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7)
돈지랄 네크로맨서 (137)
물건을 본 각성자들이 침을 삼켰다.
‘이거…….’
‘양날의 검이잖아?’
딱 봐도 역경이란 게 보통의 난이도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행운 또한 나올 수 있을 테지만…….
첫 굴림의 확률은 50 대 50.
이건 마치 5할의 확률로 죽을래, 살래를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거기에 일정 주기마다 반드시 굴려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애매하다는 듯한 얼굴로 물건을 바라보는 각성자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눈을 빛내는 각성자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김민우가 그랬다.
‘진짜 매력적인데.’
역경?
그거 없어서 못 먹는 거 아닌가?
어려울수록 보상이 좋다는 건 국룰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저건 강제로 보상을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행운은 나오면 언제나 좋고.
역경이 나온다 한들.
보상이 높아질 수 있는 데다 다음엔 행운에 보정이 가는 만큼 그것 또한 매력적이다.
거기에 이번에 얻은 특성인 불굴은, 어려움에 굴하지 않을수록 특수한 보정을 받는 능력이었다.
불굴이 터지려면 일단 어려워야 한다는 뜻이다.
극심한 역경이라면 불굴이 안 터지고는 못 배기겠지.
‘무조건 사야겠군.’
놓치기 대단히 아까운 아이템이다.
―운명의 주사위! 참 대단한 아이템이지요. 최소 입찰가는 60조에…… 오호?
라스탄이 눈을 빛냈다.
―이것 참 흥미롭군요. 지구 크레딧의 값어치가 이렇게 상승했을 줄이야. 그간 이곳에도 많은 일이 있었나 봅니다. 좋습니다! 대충 40조 정도면 되겠군요. 아주 합리적인 할인입니다! 운명의 주사위를 구매할 절호의 기회!
‘미친.’
‘40조?’
‘장난하나.’
가격을 들은 각성자들이 입을 떡 벌렸다. 여태 등장한 물품 중 이 정도의 고가를 자랑하는 물건은 없었다.
정말 비싸 봐야 20~30조에서 끝났을 뿐이다.
근데 시작가부터 40조란다.
그것도 할인을 받아서.
국가들이 아무리 지원금을 늘렸다 한들 저만한 금액을 보유한 각성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설사 보유했다고 한들.
이 금액을 주사위 하나 사는 데 쓴다면 당장 정부에서 총 들고 찾아올지도 몰랐다.
성능 또한 무작정 좋은 게 아니라 애매한 측면이 분명 섞여 있지 않은가.
김민우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쟁자가 좀 있군.’
40조라는 살벌한 가격대에도 관심을 놓지 않는 각성자들.
저걸 탐낸다?
가면을 썼기에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세계 랭커급.’
돈 많고 제 실력에 자신 있는 강자들. 그 정도라면 주사위 탐낼 만하다.
역경에 대한 보상.
구미가 안 당길 수 없을 테니까.
그놈들도 하나하나가 어지간히 미친 게 아니거든.
게다가 여기에 참여할 정도면 당연히 돈도 많았다. 적어도 스킬북에 다 태워서 알거지인 상태는 아니라는 거다.
‘여기서 돈 좀 써야겠네.’
두 번째 물품까지 있으니 여기서 올인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경매가 시작되었다.
“40조.”
김민우가 첫 가격을 부른 순간.
주변의 각성자들이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천공 경매장은 시스템이 주관하는 장소. 호가를 부른다는 건 일단 그걸 지불할 현금이 있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미친.’
‘여태까지 40조 쓰지 않았나?’
근데 40조를 또 불러?
김민우의 재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뜻했다.
짐작을 아예 못 했던 건 아니지만, 그냥 막연하게 추측하는 것과 그걸 실제로 보는 건 아예 다른 법.
그때.
“41조.”
표범 가면을 쓴 각성자가 경매에 뛰어들었다.
“42조.”
“43조.”
하나둘 끼어들기 시작하는 각성자들.
‘셋이라.’
정부 지원금으로 돈 받은 얘들은 저렇게 패기롭게 못 지른다.
세계 랭커급이라면 또 모를까.
그렇다고 양보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45조.”
“……46조.”
“50조.”
“……51조.”
“55조.”
“허 참…….”
혀를 내두른 채 뒤로 물러나는 두 각성자. 남은 건 표범 가면을 쓴 각성자 하나뿐이었다.
“……57조.”
“60조.”
슬슬 어지러울 거다.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현금 챙겨 둔 게 아니었다.
세계 랭커?
다른 건 몰라도 돈으로 덤비려면, 돈으로 귀싸대기 맞을 각오 정도는 해야지.
“……하아.”
최후의 경쟁자 표범마저 안 되겠던지 뒤로 물러났다.
―60조! 더 없습니까? 셋. 둘. 하나. 7번 참가자, 낙찰 축하드립니다!
[운명의 주사위를 획득하였습니다! 인벤토리에 들어갑니다!]수수료 2% 포함 61.2조에 획득한 주사위. 굴리지 않아도 벌써부터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아직 하나 더 남았고.’
다음 물건은 또 뭐 나올지 벌써부터 설레는데.
―자, 그럼 바로 다음 물품으로 가시죠! 두 번째 특별 물품입니다!
[두 번째 특별 물품 목록이 공개됩니다!] [아이넬의 제2 서판] [등급: 특수] [‘아이넬을 위하여’.] [무언가 의미심장한 내용이 적힌 석판 같습니다.] [효과 1. 아이넬의 제1 서판과 합칠 수 있다.] [효과 2. 두 개의 서판을 합칠 시, 차원의 문이 열린다. 이곳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아앗!”
“……?”
물품이 공개되는 순간.
갑자기 각성자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그저 그런 각성자라면 별 감흥 없었겠지만, 조금 전 소리를 지른 각성자는…….
‘저 양반, 아까 김민우랑 돈 싸움 하던…….’
‘표범?’
표범 가면의 각성자.
57조를 부르며 김민우와 끝까지 치킨 게임을 벌였던 각성자였다.
아이템 하나에 그 정도 금액을 부른다?
그게 정부가 지원해 준 돈이든, 개인 보유 현금이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세계 랭커.’
그 정도 돈 시원하게 질러도 뒷감당 되는 체격의 실력자.
이곳에 모인 일천 명 중에서도 극소수만 포함된 진짜배기 각성자다.
다만 정확히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매년 초대받는다 해도 가면은 매번 바뀌는 구조기 때문이었다.
그때.
피에로가 실실 웃은 채 표범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혹시, 익숙한 아이템이신지?
“…….”
―뭐, 아니면 말고요. 이번 판매 물품은 신비한 서판! 제1 서판을 모으면 어디론가 연결된다는데……! 참고로, 우리 경매장도 연결되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는 모른답니다? 다만, 지루하진 않은 곳이라 평가할 수 있겠네요!
‘히든 게이트 물품이다.’
각성자들이 눈을 빛냈다.
차원의 문?
원래 이세계 파편 짤라 만드는 게 게이트 아닌가.
게이트 진입은 다른 말로 하면 타 차원 진입이라 할 수 있었다.
히든 게이트의 시작점이 되는 물건. 아주 값비싼 몸이다.
거기에.
―가지고 싶으십니까? 그럼 돈을 내세요! 기왕이면 아주 많이! 자, 최소 입찰가는 30조부터 시작합니다!
피에로가 부르는 최소 입찰가 또한, 저 물품의 값어치를 은연중에 드러내 주고 있었다.
그저 그런 물건이었으면 10조 원에서 시작했겠지.
근데 30조란다.
심지어 저건 지구 크레딧의 값어치가 높아졌다며 할인을 때린 금액이었다. 원가는 30조가 아닌 훨씬 더 비싼 물건이란 뜻이다.
저자가 파는 특별 물품들이 제법 비싸긴 해도, 폭리까진 아니란 걸 고려해 본다면…….
‘일단 잡아 놔야 해.’
혹시 아는가?
그렇게 인벤토리 안에 넣고 사냥하다 보면 제1 서판이 나올지.
그렇게 히든 게이트 하나 찾아내면 인생 제대로 피는 거다.
모호한 주사위와 달리 저건 확실한 리턴이 있는 물건.
거기에 호재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다 썼겠지.’
김민우가 여태 쓴 돈만 해도 100조에 가깝다. 남았다 해도 끽해야 10~20조 수준이겠지.
그 정도 돈으론 입찰조차 할 수…….
“30조.”
―아! 7번 참가자. 역시. 아주 훌륭한 고객이시군요?
“35조.”
“40조.”
서서히 올라가는 서판 가격.
저게 마지막 경매인 만큼 이 악문 채 쫓아오는 인원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나 표범 가면이 그랬다.
‘혹시 1번 서판 있나?’
김민우가 눈을 빛냈다.
아까 소리치던 거.
그건 거의 척수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관련 물품을 봐서 내지른 느낌이랄까.
순식간에 50조까지 치고 올라온 금액.
그 순간이었다.
“……57조!”
순식간에 57조를 베팅한 채 눈을 빛내는 표범 가면.
‘저게 전 재산인가?’
아까 주사위도 그렇고 지금 서판도 그렇고.
저기서 딱 멈추던데.
이미 다른 경쟁자들은 나가떨어진 지 오래.
가면 속 눈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57조 1천억.”
“……57조 2천억.”
“57조 3천억.”
“……!”
흔들리는 눈빛.
곧이어 이를 악문 채.
“……57조 3,221억 4,232만 원!”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하며 올인을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57조 3,221억 4,233만 원.”
“야!”
절약의 미덕을 실천하자 제대로 뚜껑 열린 듯 길길이 날뛰는 표범.
그래 봤자 별 의미 없었다.
천공 경매장은 시스템이 주관하는 장소.
검선이 와도 폭력은 금지다.
―이런! 딱 만 원 차이네요! 332번 참가자분! 혹시 만 원 더 없으십니까? 이거 정말 아까운데…….
몸을 떨던 표범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4,233만 5,237원.”
“4,234만 원.”
―이런…… 혹시 5천 원 더 없으신가요? 정말 너무 아까운데…….
“…….”
고개를 푹 숙이는 표범.
천공 경매장은 남한테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쓸 수 있는 게 전부.
근데 다 질렀다.
이젠 답이 없었다.
그 모습에 라스탄이 어깨를 으쓱인 채 말했다.
―정말 자본주의는 냉혹하군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다 그런 것을. 참고로 너무 억울해할 것 없습니다. 저 7번 참가자 말입니다. 아직 돈 많이 남았거든요.
“……아깝다며?”
―미안합니다. 저도 먹고살아야 하는지라.
어깨를 으쓱인 채 답한 라스탄이 주변의 각성자들을 둘러본 채 바라보았다.
―57조 3,221억 4,244만 원. 더 없습니까? 셋. 둘. 하나. 7번 참가자, 낙찰 축하드립니다!
[아이넬의 제2 서판을 획득하였습니다! 인벤토리에 들어갑니다!]―자! 올해의 천공 경매장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너무 아쉬워할 것 없습니다. 내년에도 또 보게 될…….
피에로가 마무리 멘트를 날릴 때였다. 벼락처럼 거리를 좁힌 표범이 이쪽을 빤히 바라본 채 말했다.
“너, 김민우 맞지?”
“누구십니까?”
“……이자벨라.”
바게트?
사실 이 시기는 어떤 캐릭터를 해도 천공 경매장의 초대를 못 받았기에, 누가 참여하는지도 잘 모르는 시기인데.
생각보다 대어가 걸려들었다.
곧이어 표범 가면 속 눈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판, 나한테 하나 있어.”
“잘됐네요. 이참에 한국 관광이나 오시죠.”
“바쁜데.”
“이쪽은 더 바쁩니다. 싫음 마시고.”
석판의 히든 게이트?
어차피 당장 안 깨도 된다.
오크 게이트부터 시작해서 수련자 시험과 승천 의식까지.
할 건 썩어 넘치지 않는가.
그때였다.
―그럼! 내년에 또 봅시다, 지구 여러분!
번쩍!
빛무리와 함께 풍경이 뒤바뀌었다. 어느새 익숙한 방 안의 풍경이 보이고 있었다.
‘구한 게 많네.’
군단장과 길드원들 장비부터 시작해서 이쪽 또한 반지 하나와 갑옷을 건졌다.
나머지 물건들은…….
인벤토리 안에서 장비를 와르르 쏟아 낸 순간.
―꾸우!
모습을 드러낸 하양이가 잔뜩 흥분한 듯,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도 그럴 게 평소 줬던 매직이나 레어가 아닌, 무려 레전드 등급의 속성 아이템 아니던가.
돼지고기에서 단숨에 소고기로 메뉴가 업그레이드된 셈.
흥분 안 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어이구 내 새끼. 밥 먹자.”
―꾸우!
푸드덕!
재빠르게 장비 위에 착지한 하양이가 입을 벌렸다.
[‘용암 갑옷’에 담긴 화 속성이 모조리 흡수됩니다!] [‘질풍의 장화’에 담긴 풍 속성이…….] [‘벼락 맞은 건틀릿’에 담긴 전 속성이…….].
.
장비 하나하나에 화끈하게 올라가는 보유 속성들. 그렇게 하양이 밥 먹이고 있을 때였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속보입니다. 프랑스의 각성자 이자벨라가 방금 전용기로 한국을 향해 출발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