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Professor Moriarty’s Probability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 모리어티 교수의 개연성이 되었다 (完)
“쥐들이라니, 너무한게 아닌가요? 애들러 씨?”
“…글쎄요.”
“다들 당신 없이는 못사는 분들인데 말이죠.”
내 뒤에 나타나 퇴로를 막은 여자들을 바라보며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으니, 샬롯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걸어오기 시작한다.
“뭐, 사과는 필요 없다네.”
그리고, 그건 뒤쪽에 서있던 교수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부터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니까.”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들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진것은 나였지만, 사실 나는 이미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간단해요. 당신이 걱정할건 전혀 없기도 하고요.”
“그렇다네. 우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해줄터이니.”
그럼에도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진것은, 단순히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깜짝 파티라도 열고 있는 거라면 꽤나 곤란해질테니까.
물론 그럴 확률은 거의 없을것 같지만 말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해요.”
“별거 없어요. 그저…”
“오늘부터 자네의 거처를 이 주택으로 옮기기로 했다네.”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다시 부탁을 하니,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던 샬롯의 말을 중간에 끊은 교수님이 내 어깨를 어루만지며 속삭이기 시작한다.
“불로불사의 몸이였던 2년 전이면 모를까, 지금의 자네는 그저 평범한 여성보다도 더 연약한 일반인이 아닌가?”
“…그렇긴 하죠.”
“그러니 옛날처럼 혼자서 나돌아다니다가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네.”
그녀가 하는 말은,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그럴하 해보였다.
“그리고 자네는 지난 1년간 사지 절단은 예사고, 이미 몇번이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는가?”
“……..”
“심지어 일이 틀어지자 멋대로 폭포에 몸을 던지기까지 했지. 목숨 소중한줄도 모르고 말이야.”
교수님의 평소와 다름없는 여유로운 표정 속에 숨겨진, 음습한 미소와 눈빛을 캐치해내지 못했더라면 아마 나도 별 의심없이 제안을 수락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우리가 자네를 돌아가며… ‘관리’할 생각이라네.”
“…으음.”
“이미 전입신고는 끝내 놓았어. 자네는 그저 몸만 오면 된다네. 돈을 벌거나 가사노동을 할 필요도 없어. 그저 이곳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거야.”
하지만, 남자의 로망이라 할 수 있을법한 제안을 하며 내 볼을 어루만지기 시작한 교수님을 바라보는 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그거… 꽤 그럴싸하게 들리긴 하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
“…어째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감금하겠다는 말로도 들리는 것 같아서.”
그런 내가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그리 중얼거린 순간.
“””………..”””
갑작스럽게 싸해지는 저택의 분위기.
“애들러 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애들러 씨, 그게 무슨 소리죠?”
그 분위기 속에서 닭살이 돋은채 애써 미소짓던 나는, 동시에 울려퍼진 교수와 샬롯의 목소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감금이라니 당치도 않네. 출구는 항상 열려있을 것이고, 자네의 신체를 속박하지도 않을 것인데 어떻게 그걸 감금이라 칭할 수 있나.”
“다만, 저희가 돌아가면서 당신을 ‘관리’할 뿐이에요.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해.”
그러나, 이미 뒤는 업보에 끌어당겨진 여자들이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부질없는 행동이였다.
“당신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요.”
“다만 최소 3명 이상의 동거인들을 대동해야 할걸세. 다른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고, 순전히 자네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이곳에서 무얼 하든지 저희는 상관하지 않을거에요. 여가시간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물품들도, 요리도, 오락도,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전부 제공될거랍니다.”
“물론 자네도 우리를 위해 아주 간단한 봉사를 해주어야겠지만 말이네.”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교수가 스쳐지나가듯 말한 그 발언에 퍼특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봉사… 라니요?”
“……”
“아까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그냥 몸만 오면 된다면서…”
그러자 조용히 눈웃음을 치며, 볼을 쓰다듬던 손을 아래로 내리는 교수님.
“…몸으로 하는 봉사라 그렇다네.”
“예?”
“우리 모두가 며칠전에 극적으로 평화 협정을 맺은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
이윽고 그녀의 손이 내 옷깃 사이를 적나라하게 파고든채 내 가슴을 어루만지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애들러 군. 우린 필히 행복한 대가족이 될거야.”
나는 영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함정에 빠져버렸다는 것을.
“하, 하하…”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 미리 알고 있었더라도 함정에서 벗어날 길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빠지지 않는다면,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머리끄댕이를 잡혀 강제로 던져졌을테니까.
그렇다면 취급이 더 안좋아지기나 했겠지.
“이… 짐승들.”
“”””………..””””
“다들 절 그런 눈으로밖에 못보는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전부 이해를 해줄 수는 없는 것이였기에, 나는 최대한 앙칼진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애들러 군. 말이 조금 우습군.”
“…먼저 꼬리친건, 언제나 항상 당신이였잖아.”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말을 듣고 물러설 여자들이 아니였다.
“여기있는 사람중에, 한명이라도 당신이 먼저 꼬시지 않은 사람이 있긴 해?”
“그건…”
문득 저 구석에서 나를 음침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질 더 리퍼를 가리키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올랐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 내 잘못이라 이거지.”
괜히 자극만 시키는 꼴이기도 했고, 지금은 그런 트집잡기보다 더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시스템 양.’
[언제 부르나 했네요.]그리 판단을 마친 나는, 조심스레 시스템 양을 불러내었고.
‘아까얻은 소원권… 지금 쓸게요.’
이내 싸해진 표정의 여자들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이 완전한 낙장불입, 체크 메이트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내가 빌 수 있는 소원은 단 한가지.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떠한 소원을 빌어야 할까?
단순히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소원은 안된다.
이 여자들을 순종시켜달라거나, 단순히 강한 힘을 주라는 것 역시 안된다.
도망쳐봤자 결국 그녀들은 지옥 끝까지 날 쫒아올 것이고, 소원권으로 인식을 개변해봤자 결국에는 원래의 성정으로 돌아올게 뻔하며, 마찬가지로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녀들은 나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그것밖에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그 힘이라면… 절대로 역전당할 리가 없지.’
그녀들보다 더 강해질수는 없어도, 최소한 감금당하지는 않을 수 있는 힘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제 소원은…’
이제 그만 카드패를 공개할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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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당신이 지낼 방을 소개해드릴테니 이대로 저희를 따라오세요.”
“참고로 봉사는 오늘부터 시작이라네. 1층은 곧 태어날 아이들의 방이니 2층으로 가지.”
나의 색으로 물든 안광을 빛내며 나에게로 다가온 샬롯과 교수님이, 동시에 나의 양쪽팔을 잡고는 저택의 2층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후후…”
“”………?””
그런 그녀들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응시하다가, 이내 살짝 미소까지 지어보인 나는.
“…아쉽지만, 그건 안되겠는데요.”
“”……..?””
이내 시스템 양에게 빈 소원이 이루어진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활짝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자리에 멈추어섰고.
– 파지지지지직….!!!
그 다음 순간, 붉은 핏빛의 아우라가 나를 감싸오르기 시작했다.
“…..힉!”
그러자마자, 내 옆에서 들려오는 당혹스러운 단말마.
“주, 주주주주… 주인니임…”
방금전까지만 해도 나를 사냥감 바라보듯이 하고 있던 뽀삐가, 온 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덜덜 떨고 있었다.
“서, 서, 설마…”
“…역시, 바로 알아보는구나.”
“대악마의 힘이… 돌아오신 건가요?”
그렇다. 내 사역마인 뽀삐의 말대로, 내가 시스템양에게 빈 소원은 다름아닌 내 ‘악마의 힘’을 온전히 되찾는것.
시스템 양의 말에 의하면 현실의 나는 그저 환생일 뿐, 원래 악마로서의 ‘아이작 애들러’가 내 진정한 정체이다.
그래서인지 급조된 소원권으로도 별 무리없이 빠르게 인간에서 악마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이러면 안되는데…!”
그리고 그 말은.
“주인님 정도나 되는 대악마를 잡아둘 수 있는건… 오직 ‘계약’ 뿐이란 말이에요…!”
이제 저 여자들이 나를 억지로 구속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계, 계약이라면… 내가 ‘결혼’으로…!”
“소용없어요, 지아 양.”
무언가 상황시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다급히 자신의 결혼을 언급하려 했으나,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공식적으로 2년전에 사망한 몸이라고요?”
“아…”
“이미 사망신고도 끝났죠. 그러니까… 제가 그동안 해왔던 계약은 전부 휴지조각으로 돌아갔다는 거에요.”
그 말대로, 나는 이미 죽고 부활했기에 그동안 공수표를 남발하듯이 맺었던 모든 계약들은 이미 리셋이 되고 난 뒤였다.
즉, 이제 나를 붙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리 대악마의 힘이라도 그녀들을 이길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악마의 권능덕에 일방적으로 속박되지 않을테니까.
“뽀삐야.”
“…네, 넵.”
“이리온.”
그 사실을 깨닫고 어두워지기 시작한 여자들을 승리감에 젖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이내 옆에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던 뽀삐를 손짓으로 불러들였다.
“주, 주인님…”
“넌 내 사역마니까, 그동안 버릇없었던건 특별히 용서해줄게.”
“가, 가가… 감사합니다!”
이윽고 그녀의 턱을 쓰다듬으며, 순식간에 유리한 고점에 올라선 나는.
“헥헥…”
“하지만, 당신들은 아니지…”
헥헥거리는 뽀삐에게서 시선을 떼고, 출입구를 막고있던 여자들을 바라보며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감히 저를 이렇게 대우하려 했던것에 사과를 해주셔야 겠어요.”
“””………”””
“뭐,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여러분을 버릴 생각은 저도 없거든요.”
나를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 같던 분위기는, 이미 완전히 틀어진 뒤였다.
“그러니까, 우리 계약을 해볼까요?”
왜냐하면, 협상의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왔기 때문이다.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이상적인 동거’를 위해 말이죠.”
그녀들이 원하는것이 ‘나’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나의 제안은 먹힐 것이다.
“뭐, 싫음 말고요.”
그래, 결국 내 손으로 쟁취하는구나.
“다음 인생은 미국에서나 살아볼까나?”
모든것을 끝낸 개연성으로서 응당히 받아 마땅한, 평화롭고 안락한 은퇴생활을 말이다.
“…왜 미국으로 가시려고요 그래요?”
“응?”
그렇게,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가는 여자들의 표정을 구경하며 히죽거리는 미소를 짓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당신이 살기에 더 좋은곳이 있을텐데.”
그때까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샬롯이, 별안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 것은.
“그게 무슨…”
“왜 모른척하는건가? 애들러 군.”
왠지 모르게 그 의미심장한 발언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아니, 김리한.”
“…….!”
내 귓가에 고개를 파묻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 교수님의 발언을 듣고는,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뜬채로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저 동쪽에… 이런 형식의 이름을 사용하는 자네의 고향이 있지 않은가.”
“…오, 이런.”
왜 여자들 중에서 샬롯과 교수님만이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것인지, 대충 눈치챘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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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릿, 저릿…
교수님의 말이 끝난 순간, 온 몸에 저릿저릿한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악마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한가지가 아니라 두가지죠.”
“그래, 익히 알려진 계약보다도 더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악마의 진명이지.”
그러한 상황에서 이어진 그녀들의 말을 들은 나는, 이내 조용히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긴 해…’
아무리 지금의 모습이 본연의 상태라고는 해도, 지금의 나는 예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나인 대악마 ‘아이작 애들러’의 정체성 보다는 현실세계의 나에 대한 정체성이 더 강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김’이라는 성만을 가지고도 2년전의 약화된 나에게 어느정도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런데… 이거 어쩌죠?”
샬롯과 교수님이 간과한것이 하나 있다.
“…김리한은, 내 본명이 아닌데.”
내가 현실세계에서 사용하던 이름인 ‘김리한’은, 사실 나의 본명이 아니다.
그저 내 촌스러운 이름을 숨기기 위해, 국정원 시절에 사용하던 가명일 뿐.
“어떻게 그 이름을 알아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실수하셨네요?”
그 이름이 유출된 경로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 가면에 불과한 가명으로는 나를 속박할 수 없다.
“지금의 절 지배하려면, 제 정확한 이름을 알아내셔야 할텐데…”
“”……….””
“뭐, 역시 그건 당신들에게도 불가능이겠죠.”
그 사실을 내가 친절히 고지하자, 급격히 싸늘해지기 시작하는 두 여자의 표정.
“그건 그렇고, 또 한번 실망했어요.”
그 모습을 입꼬리를 올린채 눈에 담던 나는, 이내 짐짓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날 덮칠 생각만 가득한 색정광들.”
“”……..””
“짐승. 변태. 음란마.”
내가 이렇게나 골려대는데 찍소리도 못하는걸 보면, 아무래도 결정이 난듯 싶다.
“…벌로 1년정도 여행이나 하고 와야겠다.”
마지막 두뇌싸움의 승자는, 바로 나라는것을.
“그동안 얌전히 반성들이나 하고 계세요.”
“애, 애들러.”
“그럼…”
“잠깐만…!”
그것을 직감하고 여유롭게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니, 뒤에서 샬롯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뭔가요?”
“내, 내가… 우리가 잘못했어.”
이윽고 나의 팔을 잡고는, 창백해진 얼굴로 애원을 시작하는 그녀.
“다시는 이런 짓 안할게. 정말이야…”
“그걸 내가 어떻게 믿는데?”
“매, 맹세할게! 계약도 네가 원하는 대로 체결하고, 네가 원하는 모든걸 들어줄테니까…!”
처음에는 진짜로 몇주간 여행을 떠나 골려줄 생각이였지만, 이 정도로 저자세로 나오니 또 마음이 미어진다.
“제발 우리를 떠나지 말아줘…”
그걸 눈치챘는지,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한층 더 애절하게 애원하는 그녀.
“히극… 흑…”
“뭐,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무엇보다도… 지금은 날도 쌀쌀한데다가…”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이내 괘씸한 마음을 거두고 적다씨 나에게 유리한 계약을 작성하는것으로 일을 융통성 있게 마무리 하려 했으나.
“…새벽이거든.”
이어진 샬롯의, 눈 깜짝할새애 바뀐 오싹한 목소리를 듣고는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을 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시기가 아니야.”
“….! ……!!!”
왜냐하면.
“응? 왜 그래?”
그녀가 마지막에 나에게 속삭인 말은, 놀랍게도 영어가 아닌 유창한 한국어였으며.
“몸이 뭔가 이상해?”
결정적으로, 그 말에 포함되어있던 ‘새벽’이라는 단어는.
“막, 가위에 눌린듯이 딱딱해지기라도 했어?”
바로 나의 역린이였기 때문이였다.
“왜 그러는거야, 새벽아.”
“…….너, 너.”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이 유일하게 나에게 남겨준, 계집애 같아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던 이름 석자.
“그걸… 어떻게…..”
내 본명은, 바로 김새벽이였다.
“어떻게긴. 며칠전에 네 입으로 직접 말하게 했지.”
“…뭐?
“인정하긴 싫지만, 언니의 활약이 컸어.”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채 그저 두 눈만을 깜빡이던 나는, 이어진 마이크로니의 발언에 그만 할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마나 회복제를 동원한 저희들의 69번째 착정에서 당신이 ‘김리한’이라는 가명을 말했었죠.”
“……뭐라고?”
“그런데 저번에 만들던 차원 개방 스크롤을 적당히 개조해서 만든 제 진명 탐지 스크롤에 반응을 안하더라고요.”
그래, 사실 나는 처음부터 그녀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였다.
“결국 74번째에 그 이름을 털어놓긴 하셨지만요. 후후…”
“아…”
내가 그녀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줄 알았지만.
“이왕 본명을 알아냈으니, 자네가 악마가 되는 편이 더 관리하기 쉬울거라 판단했지. 죽지도 않고 지배하기도 쉬우니.”
“……..”
“그래서 자네가 악마의 힘을 스스로 되찾도록 최대한 유도하려 했는데… 이렇게나 일이 빠르고 쉽게 풀릴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군 그래.”
실은 이미 반대로 나의 목에 목줄이 채워진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 정체모를 깜찍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건가?”
“…….!”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히 보이지 않을 시스템 양이 떠있는 곳을 교수님이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눈치 못챘을줄 알았나?”
설마, 시스템 양의 존재를 예측하고 어림잡아 나타나 있을 위치까지 파악해낸건가?
“시, 시스템 양…!”
거의 지능의 한계치를 돌파한 그 기행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간신히 정신을 다잡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 좀 도와주…!”
[축하드려요!]“…예?”
하지만, 이미 결판은 난 뒤였다.
“아… 아아…!”
자그마한 폭죽 UI와 함께 시스템 양은, 참으로 잔인하게도 ‘해피 엔딩’을 선언해 버렸기 때문이였다.
“이게 무슨 해피 엔딩이야!!!!”
[이보세요.] [그동안 모든 확률을 분명히 숨김없이 보여줬을텐데요.]당연히도 나는 발끈했지만, 시스템 양의 말대로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당신의 엔딩이에요.]“……..”
그동안 보아왔던 수많은 감금, 납치, 강간 확률에 의거한, 나의 확정되어버린 미래를.
“새벽아, 가자.”
“…그래. 이제 애들러 군이 아니라 새벽 군이라고 불러야 되는건가?”
그렇게, 몸이 완전히 뻣뻣하게 굳어버린채 멍한 표정을 지으며 샬롯과 교수님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가던 나는.
‘시스템 양…’
‘부디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시스템 양에게 부탁을 던졌고.
[원래 이러면 안되는데…] [뭐, 당신이니까 특별히 기회를 주도록 하죠.]‘지, 진짜요?’
이윽고 돌아온 답변에,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으나.
[그 전에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홈즈, 레스트레이드 경감, 세바스찬 모런, 존 클레이, 아르센 뤼팽, 잭 더 리퍼, 그 외 잡다한 조연들만 수정시키면요.]“……..”
그 아래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마지막 희망을 접고 고개를 푹 숙였다.
“주인님… 다시 약해졌네?”
옆에서 그런 나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안광을 빛내며 중얼거린 뽀삐의 속삭임이, 어째 귀에 오싹하게 꽂혀들어왔다.
“부디…”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저항없이 계단을 지나쳐 2층의 끝자락에 위치해있는 방으로 질질 끌려가던 나는.
“망가지지만 않게 상냥하게 해주시겠어요…?”
저마다 각각 다른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눈빛만큼은 기이하게 빛내고 있던 모든 여자들을 향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탁을 던졌지만.
– 끼이익…
결국 아무에게도 답변을 듣지 못한채, 나의 방문은 조용히 닫혔고.
“…망가지면 고치면 되는데.”
“악마는 죽지 않으니까 말일세.”
그 말을 끝으로, 저택에는 깊은 적막이 찾아왔다.
“자, 잠깐! 다들 멈춰욧!”
“버, 벗기지마!”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
오직 내 비명소리만이, 그 적막속에서 애처롭게 울려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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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최근 오랜만에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목격담이 알음알음 들려오던 아이작 애들러가 다시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그날 이후.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와 혼돈이 한데 뒤섞인채 바쁘게 돌아가는 런던에는, 한가지 기이한 소문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런던의 외곽에 위치한 한 폐가에서 기이한 비명소리나 신음소리가 들리고는 한다는 것이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괴이현상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에는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기에 얼마 안가 그 소문은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잊혀졌다.
그렇게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뒤.
어째서인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장이 사라예보에서 자신의 머리색과는 전혀 다른 금발머리의 아이를 출산한 대사건이 계기가 된, 첫번째 세계 대전이 막 시작되려던 시점에서.
다시 부활해 길길이 날뛰며 세계대전을 뒤에서 조종하기 시작한 제임스 모리어티 교수와, 전운의 어둠에 휩싸인 영국에 혜성같이 나타난 희대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전설적인 대결 또한 시작되었지만.
“…저기,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질 영웅이 탄생할 그 사건의 뒷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이 없을 것이다.
“제가 최근에 진지하게 생각해본건데요.”
그 모든 이야기의 원점이, 약 20년 하고도 3년쯤 전에 있었던, 한 어리바리한 학생과 삶이 무료하던 교수의 최악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첫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슬슬 저희도 피임이라는걸 해보면 어떨까요?”
“기각이라네.”
“용케도 저희 눈을 피해서 아랫도리를 놀렸으면, 뒷감당을 할 각오도 하신게 아닌가요?”
또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그리고 아마 먼 미래에도 계속해서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악마 살려.”
“닥치고 바지나 벗게.”
“됐고, 아이들 밥 차려야 하니까 빨리 끝내자고요.”
이미 세계 대부분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을 가져버리게 된, 한명의 아버지를 가진 세계 최강의 대가족을 제외하면 말이다.
모리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