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503
501.
한 노인과 귀여워 보이는 손자가 두런두런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있 다.
“할아버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요?”
“허허! 엉망진창으로 군생활 해버 렸지.”
“아!”
이름이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노 인은 두꺼운 책을 덮었다.
용사의 비사라고 적혀 있는 그 두 꺼운 책은 금단의 마서로 결코 외부 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
“이제 그만 나가서 놀려무나.”
“예! 할아버지!”
손자는 노인의 말에 밖으로 뛰어나 갔다.
그렇게 뛰어나가는 도중에 한 쪽 구석에 기대어 있던 못이 박힌 몽둥 이가 손자의 발에 치여 방바닥에 나 뒹굴었다.
노인은 지팡이로는 영 못 쓸 것 같은 못 박힌 몽둥이를 다시 주워 한쪽 벽에 기대어 놓았다.
노인이 방문 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한 인간 남자가 노인에게로 달려들었다.
푹! 푹! 푹!
인간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연 신 노인의 배때기에 칼빵을 놓았다.
뚝배기였다면 저항을 했을 수도 있 었지만 배때기는 평화로운 군생활이 지속 되는 동안에도 단련을 하지 않 았기에 칼날이 노인의 배때기 구경 을 실컷 했다.
“쿨럭! 고…고마 해라. 마…마이 묵었다 아니가.” 노인은 너무 많이 먹은 칼빵에 물 려서 그만 하라는 말을 하며 자신을 암살하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 다.
“주…중구가 시키…드나?”
죽는 순간까지도 드립을 멈추지 않 는 노인은 이제 별로 삶의 의지도 없었다.
그래도 왜 죽는지는 궁금했는지 흉 수를 묻는 노인의 말에 황금색 머리 카락을 하고 있는 남자의 입이 마침 내 열렸다.
“어머니의 원수.”
“어머니? 무슨 어머니? 쿨럭!” 몬생 똑바로 산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에게 원한 산 건 아로네 상병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노인이었다.
허구헌 날 노인 때문에 내가 못 살아를 입에 달고 지냈던 아로네 상 병이었다.
‘그 여편네가 나 몰래 어디서 사고 쳤나?’
승모근이 꿈틀거리기는 했지만 그 럴 양반은 아닌데라는 의문이 노인 의 눈빛에서 스칠 때 정체불명의 인 간 남자는 비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나의 어머니. 바로 성녀시다.”
“성녀? 서…설마?”
노인은 남자의 말에 용사들을 소환 했던 성녀를 떠올렸다.
아로네 상병이 성녀를 찾기 위해 온 대륙을 다 뒤졌지만 결국 발견을 할 수 없었던 성녀였다.
“그…그랬던 건가?”
“죽어라.”
그랬다.
인간 남자는 성녀에게서 태어난 다 섯 번째 용사였던 것이다.
노인은 그렇게 다섯 번째 용사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CUT!
한 남자의 외침 소리와 함께 피범 벅이던 노인이 눈을 떴다.
그리고 주변에서 온통 박수소리가 나왔다.
“수고 하셨습니다!”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감독님 수고하셨어요!”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모를 스태프 들이 나타나서는 연신 감격의 인사 를 나눴다.
“아우! 배때기야. 다들 고생했네.”
노인 아니 베켄 아니 김철우는 코 믹 판타지 시트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의 촬영을 마치고서 는 감독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끝나니까 시원섭섭하네요. 감독님.”
“아이구! 그러게 말이야. 고생 했 어. 베켄 씨. 아니 철우 씨. 아주 베 켄이라는 이름이 입에 붙어 버렸 네.”
“하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제가 베켄인지 김철우인지 모를 정도입니 다.”
혼신의 연기를 펼친 덕분에 모두가 성공적인 촬영이 되었다.
“자! 다들 기념사진 한 장 찍게 다 모이라고 해요.”
“예! 감독님!”
지금까지 촬영을 함께 했던 배우들 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우! 이거 특수 분장 이제 안 해 도 돼서 속이 다 시원하네.”
“도그 씨 고생 하셨어요.”
“아닙니다. 시라소니 씨가 더 고생 하셨죠. 몸에 칡넝쿨 둘둘 감느라고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 승모근 이거 떼어내도 되요?”
“기념 촬영만 하고 뗄게요.”
우루루 몰려오는 배우들은 수다를 떨며 세트장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 을 찍었다.
다들 환하게 웃으며 찍는 모습을 보니 꽤나 즐거웠던 촬영이었던 것 같다.
무대의 커튼이 내려가고…. 성공적인 코믹 판타지 시트콤 -마 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의 종 방연 겸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베 켄 : 감독님 시청자 분들께 인 사 한 번 하시죠.
감 독 : 안녕하십니까. 마전명을 사랑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 의 인사를 드립니다.
베 켄 : 촬영 중에 정말 고생을 많 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감 독 : 고생은요. 다 현장 스태프 들과 배우 분들이 고생을 한 거죠. 제가 뭐 한 것이 있습니까. 하하하!
베 켄 : 이렇게 완결이 되기는 했 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시나리오가 왜 이런 겁니까?
감 독 : 시나리오가 왜요? 처음부 터 탄탄한 구성으로 진행한 건데. 시청률도 잘 나와 줬고.
아로네 : 저한테 처음에는 청순가 련 캐릭터 역이라고 하셨잖아요. 대 본 갑자기 왜 바꾸신 거예요? 저한 테 왜 그러신 거냐구요?
감 독 : 제가요? 언…. 어? 승모근 안 떼고 왔어요?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별 다른 문 제없이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베 켄 : 저도 할 말이 참 많습니다 만 일단 촬영 중에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거 있으시다면서요?
감 독 : 아! 예! 하하하! 뭐 비하 인드 스토리 같은 것은 딱히 많지는 않습니다만 역시 첫 번째는 표지 문 제가 있겠네요.
베 켄 : 표지가 왜요?
감 독 : 아! 처음 작품 구상할 때 표지에 오류가 두 개 있었거든요. 하나는 드래곤이고 다른 하나는 뿔
이었어요.
베 켄 : 뿔이라면 저도 들어서 알 고 있습니다. 투구 뿔이 한 영화를 연상케 했죠. 원래 신경 안 쓰려고 했다가 표지 바꾸기 힘들다고 해서 뿔 에피소드 넣었었죠.
감 독 : 예. 필요 없는 부분이었는 데 투구 뿔이 왜 나와야 하나하는 이유 때문에 등장한 에피소드였지 요. 그리고 드래곤도 사실 마전명에 등장을 할 예정이 없었습니다.
베 켄 : 예? 해즈링 등장 못 할 뻔 했단 말인가요?
감 독 : 예. 처음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표지에 드래곤이 떡하니 등 장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섭 외를 해야 했습니다.
베 켄 : 아!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 요. 아! 그러고 보니 PPL이 참 많았 는데 광고 협찬 받으신 건가요?
감 독 : 제작비 문제로 협찬 받고 싶었지요. 그런데 한 곳도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오}! 너무하더라고.
베 켄 : 아! 그래서 우리 출연료가 그 따위였구나.
감 독 : CG 작업에 돈이 많이 들 어서.
베 켄 : 구☆치네. 아! 죄송합니다. 편집 해 주세요. 그러고 고소 안 당 한 것이 다행이지. 이 양반이.
감 독 : 큼! 일단 그렇다고 칩시 다. 광고 받고 싶습니다!
베 켄 : 다음 질문 드릴게요. 본래 결말을 이렇게 생각 하고 계셨던 건 가요?
감 독 : 그 결말은 니가 싫다며.
베 켄 : 아! 그럼 그 결말로 가자 고? 내가 전역하고 예비군 소집 통 지서 날아와서 다시 예비군 갔는데 마왕군에는 예비군 퇴소가 없어서 계속 군생활 하는 걸로? 아! 진짜 선 넘네. 인생 그렇게 살래?
감 독 : 진짜 그래서 바꿔 줬잖아.
베 켄 : 그게 칼빵 맞는 거잖아! 중구가 시키드나? 어디서 그런 못된 대사 가지고 와서는!
감 독 : 아무튼 그 결말은 100화 안쪽에서 구상되던 거라 폐기하기로 하고 이번 결말로 확정되었습니다. 엔딩도 시청자분들의 뚝배기를 깨고 싶었거든요. 마지막 결말 대충 짐작 했잖아요. 성녀도 살려주고 성녀가 마지막 용사도 낳고 떡밥 회수 해야 죠. 그래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못했 던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최초 커튼 콜 엔딩이 나온 것이죠. 베 켄 : 정말로 최초로 시도 된 엔 딩 맞습니까? 다 확인해 보셨어요?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감 독 : 책임 못 집니다. 한 해에 작품들이 얼마나 많이 나오고 지금 까지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 데 그거 다 확인 어떻게 합니까? 그냥 우기는 거지, 내가 판타지 시 트콤 최초 커튼콜 엔딩 했다아!
베 켄 : 그러다가 고소당해요.
감 독 : 죄송합니다. 제가 확인을 해 보지 못해서 커튼 콜 엔딩 최초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베 켄 : 좋습니다. 후우! 본래 몇 부작 생각하셨던 건가요? 이렇게 길 게 생각 안하셨잖아요.
감 독 : 본래는 250화에서 300하 생각하기는 했지요. 그런데 왠 걸.
베 켄 : 이렇게 잘 나갈지 몰랐죠. 저도 예상 못했습니다. 200화 출연 에 옵션 추가 촬영으로 계약 했으니 까요. 덕분에 주인공 바뀔 뻔 했죠?
감 독 : 인지도 올렸잖아. 다음 작 품도 같이 가자. 형이 잘 해 줄게.
베 켄 :(감독을 빤히 쳐다본다.)
감 독 : 에이! 다음 작에는 고생 많이 안 시킬게. 한 번 속았지만 한 번만 더 속아 줘.
베 켄 : 연예. 키스신.
감 독 : 바랄 걸 바라라. 여배우 섭외 안 된다니까. 그러면.
베 켄 : 다음 차기작 구상하고 계 십니까? 아! 혹시 2부 생각 중이신 가요?
감 독 : 2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전도 없을 겁니다. 신작 시나리오는 작업 중입니다. 물론 엔 딩은 똑같지 않을 거고 세계관 공유 는 없을 겁니다.
베 켄 : 아재 드립?
감 독 : 당연히 온갖 드립의 향연 이 될 것이고 이번처럼 스토리 쭉쭉 안 뽑고 떡밥도 한 두 개씩 막 빠 트리고 할 겁니다. 다 챙기기 힘들 어요.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어.
베 켄 : 아! 그래서 이 바닥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그래요. 좀 더 치밀하고 스토리 중심으로다가 필력 끝내주게 해야지. 이 바닥 만만해 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셔야 지!
감 독 : 야! 우리는 B급 감성 마이 너 제작사인데 S급들이 널리고 널렸 는데 그거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져! 얇고 길게 가자!
베 켄 : 하긴 우리 감독님 능력이 이 정도여서 안 되지.
감 독 : 너도 그런데 가서 연기 못 해. 나니까 너 써주지.
베 켄 : 그럼 차기작은 기대하지 않기로 하고 이번 작품에서 최애캐 릭터 있나요?
감 독 : 구블.
베 켄 : 왜요?
감 독 : 늑대 인간이잖아. 늑대 인 간이면 최애캐 하지.
베 켄 : 그 이유로 끝?
감 독 : 끝.
베 켄 : 그러면 이번 작품 최고의 악역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감 독 : 성녀지. 당연히.
성 녀 : 감독님. 저 그렇게 나쁜 애 아니에요. 다음 출연 없을 줄 아 세요.
감 독 : 아니! 성녀야! 그게 아니 고! 성녀야아!
베 켄 : 그럼 이 작품에 등장 시키 려다가 못 시킨 캐릭터 혹시 있나 요?
감 독 : 많기는 한데 뱀파이어도 등장 못 시켰고 서큐버스 에피소드 도 다소 부실했고 다크 엘프나. 아 무튼 많지. 성녀야 내가 잘못했다. 돌아와 다오.
베 켄 : 평소 뭔 생각하고 살아요?
감 독 : 아무 생각도 안 해. 그냥 시청자 게시판 댓글 보며 힐링해.
베 켄 : 에피소드하고 드립들은 다 어디서 찾는 겁니까?
감 독 : 인터넷 커뮤니티.
베 켄 : 막 이상한 거 하는 거 아 니시죠?
감 독 : 나 눈팅족이야. 그리고 SNS도 안 해. 스마트폰 뱅킹도 어 떻게 하는지 몰라. 카카오 페이도 없어.
베 켄 : 나이가 몇 살이에요?
감 독 : 40대야.
베 켄 : 아재네. 아재야. 어쩐지 젊은 감성은 아니었네. 아무튼 길었 는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을 게 요. 대체 이 작품 장르가 정확하게 뭡니까?
감 독 : 힐링물?
베 켄 : 팍씨!
지금까지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 니다를 사랑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완결]
특별편
카페 안.
(두둥! 두둥! 둥! 둥! 둥! – 대충 저작권 때문에 요즘 최신곡으로 음악 흘러나오는 중.)
카페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쓴 남자 한 명이 들어온다.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준수해서 카페 안에는 5인 이상 모여있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먼저 와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여! 베켄!”
“감독님! 촬영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베켄입니까!”
베켄 아니 배우 김철우는 오랜만에 연락이 온 전 시트콤 감독의 농담에 투덜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커피?”
“카라멜 마끼아또로요.”
달달하면서도 그윽한 음료가 나오자 김철우는 자신을 불러낸 감독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부르셨어요.”
“야! 특별편 하나 찍자.”
“에이! 뭔 특별편입니까! 특별편이.”
김철우는 손사래를 쳤다.
촬영을 하며 고생을 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잠을 잘 때 불쑥불쑥 튀어나와 이불을 발로 찰 정도였다.
“그러지 말고. 차기작 홍보도 겸해서 못다한 에피소드들도 있잖아. 한 편만 찍자.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분이 계시겠어요?”
“계실 거야. 아무튼 한 편만. 딱 한 편.”
“뭔데요? 뭐 찍으시려고?”
“아로네하고 결혼식 하는 거.”
“에이! 그거 미혼남녀들을 결혼시키려는 정부의 술책이거나 음모라고 욕먹어요. 설마 정부 돈 받으신 거 아니죠? 나중에 큰일 나요. 눈먼 돈이라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마전명이 그 정도로 영향력 있지는 않잖아.”
“그건 그러네요. 다음 작도 PPL 안 들어와요?”
“그냥 막 던져 봐야지. 언젠가 하나 안 걸리겠냐. 제작비 때문에 나도 골치다.”
출산율 저하로 미혼남녀의 결혼을 장려하는 정부 시책에 맞게 행복한 결혼식 장면을 연출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김철우는 한숨이 나왔다.
문제는 다음 차기작 홍보 문제도 있었기에 김철우는 두 눈 딱 감고 찍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딴 한 편 만입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진행한다.”
“알아서 하세요. 오랜만에 애들 보겠네.”
김철우는 반가운 얼굴들을 보겠다며 기대가 되었다.
배우 대기실.
“아이고! 형님!”
“어! 왔어?”
촬영 분장 중에 몬스터들이 들어왔다.
구블도 오고 우륵도 오고 도그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베켄의 분장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게 몇 달만이여.”
“어제 방역 지침 지키면서 9시 전에 밥 먹었잖아.”
“아! 그랬지?”
구블은 자신의 뒷머리를 끄적이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아직 분장이 다 마르지 않아 미소가 어설펐다
.“아로네 상병님 대기실 가 보셨어요?”
“아니 아직.”
“거기 장난 아니던데요.”
“왜?”
“완전 이뻐!”
아로네는 신부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베켄도 멋드러진 턱시도를 입고 신랑 화장 중이었으니 결국 베켄과 아로네의 결혼식이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승모근이 더 커진 거 같던데. 승모근 엄청 조졌나 봐요.”
“요즘 헬스장 못 가잖아.”
“홈트.”
“아!”
베켄은 마전명 촬영 첫날을 떠올렸다.
그 때는 아로네도 단역으로 끝날지 비중이 높을지 알 수 없었을 때였다.
6소대에게 잡아먹히는 씬도 촬영을 했을 정도였으니 여차하면 초반에 끝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로네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승모근을 키우기 위해 촬영장 밖에서도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로네의 승모근이 있었던 것이다.
촬영이 끝났음에도 몸을 단련하고 있는 아로네의 모습이 베켄은 두려울 정도였다.
“야! 나보다 더 세진 거 아냐?”
“설정 상 그렇게 될 걸요. 어차피 지금 베켄 뱀 누구하고 싸울 것도 아니잖아요. 특별편인데.”
“그러긴 하지. 아니야. 조심해야 될 거야. 아로네가 병장 집념이 엄청났잖아.”
“오호! 결혼식 겸 타이틀 매치?”
분명 대본에는 없었지만, 감독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2부 시작일 수도 있어.”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야! 만수야! 소속사에서 아무 말도 없었지?”
구블은 자신의 매니저에게 뭔가를 물었지만 매니저인 만수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다들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을 했다.
“참! 보르하고 여신님 결혼식도 한다며.”
“예! 보르 천신 즉위식 하고 여신님 눈물의 결혼식 하게 될 거래요. 설정상 둘 사이에 태어난 신이 어쩌고저쩌고 할 거라는데 어차피 그 거야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고요.”
“그렇겠지. 설정상이야 아무 말 대잔치이지.”
“그리고 결혼식 끝나고 개통식 참석도 해야 한다던데요.”
“아! 그 소대장님이 뚫은 거?”
“예. 마무리 공사 진행 중이라고. 개통식 먼저 한데요. 아마 베켄 뱀하고 아로네 상병님 거기 거쳐서 신혼여행 갈 것 같던데요.”
“그래. 거기가 그렇게 이용이 되네. 아무튼 슬슬 촬영 시작할 것 같으니까. 가서 준비하자고.”
“예.”
베켄은 화장이 끝나자 자신의 소품을 챙겼다.
“오랜만이네. 못 박힌 몽둥이.”
못 박힌 몽둥이를 손에 쥐자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김철우에서 베켄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촬영 스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커다란 세트장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았고 수많은 카메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를 했다.
딱!
촬영 슬레이트가 쳐졌다.
.
.
.
“베켄 뱀.”
“왜?”
막사에 앉아 한글 받아쓰기 채점 중인 베켄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위 도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을 했다.
“에이! 거 몬스터가 말을 하면 좀 쳐다나 보지 말입니다!”
“시끄러. 뭔 말이 하고 싶은데?”
“아로네 상병님하고 언제 결혼하실 겁니까?”
움찔!
도그의 말에 베켄의 몸이 움찔 떨렸다.
“뭔 결혼이야! 결혼은?”
“다른 애들은 속여도 저 도그는 속일 수 없지 말입니다! 두 몬스터 이제 그만 솔직해질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아로네 상병님 맨날 와서 상체 조지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6소대의 막사 밖에서 상체를 조지고 있는 아로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쟤는 성국에서 조지면 될 걸 왜 여기 와서 저러냐!”
“거 참! 왜긴 왜겠습니까! 뻔하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저러다가 아로네 상병님이 눈 돌아가서 프로포즈 안 해주는 베켄 뱀 허리를 접어버리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베켄은 자신을 뛰어넘어 버린 것 같은 아로네가 자신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리는 것을 떠올리고서는 몸을 떨었다.
베켄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릴 때 막사의 문이 열리며 상체를 한껏 조진 아로네가 들어왔다.
“멸망! 아로네 상병님! 수고하셨습니다.”
“어! 그래. 오늘 암구호 뭐냐?”
“마왕! 퇴직연금입니다.”
“아! 그래.”
오늘의 암구호를 알게 된 아로네는 베켄의 목소리를 들었다.
“너 왜 계속 여기 와서 몸 조지냐!”
“아! 요즘 밤만 되면 몸에서 열이 나서 몸 조지고 있습니다.”
아로네는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밤만 되면 몸에 열이 올라서 잠이 오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성국에서 조지면 뭔가 부족함이 느껴져 6소대 헬스장을 찾고 있었다.
베켄은 그런 아로네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더욱 두려워졌다.
아로네의 승모근이 더욱 두툼해지기 전에 데이샤 공주에게 반지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좀 씻고 오겠습니다.”
“어? 왜?”
아로네가 씻고 온다는 말에 베켄은 옷매무새를 조였다.
그리고 그때 하늘 위에서 엄청난 빛이 6소대 앞에 쏟아졌다.
번쩍!
“아! 또 왜에? 뭔데?”
갑자기 하늘 위에서 쏟아진 빛줄기에 다들 시작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빛줄기 속에서 한 존재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나타났다.
“나 강림!”
“뭐야? 보르잖아.”
“보르 상병님?”
하늘 위에서 떨어진 존재는 다름 아닌 6소대 소속의 보르 상병이었다.
천신으로 선택되어 천신의 시험을 수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야! 보르야! 너 뭐야?”
“아! 베켄 뱀! 아로네 상병님! 저 천신 시험 다 끝냈습니다.”
“아! 그래? 야! 축하한다. 니가 할 수 있을지 알았다.”
베켄은 마침내 천신이 된 보르를 축하했다.
천신이 되면서 천계에서 하계로 강림을 할 수 있게 된 듯 했다.
“히히! 아! 참! 저 결혼 합니다.”
“오! 마침내 여신님하고 결혼하는 거야?”
“예. 여신님 봉인하고 있던 거 깨부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천신이 되어 버린 보르는 여신을 봉인하고 있던 결계를 부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결혼할 일만 남아서 6소대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려는 것이었다.
“보르가 우리 중에 가장 출세했어.”
“그러게 말이야. 보르 결혼식이면 꼭 가야지.”
6소대는 전부 보르의 결혼식에 참석을 하기 위해 천계로 가기로 했다.
아로네도 자신의 상관인 여신의 결혼식에 빠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6소대가 천계로 올라가고 천신과 여신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리게 되었다.
딴딴따딴! 딴딴따딴!
천상의 음악이 연주되고 천신의 신전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보르와 너무나도 기쁜지 두 눈의 마스카라가 잔뜩 번진 채로 울고 있는 여신이 얼마 전에 마왕을 은퇴한 전 마왕이 긴장한 채로 서 있는 단상으로 걸어갔다.
“큼! 큼!”
전 마왕은 결혼식 축사를 해 달라는 부탁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베켄 병장하고 아로네 상병 결혼식인지 알았는데.’
결혼식의 당사자는 베켄과 아로네가 아니라 무려 천신과 여신이었다.
전 마왕 오드리안 벨 쿠루거는 자신이 주례를 서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런 걱정은 늦은 듯했다.
“큼! 천신 보르 군과 여신 빙그레 양은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 하실 것을 맹세하십니까.”
수명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신들에게 전 마왕이 저주를 날리고 있다.
“영원히는 좀 빼주시죠.”
“아! 큼! 그럼 영원히는 빼고 사랑하시겠습니까?”
“예!”
신이 난 보르와는 달리 여신은 고개를 숙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흐윽! 어쩌겠어요. 제가 뿌린 씨인데.”
성녀를 잘못 들인 죄로 자신의 원대했던 계획이 와장창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들 행복하게 잘 살게요!”
“축하해!”
“자! 신부님! 부케 던지기 가실게요!”
다음 생의 무덤으로 가게 될 존재를 선택하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신은 합법적이고 축복스러운 저주를 내릴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에 두 눈이 번득였다.
목표는….
‘너다! 생퀴야.’
힘차게 의도적으로 던진 여신의 부케는 한 여인의 손에 들어갔다.
“응?”
아로네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부케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저기 저는 성녀라 결혼 못하는….”
“아니야. 해! 여신이 허락할게! 무조건 해!”
본래라면 성녀는 혼자 살아야 했다.
밤에 몸에서 열이 나 뛰어다녀도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이 성녀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직속 상관인 여신이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 누가 태클을 걸 수 있을까.
아로네는 힐끔 뒷걸음질하려다가 걸린 베켄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약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아로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베켄도 아니라면 아로네를 이길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천신마저도 명절 때마다 성녀인 자신에게 찾아와 선물 주고 갈 정도였으니 아로네보다 강한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아로네의 모습에 베켄은 자신의 운명이 처음부터 결정되었음을 깨달았다.
“아로네.”
오해만 있었고 썸 다운 썸 하나 없었지만, 출산율을 올리고자 하는 정부의 음모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베켄은 아로네의 승모근에 손을 올리고….
‘어우야. 낮져밤져 되겠다.’
자고로 아내에게 져줘야 가정의 평화가 이루어지는 법이다.
가정이 평화로워야 6소대도 평화롭고 마계도 평화로우며 천계와 공존계가 함께 평화로운 법이다.
그렇게 온 우주의 평화를 위해 베켄과 아로네는 하나 되는 일만 남게 되었다.
“베켄 뱀. 아로네 상병님 풀어놓지 말고 끝까지 사셔야 하지 말입니다.”
“이제 세상은 평화롭겠네.”
“끝났나?”
“아! 그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누군가의 입에서 마법의 문장이 말해지고 나자 다들 기겁을 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사악한 마수가 들이밀어 졌다.
깡!
하계.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공사가 마침내 끝나려고 했다.
“하베르 소대장님! 우리가 해냈습니다!”
“그래! 해냈다! 해냈어! 마침내 해냈어!”
하베르는 자신들이 마침내 베네네스 하이웨이를 개통하는 것에 성공을 했다는 사실에 감격을 했다.
마계와 공존계를 가로막고 있던 절대적인 장벽을 뚫은 것이다.
다들 기뻐하며 그 동안의 고생을 자축할 때 베네네스 하이웨이의 정상부에서 알 수 없는 진동이 느껴졌다.
“지진인가?”
“눈사태 아냐? 하아! 여긴 맨날 눈사태야!”
난공사 도중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몇 번의 눈사태가 났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계에서도 군인에게 눈이란 치워야 하는 것이었기에 짜증은 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자고로 도로는 개통보다 관리가 더 중요한 법이다.
그렇게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들려는 하베르 소대는 볼 수 있었다.
“어? 구멍인데?”
“왜? 끝난 거 아니었어?”
천계에서 절망적인 마법의 주문이 시전되었음을 모르는 하베르 소대장은 커다란 검은 구멍 안에서 또 다른 이계의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다.
이계의 마물들은 베네네스 하이웨이를 따라 마계와 공존계를 향해 쏟아졌다.
“와! 우리가 다른 세계와의 길을 뚫었네요.”
“그러게. 세계관 확장을 이렇게 하네.”
이계에 크나큰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계에는 그들이 존재했다.
“야! 계약에 없는 거 집어넣을래! 계약서 가지고 와! 계약서 가지고 오라고!”
천계에서 하계를 내려다 본 베켄은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는 없는 것이냐며 버럭 화를 내었다.
“후후! 베켄 뱀! 시작해볼까요?”
울컥한 베켄과는 달리 아로네는 환하게 웃으며 승모근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후우! 그럼 나도 가 볼까. 핫! 도그!”
도그 또한 온몸에 불길을 휘감은 채로 파워를 올렸다.
“후후! 미쳐 날뛰어 보자고.”
우륵과 구블 그리고 6소대 모두가 각성을 하며 겁도 없이 한국인 묻은 만렙 이계를 넘보는 또 다른 이계의 어리석은 마물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우리가 바로! 최강 6소대다!”
6소대가 출발을 하고 베켄은 한숨을 내쉬다가 못 박힌 몽둥이를 움켜쥐며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말을 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참! 2부 아니니까 기대하지 말고!”
베켄은 6소대를 따라 천계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