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3)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 친구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고현주 팀장과 정 사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친구가 송유미 씨에게 한 짓들.
선입견 때문인지 인상이 좋지 않았다.
“어서 와요”
우혁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담담하게 그 친구를 맞이했다.
“선배님! 말씀 놓으십시오.”
“이게 편합니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편할 대로 하십시오.”
깍듯했다.
그러나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친구는 우혁보다 다섯 살 연하였다.
그 친구 나이 때, 우혁은 배역을 얻지 못해 오디션을 다녀야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이미 3년 전부터 무게 있는 조연을 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주연 물망에 오를 만큼 연기력도 좋고 외모도 출중했다.
야망도 컸고.
‘나무’와는 우혁이 미국으로 떠난 직후에 계약을 했다.
이전 소속사에서 그 친구를 잡기 위해 애를 썼지만 그 친구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그 친구가 무명일 때부터 이전 소속사에서 뒷바라지를 해준 모양이지만, 그 친구는 더 큰 물에서 놀고 싶다며 미련 없이 ‘나무’로 옮겼다.
‘나무’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우혁이 있었으니까.
‘나무’라면 그의 꿈인 할리우드 진출을 보장해 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나무’에 들어와 보니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선배님이 제 롤모델입니다.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그 친구가 연신 굽실거렸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요?”
“예, 선배님!”
눈빛에 욕심이 가득 했다.
“할리우드 진출하려면 영어 잘해야 된다고 들었습니다. 영어라면 자신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영어로만 말하며 살았거든요. 한국말을 하면 엄마한테 혼났어요. 엄마가 좀 극성이었죠. 그 덕분에 영어는 잘하게 되었지만요.”
말이 많은 친구로군.
우혁은 잠자코 그 친구의 말을 들어 주었다.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선배님.”
“그러세요.”
“할리우드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할리우드에 가야겠지요.”
그 친구는 열심히 경청했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 다음엔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에 출연하는 겁니다.”
“아, 예!”
“···.”
그 친구는 우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게··· 끝인가요?”
그 친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예.”
우혁의 대답에 그 친구는 낭패스러워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지?
할리우드 배우가 되려면,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에 출연하면 된다?
그걸 누가 모르나?
무슨 대답이 이래?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으면, 여기 있지 말고, 어서 할리우드로 가세요.”
“···.”
“바다 수영을 하고 싶으면 바다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익히지 않고 뛰어들었다가 죽으면 어떡하죠?”
“할리우드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기 전에 한국에 와서 활동을 하다가 가나요? 처음부터 바다에 뛰어들어 그곳에서 수영을 배우지요. 수영장이나 강물에서 하는 수영하고 바다 수영은 다르거든요.”
“아! 이게 감이 잡힙니다. 선배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배우가 되려면 할리우드에 가서 직접 부딪혀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그래요.”
“말씀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할리우드 배우가 되는 지름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해서요. 타란티노 감독님과 작업을 하셨는데, 혹시 저 좀 소개시켜 주실 수 없는지요.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 친구가 우혁을 찾아온 목적이 바로 이것이었다.
연줄.
가장 빠른 길이다.
제법 똑똑한 친구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헛똑똑이다.
줄을 잡으면 빨리 갈 수 있다는 것만 알지, 그 줄을 건네줄 사람과 먼저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건 간과하고 있다.
설사 줄을 소개해 준다 해도 줄을 감당한 능력도 없이 섣불리 잡았다가 혼쭐이 나는 수가 있는데···.
혼쭐이 나고 싶다면야···.
우혁은 어딘가로 화상전화를 걸었다.
– 강!
타란티노 감독이 소리를 빽 질렀다.
타란티노 감독의 커다란 코가 휴대전화 화면을 가득 채웠다.
술을 한잔했는지 얼굴이 불콰하다.
“잘 계셨어요?”
– 잘 있을 리가 있어? 버림받은 강아지 꼴이야. 난 여기 빌어먹을 할리우드에서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이러고 있는데, 어떤 인간은 그림처럼 예쁜 고향으로 가버렸지. 치사한 인간. 잘먹고 잘살아라. 퉤! 퉤!
전화 괜히 했나 보다.
“타란티노 감독님 아니세요?”
그 친구가 놀란 눈으로 우혁에게 물었다.
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누구야? 배컴?
적당히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타란티노 감독이 그 친구의 목소리를 백곰 목소리로 잘못 들은 모양이다.
옆에 있던 백곰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 오, 배컴! 나 안 보고 싶어요?
“뵙고 싶어요.”
– 거짓말!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여기로 뛰어와!
“술 많이 드셨어요?”
– 취했다는 거야? 내가 취한 것 같아. 흥! 천만에! 지금 알까기를 하면 백전백승 할 자신 있다고.
“다음에 미국 가면 알까기 시합해요.”
– 지금 하고 싶은데!
“세상에! 타란티노 감독이야!”
그 친구가 놀라워하며 중얼거렸다.
백곰이 그 친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친구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친구를 바라보는 유치원생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감독님하고 통화하고 싶어요?”
우혁이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예! 아뇨! 예!”
그 친구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동수야, 감독님과 통화하게 해줘.”
우혁이 백곰에게 말했다.
“알았어. 감독님! 한 친구가 감독님하고 통화가 하고 싶어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 마음대로 해.
백곰이 그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그 친구는 휴대전화를 받아들고서 어쩔 줄 몰라 했다.
– 당신 누구야?
타란티노 감독이 오만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 친구가 더듬거리며 자기소개를 했다.
“감독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는 게 소원입니다.”
적극성은 아주 좋다.
– 강이 소개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오케이!
“고맙습니다.”
고마워할 거 없을 텐데···.
내일이면 통화했다는 사실조차 기억 못할 테니까.
– 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면 강의 멱살을 잡아끌고 내 앞에 데리고 오쇼. 그러면 출연시켜 주지.
“제가 어떻게···.”
– 어려워? 그게 어렵다면, 날뛰는 고양이 머리 위에다 똥이나 싸.
그 친구는 몹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백곰은 웃음을 참느라 돌아섰다.
우혁은 그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
“감독님! 전화 끊을게요.”
– 누구 맘대로 끊어. 끊지 마.
툭!
끊어 버렸다.
그 친구는 혼란스러운 듯 우혁과 백곰을 번갈아보았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려면 파도를 이겨야 하지요.”
우혁이 선문답 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의 의미를 곱씹느라 그 친구는 눈을 치뜨고서 뇌를 풀가동했다.
좀 전에 타란티노 감독의 술 취한 모습은 작은 파도에 해당한다 이건가?
날뛰는 고양이 머리 위에다 똥이나 싸라는 타란티노 감독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파도에 귀싸대기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존경하는 감독의 치부를 목격한 것처럼 민망했다.
차라리 통화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을 상기했다.
“선배님! ‘나무’하고 재계약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기획사 차리실 생각 없으신지요?”
우혁과 백곰이 시선을 교환했다.
“만약 기획사를 차리신다면, 저 좀 키워 주십시오.”
“나무 소속사 좋은 곳입니다.”
“저하고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당장 기획사를 차릴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획사를 시작한다 해도 이 친구를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우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저희 기획사에 들어오고 싶으시다구요?”
백곰이 말했다.
그 친구는 강우혁 선배님과 대화하는 데 불쑥불쑥 끼어드는 백곰이 영 탐탁지 않았다.
매니저 주제에 왜 이렇게 설쳐?
“아, 예!”
“저하고 알까기 시합을 해서 절 이기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백곰이 말했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백곰의 말이 유치할 뿐만 아니라 몹시 불쾌했다.
알까기 시합?
어이가 없었다.
“농담 아닙니다. 그렇지, 형?”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백곰이 송유미의 복수를 할 모양이었다.
“그래! 약속하지.”
우혁이 대답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혁은 잘 안다.
수수방관 내지는 동조.
일종의 미필적 고의였다.
이 친구가 송유미에게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백곰에게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 친구는 우혁까지 동조하고 나서자 알까기를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한편으론 잘됐다.
유치하긴 하지만 알까기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시켜 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만약, 제가 이기면 어쩌죠?”
백곰이 그 친구에게 물었다.
“제가 밥 사겠습니다.”
그 친구가 백곰의 배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서요. 딱밤 한 대 어떠세요?”
“뭐, 좋습니다.”
“단판 승부입니다.”
“예.”
그렇게 하여 알까기가 시작되었다.
승패는 금세 드러났다.
백곰의 승.
때마침 송유미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예상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온 거였다.
그 친구를 발견한 송유미가 어깨를 움츠렸다.
“유미 씨! 여기 웬일이야?”
그 친구가 송유미에게 아는 체를 했다.
“우혁 형의 메인 스타일리스트입니다.”
백곰이 대신 대답했다.
“메인 스타일리스트라구요? 쟤가요?”
그 친구의 표정에서 멸시가 노골적으로 표출되었다.
“유미야, 왜 그렇게 겁먹은 표정을 하고 있어. 이분이 널 괴롭히기라도 했니?”
백곰의 말에 뼈가 있었다.
“협찬 받은 건가 보죠?”
우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송유미에게 물었다.
“예.”
“어디 볼까요?”
송유미는 옷을 꺼내 우혁에게 건네주었다.
우혁은 그 옷 살펴본 뒤 송유미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동수는 어때?”
“역시 유미는 대단해. 벌써 협찬을 받아오다니! 형한테 꼭 어울리겠다. 그죠?”
백곰이 그 남자에게 물었다.
“아, 예!”
그 남자가 얼버무렸다.
“그건 그렇고, 딱밤 맞으셔야죠.”
백곰이 그 남자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뭐, 그러시죠.”
그 남자가 이마를 백곰이 때리기 좋게 갖다 댔다.
“갑니다.”
빡!
“흡!”
그 친구가 외마디 비명을 삼켰다.
고통을 참으려 애를 썼다.
딱밤을 맞은 자리가 금세 빨갛게 변하더니 부풀어 올랐다.
“어머! 어떡해!”
송유미가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한 판 더 하시죠. 이기는 사람이 딱밤 때리는 걸로.”
약이 오른 그 친구가 백곰에게 도발했다.
개미지옥에 빠진 줄 모르는 개미처럼.
버둥거릴수록 더욱 깊이 빠질 뿐이건만.
“우리가 때리는 것보다 송유미 씨가 딱밤을 때리는 건 어떨까요?”
백곰이 제안했다.
그 친구는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백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다시 한 번 백곰의 승.
그 친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유!
백곰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잘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백곰에게 딱밤을 한 대 더 맞을 뻔 하지 않았나.
송유미를 노려보았다.
6개월 전만 해도 주눅이 들어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송유미가 아닌가.
송유미는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백곰이 그 친구를 잡아주었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딱!
“악!”
송유미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그 친구는 몰랐던 모양이다.
게다가 백곰이 때린 자리를 때렸다.
그 친구는 고통의 몸부림을 쳤다.
“에이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지거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송유미에게 능멸을 당한 것 같아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나 사람이 보는 앞이라 꾹 참았다.
아직 한 가지 볼일이 남았다.
“선배님! [플럼범 바이러스>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윌 스미스, 제니퍼 로렌스, 줄리엣 비노쉬, 타란티노 감독 같은 분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여주는 멜라니 로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
“저도 카메오로 출연하고 싶습니다.”
카메오로?
“카메오가 무슨 뜻인지 압니까?”
우혁이 그 친구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 친구는 우혁의 시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연신 깜빡였다.
우혁의 눈매가 매서웠던 것이다.
“유명 배우 혹은 저명인사가 예기치 않은 장면에 출연하여 잠깐 동안 펼치는 연기나 그 역할을 카메오라고 합니다.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대답했다.
조교의 질문에 훈련병이 대답을 하듯이 군기가 바짝 들어서.
“후배님이 유명 배우나 저명인사라고 생각합니까?”
“아닙니다.”
“후배님!”
“예!”
“선배로서 조언드릴게요.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세요.”
“말씀하십시오.”
“한국어 딕션도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이 무슨 할리우드를 가려고 합니까? 후배님의 영어 발음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 현재 상태의 영어 실력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건, 날뛰는 고양이 머리에 똥을 누는 것보다 어려울 겁니다.”
“···.”
“그리고, 송유미 씨한테 한 짓, 정 사장님한테 들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그렇게 했다간 곧바로 고소당했을 겁니다. 아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사과는 당사자한테 하세요.”
“죄송합니다.”
그 친구가 송유미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 친구는 이마에 혹 하나를 얻어 달고 돌아갔다.
20년 대선배에게도 따지고 드는 친구였으나 우혁에게 한 마디 대거리도 하지 못했다.
롤모델 선배이기도 하거니와 우혁의 무술 실력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친구가 가고 나서 백곰이 우혁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형! 멋있어! 최고!”
***
멜라니 로랑이 입국했다.
이제 여주인공도 들어왔으니 본격적으로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을 시작할 때이다.
멜라니를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내밀었다.
멜라니가 감독하고 우혁이 주인공으로 출연할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을 끝내고 나서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밴 안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어때? 재미있어?”
시나리오를 다 읽었을 때, 백곰이 룸미러로 우혁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아주 좋아! 마음에 들어.”
[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배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