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427
(7)
슬쩍.
남편이 씻으러 들어가자, 서수지는 남편이 벗어 놓은 옷을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딸들이 볼 수도 있기에 핸드폰을 감추고 안방으로 들어간 후 핸드폰의 패턴을 풀고 최근 통화 내역과 메시지 그리고 카카오톡과 밴드 등을 뒤져 봤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패턴을 바꾸지 않았기에 패턴은 바로 풀 수 있었다.
“어? 왜 이런 것들 뿐이지?”
하지만 짐작했던 내용이 없었다. 여자가 있다면 당연히 통화 내역이 있거나 주고받은 메시지가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것이 없었다.
“혹시 핸드폰이 두 개인가?”
서수지는 거실로 나가 남편의 옷을 뒤졌지만, 다른 핸드폰을 찾을 수 없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이럴 리가 없는데?”
“엄마, 뭐 해요?”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아빠 옷에서 뭐 찾는 것 같은데요?”
“아니, 아빠 옷 빨려고 냄새 맡아 본 거야.”
“냄새 안 맡고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 같았는데…….”
“오, 옷을 빨려면 호주머니에 있는 것을 다 빼내야 해서 살펴본 거야.”
“아! 그래서 호주머니를 뒤진 거구나.”
딸들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서수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있으면 밥 먹어야 하니 가서 TV 보고 있어.”
“네.”
잠시 후 그녀는 남편의 옷을 빨랫감을 모아 놓는 통에 넣으며 곰곰이 생각을 해 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의심을 강하게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구심이 옅어지고 있었다.
‘내가 괜한 의심을 한 건가?’
남편의 성격이나 생활 패턴을 보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아니야, 아직 속단하기는 일러. 다른 핸드폰을 한의원에 두고 왔을 수도 있잖아!’
서수지는 다른 핸드폰이 한의원이 있을 거라 짐작되자 어떻게든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 열쇠는 남편 옷의 호주머니에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그녀가 열쇠를 챙겨서 현관으로 가자 두 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어디 가요?”
“으, 응. 저녁 찬 거리 좀 사 올게.”
“아까 계란이랑 사 오지 않았어요?”
“계란 말고 다른 반찬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금방 갔다 올게.”
“네.”
서수지는 딸들에게 자꾸 거짓말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애써 무시하고 서둘러 한의원으로 달려갔다.
숨을 헉헉거리며 한의원에 도착해 열쇠로 문을 열고 원장실을 뒤졌지만, 다른 핸드폰은 발견되지 않았고, 숨겼을 거라고 짐작했던 다른 여자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한의원 전체를 다 뒤지고 남편의 차까지 뒤졌지만 뭔가 나오는 것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설마 여자가 없는 건가?”
이렇게 뒤져도 없다면 정말 여자가 없는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수지는 한편으론 안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아쉬워하며 한의원 문을 잠그고 적당한 반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 * *
“좋은 아침입니다, 원장님.”
김민호가 출근하자 환자들에게 찜질을 해 주고 있던 경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응, 경환 선생도 좋은 아침.”
“형수님…… 아니, 원장님. 사모님하고는 어떻게 됐어요?”
“아침에 나랑 같이 애들 유치원에 등록시키고 서울 올라갔어.”
“아! 결국 그렇게 됐군요. 그러면 이제 애들은 원장님이 키우시는 거예요?”
“뭐, 당분간은 그래야지.”
“원장님 혼자 쌍둥이 케어하기 쉽지 않을 텐데, 더군다나 남자아이도 아니고 여자아이들이니 손이 더 많이 갈 거고요. 걱정이네요.”
“에휴, 어떻게든 해 봐야지.”
“원장님, 제가 밤새워 고민해 봤는데요. 결국 이 사달이 난 원인이 사모님께 생활비를 보내 주지 못해서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하지.”
김민호는 다른 의도로 돈을 안 보낸 거지만 굳이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제 월급을 적게 주셔도 되니 사모님 생활비 보내 주시고 애들 서울로 올려 보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경환 선생 월급이 육지의 한의원보다 적은데, 거기서 어떻게 더 깎아. 내 가정사는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할 테니 그런 소리 하지 마.”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이러다 정말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이혼하게 되면 하는 거지 뭐. 조금 고생하겠지만 와이프 없어도 애들 잘 키울 수 있어.”
“원장님은 애들을 키워 보지도 않았으면서 잘도 그런 소릴 하십니다.”
“내가 왜 애들을 안 키워 봤어?”
“지금까지 솔직히 거의 사모님이 키웠지, 원장님이 직접 키우지는 않았잖아요?”
경환의 말에 김민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김민호의 몸으로 애를 키워 본 경험은 적지만 화타의 삶을 살 때 본인의 자식들뿐만 아니라 전쟁고아들까지 여럿 키운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때와는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어쨌든 키울 수는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든 내가 잘 키울 테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환자들이나 신경 써.”
“에휴, 알겠습니다. 아참, 오늘 새로 온 환자 두 분 있는데 조금 있다가 들여보낼게요.”
초진 환자는 원칙적으로 한의사가 먼저 진료를 한 후 치료 방법을 정한다.
“응? 새로 오신 환자분이 있었어?”
“네. 김막례 할머니가 데려오신 정소심 할머니하고 심막순 할머니가 데려오신 이연희 환자분이요.”
경환이 미리 켜 놓은 컴퓨터를 가리키자, 김민호는 환자의 신상부터 살펴봤다.
“정소심 환자분은 김막례 환자분과 같은 허리 통증으로 오셨고, 이연희 환자분도 심막순 환자분과 비슷한 증상으로 오셨네.”
“네, 아무래도 두 분이 치료 효과가 좋으니 비슷한 증상이 있는 주변 분을 데려오신 것 같아요.”
“두 환자분 모두 고질병인데 초진이면…… 육지의 읍내 한의원에 다녔나 보군!”
“오시자마자 찜질할 부위를 제게 알려 주시는 걸 봐서는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이분들 찜질 끝나는 대로 원장실로…… 아니,다. 그냥 침구실에서 바로 진단하고 진료하는 게 낫겠다.”
잠시 후 경환이 나가자, 김민호는 가운을 입은 후 손을 씻고 침구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들.”
“응, 김 원장. 왔어? 아참, 김 원장 부인이 애들 데리고 내려왔다던데 참말이야?”
오팔만 환자의 물음에 김민호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소문이 금방 난 것이다.
“아 네, 어제 내려왔습니다.”
“목요일이면 쉬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내려온 거야?”
“별일 아니고 그냥 애들이 아빠 보고 싶다고 하니까 데리고 내려온 겁니다.”
“아, 그래. 하긴 김 원장 애들이 한창 그런 걸로 칭얼댈 나이이긴 하지.”
“그런데 어제 같이 오신 오상필 환자분은 오늘 안 오시는 거예요?”
“상필이! 상필이는 이번 주말에 큰아들이 서울의 큰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고 해서 침은 그만 맞겠대.”
오팔만 환자의 말을 들은 김민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어제 하루밖에 치료하지 않았지만 나름 신경을 썼기에 분명 치료 효과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게 치료 효과를 경험했다면 최소한 서울 올라가기 전까지는 치료받으러 올 줄 알았는데 안 온 것이다.
“아! 서울 간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래도 가기 전까지는 치료받으러 오실 줄 알았는데 안타깝네요.”
“김 원장이 술 끊으라고 한 말 때문에 오기 싫은가 보더라고.”
“뭐, 그런 이유라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서울 대학병원에서도 분명 술부터 끊으라고 할 겁니다.”
“그렇겠지. 그놈의 술 좀 적당히 마실 것이지. 쯧!”
“그러면 이제 어르신 먼저 침을 놓아드릴 테니 준비하세요.”
“뭐? 아니, 왜 내가 제일 먼저야?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다른 사람 먼저 하면 안 돼?”
오팔만 환자가 화들짝 놀라자, 김민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침 맞는데 마음의 준비할 것이 있습니까? 고통만 잘 참으면 되지요.”
“그 고통이 얼마나 참기 힘든데!”
“고통을 참아야 어깨가 좋아집니다. 경환 선생, 오팔만 환자분은 자침 후에 다른 치료 안 하고 바로 물리치료 해야 하니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뭐여? 오늘은 부항 안 뜨는 거야?”
“네. 부항보다는 물리치료로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그래, 그나저나 침 좀 살살 놔 줘!”
“살살 놔서 고칠 수 있는 어깨가 아닙니다.”
김민호가 침통에서 침을 꺼내자, 오팔만 환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살살…….”
푹.
“으아아아악……,”
침이 꽂히는 순간 오팔만 환자가 비명을 지르자, 오늘 처음 치료받으러 온 정소심 환자와 이연희 환자가 깜짝 놀라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심막순 환자가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김 원장 침이 팔만이에게만 아프지, 나나 막례에겐 안 아파. 그러니 겁먹지 마.”
“아, 안 아파요? 팔만 아저씨 비명이 엄살은 아닌 것 같은데요?”
“팔만이 어깨가 대학병원에서도 수술할 수 없는 어깨라고 했어. 그런 어깨를 침으로 고치는 건데 어떻게 안 아플 수가 있겠어. 조금 있다가 나나 막례 침 맞을 때 봐봐. 하나도 아파하지 않을 테니까.”
“그, 그래요.”
잠깐 겁을 먹었던 두 사람은 그제야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 * *
“엄마, 나 왔어.”
서수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엄마 오영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 애들은?”
“애들 시골 아빠에게 맡겨 놓고 오는 길이야.”
“김 서방에게 애들을 맡겨 놨다고? 김 서방 한의원에서 진료하느라 바쁘지 않아?”
“그렇게 바쁘지 않더라고.”
“아무리 바쁘지 않더라도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애들을 맡겨 놓고 오다니, 제정신이야?”
“그 인간이 이번 달 생활비를 안 보내 줘서 홧김에 딸들 맡겨 놓고 온 거야.”
“뭐? 생활비를 안 보내 줬다고? 왜?”
“시골 한의원이 돈벌이가 안 되나 봐.”
“아무리 돈벌이가 안 돼도 생활비를 못 보내 줄 정도라니? 그 정도면 폐업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그 말이야. 폐업하고 서울 올라와서 페이닥터만 해도 연봉 일억은 될 텐데 뭐 하러 시골에서 그 궁상을 떨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 말을 김 서방에게도 했니?”
“당연히 했지. 그런데 귓등으로도 안 들어. 자신은 무조건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물려준 한의원을 계속하겠대.”
“아니 돈도 못 벌면서 무슨 똥고집이라니?”
“나도 몰라. 하도 고집을 부리기에 그러면 애들 알아서 키우라고 맡겨 놓고 왔어.”
“그래도 애들을 맡겨 놓은 건 너무 과하지 않냐? 어떻게든 설득했어야지.”
“엄마, 내가 그 먼 시골 섬까지 내려가서 설득도 하고 협박도 하고 애원도 다 해 봤어. 그런데 씨알도 안 먹혀. 오죽했으면 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애들을 그 인간에게 맡겨 놓고 왔겠어.”
“그,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됐다면 어쩔 수가 없긴 한데…… 그래도 걱정이다.”
“그 인간도 딸들을 키워 보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래야 그 똥고집이 꺾일 것 같아.”
“하긴, 지금껏 애들은 네가 다 키웠으니 김 서방이 애들 키우긴 힘들 것 같구나.”
“내가 봐선 일주일 안에 자신은 애들 못 키우겠다고 항복 선언할 거야.”
“고집이 그렇게 센데 일주일 만에 되겠니?”
“아무리 고집이 세도 쌍둥이 키우는 게 쉽겠어? 솔직히 삼 일도 안 걸릴 거라고 봐.”
“그, 그래. 흐음…… 혹시 생활비가 부족하면 내가 조금 도와줄까?”
“엄마도 참,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엄마에게 손 벌릴 정도는 아니야.”
“엄마가 큰돈은 없지만 네 생활비 정도는 보탤 수 있으니 형편 어려우면 말해.”
“그 정도 아니라니까. 나도 틈틈이 일해서 모아 놓은 돈 있어.”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쓰지.”
“돈 때문에 애들 남편에게 맡긴 거 아니라니까. 이참에 고집을 꺾고 서울로 올라오게 만들려고 맡긴 거야.”
“그, 그래. 알았다. 아참, 밥은 먹었니?”
“이제 막 시골에서 올라왔는데 당연히 못 먹었지.”
“그러면 엄마가 맛있는 거 해 줄 테니까 씻고 나와라.”
“응. 오래간만에 딸들 없으니까, 느긋하게 엄마가 해 주는 밥도 얻어먹어 보네.”
“당장은 딸들이 없는 게 좋은 것 같아도 그동안 부대끼고 살아서 엄청 허전할 거다.”
“나도 알아. 하지만 남편의 똥고집을 꺾기 위해서 이 정도는 인내해야지.”
잠시 후 엄마가 주방으로 향하자, 서수지는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