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x Level Hero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559
제 1558화
“왼쪽 길 차단 완료.”
“화력지원 요청됐어요. 10초 뒤 착탄.”
“착탄 확인. 이제 내부만 쓸어버리면 됩니다.”
쾅!!! 쾅!!!
맹렬한 폭음 속에서 비화는 손에 든 총기의 탄창을 제거한 뒤 빠르게 새 탄창을 삽입하고 후퇴 고정된 노리쇠를 풀어 장전을 완료했다.
그 후 뭔가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다 움직이기 불편한 장비들을 풀어 던져버렸다.
극단적으로 방어력이 떨어지지만 상관없다. 안 맞으면 그만이잖아.
숨을 짧게 들이킨 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신호를 보낸다.
“브리칭.”
콰아앙!!!!
총을 들지 않은 손의 격발장치를 당기며 순식간에 사방의 벽들을 날려버리기가 무섭게 그녀는 몸을 내밀었고, 곧바로 적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상대는 생체병기를 포함해 비화를 빠르게 요격하려 들지만, 비화는 몸을 슬쩍슬쩍 움직이는 것으로 탄착 궤도를 모조리 피해버리고는 오히려 접근하듯 택티컬하게 상대방을 쓸어 담았다.
“미친…… 핵쟁이 같은 년…….”
“꾸엑…… 게임 x같이 하네…….”
그야말로 극찬을 받으면서도 심드렁하게 탄창을 교체하며 비화는 죽은 척 숨어있다가 기습을 가하려는 마지막 적을 보지도 않고 총구만 돌려 쏴버렸다.
“수고.”
그리고는 짧게 무전기에 대고 말한 뒤 접속을 끊어버렸다.
가상현실 접속장치를 해제하고 일어난 그녀는 뻐근해진 듯한 착각이 드는 몸을 스트레칭하며 휘적휘적 걸어 나아갔다.
페스리사 대륙에서 있었던 자잘한 문제가 발생한 탓에 그것을 조율하고 완전히 늘어진 상황이다.
자신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앞의 이 게을러터진 동생은 이클립스. 아니 이클립스의 형상을 한 검둥이의 다리를 베고 누워 과자를 까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 집에 안가?”
“응? 아…… 이것만 보고.”
한창 게을러진 에반젤린을 흘겨보며 비화가 검둥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둥이는 에반젤린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양 에반젤린의 입에 과자를 집어 입이 심심해질 때마다 넣어주고 있었다.
얼마 전 인터넷 결제 사건을 일으켰던 것치고는 참 태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제와서는 그런 큰 사고는 치지 않는 편이니 다행이라고 할까.
주변에 왜 이렇게 사고 치는 인간들이 많은가 싶다가도 그게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싶은 웃기지도 않은 생각도 들었다.
“트리아나 보러 안 갈 거야?”
“이것만 보고 바로 갈 거야.”
귀찮다는 듯 말하지만 아마 거짓은 아닐 터. 굳이 들들 볶을 이유는 없었다.
평소 그녀의 복장인 날개옷을 평범한 옷으로 바꾼 그녀는 가볍게 머리를 한 갈래로 묶어내라며 꾸미기 시작했다.
“응? 어디가?”
한창 눈을 반짝이며 영화를 보던 에반젤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왔다.
“학교.”
“학교? 웬 학교? 아카데미?”
“아니. 초단이 대학교.”
“어?”
놀란 듯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비화를 바라보았다.
“언니가 거길 왜? 설마 또 싸우러 가?”
“얼굴만 보면 싸우는 줄 알아? 그냥 잘 있는지 보러 가는 거야.”
“세상에…….”
놀랍다는 듯 중얼거리는 걸 보니 짜증이 일었지만 별말 하진 않았다. 사이가 안 좋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가족끼리 골을 두고 살 수는 없는 법. 비록 초단이가 밉긴 해도 자신이 조금 양보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잘 갔다 와~ 올 때 감자 칩.”
에반젤린이 다시 영화에 시선을 돌리며 손을 흔들어주자 멀뚱멀뚱 영화를 보던 검둥이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츠츠츳…….
허공에 열린 차원의 틈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는 초단이가 재학 중인 대학으로 빠르게 공간을 점프시켰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자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닌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대학거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초단이의 곁으로 가는 거야 어려울 것도 없지만 단순한 변덕으로 주변을 돌며 움직이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그녀가 홀로 샌드위치 가게 앞에서 기분 좋은 듯 샌드위치를 오물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흐음…… 맛있어.”
“맛있냐?”
“네. 맛있…… 어? 비화야?”
그녀는 비화가 나타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해.”
나름대로 조금 편안한 말투로 하자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런 만남에 반사적으로 날이 선 반응이 나가버렸다.
이에 초단이가 순간적으로 불만 있는 표정을 지었지만 애써 표정을 지운다.
“응. 밥 먹어.”
“누가 그걸 물어? 왜 혼자냐고.”
“음…… 동아리 활동도 오늘은 없고, 수업도 중간에 비어있어서 말이야. 잠깐 군것질하고 코인노래방이나 갈까 하고 있었는데……. 아. 혹시 비화도 같이 갈래?”
그녀의 질문에 비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인노래방이라. 한때 빌보드를 휩쓸었던 녀석이 소소한 삶을 만끽하고 있다는 게 참 묘하다.
실제로 학교 내에선 아직도 초단이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문득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초단이는 한때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동생인 에반젤린은 방송과 그림으로 현재 진행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면 비화는 딱히 그런 게 없었다.
“됐고, 당구나 한번 치자. 내가 쏠게.”
“당구?”
“쫄려? 지는 사람이 음료수 쏘기.”
“……아니. 하자.”
배시시 웃으며 따라오는 그녀를 흘끗 보며 비화는 속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고작해야 공 3개 굴리는 삼구. 하지만 비화는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뭐라 해도 피지컬 하나만큼은 자부하는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법인데? 어디서 배웠어?”
“응? 아아. 대학 선배들하고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재밌어서. 그래도 비화도 대단하네. 성공해도 이어서 하는 룰을 없애지 않았으면 한 번에 끝나버렸을 거야.”
“…….”
일방적인 승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초단이는 제법 잘 때라 오는 건 물론, 비화와 달리 승패에도 크게 연연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모습이 왠지 화가 나서 비화는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
“허~접. 이것도 못 이겨?”
“헤헤. 비화는 대단하네.”
“…….”
본전도 못 건졌다.
기분이 묘하게 나빠진 비화는 마지막 구슬을 가볍게 때렸다.
틱!!
다만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탓에 틱! 소리가 난다.
“앗! 실패했다.”
“운이 없었네.”
평소라면 아쉬워서 부글부글 끓었을 텐데. 어째서인지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네 차례야.”
이에 초단이는 마지막 구슬을 때렸고 가볍게 성공하며 혀를 내밀었다.
“헤헤. 내가 이겼다.”
얄미운데. 평소처럼 화내기도 지치는 기분이었다.
“수업 곧 있지? 언제 들어가?”
“응? 아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지금 바로 들어가면 될 거야.”
사이가 나쁜 만큼, 아니 일방적으로 비화가 껄끄러워하는 입장이지만 그걸 조금 해소해보려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본인의 마음만 심란해진 기분이었다.
“너 그래도 위치가 위치인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괜찮아?”
“아…… 응. 처음엔 엄청 말이 많았는데. 이거 덕분에 큰 문제는 없어.”
초단이는 손가락에 끼워진 인식저해 반지를 보여 주었다.
“하긴 그거면 문제없겠다.”
“자자 가자! 아, 비화야. 너도 같이 수업 들어볼래?”
“됐어. 가기나 해.”
초단이의 등을 떠밀며 그렇게 길거리로 나온다.
비화에겐 사실 쉽지 않은 일상이다.
지금도 강신 상태이긴 하지만 본래라면 이런 행동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니까. 에반젤린의 레어에서 충분히 놀았으니 슬슬 신역으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고 있었다.
그때였다.
부우우우웅!!!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급가속하듯 달려오는 게 보인다.
척 봐도 비싸 보이는 차량. 비화의 기억에 따르면 기본 2억은 넘는 차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비화는 순간적으로 기분 나쁜 무언가를 느껴야 했다.
“어…… 어어?!”
그때. 차가 빠르게 대학생 여성의 손을 잡고 가고 있는 한 소년 쪽으로 차를 획! 돌렸다.
초단이의 바로 근처였다.
“안돼!!”
깜짝 놀란 초단이가 뛰어가 급발진하는 차량을 막으려 했지만, 차량은 초단이도 치고 지나가려는 듯 망설임 없이 가속했다.
그렇게 초단이가 차량과 부딪히려던 찰나.
스르륵…….
새하얀 깃털이 허공에 흩날린다.
동시에 초단이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초단이를 보호하기 위해 현신하려는 보팔레빗의 분신체를 잡아 말린 뒤 한 손을 들어 스포츠카의 보닛을 내리찍어버렸다.
콰지지직!!!
순식간에 차량이 있던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그녀를 향해 돌진하던 스포츠카의 보닛 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져 대지에 처박힌 채 침묵했다.
푸쉬이이익…….
“…….”
엔진이 단번에 박살 났는지 차량은 더 이상 굉음을 내지 않았다,
동시에, 사방을 감싸는 고요한 침묵이 모여들었다.
“이 정도 관심이면 인식저해도 소용없겠네. 거기, 괜찮아요?”
비화의 물음에 처음 차량의 목적지에 서 있었던 대학생 여성과 어린 소년은 바짝 얼어붙은 채 차량과 비화를 번갈아 보았다.
“괜찮으시냐고.”
“아…… 네, 네 감사합니다.”
그녀와 소년은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초단이나 비화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둘 다 이승을 떠났을 가능성도 컸다.
부랴부랴 후속 조치를 한다 해도 죽은 이가 돌아오진 않을 터다.
“뭐…… 뭐야? 방금?”
“급발진이야?”
“미친…… 실화로 이걸 보네…….”
“최근에 엄청 시끄럽던데.”
깜짝 놀란 사람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던 찰나.
크게 다치지 않았는지 정신을 차리고 차량에서 내린 사내 하나가 비틀비틀 걸어 나왔다.
젊은 나이는 아니었다.
“으악!! 내 차가!!”
사내의 입에선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
만취 상태였던 것일까.
그제야 비화는 차량의 급발진이 단순히 기능 고장이 아닌 음주운전임을 깨달았다.
“전에도 비슷한걸 본 거 같은데.”
그 대상도 달랐고 사상자도 없었지만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봐!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어?! 이게 얼마짜린지 알아?!”
지금 자신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칠뻔한 걸 알고는 있는 것일까.
사내는 차량이 왜 멈춘 건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비화에게 소리 질렀다.
“뭐라고?”
“뭐라고? 이 어린놈의 시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시든?!”
주변의 시선이 더 모여들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만취한 사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초단이었다면 어버버 걸렸을지 몰라도 비화는 아니었다.
그녀는 헛웃음을 흘린 뒤 물었다.
“지금 음주운전이지? 사람 칠 뻔한 걸 알고는 있어?”
“뭔 상관이야! 내차 어쩔 거야! 어?! 물어낼 거야?!”
아직 사태파악을 못 한다. 얼마나 마신 건지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
“적어도 사람이 이런 상황이면 술이 깼어야지.”
이에 비화는 가볍게 한발을 들어 찌그러진 차량을 가볍게 밟았다.
콰드득!!!
동시에 차량이 마치 종이 찌그러지듯 일그러지며 완전히 내려 앉아버렸다.
“흐……흡?!”
그제야 차량이 한 사람의 손에 완전히 찌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사내는 완전히 얼어붙었고, 비화는 그를 서늘하게 노려보며 품안에서 명함 한 장을 그에게 내던졌다.
“물어줄게, 이 개자식아. 대신. 너도 대가를 치를 거야.”
그녀는 당장이라도 사람 하나를 연옥에 던져버릴 것처럼 서슬 퍼런 말투로 쏘아붙였다.
“티…… 티오니스 성자의…….”
그제야 술에서 깬 사내는 눈앞의 이들이 누구인지 깨달았는지 동공이 커지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신속하게 현장으로 진입했고, 상황을 확인함과 동시에 만취의 음주운전을 저지른 사내를 잡아 서로 끌고 갔다.
“다친 곳은 없어?”
“어…… 응. 비화는 괜찮아?”
“이런 거로 문제가 생기겠냐. 시간도 없는데 수업이나 들어가.”
조금 전 만취 상태의 사내의 모습을 읽어내렸다.
의도적인 악의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노리고 차량을 들이박은 건 아니리라.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치는 사내는 그 이상으로 악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놈의 세계는 말이다.
기분이 상해버린 비화는 그길로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무시한 채 허공을 열어 사라져버렸다.
그날 저녁. 심드렁한 마음을 뒤로한 채 신의 영역에서 힘을 보충하고 데이비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비화는 초단이가 자신을 찾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이야?”
밤바람이 부는 테라스에 기대고 있자 초단이는 글라스에 음료수 한잔을 따라 내밀며 배시시 웃었다.
“오늘 엄청 멋있었어.”
“멋은 무슨…….”
“실은 네가 가고 엄청 소란이 있었나 봐.”
“음주운전 이야기 많다고 에반젤린이 그러더라.”
“그게 아니라. 슈퍼히어로처럼 나타나서 음주운전에 아이가 휩쓸릴뻔한 걸 네가 구했잖아. 사람들은 너를 엄청 궁금해하거든.”
티오니스 성자의 딸 중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비화였으니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사람. 상습범이었나 봐. 면허가 취소되었는데도 계속 운전을 저질렀는데. 괜히 일이 커질까 봐 경찰 일부가 쉬쉬하고 넘어가 줬다고 해.”
“x랄 났네.”
그러니 일이 커지지. 한번 잘못을 저지른 놈이 반성하지 않게 되면 그 후는 뻔하다.
아마 그에게서 느껴진 악의 없는 뻔뻔하고도 어두운 심성은 그런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리라.
“어디를 가나 인간들은 참…….”
“뭐. 그 사람이 경찰 쪽에 빽이 있었다는 말도 있었데. 잘은 모르겠지만. 혹시 몰라서 아버지에겐 비밀로 했어.”
“아마 알면서 모른척하시는 걸 거야.”
뭐가 되었건 데이비가 끼어들면 일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
“다만 이번엔 이야기가 좀 다를 거야. 아빠가 나서진 않았어도 비화 네가 이일의 중심에 있으니까.”
아마 경찰 쪽에서도 엄청나게 눈치를 보느라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빽? 자칫 싸잡아서 깡그리 옷을 벗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 절대 옹호하지 못하리라.
“뉴스에도 나오고 난리였어. 대학가에 기자들 찾아오고 막.”
“그랬으면 됐어.”
어차피 그 인간은 이미 뒤틀린 심성의 소유자. 연옥에 처박아버릴 정도로 악인이냐 한다면 기준이 모호해지지만, 인간의 법으론 얼마든지 센 처벌을 때릴 수 있다.
“에린이가 늘 말하던 심신미약이니 음주 시 감형이니 그런 건 안보겠네.”
“헤헤 오늘 엄청 멋있었어. 진짜.”
“낯간지럽게 쓸데없는 말하지 마.”
퉁명스레 말하지만, 비화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다.
“그래도 차량 고의 손괴니까 배상이니 뭐니 말이 나오겠네.”
“아…… 그거, 괜찮지 않을까?”
“뭐?”
“네 말마따나 아버인지도 알고 계신다면…… 그 정도는 흔쾌히 내주실 거야.”
“아빠 성격상 절대 그냥 내줄 거 같진 않지만…….”
“지금 인터넷에 네 이야기로 떠들썩해. 안 그래도 엄청 말이 많은 음주운전인데. 네가 무고한 시민을 구한 덕분에 사람도 살았고, 그동안 움직이지도 않던 법안들이 고쳐질 거라면서 쿡쿡……”
계속해서 낯간지럽게 말하는 그 모습에 비화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마님. 륀느의 피가 머리에 쏠린다고 보고.”
“헛소리하기는 아무 문제 없으니 계속 매달려있어. 평소엔 마님 소리도 잘 안 하면서 이럴 때만. 자 프리아나. 여기 못된 언니야. 잘 봐.”
“꺄르륵!”
테라스 아래 인적이 드문 정원 나무 아래에 륀느와 유리아. 그리고 점순이가 매달려있는 게 보인다. 지구로 도망쳤다더니 그새 잡혀 온 모양인지 모를 일이다.
“할 말 끝났으면 가도 되지?”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비화가 급히 자리를 뜨려 하자 초단이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뭐…… 뭐. 왜!”
“그러지 말고 이야기 좀 더 하자. 난 너랑 친해지고 싶어.”
“……넌 배알도 없어? 내가 너 얼마나 미워했는지 몰라?”
“알아. 아니까 그러는 거야. 네가 가족을 얼마나 아끼는지도 아니까.”
“…….”
“안돼?”
초단이의 물음에 비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가 말던가…….”
그래도 조금은 친해진 느낌이 드는 비화였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음주운전 살인미수로 구속되어있던 사내는 완전히 겁에 질린 채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에 검은 머리.
아직 어린 청년이지만 사내는 도저히 그걸 걸고넘어질 수가 없었다.
취조실을 가득 채우는 이 지독한 살기 때문이었다.
잠깐 휴식시간이라 사람이 빈틈을 찾아와 그가 나타난 것이다.
“길게 이야기하진 않을게. 나이대접해주려고 해도 그럴 가치도 못 느끼겠고. 냉정하게 보면 내가 당신보다 수십 배는 더 살았을 테니.”
담담하게 말하는 청년이 다리를 꼬았다.
“선택권을 주지. 차량이 박살 났다고 했나? 조사해보니 빚내서 산 차 같은데. 안타깝게 됐어. 원한다면 물어주도록 하지.”
“…….”
“대신 네가 비화와 초단이를 칠뻔했다는 사실을 나는 반드시 기억할 거다.”
“흐…… 흐아악! 괘…… 괜찮습니다! 살려…… 살려주세요!”
완전히 겁에 질려버린 그는 과거 비슷한 뺑소니 사건 때의 일을 기억했는지 미친 듯이 매달리며 용서를 구걸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고. 네가 차로 치려 했던 본래 피해자들이 널 용서한다면. 그땐 나도 방금 전의 말을 없던 거로 해줄게.”
다만 그게 아니라면.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확실히 깨달아야 할 거다.
데이비는 그렇게 경고하고 사라졌다.
그 후 그는 조사에서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며, 모든 죄를 달게받을 테니 제발 감옥에 넣어달라며 사정해야 했다.
그리고 또 같은 시각.
레어에서 방송하던 에반젤린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그쵸? 우리 언니 능력 진짜 좋다니까?”
-ㅋㅋㅋㅋ 방장 콧대 승천하는 거 보소 ㅋㅋㅋ
-왜 자기가 으쓱하냐고 ㅋㅋㅋ
-아, 친언니인데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ㅋㅋ
-그저 빛 여신님.
-대 황 여신님.
-나 직접 봤는지 진짜 개 멋있었음. 처음엔 뭐 때문인지 몰라봤는데 사고 난 후에야 확연히 보이더라.
띠링! 사수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신님을 경배하라.
띠링! 사자자리 님께서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아쎄이 경배!
“후우……. 저 진상들은 어떻게 해 진짜. 아 그래도 오늘 너무 기분이 좋네요! 기분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고양이 와리오 게임이나 할까요?”
-아 제발…… 그 망할 겜은 제발…….
-보는 내가 고통스러워…….
-차라리 옛날에 방장 잘하던 리듬겜 이나 하자…….
-왜 하고많은 게임 중에 못 하는 것들만 골라서 하냐고…….
-그저 악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