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아오 보르시치
보르시치, 정확히는 보르시.
빨간 무인 비트로 만드는 빨간 국물이 인상적인 러시아의 대표 가정식이자 국민 요리였다.
하지만 러시아만의 요리는 아니었다.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에서도 국민 요리로 불리는 것이 바로 이 보르시였다.
서쪽 끝으로 가면 독일이나 폴란드에서도 즐겨 먹으니 좀 과장해서 말하면 슬라브족의 국민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였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누가 보르시의 원조냐며 갈등이 일어날 정도였으니까요.”
“정말요?”
내 말에 미야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게이트 사태 직전에 터졌던 두 나라 간의 전쟁이 사실은 보르시의 원조를 가리는 전쟁 아니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내 말에 미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분명 우크라이나 쪽에서 시작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미야는 그 시절을 살아왔던 산 증인이지.
미야의 말대로 보르시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584년에 독일 상인이 현재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를 방문하고 남긴 기록에서 나타난다.
슬라브인들이 모두 즐기는 음식이었기에 정확한 기원은 확실하진 않지만 말이다.
그 기원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미야는 보르시를 해준다는 내 말에 그리운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보르시라. 옛날엔 참 많이 해 먹었어요.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국물을 넣고 양을 늘릴 수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집에서 보르시를 끓였죠.”
실제로 보르시의 어원은 ‘돼지풀’에 있는데, 당시에는 돼지도 소도 먹기 힘들어하던 돼지풀을 넣고 만든 요리라서 그랬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소울 푸드가 바로 보르시였다는 소리.
한국으로 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라고 할까.
“일단 고기부터 구울까요?”
“고기가 들어간 보르시가 나오면 언제나 축제 분위기였죠.”
“그건 우리랑 똑같네요.”
김치찌개에 참치나 돼지고기가 없으면 서운하잖아?
큼지막한 왕건이 고기가 나오면 그날 로또 맞은 것처럼 기분 좋아지고.
옛날 사람들도 똑같았던 모양이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보르시도 있었지만, 모두 고기가 들어간 보르시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긴, 그 추운 지방에서 버티려면 기름진 음식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몽골이나 러시아, 북유럽 등 추운 지방에선 고열량 음식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보르시도 지방이 많이 붙은 고기가 들어가 살짝 느끼할 정도로 기름져야 맛있다고 평가되었다.
“소고기도 좋고 양고기도 좋지만, 오늘은 돼지고기로 만들게요.”
“좋아요. 삼겹살 부위가 좋겠네요.”
미야의 말대로 나는 블러디 보어의 삼겹살 부분을 가져왔다.
삼겹살은 기름진 부위가 많아서 보르시를 만들기 딱이다.
이런 걸 보면 김치찌개랑 정말 닮은 음식이라니까.
메인 재료인 비트의 시큼함이 신김치의 시큼함과 닮았다는 점까지 말이다.
참고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돼지를 먹지 않아서 돼지고기 보르시는 먹을 수 없다고 하지만, 미야는 이슬람교랑은 거리가 머니까 상관없겠지.
치이익!
나는 달궈진 팬에 적당한 크기로 썬 삼겹살을 마이야르 반응을 끌어낼 정도로만 구웠다.
겉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마력수에 넣고 푹 끓이면 육수와 함께 고기가 속까지 알맞게 익을 터.
그사이 나는 보르시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던전 비트를 꺼냈다.
붉은색의 비트야말로 보르시의 맛과 색을 책임져 주는 핵심 재료였다.
특히 이 던전 비트는 일명 블러디 비트라고 불리는 종으로 아주 진한 핏빛을 띠는 걸로 유명했다.
신기하게도 그 즙이 피랑 똑같이 생긴 데다 특수 효과인 [증혈]도 붙어 있는 약초라 연금술사들이 많이 쓰는 재료기도 했다.
에녹은 풀냄새 나는 피라면서 싫어했지만 말이야.
“제가 썰까요?”
“에헤이. 오늘 미야는 손님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요리를 즐겨주세요.”
손님으로 밥 먹겠다고 말해놓고 그새 근질근질해진 건지 미야는 일어나서 자신이 돕겠다고 나서는 걸 다시 앉혀놓았다.
그러곤 그녀가 심심해하지 않게 나는 말을 건넸다.
“미야가 옛날 성좌였던 시절에는 어떻게 지냈어요?”
“제가 성좌였던 시절이요?”
“네. 프라우 홀레였던 시절.”
예전이라면 성좌의 지위를 잃었던 그녀에게 감히 물을 수 없었던 질문이었겠지만, 이제 미야는 마음만 먹으면 성좌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
그리고 과거의 해묵은 앙금도 풀어냈기에 미야는 씁쓸함보다는 그리움을 떠올리며 그 시절을 입에 담았다.
“저 남쪽 따뜻한 바다에서 인간들이 화려한 문명을 밝히고 있을 때에도 북쪽의 인간들은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남쪽 바다라면 지중해를 말하는 거겠지.
기후가 따뜻해서 그리스나 로마, 이집트, 페니키아나 카르타고처럼 문명이 일찌감치 발달한 곳이 지중해 지역이었다.
오죽하면 겨울이 따뜻해서 활동하기 편하고 여름은 너무 더워서 일과 농사를 쉬어야 하는 곳이었을까.
그에 비해 미야가 있던 게르만 지역, 중앙유럽과 북유럽은 길기도 길고 끔찍하리만큼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하는 곳이었다.
“그곳의 인간들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보내길, 그래서 다시 따뜻한 봄이 와서 배불리 먹을 수 있기를 매일매일 간절히 빌었어요. 그 기도 속에서 제가 태어났죠.”
미야의 원래 신격인 프라우 홀레는 겨울의 여신.
그녀가 이불과 베개를 털면 그 먼지가 눈이 되어서 떨어진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
겨울을 무서워하면서도 경이롭게 여겼던 당시 사람들의 신앙이 미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저는 그 인간들이 가여우면서도 기특해서 열심히 돌봐주었어요. 그러다 보니 힘겨운 겨울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서로 뭉쳐서 가정을, 마을을, 부족을 만들었어요.”
마치 자식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 미야의 얼굴에 기쁜 빛이 서렸다.
“그러자 먹고 살 만해진 사람들이 다른 신들을 만들어 냈어요. 제 가족들이자 동료들이 태어난 거죠.”
모든 이들의 아버지, 올파더(All-father) 알라 페이더.
프라우 홀레의 자매 격에 해당하는, 부활절(easter)의 기원이 된 새벽과 봄의 여신인 에오스트레.
달과 여름, 승리의 여신인 레다.
바다와 항해, 무역과 다산의 여신 네할레니아.
신성한 사슴의 사냥꾼인 쌍둥이 형제, 알키스.
그리고 이 모든 신들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프라우 홀레.
“척박한 땅에서 땅을 일구고 사냥을 하면서 힘든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여름을 바라는 사람들을 돌보며 사는 게 우리의 낙이었죠.”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여신 같네요.”
“진짜 여신 맞았거든요?”
일부러 삐진 척하는 미야를 보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미야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다 썰었던 비트를 정리했다.
“굉장히 얇게 썰었네요?”
“이렇게 채를 썰 듯 얇게 썰어야 맛과 색이 잘 우러나오거든요.”
나는 채 썬 던전 비트를 한쪽으로 치우고 다음은 던전 양파, 양배추를 닮은 던전 수급초와 던전 당근도 마저 손질을 끝냈다.
“요즘식 보르시 레시피에는 감자랑 토마토도 들어가지만, 미야 입맛에는 안 맞죠?”
“안 맞는 건 아닌데, 그리운 맛은 아니더라구요.”
감자나 토마토나 모두 근대 이후에 유럽으로 전해진 작물들,
감자는 19세기나 되어서야 보르시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특히 아직도 보르시에 토마토를 넣는 것에 학을 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미야는 감자나 토마토가 전래되기 전부터 보르시를 먹어왔을 사람이니 나는 두 재료를 빼고 요리하기로 했다.
“이 채소를 아까 고기를 구웠던 팬과 기름으로 다시 볶아줄 거예요.”
재료들이 볶아지면서, 특히 던전 비트가 볶아지면서 붉은 즙이 다른 재료들까지 물들이기 시작했다.
이게 잘되고 있는 거거든.
나는 어느 정도 볶아진 채소 위에 돼지고기 육수를 반 컵 정도 떠서 부어준 뒤, 졸이듯이 열을 가해주었다.
채소가 익는 사이에 나는 미야에게 아까 이야기의 다음을 재촉했다.
“그다음은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에 대한 신앙도 퍼져나갔어요.”
게르만족은 점점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자신들의 신앙도 퍼뜨렸다고 한다.
켈트족, 게르만족, 앵글로색슨족, 바이킹 등등 유럽 전역의 신들은 알게 모르게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알라 페이더는 켈트족 사이에선 다그다 모르라 불렸고 북유럽에선 오딘이라고 불렸다.
그때가 미야의 힘이 가장 강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많아지면 말도 문화도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 가족들도 곳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결국 신격이 나뉘어졌죠.”
켈트족이 믿는 신과 게르만족이 믿는 신, 북유럽 바이킹이 믿는 신이 서로 분리되었고 해당 성좌들의 성계 역시 분리되었다고 한다.
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히 웃었다.
“그것도 기독교가 전해진 뒤에는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기독교가 전해지면서 그들의 입장에선 이교도였던 유럽의 신앙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기독교인들이 이교 신앙을 탄압하고 동시에 기독교 성인으로 변화시켜 흡수하기 시작하자 정말 유명한 성좌들을 제외하곤 많은 신들이 힘을 잃고 성좌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미야도 그중 하나였다.
“저희뿐만이 아니었어요. 갈리아, 켈트, 발트, 슬라브의 성좌들이 점점 힘을 잃어갔죠. 가장 유명한 북유럽 성좌들을 제외하면 성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라구티스와 라구티엔 부부나 아우스테야가 힘이 약한 이유도······.”
“네, 옛날에는 그들도 남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성좌였어요.”
그렇게 말하는 미야의 표정이 살짝 우울해 보였다.
“그래도 저는 전설과 민담에서 많이 언급된 덕분에 권속으로나마 유지될 수 있었어요.”
남자아이를 유괴해 와서 눈덩이를 만들게 하는 눈의 여왕.
오로라 공주의 탄생 파티에 초대되지 못한 것에 앙심을 품고 물레에 찔리면 죽을 거라는 저주를 내린 13번째 마녀, 말레피센트.
착한 일을 한 신데렐라에게 마법의 호박 마차와 드레스를 선물하는 요정 대모.
그리고 러시아의 바바 야가와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까지.
수많은 민담과 전설 속에서 미야는 때로는 나쁜 마녀로, 때로는 착한 요정으로 나오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죠. 나쁜 일을 한 아이들에게 벌을 줬을 뿐인데 기독교 쪽에서 악독한 마녀라고 몰고 가더라고요.”
미야가 입을 삐죽이면서 불만을 토로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저는 나은 편이었어요.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도 알 수가 없네요.”
미야는 권속이 되어 지구를 떠돌아다녔지만, 몇몇은 비슷한 신격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성좌의 자리를 유지하거나 권속이 되어 성좌들의 세계로 건너간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때 게르만족 성좌들의 어머니였던 그녀였기에 그들을 아끼는 마음도 남다르겠지.
특히나 지금처럼 성좌들의 세계가 전쟁터가 된 상황에선 더더욱 걱정될 터였다.
“다시 성좌가 된다면 예전처럼 성계를 만들 생각은 없어요?”
“훗날의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모두를 모아 보고 싶은 생각은 있네요.”
옛 종교에 대한 인간들의 신앙이 거의 없다고 할 정도인 지금에 와선 성계를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한번 만나보고는 싶다는 미야였다.
“동창회처럼요?”
“그것도 좋네요. 인간들은 참 재밌는 문화를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내 말에 쿡쿡 웃음을 터뜨리던 미야는 다시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이 전쟁에서 다들 무사히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아프리카 성좌들이 외신들에게 소멸된 것이 미야에게 꽤 큰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신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불멸’이 깨진 것이니까.
약하고 격이 낮은 성좌들도 이제 필멸자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옛 동료들을 걱정하는 미야를 보며 나는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아직은 말하지 않고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이렇게 익은 채소를 돼지고기 육수에 넣고 다시 끓여 줍니다.”
“향신료도 잊지 마세요.”
미야의 참견에 나는 웃으면서 던전에서 가져온 각종 향신료를 넣고 냄새를 잡은 뒤 푹 끓여냈다.
그런 뒤, 보르시가 끓는 사이 미야가 우울해졌던 표정을 걷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네요. 이렇게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마스터 덕분이에요.”
“제가 한 게 있나요, 뭘.”
“아니에요. 정말 마스터 덕분에 이렇게 다시 성좌로 돌아올 수 있었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게 됐어요.”
미야가 진지한 눈빛에 감사를 담아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고개를 든 미야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떠나지 않고 이곳을, 마스터의 곁을 지킬게요. 언제까지나요.”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미야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와 마음을 모를까.
나는 그런 미야의 마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조용히 웃으며 보르시를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르시 위에 화룡점정인 스메타나를 듬뿍 얹었다.
스메타나, 즉 사워크림은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다.
미리의 양젖에 버터를 조금 넣고 저어서 만든 생크림에 요거트 조금과 던전 귤즙을 넣고 발효해 주면 끝.
시큼하면서도 담백하고 부드러운 사워크림이 보르시에 들어간 고기의 느끼함과 비트의 시큼함을 적절하게 잡아준다.
“보르시치 완성. 자, 먹어봐요.”
“아오, 저 사장시치.”
음? 이거 욕이지? 아닌가?
대답 없는 나를 보며 답답해하던 미야가 입을 삐죽이더니 수저를 들어 보르시를 한입 떠먹었다.
“괜찮죠?”
“······맛있어서 더 열받아요.”
입을 삐죽이면서 연신 보르시를 먹는 미야를 보며 큭큭 웃으며 나도 내 몫의 보르시를 들고 미야의 옆에 앉았다.
“요리사가 손님이랑 겸상해도 되나요?”
“지금은 나도 손님인 걸로 하죠.”
“손님이요?”
“빵집 손님이요.”
나는 웃으며 미야의 빵집에서 몰래 가져온 호밀빵을 짠 하고 꺼내 들었다.
미야는 그런 내 모습에 피식 웃고는 내 손에서 호밀빵을 뺏어갔다.
“역시 보르시에는 호밀빵이 딱이죠.”
그러곤 호밀빵을 손으로 뜯어 보르시에 찍어 먹는 미야.
나는 그런 미야를 흐뭇하고 보다가 나도 보르시를 한 입 먹었다.
“크으. 이거지.”
빨간 국물과 달리 얼큰하거나 칼칼하진 않다.
굳이 따지자면 고기가 많이 들어간 뭇국 느낌?
고기와 무와 비슷한 비트를 넣어서 끓였기에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게 바로 이 보르시였다.
소고기로 끓이면 더더욱 비슷해진다.
나 역시 미야처럼 호밀빵을 찍어 먹고 국물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둘 다 그릇을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잘 먹었어요, 마스터.”
“다행이네요.”
나는 국물 하나 없이 완보르시한 미야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오늘 내내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미야, 여기에 남을 필요 없어요.”
“······마스터?”
“성좌들의 세계로 돌아가요. 그리고 당신의 동료이자 가족이었던 성좌들을 지켜요.”
충격에 굳어버린 미야를 보며 나는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설명했다.
“미야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누구보다 기쁠 거예요.”
“그런데 왜······?”
“지금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미야는 말을 안 하고 있었지만, 성안을 지닌 내게는 보였다.
이미 전설급을 넘어 그녀 역시 신화급 성좌로 각성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걸.
그동안 나만 스타 코인을 번 게 아니었거든.
미야가 신화급 성좌가 되어 성좌들의 세계로 귀환하면 흩어져 있던 옛 동료들도 그녀를 중심으로 다시 모일 터였다.
“그렇게 되면 미야가 다른 동료들을 보호할 수 있겠죠.”
아무리 외신이라도 신화급 성좌를 함부로 공격할 순 없을 터.
미야의 옛 동료들에겐 그녀가 필요했다.
“하지만 마스터 옆에 아무도 없어선······!”
“여기는 카인 님과 에녹 씨가 튼튼하게 만들어줘서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선 알통을 만들어 보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저도 마음만 먹으면 신화급 성좌가 될 수 있다는 거 알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마철성의 트레이닝으로 훌륭해진 내 이두를 보고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미야.
어쩔 수 없네.
미야에게만 살짝 내 계획을 말해줘야겠다.
“미야, 사실은······.”
내 귓속말을 들은 미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안심이 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마스터도 마음을 굳힌 거네요.”
“네.”
고개를 끄덕인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이제는 전 직원이 된 미야에게, 아니 귀중한 손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십시오, 프라우 홀레 님.”
“행복한 식사였어요. 곧 다시 뵐 날을 기다릴게요. 마스터, 아니, ······ 님.”
그것이 지구에서 나와 미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임시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