅, 요한 크루이프.
전방에서부터 공격수들에게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게 하고, 공격 시에는 포지션의 변화를 통해 수비수들에게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시켜 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라는 토탈 사커를 완벽한 형태의 전술로 구현해낸 축구 선수이다.
추체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했다.
도합 네 번.
연습은 하지 않았다.
추체험을 하면서 능력의 일부를 전이받았을 것이다.
그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되니까.
영화 홍보를 위해 축구 대회에 참가하게 될 줄은 몰랐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했으나, 요한 크루이프를 추체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요한 크루이프의 토털 사커는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전술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이겨 내야 한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팀워크가 요구된다.
축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연기와 닮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축구 선수가 되기 어렵다.
그 점 역시 연기자의 삶과 유사하다.
요한 크루이프의 추체험은 연기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국팀과 미국팀의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각 30분.
15분 브레이크 타임까지 합하면 한 시간 15분 정도 소요될 것이다.
연예인 자선 대회라고 해서 관중도 별로 없고, 언론의 관심도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웬걸!
1만 명이나 되는 관중과 TV 방송 중계진과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로 북적였다.
많으면 천 명이나 모일까 싶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추체험도 많이 하고, 축구 연습도 할 걸 그랬다.
우혁은 후보 선수였다.
후반에 교체 선수로 출전해 5분에서 10분 정도 뛸 것 같다.
비록 자선 대회이고, 친선 경기이지만 경기는 경기니까 이겨야 하기 때문에 후보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는 어려웠다.
윌은 주전으로서 전반 시작부터 뛰었다.
축구를 곧잘 했다.
축구 선수 못지않은 발재간과 주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반전 경기 결과는.
미국팀이 5.
한국팀이 3.
프로 축구에서는 한국이 미국에게 뒤지지 않는데, 연예인 축구는 실력이 달렸다.
전반전이 끝나고 15분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강우혁 씨! 출전하실래요?”
한국팀 코치가 우혁에게 물었다.
“그래도 될까요?”
“5분 정도만 뛰는 걸로 하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시구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장 못하는 선수와 교체 출전을 했다.
우혁의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
프로 선수가 아니다 보니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었다.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기 바빴으니까.
경기 시작 3분이 경과하도록 우혁에게는 공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우혁 쪽으로 윌이 공을 몰고 쇄도해 왔다.
화가 난 들소처럼.
우혁은 윌의 진로를 가로막고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윌이 교묘한 페인트 모션을 취하며 우혁을 따돌리려 했다.
그러나.
공은 우혁의 발끝에 걸렸고, 우혁은 날랜 동작으로 공을 몰고 상대편 진영으로 내달렸다.
달려드는 공격수를 가볍게 젖히고.
또 한 선수를 젖히자.
어느새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패스를 하려는데 줄 곳이 마땅치 않다.
너무 빨리 공을 몰고 내달리는 바람에 우혁을 따라붙은 선수가 없었던 것.
그렇다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앞으로 내달리는 수밖에.
수비수 두세 명을 따돌리고 보니 골키퍼와 1 대 1 상황이다.
페인트 모션으로 골키퍼를 따돌린 뒤 가볍게 툭!
데굴데굴!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인!
함성 소리가 들렸다.
응원을 온 한국 교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풀백 포지션으로 되돌아갔다.
“축구 잘하시네요!”
“저하고 포지션 바꾸셔야 될 것 같습니다.”
“선수 출신이시죠?”
한국팀 코치가 가까이 있는 주장을 불러 포지션 변화를 지시했고, 주장이 우혁에게 다가와 미드필더로 이동해 줄 것을 부탁했다.
포지션을 이동해 하프라인에서 공격하는 미국팀의 길목을 막아섰다.
인터셉트.
다시 한 번 상대 진영으로 내달렸다.
이번에는 하프라인을 넘어 들어가는 한국팀 선수가 있었다.
미국팀 수비 뒤쪽으로 공을 넘겼다.
한국팀 선수의 앞쪽에 공이 정확하게 배달되었다.
골키퍼와 1 대 1 찬스.
슛!
힘이 너무 들어갔다.
공이 골대 높이만큼이나 공중으로 떴다.
어이없는 똥볼.
넣었다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찬스였는데···.
서두를 것 없다.
만회할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그나저나 5분만 뛰기로 한 것 같은데, 감독이 선수 교체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다.
한국팀 선수들이 공만 잡으면 우혁에게 보내려고 애를 썼다.
혼전 끝에 코너킥 기회가 왔다.
코너킥을 차는 선수가 우혁을 손짓해 불렀다.
우혁이 달려가자 우혁에게 패스했다.
크로스를 날릴 것이지.
여하튼.
공을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공을 몰았다.
미국팀 선수 세 명이 압박 수비를 펼쳤다.
선수 중 한 명의 다리 사이로 공을 뺀 뒤.
중거리 슛!
공이 상대 골대 그물망을 흔들었다.
골인!
5 대 5.
후반전 30분이 금세 지나갔다.
삐이익!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끝났던 것이다.
결과는 8 대 6.
한국팀이 8.
미국팀이 6.
한국팀의 승리였다.
우혁은 해트트릭에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요컨대, 후반전에 한국팀이 넣은 골은 모두 우혁의 발끝에서 이루어졌다.
“무슨 축구를 이렇게 잘해?!”
타란티노 감독이 감탄했다.
“최고!”
레오가 엄지를 세워 보였다.
“프로 선수 출신 아닙니까?”
윌이 의심의 눈초리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이게 영화 홍보에 효과가 있을까요? 취지가 좋은 대회라 참가 의미는 충분하지만, 개봉이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래도 되나 싶네요.”
우혁이 화제를 돌렸다.
우혁의 염려와 달리, 영화 홍보 효과로는 최고였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영국 언론은 윌과 우혁의 대회 참가를 대서특필했다.
주요 방송국와 신문사에서 크게 다루어 주었던 것이다.
오히려 영화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컸다.
알 만한 사람은 영화 홍보를 위해 참가했다는 걸 알지만, 홍보 방법이 참신해서 거부감을 감쇄시켰다.
영국에서 일정을 마치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 일정을 소화한 다음, 한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을 지나오면서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은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중국 일정으로 ‘달려라, 달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진을 뺐던 것이다.
그야말로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게스트를 불러놓고, 속된 말로 뽕을 뽑으려 들었다.
“그 프로그램, 한국에서 수입해 간 겁니다.”
우혁이 자랑삼아 한 말인데, 역효과였다.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수입해 간 거라고?”
“그럼 한국에서 출연하게 될 프로그램도?”
“한국에 가기 무서워지는데···.”
한국에서 ‘웰 컴 투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그 프로그램도 ‘달려라, 달려!’처럼 시달리게 될까 봐 걱정하는 거였다.
“우리가 출연하게 될 프로그램은 쫓고 쫓기는 게임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와 음식, 역사를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힐링 프로그램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혁이 세 사람을 달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스럽기도 했다.
세 사람이 한국 음식과 잠자리 등을 불편해하지는 않을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 영화 홍보 세계 투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