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73
에필로그 [완결]
노 회장이 죽고 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괴도의 존재는 이후 종적을 감추게 되었고, 세간은 슬레이어라는 집단이 괴도라는 남자의 존재를 퇴치해 준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
적룡산업 빌딩 로비 앞에 선 한 남자, 김석두가 넥타이를 고쳐 매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말없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세계는 여전히 평화롭군.”
2년 전.
노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에게 김석두라는 남자의 정체에 관한 정보와 더불어 적룡산업이 괴도 김석두가 설립한 회사라는 정보를 넘겼었다.
그 덕분에 괴도 사건이 마무리되어도 한동안 적룡산업은 정부에 의해 엄한 규제를 받게 되었다.
하나 그것도 몇 달이 지나며 그쳤다.
슬레이어까지 손에 얻게 된 석두는 그 권력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보이지 않는 거래를 하게 되었고, 그들은 돈과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 이번 일을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게 되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바로 돈이었다.
석두는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적룡산업이라는 상호명도 개명을 하려 했었으나, 괴도와 적룡산업이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정보는 민간인들에게까지 공표되지 않았었기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었다.
어차피 큰 문제는 없었다.
적룡산업은 대한민국에서 이미 크나큰 영향력을 차지하게 된 대기업 중 하나였다. 그런 곳을 벌하게 된다면, 분명 심각한 경제적 타격으로도 이어질 게 뻔했다.
사건의 뒷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는 데에 걸린 시간은 대략 2년.
그 2년의 시간을 보내온 김석두는 더 이상 괴도가 아니었다.
괴도로서 활동할 이유도 없어졌다.
노 회장을 쓰러뜨리고 슬레이어를 자신의 영향권 안에 두게 된 석두.
슬레이어가 훔친 드래곤의 보물 또한 그가 전부 몰수해 왔다.
석두는 레이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드래곤의 보물을 전부 다시 회수하게 된 레이나는 그때 당시 석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잠 좀 자러 가야겠어. 그동안 좀 피곤했거든.’
그 말을 끝으로 레이나는 석두의 앞에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게 1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이후. 석두는 적룡산업을 더더욱 키워가게 되었고, 지금은 괴도 김석두가 아닌 성공한 젊은 사업가, 김석두가 되어 활약을 하고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듯 신호음을 들려주자, 스마트폰으로 집중되어 있던 석두의 시선이 앞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간 그가 대표 사무실 앞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윽고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문을 열자…….
“…오랜만이군.”
석두의 입에서 곧장 인사말이 튀어나왔다.
대표 사무실의 문은 분명 잠겨 있었다.
석두가 출근과 동시에 이제 막 잠금장치를 해제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 사무실에 놓여 있는 소파 위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 있는 한 여성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석두의 인사를 받아줬다.
“오랜만이야, 김석두. 그동안 잘 지냈어?”
“대충.”
금발의 여성, 레이나가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내렸다.
레이나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수면을 취하고 있어야 할 그녀가 어째서 석두의 앞에 나타난 것인가.
그게 가장 의문이었다.
“자다가 도중에 깨기라도 했나. 무슨 일로 온 거지?”
“음… 그게 말이야.”
레이나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런 얼굴을 하는 걸까.
속으로 그녀의 행동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느끼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레이나의 입에서 뜬금없이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미안해.”
“……?”
갑자기 왜 사과를 한단 말인가.
점점 더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가기 힘들었다.
“왜 나한테 사과하지?”
“해야 할 일이 늘었어.”
“…….”
순간 그녀가 왜 석두에게 사과했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1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석두는 나름 레이나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이기도 했었다.
그녀가 가리킨 ‘할 일’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눈치를 챈 석두가 눈을 흘겼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군.”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미안하지만 진짜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숫자가 많지 않으니까.”
“몇 개나 찾으면 되는 거지?”
“음… 대략 5개?”
“그 정도면 할 만하군.”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듯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는 석두였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곧 준비하도록 하지.”
“오케이, 알았어.”
기운 넘치는 대답을 들려주며 어디론가 또다시 모습을 감춰버리는 레이나.
사과하러 온 사람치고는 금방 텐션이 상승했다.
“녀석은 변함이 없군.”
쓴웃음을 지으며 1년 만에 만나는 천방지축 드래곤, 레이나에 대한 평가를 압축하던 석두가 내선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나다. 간부들 전부 소집해.”
* * *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다.
적룡파 간부로 활동 중이었던 망치와 번개는 괴도 일이 없어짐으로써 이제는 출퇴근을 일삼는 어엿한 샐러리맨이 되었다.
도서희는 기존에 김창민이 맡았던 석두의 보좌관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기존의 보좌관이었던 김창민은 당분간 외부 활동이 제한되었던 석두를 대신해 대표로서 해야 할 일들을 도맡으며 바쁜 일상을 보내오고 있었다.
세미의 경우에는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갔다.
그간 석두에게 받았던 돈들로 고아원에 얽혀 있던 외부적인 문제들을 전부 해결하고 난 이후에 원장과 함께 고아원을 운영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쾌남의 경우에는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방구석에 처박혀 모니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했다.
그런 그들이 오랜만에 석두의 소집 명령으로 인해 다시 모이게 되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 있는데…….”
아직은 어색한 넥타이를 다시금 조여 매며 말하는 망치의 말에 김창민이 피식 웃음을 토했다.
“너도 이제 사회인이 다 되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망치도 본인이 설마 이렇게 평범한 인생을 보낼 것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를 일도, 소매치기를 할 일도 없었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였다.
“오랜만이에요, 세미 언니.”
서희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정장을 차려입은 다른 적룡파 간부들과 다르게 유일하게 평상복 차림을 갖춘 세미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소를 지은 채 서희와 가볍게 포옹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네. 언니는요?”
“나야 뭐… 잘 지내고 있지.”
아마 이중에서 심적인 부담 없이 가장 편하게 지내는 사람이라고 하다면 바로 세미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간의 근황을 물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끼릭.
대표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이들을 소집한 장본인, 석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두목님!”
오랜만에 불러보는 호칭에 석두가 살짝 손을 들며 말했다.
“다들 오랜만이군.”
망치나 번개, 쾌남이나 도서희는 그래도 자주 얼굴을 마주하곤 했지만, 세미나 창민은 오랜만에 보는 셈이었다.
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소파에 다 같이 자리를 잡았다.
“너희들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고… 당분간 내 빈자리를 너희가 채워줬으면 해서 이렇게 소집하게 되었다.”
“빈자리라니요…….”
“어디 가시기라도 하는 겁니까?”
여기저기서 질문 폭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창민이 석두를 대신해 이들을 진정시켰다.
“아직 대표님 말씀 안 끝났다. 다 듣고 나서 질문하도록.”
“…예.”
“죄송합니다.”
역시 석두를 대신해 움직이는 김창민다운 면모였다.
만족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석두가 재차 입을 열었다.
“일거리가 하나 들어와서 말이야… 대략 1개월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될 거 같다.”
“6개월…….”
“그동안 김창민, 네가 임시 대표직을 맡아라.”
직접적인 석두의 지목에 당황할 법도 할 터인데.
하나 김창민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명령에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
김창민이라면 석두 대신에 적룡산업을 맡겨도 걱정이 없었다.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활동하던 그였지만, 사업적인 수완도 훌륭할뿐더러 조직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었다.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될 예정이었지만 김창민이 석두를 대신해 움직여 준다면 적룡산업은 당분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창민의 말을 내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따라주면 된다. 세미의 경우에는… 논외겠군.”
“아하하…….”
석두의 말에 세미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면 세미는 더 이상 적룡산업에 연관되어 있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이런저런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명령권을 창민에게 넘겨주기로 결심을 한 석두였다.
“그리고 무슨 일이 발생하거든 이걸로 연락을 해라.”
“이건…….”
석두로부터 작은 통신기를 건네받은 창민.
그에게 석두가 부가적인 설명을 들려줬다.
“나와 다이렉트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다. 사소한 것들은 필요 없고… 나와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때에만 걸도록.”
“예, 알겠습니다.”
“대충 내가 하고자 할 말들은 끝이 났으니… 이제 해산해도 된다.”
간부들에게 각자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하는 석두.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망치가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얼굴로 물었다.
“두목님… 정말 1년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거 맞으시죠?”
“하하, 물론.”
“꼭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망치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준 석두가 뒤이어 번개, 쾌남과도 악수를 주고받았다.
“번개, 너는 소매치기질하고 도박 좀 그만하고.”
“알겠습니다, 두목님!”
“그리고 쾌남, 가끔은 바깥 공기도 좀 쐬라.”
“…노력하겠습니다.”
이윽고 서희와 세미 앞에 마주선 석두.
그의 얼굴에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새겨졌다.
“내가 없었더라면 2년 전에 그런 고생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간 미안했다.”
“아니에요. 전 어차피 괴도가 없었으면 삶의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요. 언니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아니, 난 딱히…….”
세미가 서희의 말에 발뺌을 했다.
그러나 석두와의 이별이 아쉬운 건 변함이 없었다.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나중에 다시 한 번 고아원에 찾아가마.”
“후후… 기다리고 있을게요.”
세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석두가 천천히 대표 사무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이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그리고 6개월 뒤.
대표 사무실에서 신문을 펼쳐보던 창민의 시선이 어느 특정 기사에 머물렀다.
“이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새겨진 특보.
그 기사를 응시하던 창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과연… 역시 두목님이로군.”
신문 1면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의 제목은 이러했다.
-잠적했던 괴도, 이번에는 미국에서 모습을 드러내다!
『괴도 김석두』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