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want to play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괜찮으십니까?”
“큭, 못난 모습을 보였군.”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발리안의 옆구리 쪽 갑옷이 길게 갈라져 있었다.
시커멓게 변한 상처 때문인지 비틀거리는 그를 기간트로 부축한 필리프는 말했다.
“상처를 치료하십시오. 그동안 마신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부탁하네.”
한 걸음 앞으로 나선 필리프는 정면에 있는 마신 아즈라를 노려보았다.
“크캬캬캬캬! 이제 모든 것이 끝장이다! 다 같이 죽는 거다!”
실성한 듯 광소를 터트리고 있는 아즈라의 모습에서 필리프는 놈이 신들의 계획을 알아챈 걸 알았다.
그는 마신의 뒤에서 검은 불꽃에 휩싸여 있는 세계수를 보았다.
검은 불꽃이 1킬로미터가 넘는 몸통을 타고 가지와 잎사귀로 번지자 세계수는 빠르게 마르고 부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뿌리까지 번지지는 않았는지 땅을 움켜쥔 채 거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아직은 늦지 않았어.’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아즈라를 끝장내야 한다.
다짐을 굳히며 호흡을 가다듬은 필리프는 곧바로 기간트의 전진 레버를 밀어젖혔다.
“달려라, 기간트! 미친 마신을 때려잡는 거야!”
“감히 엘디르 녀석의 사도 주제에!”
콰아아앙―!
마신의 주먹과 기간트의 거검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충돌음이 발생했다.
힘에서 밀린 기간트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러나 오히려 아즈라가 얼굴을 굳혔다.
‘버텨냈다고? 분명히 박살이 나야 정상일 터인데!’
생김새가 고대 엘카노스 제국 놈들이 만든 마법 기계인형과 흡사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엘디르과 세이런, 그리고 발리안의 축복이 걸려 있다는 점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날 죽이기 위해 천계 놈들이 한 팔 거든 무기라 이거군!’
‘전보다 약해졌다!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어!’
낭패감을 느끼는 아즈라와 달리, 필리프는 승산이 있음을 느꼈다.
신들과 싸우느라 부상당하거나 힘을 많이 소모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마족 놈들의 아지트에서 마주쳤을 때보다 아즈라가 약해진 건 분명했다.
이에 필리프는 전력을 다해 놈을 몰아붙였다.
“죽어라, 아즈라!”
“큭! 인간 따위가 감히……!”
기간트를 저돌적으로 돌진시킨 필리프는 마신의 목을 노려 거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일격은 아쉽게 빗나갔고, 뒷걸음질을 친 마신은 황급히 검은 번개를 날렸다.
“막아, 브리간티아!”
끼에에에엑!
기간트의 코앞에서 소환된 불의 성령이 마신의 검은 번개를 막아냈다.
그 사이 잽싸게 사각으로 이동한 필리프는 마신에게 거검을 찔러 넣었다.
“이런!”
콰앙! 퍼엉! 쿠쿠쿵!
아즈라가 황급히 검은 불꽃을 일으켜 거검을 막았다.
하지만 필리프의 저돌적인 공세에 거검은 검은 불꽃을 뚫고 아즈라의 다리를 찔렀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피한 아즈라.
그가 뿌린 핏방울이 부패하던 세계수의 가지에 떨어지자, 썩어가던 가지에서 새로운 잎이 돋아났다.
‘역시 마신을 죽이는 게 답이로군.’
필리프가 제대로 확신을 가진 그때, 하늘에서 아즈라를 견제하던 주신 카루스가 필리프를 향해 외쳤다.
“서둘러라, 엘디르의 사도여! 어서 아즈라를 처단하지 않으면 놈이 힘을 되찾을 것이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필리프도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지금 주변에서 수많은 마족과 인간, 엘프 연합군의 전투로 인해 음차원 에너지가 다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을 합치면 50만 명을 넘는 대군이 지금 낙원의 땅에 몰려 있다.
그들 중 절반만 죽는다고 해도 마신은 엄청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 하지만 절대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그럼 직접 마신을 처치하시던가.’
필리프는 답답하면 니들이 직접 뛰라고 했던 어떤 축구 선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의 속마음을 읽었던지 카루스가 사정을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신의 손으로 마신을 처단할 수 없다. 만약 우리 중 하나의 공격에 놈이 죽기라도 한다면, 세계수의 영성을 되살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상대할 테니까 버프라도 좀 넣어주시죠.”
“버프? 힘을 불어넣어달라는 것이냐?”
“예! 제가 탄 기간트의 방어력과 출력을 높여 주셔도 되고, 브리간티아의 힘을 키워주셔도 됩니다.”
“알았다. 그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상처를 치료한 발리안이 마신을 견제하는 사이, 카루스는 필리프가 탄 기간트에 다가가 이야기했다.
“그 강철 인형을 만들고 받은 신물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느냐?”
“아, 이거 말입니까?”
필리프는 기간트를 완성하고 받은 신성의 구슬을 꺼내 들었다.
보상으로 받았지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그 신성의 구슬에 나의 힘을 담아주마.”
후우우우웅!
카루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성의 구슬이 필리프의 머리 위에 떠오르며 태양과 같은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냈다.
그 황금빛 기운이 필리프의 몸으로 흘러들자, 그가 기간트 옆에 소환해 놓았던 불의 성령 브리간티아의 크기가 부쩍 커졌다.
거기다 온도도 세상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역시 태양의 신!’
입가에 미소를 지은 필리프는 막 발리안을 검은 번개 다발로 후려치는 마신에게 브리간티아를 날려 보냈다.
“태워버려, 브리간티아!”
끼에에에엑!
거대한 불새가 마신 아즈라를 집어삼킬 것처럼 달려들었다.
그러자 마신은 갑자기 허공에 암흑의 아공간을 만들어 냈다.
돌진 코스 바로 앞쪽에 아공간이 생겨나는 바람에 브리간티아는 멈춰 서지 못하고 그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큭, 마신 녀석, 저런 꼼수를……!”
“성령의 공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이지.”
“그럼 그만큼 약해졌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그렇긴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니라.”
카루스의 경고를 마음속에 새긴 필리프는 기간트를 마신 쪽으로 돌진시키며 거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신은 양손에 검은 번개를 검의 형태로 뽑아내더니, 거검을 받아쳤다.
콰앙!
“컥!”
필리프는 피를 울컥 토하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좀 전보다 마신의 힘이 더 강해진 것이 주변에서 다량으로 발생한 음차원 에너지가 몸에 흘러 들어간 모양.
몰래 힘을 모았던 마신은 이 기회를 활용해 필리프와 그가 탄 기간트를 단번에 박살 내기로 했다.
“오냐오냐했더니 끝도 없이 기어오르려 드는구나!”
“큭, 강림체도 제대로 못 만든 병신이 잘난 척은!”
“뭐라고? 이 벌레 같은 인간 놈이 감히 신을 능멸해?”
필리프의 도발에 발끈한 마신이 더욱 거세게 검은 번개 쌍검을 휘둘러댔다.
그 쌍검이 스칠 때마다 공간이 갈라지며 대기가 짜러렁 울렸다.
그런데 그 맹공에 필리프가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현란한 검술을 펼치며 마신의 공격을 피하거나 받아치는 게 아닌가.
‘어? 내가 이렇게 검을 잘 썼던가?’
‘빌어먹을! 발리안 자식이 수작을 부리는군!’
필리프의 검술 실력이 갑자기 급상승한 이유.
그것은 카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발리안이 신성의 구슬에 전신의 영능을 흘려 넣었기 때문이다.
수천수만 년을 갈고 닦은 전신의 검술을 전송받은 필리프는 이 순간만큼은 인류 최강의 검사가 되었다.
“크악! 네놈들이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날 죽이지는 못한다!”
“그건 병신의 착각이시고.”
마신이 휘두른 검은 번개 검이 기간트의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방금 일격에 허공이 갈라지며 암흑의 아공간이 드러나자, 번쩍 생각이 떠오른 필리프가 황급히 외쳤다.
“튀어나와, 브리간티아!”
끼에엑!
마신이 연 암흑의 아공간에 들어가 헤매고 있던 브리간티아가 곧바로 밖으로 나와 마신을 후려갈겼다.
그 일격에 마신의 등과 흉물스런 날개가 성령의 불꽃에 활활 타들어갔다.
“크아악! 이, 이런!”
“전투 중에 어딜 보는 거냐!”
날개가 불타 비틀거리는 마신을 향해 쇄도한 필리프.
그가 탄 기간트의 거검이 마신의 심장을 노리고 찔러 들었다.
‘빌어먹을!’
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
게다가 좀 전 브리간티아에 당한 일격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를 악문 마신은 검은 번개 쌍검을 겹쳐서 거검을 막으려 했지만, 거검은 쌍검을 꿰뚫어 버리고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커억!”
어찌 된 일인지 기간트의 힘이 방금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그제야 그의 눈에 세이런과 루폴레, 가이아나 등 12대신들이 카루스의 곁에 서 있는 게 보였는데, 그들이 신성의 구슬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베르타도 화신체인 상태에서 물의 여신의 영능을 조금이나마 불어넣었고.
‘크으! 이럴 수는……!’
궁지에 몰린 아즈라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세계수를 죽여 없애 저 원수 같은 천족 놈들과 함께 지상이 붕괴되는 걸 보고 싶었다.
이에 남은 힘을 짜내 회심의 한 수를 펼쳤다.
그의 몸에 일렁이는 심상찮은 마기의 파동을 감지한 리베르타는 황급히 필리프에게 외쳤다.
“위험하다, 낭군이여! 물러나라!”
하지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느라 바빴던 필리프는 그녀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조금만 더 찌르면 마신의 숨통을 끊을 수 있어!’
그렇게 거검을 밀어붙이던 순간, 갑자기 해일처럼 밀려든 어둠이 필리프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이, 이게 뭐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전신에 어떠한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답답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른 필리프.
그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눈앞으로 환한 빛과 함께 주변 광경이 들어왔다.
시골집 특유의 낡은 벽지와 가구, 그리고 낯익은 주방과 마당의 모습에 필리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긴…… 우리 집이잖아?”
몇 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시골집이 맞았다.
“아니, 여긴 갑자기 왜……?”
분명 그는 5년 전 어느 양심 없는 데껄룩 천사 때문에 라테란 차원으로 영혼이 넘어갔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구의 한국 시골집으로 되돌아오다니!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허벅지를 꼬집어 보고 뺨을 때려 보았지만 절대 꿈이 아니었다.
‘이게 꿈이 아니면 내가 라테란에 갔던 일이 꿈인 건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후자가 맞았다.
뜬금없이 고양이 천사에게 끌려가 판타지 세계의 귀족 소년에게 빙의 되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동안 겪은 일들은 꿈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생생했기 때문에.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마신의 수작인 건가.”
필리프, 아니 강현수가 영문을 몰라 혼란스러워할 때였다.
디링!
핸드폰 알림 소리와 함께 그가 운영하는 Y튜버 역사 & 밀리터리 채널에 댓글이 올라왔다.
강현수는 가끔 자신이 운영하던 채널에서 과거의 무기를 재현해 보여주곤 했는데, 평소에 자주 후원을 하던 큰손 형님이 보낸 것이었다.
최만수르 : 청룡도 끝내주네. 이번엔 좀 더 화끈하고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 보는 거 어때? 내가 별풍선 1000만원 어치 쏴줄게.
‘이 양반이 대체 뭘 만들라는 거야?’
그의 요청글을 읽은 강현수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