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8)
돈지랄 네크로맨서 (138)
이자벨라
이자벨라 르누아르.
25년 전 프랑스에서 태어난 세기의 무술 천재.
고작 열 살에 각성. 이후 15년간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3세대라는 새로운 세대의 각성자를 대표하는 무술가.
고고한 외모.
그에 정비례하는 파격적인 실력까지. 프랑스를 넘어 세계가 그녀에게 열광했다.
각성계의 여왕.
전설적인 무술 천재.
세계에서 가장 광고 몸값이 높은 각성자.
비록 한국에선 바게트 무술가나 고트 등 각종 ‘밈화’되어 까이고 있다지만, 그건 닿을 수 없는 이상향에 대한 심술보에 불과했다.
한국?
각성 약소국이다.
이자벨라와 같은 세계 랭커급의 각성자가 방문할 일 자체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국가다.
실제로도 그랬다.
한국인들이 본 이자벨라의 모습이라곤 뉴스나 뉴튜브의 영상, 그것도 아니라면 광고판에서의 모습뿐.
근데…….
―이자벨라가 한국에 온다고? 이거 실화임?
―전용기 날아오는 방향 보니 실화 맞네 ㅋㅋㅋ 4시간 후면 공항에 도착할 듯.
―왜 오는 건지 이유는 안 밝힘?
―아. 뉴스 터졌네. 천공 경매장에서 뭔 일 있었나 본데?
―?
―보니까 김민우한테 템 다 털렸네 ㅋㅋ 개빡쳐서 날아오는 듯 ㅋㅋ
―아 ㄹㅇ?
―특별 물품 두 개 57조까지 부르다 다 털림 ㅋㅋ 막템은 5천 원 차이로 컷 ㅋㅋ
―그나저나 가면 쓰고 있는데 정체 어케 암?
―그만한 돈 던질 만한 얘 각성자 중에서 쟤뿐임 ㅋㅋ 김민우한테 접근할 때 보인 움직임도 딱 그거라고 하고.
―현금을 57조나 들고 있다고?
―이자벨라 광고 퀸임. 화장품이나 명품 업계에서 조 단위씩 받는 거 모름? ㅋㅋ 세계급 부자야 ㅋㅋ
―ㅇㅇ 거느린 팬 수가 장난 아니라 광고 때렸다 하면 매진임 ㅋㅋ
―그렇게 돈 많은데 5천 원 차이로 컷 당했다고? 실화?
―서판인가 뭐시기인가 사려고 쌈짓돈까지 다 꺼낸 듯 ㅋㅋ
―보니까 김민우 남은 돈 훨씬 많았던 거 같은데 능욕 머고 ㅋㅋ
―ㄹㅇ 레전드긴 함. 전반전 40조 + 후반전 주사위 60조 + 서판 57조. 157조를 경매 한 번에 다 태우네 ㅅㅂ ㅋㅋㅋ
―(참고) 수수료 2% 추가로 빠진다. 그거 감안하면 160조 정도 썼다.
―(공포) 그거 쓰고도 경매 관리자가 돈 아직 많이 남았다고 표현.
―그만한 돈 대체 어디서 남? 일성 규모로도 감당 안 되는데.
―압둘라 형 믿고 있었다고 ㅋㅋ
―보니까 옆 나라 주석도 기부 좀 한 것 같은데?
―그래서, 공항 갈 거냐?
―이미 공항인데? ㅋㅋ
―응 텐트 치고 대기 중이야 ㅋㅋ
―ㅇㅅㄲ들. 평소엔 이자벨라 개같이 까내리더니 태도 뭐냐 ㅋㅋ
―월드 스타가 장난처럼 보임? ㅋㅋ
이미 그녀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가 대기 중이었다.
그 숫자만 해도 50만을 훌쩍 넘어갈 지경이었다.
심지어 이건 아직 다 몰려온 숫자도 아니었다. 늦게 입국 소식을 접한 사람들 또한 공항을 향해 출발하고 있었으니까.
마침내 그녀의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에, 어마어마한 함성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무덤덤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자벨라.
이미 특종의 냄새를 맡은 수많은 방송사들이 어떻게든 인터뷰 하나를 따내기 위해 마구 달라붙고 있었다.
“이자벨라 씨! 한국에 방문하신 이유가…….”
“이번 방문 일정이 어떻게 되시는지…….”
듬직한 경호원 무리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
“개인적인 일로 방문했을 뿐입니다.”
영어로 유창하게 답한 그녀가 인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기계 같다고 평가받는 태도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제길.’
‘이대론 안 돼.’
이번이 태어나서 첫 한국 방문이다. 여기서 멍하니 보냈다간 두 번 다시 인터뷰를 딸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다.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 주는 수밖에.’
몇몇 기자들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이자벨라 씨! 천공 경매장에서 원하는 물품들을 낙찰받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만!”
“5천 원 차이라는 게 정말 사실입니까?”
우뚝.
발을 멈춰선 그녀.
눈가를 와락 좁히는 게, 질문이 제대로 먹혀든 것 같았다.
“듣기론 경매가 끝나기 전, 거칠게 김민우 씨를 압박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설마, 그 일로 인해 악감정을 가지고 방문한 것입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럼 이만.”
* * *
이자벨라.
아주 돌직구 같은 여자였다.
보통 다른 나라 오면 관광도 좀 하고, 시간도 보내고 할 텐데.
한국 오자마자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건지 전화 한 통 걸더니, 밤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본가로 찾아오는 것부터가 그랬다.
띵동!
초인종 화면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모양새.
“……맙소사, 진짜 왔구나.”
“와! 이자벨라 언니다!”
최 여사부터 시작해서 나예까지.
느닷없이 등장한 이자벨라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김 회장마저도 전전긍긍한 채 초인종 너머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벨라.
얼마나 유명하던가.
또한 얼마나 콧대가 높던가.
실력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실력보다도 더 큰 화제성을 몰고 오는 각성자. 일단 광고에 떴다 하면 그 물건은 죄다 매진.
세계 100대 기업 중 그녀에게 러브콜 한 번 보내 보지 않은 기업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일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번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을 넣었다. 백이면 백 그 선에서 거절당해서 문제지만.
돈?
그녀에겐 의미가 없었다.
세계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녀가 택하는 기업은 모조리 세계 최고란 수식어가 붙은 기업들뿐.
안타깝게도 일성은 세계 최고라 칭하기엔 한참 어폐가 있는 기업이었다.
한국이란 국가 또한 마찬가지.
평생을 미국과 프랑스 근처만 오갔던 그녀에게 있어, 살면서 처음 밟는 동아시아 땅일 터.
가족들에게 그녀가 찾아올 거라 말해 두긴 했는데.
진짜 집 앞에 오고 나서야 실감이 난 건지 모두가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성질도 급하네.”
진짜 하루 만에 달려올 줄이야.
서판이란 게 합치면 상당히 괜찮은 물품이 되어 줄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달려올 이유가 뭐 있겠나.
김 회장이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민우 네가 부른 거냐?”
“네.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경매장에서 5천 원 차이로 막 그랬다는 것도 사실이고?”
“돈 많다고 낭비하면 되나요.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지. 그럼 데리고 올게요.”
“그, 잠깐만!”
“……?”
“그게 말이다. 기왕 온 김에 사인도 좀 해 주고 가라고 말 좀 해 다오. 알겠지?”
“팬이세요?”
“아니, 커흠. 꼭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나예가 좋아해서 그런 게지.”
“맞아! 나 사인 받고 싶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나예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이자벨라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는 장면이었다.
한국 땅 처음 밟는데도 사인 받아 달라고 난리가 나는 상황 아니던가.
그럼 해 줘야지.
어려울 것도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현관문 앞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뭐 이리 늦은 밤에 찾아오셨습니까?”
“서판. 이야기 좀 하지.”
“좋습니다. 팬 서비스 좀 해 주시면.”
“……?”
“제 가족들이 당신 팬이라서요. 어렵지 않죠?”
끄덕.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를 집 안으로 데려갔다.
어느새 지하 생활을 하던 최유나까지 슬그머니 올라온 상황.
이자벨라를 본 가족들이 눈을 반짝였다. 특히나 김 회장이 더욱 그랬다.
“저긴 제 아버지고, 옆에는 어머니. 아래엔 동생이고. 옆엔 세 들어 사는 연금술사입니다.”
“……?”
설명에 갸웃하던 것도 잠시.
“이, 일성의 김 회장입니다. 평소 팬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특히 그 마리고 쪽에서 게이트 터졌을 때, 활약하신 모습 아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악수 한 번만…….”
“그러죠.”
태연하게 손을 건네는 이자벨라. 덥썩 악수를 받은 김 회장의 얼굴이 헤벌쭉하게 변했다.
“크, 크흠!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인도 좀…….”
“아아! 나도! 나도! 언니 나도 악수!”
“그래.”
이번엔 허리를 숙여 나예를 향해 손을 내미는 그녀.
순식간에 양손으로 꽉 잡은 나예가 팔뚝에 딱 달라붙었다.
“히히, 차가워.”
“각성했니?”
“아니요?”
“힘이 세구나.”
“응! 나예 힘세! 선생님이 나보고 장사랬어! 언니 나 안아 줘.”
나예 특유의 무시무시한 친화력.
이자벨라 또한 그 친화력을 피하지 못했다.
나예를 덥썩 안아 든 그녀가 최 여사와 연금술사를 바라보았다.
“두 분도, 사인 필요하신지?”
“호호. 전 괜찮아요. 이 양반이 워낙 이자벨라 씨를 좋아해서. 그나저나 화면하고 실물하고 아주 똑같으시네.”
“어…… 전…… 해 주시면 아주아주 감사할 것 같은데…….”
연금 도구 하나를 슬쩍 내미는 최유나. 한 손에 펜을 든 이자벨라가 그 위에 쓱쓱 사인을 그렸다.
김 회장은 골프채에.
나예는 유치원 가방 위에 사인이 그려졌다.
“히히.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싱글벙글하는 가족들.
이 정도면 서비스는 확실하게 해 준 편인 셈이다.
“그럼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 그래! 이자벨라 씨도 편하게 있어요. 늦었으니 주무시고 가셔도 되고. 내 집이다 생각해도 되니까.”
김 회장의 절절한 외침을 뒤로 한 채 방으로 올라왔다.
곧이어 자리에 앉은 이자벨라가 이쪽을 빤히 바라본 채 말했다.
“서판, 어떻게 할 거지?”
“샀으니 잘 써먹어야죠. 문제는 당신이 하나, 내가 하나를 갖고 있다는 건데…… 파실래요? 비싸게 쳐 드릴 테니까.”
“아니. 팔 생각 없다.”
하긴.
그럴 줄 알았다.
팔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헐레벌떡 달려올 이유가 없긴 하니까.
“반대로 제안하지. 나한테 파는 게 어떤가.”
“나도 돈 많습니다.”
빤히 바라보는 이자벨라.
곧이어 그녀가 한숨을 내쉰 채 말했다.
“난 제1 서판을 히든 게이트에서 얻었다. 위험한 게이트였지.”
“그래서요?”
“아마 서판 두 개를 합치면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모르지. 보아하니 협력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겠다. 난 못 믿을 놈에게 등 뒤를 맡기지 않아.”
“인성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실력.”
그녀의 눈이 덤덤하게 가라앉았다.
“인성? 그건 의미 없다. 죽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골치만 아파.”
“나름 봤을 텐데…….”
“그게 전부면, 곤란하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자벨라라면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었다.
그녀를 까대는 네티즌들조차도 이자벨라의 실력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았다.
레벨?
1천을 훌쩍 넘긴 지 오래.
재능?
세계 최고 수준.
장비?
프랑스의 못 말리는 사랑을 통해, 온몸에 레벨 제한 높은 고대급을 둘둘 둘렀다.
레벨과 재능과 장비를 죄다 갖춘 각성자. 세계 랭커라는 명칭은 그래서 주어진 것이다.
그녀는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였다. 단순히 업적 스킬이 S급이었다고 내려치기엔, 너무나도 많은 걸 보여 준 각성자.
그렇기에 오만해도 그 오만함이 정당화되는 실력자.
김민우 또한 인정하는 바였다.
‘얜 진짜지.’
솔직히 지금 당장 이자벨라랑 맞붙으면 못 이길 거다.
보유한 수많은 귀속 스킬과 9강 스킬들.
압도적인 장비 세팅.
거기에 재능 또한 무술계에서 최고라 불리는 괴물이니.
이 정도 급 괴물을 잡으려면 이쪽도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그게 파티조차 못 짤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뭔가 하나 착각하는 것 같은데.”
“……?”
“검증은 그쪽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가?”
“그럼요. 당신 실력에 거품이 끼어 있을지, 세상 누가 압니까.”
“그럼 서로 확인이 필요하겠군.”
“그럴 땐 붙어 보는 게 최고죠.”
“동의한다.”
“마침 집 앞에 연무장 있습니다. 튼튼한 걸로다가.”
“봤다. 잘살더군.”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