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want to play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그때 몇몇 천사들이 필리프 일행을 발견하고 공격을 가하려 했다.
그의 일행 중에 마족이 섞여 있는 걸 보았던 것이다.
“멈추어라!”
날개가 6쌍 달린 대천사가 날아와 천사들을 만류했다.
갑옷이 우그러지고 깨진 걸 보면 한창 싸우다 온 모양.
“트리스탄 님. 왜 막으십니까? 마족과 마수들이 마신을 도우러 오는 걸 차단하는 게 저희 임무 아닙니까?”
“알고 있다. 하지만 저들은 너희의 적이 아니다.”
트리스탄의 말에 마왕 샤루크가 이죽거렸다.
“크크, 자네 말을 잘못했군. 천사들이 이 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야지.”
“뭐라고?”
자존심이 상한 천사들이 발끈했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그들보다 더 냉정했다.
“마왕의 말이 맞다. 너희는 샤루크는 물론, 다른 자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네? 저들이 우리보다 강하단 말입니까?”
“그래, 저 인간 일행 중에는 내 후임인 전신의 사도 마르텔과 엘디르님의 사도, 그리고 소드 마스터와 8서클 마법사도 있으니까.”
천사라고 해서 무조건 인간보다 강한 건 아니다.
소드 마스터나 7서클 마법사는 전투력이 하급 천사와 비빌 만했고, 전신의 사도 마르텔이나 마왕 샤루크, 그리고 8서클 대마법사는 대천사와 견줄 만했으니까.
“앞서 말했지만, 저들은 우리 적이 아니다. 물러나라.”
전신의 사도 마르텔과 엘디르의 사도 필리프에 대한 소문은 이미 천계에도 많이 알려져 있었기에 천사들은 새삼스런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 창을 거두었다.
“알겠습니다.”
천사들이 물러나자 트리스탄이 다가왔다.
다시 치매가 도져 테리의 등에 업혀 있었던 마르텔이 그를 보더니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트리스탄 님,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모든 잘못은 이 어미가 지었으니 부디 이 아이는 용서해 주십시오!”
혼미한 정신임에도 트리스탄을 알아본 것은 아마 과거에 발리안이 내린 신벌을 받을 때 전령으로 온 게 그였던 모양.
트리스탄은 마르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엾은 후배야. 네 아들은 아무 죄가 없으니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르텔을 지나친 트리스탄은 마왕 샤루크를 향해 불만스런 얼굴로 말했다.
“조용히 왕궁에 있지 왜 이곳에 왔나?”
“우리 집에 불이 옮겨붙었는데 어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까? 큰 도움은 안 될지라도 손을 보태기 위해 왔다.”
“쯧, 쓸데없는 짓을…….”
“크하핫! 쓸데없는 짓이라니. 창조주에 반역하는 혁명적인 일이거늘!”
샤루크를 향해 혀를 찬 트리스탄은 리베르타와 마린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물과 바다를 관장하는 두 분께 인사를 올립니다.”
“지금 상황은?”
“카루스 님과 발리안 님께서 직접 아즈라를 몰아붙이고 있고, 나머지 신들은 후방 지원을 맡고 있습니다.”
12대신 중 넷과 십여 권속 신, 그리고 천사 일백이 이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다고.
“그래? 그런데 그대는 왜 발리안을 돕지 않고 이곳에 왔는가?”
리베르타의 물음에 트리스탄은 필리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신께서 엘디르의 사도가 오면 데려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필리프를?”
“네, 아즈라의 생명을 끊는 것은 엘디르의 사도가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안 된다!”
리베르타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신들이 아즈라의 힘을 빼놓는다 해도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발악하는 아즈라의 반격에 맞기라도 하면 필리프는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될 것이다.
“차라리 내가 하겠다!”
“그건 안 됩니다. 주신께서 말씀하시길, 세계수의 영성을 되살려 이 세상을 구하고 수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허락할 것 같으냐!”
리베르타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서릿발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무력행사에 나서려 할 때였다.
필리프가 그녀의 한쪽 팔을 잡았다.
“멈춰, 리브.”
“낭군이여, 아즈라가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 해도 신 중의 신. 그런 놈의 앞에 나서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나도 알아.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잖아. 설마 꼭 필요 하지 않는 데 날 불렀겠어?”
“하지만…….”
“이미 한 번 싸워 보기도 했고, 기간트를 타고 가면 덜 위험할 거야. 그러니 축복이나 걸어줘.”
필리프는 이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여기서 몸 사리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 데다, 빨리 끝내고 평생 덕질이나 하면서 살고 싶었기 때문.
그의 결심이 단호하다는 걸 느낀 리베르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조심하거라.”
“알았어.”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기간트의 조종석에 탑승한 필리프.
그가 막 코어 엔진을 작동했을 때였다.
끼아아아아악―!
저 멀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구름들 속에서 돌고래의 그것과 닮은 초음파가 터져 나왔다.
***
두 신의 공격을 막으면서 아즈라는 계속 생각했다.
왜 자신을 서대륙으로 유인했는지, 카루스와 발리안이 자신의 급소를 찌를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왜 전력을 다하지 않는지 말이다.
그러다 문득 저 멀리 세계수의 모습을 보고서 번뜩 깨달았다.
‘과연! 그래서였나!’
자신의 생사와 관계없이 앞으로 지하 마계는 붕괴한다.
멍청한 마족 놈들이 지하 마계의 용맥을 싹싹 긁어 써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이 나선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일.
문제는 지하 마계가 붕괴하면 연쇄적으로 지상 역시 파멸을 맞게 될 것이고, 인간을 비롯한 여러 종족과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절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니 신들은 생각했으리라.
천지가 창조되던 그 시절 수준으로 세계수의 영성을 되살려 마계의 붕괴를 막아내자고 말이다.
‘결국 놈들의 목적은 나를 소멸시키기보다 나를 이용해 세계수의 영성을 되살리는 거겠지. 그렇다면 오히려 내가 이것을 이용해 주마!’
이를 으드득 갈아붙인 아즈라는 입을 쩍 벌리더니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강력한 초음파를 발사했다.
끼아아아아악―!
“뭐, 뭐지?”
흠칫 놀란 발리안이 섬광처럼 날아와 아즈라의 입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
초음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간 뒤였기 때문.
“큭큭! 늦었구나.”
“아즈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깟 초음파 좀 쏜다고 우리나 천사들이 타격을 것 같나?”
“그건 곧 알게 되겠지.”
아즈라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땅이 흔들리더니 사방에서 마족과 마수 잔당들이 대거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서대륙 곳곳에는 지하 마계에서 올라온 마족과 마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토벌군을 피해 숨은 놈들도 있었고, 지금 막 지하 마계에서 올라와 토벌군과 한창 전투를 벌이던 놈들도 있었다.
그런 놈들이 창조주의 신호를 받고 아즈라를 구하기 위해 일제히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하던 적도 내버려 둔 채.
사방에서 몰려오는 마족과 마수들을 본 권속 신과 천사들이 나섰다.
“저놈들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발리아미스 소속의 전사들과 트리스탄도 여기에 합류했다.
천사들과 권속 신이 발한 영능과 공격에 선두의 마족과 마수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카루스와 발리안 마저 이들을 보느라 시선이 잠깐 흐트러졌을 때였다.
아즈라가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
“멈춰라!”
그 방향에 있던 프레이아와 권속 신 둘이 황급히 앞을 막아섰지만, 독이 잔뜩 오른 아즈라를 막기에는 역부족.
결국 아즈라는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
그런데 그가 향한 곳은 세계수였다.
‘왜 멀리 도망가지 않고……?’
추격하던 발리안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뒤에서 주신 카루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막아야 하느니라! 아즈라는 지금 세계수를…….”
주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아즈라가 손에서 검은 불꽃을 일으키더니 세계수에다 붙였다.
화르르르륵!
아즈라의 영능 중 하나인 죽음의 불꽃.
저주와 광기, 파멸 등 온갖 음차원 에너지로 만들어 낸 이 불꽃은 모든 것을 태운 후 새로운 싹이 자라나게 하는 일반적인 불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불꽃에 닿으면 마치 살이 썩어들어가듯 모든 것이 죽기 시작했다.
이 불꽃이 무서운 점은 한 번 붙으면 절대 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력했지만, 아즈라는 이 불꽃을 자주 사용할 수 없었는데, 자신의 생명력을 희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쑤우우욱!
생명력이 반 이상 사라졌지만 그는 오히려 웃었다.
“크카카카카! 네놈들의 마지막 희망을 불태워주마!”
***
“끄으윽! 방금 그건……?”
방금 전 뇌를 헤집는 듯한 초음파에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졌던 마왕 샤루크,
그는 천사들의 비명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세계수가, 신성한 나무가 불탄다!”
“아아, 어찌 이런 일이!”
깜짝 놀라 눈을 치켜뜬 샤루크의 눈에 검은 불꽃에 휘감겨 있는 세계수가 보였다.
검은 불꽃은 얼마나 빠르게 타들어 가고 있는지, 지름이 수백 미터나 되는 굵은 가지 하나가 부러져서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쿠쿠쿵!
가지 위에 있던 엘프 마을과 도로가 재가 되어 부스러지는 걸 본 샤루크는 고함을 질렀다.
“빌어먹을! 마신이여, 당신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세계수는 천지 창조를 이뤄낸 영물.
마족들도 신성하게 여기는 이 존재를 해치는 건 그야말로 패륜과 같은 행위였다.
‘나의 권속이여, 나를 따라 신들을 쳐라!’
“개소리 집어치워!”
엄청난 분노를 느낀 샤루크는 초음파에 섞여 들어오는 마신의 권능을 그대로 뿌리쳤다.
그리고 마신의 권능에 억눌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식들에게도 다그쳤다.
“싸워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을 파괴하는 놈들은 누구든 박살 내는 거다!”
“아, 알겠습니다, 아버님……!”
인간의 혈통이 반쯤 섞여 있었기 때문인지, 카라가 제일 먼저 마신의 권능을 뿌리쳤다.
그녀가 어느 정도 몸을 추스렸을 때, 이미 샤루크는 천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하 마족이나 마수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와라, 이 허수아비 놈들아! 이 샤루크 님이 몽땅 박살을 내주마!”
“아버님, 뒤쪽에……!”
샤루크의 뒤에서 도끼 같은 앞발을 치켜든 곤충형 마족.
이를 본 카라가 황급히 막으려 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콰직!
“끄아아악!”
갑자기 날아온 투창에 관통당한 곤충형 마족이 얼굴을 움켜쥐며 나뒹굴었다.
샤루크는 방금 자신을 구한 이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붉은 방패 기사단? 네놈들이 여기에 왜……?”
“그야 우리의 적이 이곳에 있으니까.”
클로드의 붉은 방패 기사단을 필두로 서대륙 각국의 군대와 신성 의용군이 나타나 마신이 불러들인 지하 마족과 마수들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천사들보다 약하다지만, 숫자는 월등히 많은 그들의 가세는 전세를 뒤집어 놓기 충분했다.
“크흥! 이놈들, 멋대로 남의 나라에 들어오다니!”
“불만 있으면 나중에 싸우던가.”
“오냐, 네놈의 기사단령에 제일 먼저 쳐들어가 주마!”
이렇게 샤루크와 클로드가 등을 맞대고 싸우고 있을 때,
기간트에 탄 필리프는 황급히 세계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쿵쿵쿵쿵!
‘리브나 다른 일행들은 괜찮을까?’
그가 출발했을 때, 남겨둔 일행들은 천사들과 함께 몰려오는 지하 마족과 마수들을 가로막았다.
모두의 실력이야 잘 알지만, 마신의 소환에 몰려온 적의 숫자가 만만찮다 보니 걱정이 되었다.
‘그래, 그래야겠지.’
마우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인 필리프는 계속 전진해 나갔다.
도중에 땅속에서 웜이나 두더지 형상의 마수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었지만, 기간트의 거검에 한 방에 썰려 나갔다.
“드디어 도착했군!”
쿠콰콰콰쾅!
필리프가 탄 기간트가 마신의 앞에 당도한 순간, 그의 앞으로 큼지막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이리저리 상처를 입고 부서진 방패와 검을 든 그는 바로 전신 발리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