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90
제389화
389화
마계의 관광 사업에 대한 홍보 겸 취재를 허락하고, 미리 회유해둔 신문사의 기자가 다녀가고 얼마 후.
마계의 관광 시설 중 하나인 마계 온천의 대욕탕 안.
그곳을 전세라도 낸 기분을 내며 즐기면서 나는 최근에 발행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마계 관광 사업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고, 나는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신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디~ 찔러 준 만큼 잘 써 줬겠지?”
두둑이 찔러 주기도 했고, 거기다 유망한 관광지를 마음껏 즐겼다고도 하니까.
분명 호의적으로 써 줬을 거야.
나는 그리 확신하며 그 밀네인인가 뭔가 하는 기자가 쓴 기사를 읽어 보기 시작했다.
마계의 문이 개통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제국민이라면……. 그리고 제국 밖에서 소식을 들은 이들도 누구나 알 것이다.
기자는 제국에서 추진하는 마계와의 교역 사업 중 새로이 추가되는 사업을 이번 기사의 주제로 삼아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다.
마계의 관광 사업.
지금껏 실존하는지조차도 의심스러웠던 악마의 세계에 인간이 직접 관광과 휴식을 위해 찾아가는 시대가 펼쳐진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는 인간 세계에서는 절대 느껴 보지 못할 세상이 펼쳐진다. 기자는 단지 그렇게만 말해 두겠다.
그곳에서 보게 된 것을 전부 낱낱이 기록하고 싶지만, 그래서야 이 놀라운 기대감을 그저 떨어트리는 일이 되고 말 것이라는 당부를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곳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관광지를 직접 기획하고, 그 유명한 ‘시안 알케우스’의 파트너로 잘 알려진 마왕 에밀리를 직접 배알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마왕 에밀리는 시안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흑마법에 재능이 있던 소년이 어느 악마를 소환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그 소년이 얼마 되지도 않아 이 세상의 영웅으로 수많은 성과를 맺게 되는 이야기를…….
흑마법의 영웅이자, 마계와 인간계의 중개인이라 불리는 그 소년의 이야기는 이 이후의 특집에 자세히 기술하도록 하겠다.
그런 영웅이 추진하는 마계의 관광지.
틀림없이 제국민의 기대를 모으기에는 충분하고, 그 기대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을 확신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그 관광지에 종사하는 악마 서큐버스와 인큐버스의 접대라고 살짝 귀띔해 둔다.
-제국 에스켈 신문사, 밀네인 기자
“응. 그러네.”
해당 기사를 쭉 훑어보고 난 뒤.
그 뒤에는 잠깐의 침묵 후 예정에도 없는 특별 칼럼으로 게재된 ‘마왕이 보증하는 시안의 일대기’를 보고 그 신문을 뒤로 던졌다.
“야……. 에밀리.”
“어머, 왜 그러니? 기대했던 기사가 아니었던 걸까.”
그리고 마침, 내 옆에 있는 에밀리에게 묻는다.
당연하다는 듯 붙어 있는 이 신생 마왕은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는 중이다.
“왜 마계 관광지 홍보 기사가 내 인생의 요약기가 돼 버린 거야? 이거 말해 준 거 너지? 아니, 너밖에 없잖아.”
“후후……. 그 기자라는 인간이 어찌나 열심히 묻던지.”
“……관광지에 관해 쓰게 해야지. 관광지!”
뭐, 다행히 반응은 호의적인 모양이고.
얼마 뒤에 열릴 마계 1차 투어의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이름값인가.
하지만 내 일대기를 팔아먹은 것은 부끄러운데.
“참나, 역시 내가 직접 안내했어야 했나.”
“시안도 일이 있었잖니? 흑철의 마왕의 영지에 있었지?”
“흑마법 클래스 풋내기들 굴릴 수련장으로 그쪽 영지를 빌릴까 하거든. 다행히 그 무식한 마왕도 관심이 있는 거 같고.”
아예 인간계 맹자들을 다 데려와서 훈련을 겸해서 놀아 줄 수도 있다고 흑철의 마왕은 의욕적으로 말했다.
……마계의 훈련 캠프라. 그것도 꽤 돈벌이가 될 거 같네.
“거기다 선견의 마왕도 소식을 듣고 뭔가 일을 벌일 게 없을까 고민하는 모양이고.”
“의외네. 그 마왕들은 머리가 굳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변하면 인간이든 악마든 생각하는 게 달라지는 법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인간이 마계에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고, 망할 것이 확실하다던 세상도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
“……본래는 있을 리 없는 풍경이니.”
게임만으로 보았던 엔딩 같은 것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고, 펼쳐질 일도 없다.
세상은 평화롭고 나도 여전히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으니.
정말로 걱정 따위 하나 없네!
‘무엇보다 더는 내가 아는 게임에 해당하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
게임의 등장인물로만 알고 있던 이들도 이제는 게임 속과 다른 인생을 각자 원하는 대로 살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것이 아쉬울 리 없었다.
세상에는 해피 엔딩이든 배드 엔딩이든 그런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
엔딩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한 세상은 없다.
삶은 이어지고, 내키는 대로 즐기면서 살기만 하면 그만이니.
내가 이 세상에 사는 오직 하나뿐인 이유다.
“그럼 시안? 이제 여기에 집중하지 그러니?”
성실한 것도 좋지만, 평화로우니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에밀리가 가볍게 내 어깨 부근을 간질였다.
“곧 있으면 이곳은 인간들도 악마도 많아져서 활기차질 거란다. 그러니 먼저 느긋하게 즐겨야 하지 않겠니?”
“맞는 말이군.”
지금 나와 에밀리가 놀고 있는 이 온천처럼.
“내가 제안했지만, 꽤 괜찮은 거 같단 말이야.”
악마의 힘으로 대량의 물을 소환하고 그것을 마계의 기운을 이용하여 데워서 말 그대로 마계의 온천을 만들었다.
거기에 마계의 특수한 마기의 농도를 잘만 조절하면 단순히 뜨거운 물 정도가 아니라 일부 효과를 가진 시설로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정말로 좋은 곳이야.”
독도 극소량이면 약효를 본다는 뜻처럼.
요컨대 이 악마가 가득한 세상의 자원도 여러모로 유용하다는 뜻이다.
“악마용으로는 좀 더 자극적인 물이 좋으려나?”
“그건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고. 인간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거든.”
“후후, 그럼 최근에 여기에 정착한 아이들이라도 불러 줄까?”
“……괜한 소문이 날 거 같으니 사양하지.”
그렇지 않아도 내가 수많은 음마들을 거느리며 호화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모함도 들린다고.
……그 정도까진 아닌데.
“응, 그 이상이지?”
“아니거든? ……하여튼 반쯤 충동적으로 생각한 마계의 관광지도 꽤 괜찮은 거 같아.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전에 몇 명 더 초대해서 즐기게 해도 되려나.”
“얼마든지 부르렴. 이곳은 이 누나의 영지이기도 하니까.”
흔쾌히 자랑하듯 에밀리는 어깨를 펴며 자신의 나신이 고스란히 보임에도 상관없어하는 몸짓으로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의외이긴 했어. 에밀리.”
“……?”
“내가 조르긴 했지만, 네 영지에 이렇게 관광지를 차리자고 한 거 정말로 허가해도 됐어?”
“섭섭한 소리 마렴. 시안. 네가 바란 시점에서 그건 추구해도 되는 소망이란다.”
“무슨 뜻이야?”
“이곳을 이렇게 만들어 준 것도 시안 너와의 계약이 가져온 것이니까.”
이 풍경도 그리고 이 평화도 나의 공적이다. 에밀리는 극찬하듯 그리 말했다.
“네가 본 미래에는 없는 광경이지?”
“……그렇지.”
에밀리는 ‘게임’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알던 미래는 모든 것이 끔찍하다는 것뿐.
무엇보다 내가 죽어 버릴 테고.
그 끔찍한 미래를 막고자 노력했고, 지금의 이 평화도 그 결과 얻게 된 것이라는 것.
“시안, 네가 본 ‘미래’의 정체는 역시 잘 모르겠지만, 이게 네가 원하던 거였잖니. 그럼 누려도 되는 거란다.”
“뭐, 신생 마왕님이 통 크게 허락해 줬으니 알차게 써먹어는 줄게. 마계든 뭐든.”
“후훗, 그리고 무슨 일이든 있으면 언제든 불러 주렴.”
“그럴 생각이야. 싫어도 말이지.”
“그래, 계약은 계속 이어지니까.”
본래라면 모든 것은 비극으로 끝난다고 한다.
세계 이전에 나 ‘시안’의 일상도.
그러나 이제는 그 지식을 마음껏 비웃어 줄 수 있었다.
뭐가 배드 엔딩인데?
“뭐, 이젠 나도 앞날을 모르지만, 뭐든 잘되겠지.”
이제는 나도 미래를 모른다.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다.
어찌 될지 모르는 인생을…… 세상을 앞에 두고 자신의 힘과 지혜로 고난을 헤쳐 나간다.
이제야 이 세상은 게임으로 알고 있던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살아가는 곳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니 무엇이 일어나도 괜찮을 거란다, 시안.”
“……뭐?”
“걱정 마렴.”
마치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금은 이해한다는 듯 에밀리가 말했다.
그러고는 토닥이듯 슬며시 안으며 말해 주었다.
“더는 네가 솔선해서 애쓰지 않아도 세상은 그리고 인간도 악마도 전부 잘해 나갈 거란다.”
“……나도 알아.”
잘 알고 있다.
나는 주인공처럼 헌신할 타입은 아니라는 걸.
할 만큼 해 줬으니 더는 애쓸 필요가 없지.
이제부터는 내 멋대로 활개를 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욕망을 위해서만 힘쓸 생각이야.”
“흐음? 그거 다를 게 있을까?”
“다르거든!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놀고 싶다! 그거지!”
“아하~ 그럼 이제는 과감하게 나라 하나를 날려 버려도 되겠네. 그건 즐겁겠네.”
“……그 정도까진 안 해. 이 악마야!”
욕망대로라지만, 상식적인 욕망대로 살 거거든요.
하여튼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다.
인생도 세상도.
나는 두 팔을 쭉 펼치고 이제야 긴장을 풀고 마음가짐을 바꾼다.
“그렇게 되었으니 이후에도 잘 부탁한다. ……마계의 최고 악마.”
“얼마든지. 최고의 인간.”
그리고 아마 이 녀석과의 관계도 질리지 않고도 계속 이어지겠지.
* * *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기척이 느껴진다.
얼마나 있는 걸까. ……무의식적으로 셀 뻔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굳이 싸울 것도 아닌데.
나는 어이없다는 듯 입가를 실룩이며 그 기척들의 앞으로 나섰다.
인간과 악마들.
오늘 공개되는, 마계의 관광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자리를……. 이 순간을 기다려 주고 있는 손님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시안.
“이번만큼은 귀찮다고 하면 안 되겠지.”
머릿속에 몇 번이고 외워 둔 연설문을 적당히 되새기며, 나는 그들의 앞에 나섰다.
굳이 지시하지도 않았는데도 알아서 조용히 이쪽을 향해 주목한다.
참 출세했네.
속으로 그리 되뇌며 나는 그들에게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하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계 그리고 마계를 통틀어 오늘 이 순간을 고대해 주신 손님들.”
나 시안은 그들의 앞에서 이때를 기다려 준 것에 진심 어린 감사의 말을 꺼내며 연설을 시작했다.
“인간계와 마계를 잇는 통로가 개방되고, 이번에는 이곳에 두 세계의 모든 손님들이 즐거이 지낼 수 있는 휴식의 땅을 열게 되었습니다.”
인간도, 악마도 누구든 환영하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장소를.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여러분들이 많이 즐겨 주시면 저도 쏠쏠하게 벌겠지요.”
약간의 자잘한 사심도.
나는 가감 없이 농담이라도 하듯 말했다.
“그리고 이곳은 제가 하는 일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더욱 많은 것을 해내겠다.
“네? 이후에는 무엇을 하겠느냐고요? 글쎄요. 그건 저도 이곳을 찾은 여러분들처럼 느긋하게 지내면서 생각해 볼까 합니다.”
그것이 노는 것이든 혹은 만약에 알지 못하는 위기가 찾아와 그에 대처하는 것이든.
걱정 따위는 일절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당당하게 즐기면서 맞이할 생각이니.
“그러니 이후에도 저 시안의 인생과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