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200
니아이스, 플레임, 노움 역시 어린 정령들에게 시달리며 내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제부터 이 차원의 정령왕은.
-니아이스야.
-이 플레임 님이겠구만!
-제가……. 해야겠네요.
-나다.
그렇게 네 정령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던 바로 그때.
비로소 세상은 진정한 평화를 찾게 되었다.
-으아앙!
-어……. 어! 그만 울어!
물론 아직 갈 길은 엄청나게 먼 것 같지만 말이다.
■ 제200편 HAPPY ENDING □
“어이. 니아이스!”
뒤편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난 살며시 뒤를 돌았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당신밖에 없다니까요. 플레임.”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플레임.
그것도 그럴 것이 지금 나를 니아이스라고 부르는 존재는 플레임 하나뿐이다.
니아이스라고 불린 건 벌써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까마득한 과거 얘기.
지금의 난 니아이스가 아닌 물의 정령왕으로 불리고 있다.
-정령왕님! 정령왕님!
해맑은 표정의 어린 정령들이 나를 향해 힘차게 뛰어왔다.
처음에는 어린 정령들을 대하는 게 너무 낯설었지만, 이젠 정령왕들 중 어린 정령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령왕이 되었다.
난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어린 정령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히…….
어린 정령들은 내 손길에 까르륵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어린 정령들을 보살피던 그때.
누군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응?”
난 내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 의아하며 고개를 들었다.
“다들 모이라는 말씀. 잊지 않으셨죠?”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선한 눈빛.
그 눈빛의 주인은 다름 아닌 노움이었다.
땅의 정령왕으로 거듭난 노움에게는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눈물이 많고 겁 역시 많았던 과거의 노움과는 정반대로 지금 땅의 정령왕은 너무나도 믿음직스럽고 또 어른스러웠다.
“기억하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네. 괜찮으시면 지금 같이 가시죠.”
“그러자.”
난 한참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어린 정령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린 정령들은 얼굴에서 아쉬운 티를 숨기지 못했지만, 이내 손을 흔들며 나를 보내 주었다.
난 그렇게 노움과 함께 헌터 기관 상공에 자리한 정령왕의 신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요즘 별일 없지?”
“네. 평소랑 같답니다.”
“다행이네.”
노움과 나는 서로의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걸음을 계속했다.
그렇게 우리가 한참 거리를 걷고 있던 그때.
“일찍 좀 다니지?”
플레임이 저 멀리서 벽에 기댄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들어가지.”
“실피아 그 녀석이랑 둘이 있으면 숨 막혀. 같이 들어가자.”
플레임은 천연덕스럽게 나와 노움 옆에 붙어 걸음을 이었다.
“노움. 별일 없지?”
“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언제쯤 그만두실 건가요?”
“뭐. 평생 하지 않을까?”
“……정말 못 말리시네요.”
플레임은 노움을 향해 실소를 터트렸고 노움은 그런 플레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걸음을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신전 앞에 도착해 있었다.
휘이잉-
푸른빛 바람으로 이루어진 신전의 대문을 열었다.
신전의 대문을 열자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에 미리 와서 앉아 있는 실피아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13초 지각이다. 빨리 앉아.”
실피아는 우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봐 봐. 내가 숨 막힐 것 같다고 했지?”
플레임은 그런 실피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우리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실피아를 따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다들 바쁠 테니 용건만 간단히 하자.”
실피아의 차가운 목소리를 시작으로 정령왕 회의가 시작되었다.
“어린 정령들 체크는 수시로 하고 있지?”
“그럼.”
“어제 정령과 인간 사이에 마찰이 있었던 것 같으니까 한 번 더 알아보고.”
“알겠어요.”
처음에 했던 정령왕의 회의는 그저 선대 정령왕을 흉내 내는 것에 그쳤었다.
하지만 지금 비약적으로 성장한 우리는 선대 정령왕들 이상으로 진지한 회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원칙주의자면서 냉혈한인 실피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회의는 끝내면 될 것 같고.”
실피아가 잇던 말을 잠시 멈추고 나와 정령왕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강호에 대한 거. 아는 사람 없지?”
신전에 침묵이 돌기 시작했다.
강호라는 이름이 들릴 때마다 나를 비롯한 정령왕들은 말이 없어지고는 했다.
강호가 떠난 지 수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우리에게 잠시도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 공유도 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나와 정령왕들이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때 우리는 직접 차원을 이동해 강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카이메로와 같은 존재들을 제외하면 차원을 넘나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호와 키리엘.
둘이 새삼 얼마나 강한지 상기되고는 했다.
“뭐, 다들 예상했잖아. 오늘 회의는 끝. 다들 돌아가도 돼.”
강호라는 이름이 나온 뒤 침묵만 계속되자 실피아는 쓰던 서기를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다른 정령왕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신전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깐. 너는 좀 남아 봐.”
모두 신전 밖으로 나가던 그때.
실피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웠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실피아를 바라봤고 이내 실피아는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조용히 물었다.
“진짜 생각 공유 안 되는 거 맞지. 뭐라도 오면 바로 말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강호와 가장 먼저 만난 정령이고 그만큼 친밀하다고 생각해서일까.
실피아는 다른 녀석들은 실패해도 나만은 강호와 연락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 역시 강호와 그 어떠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너희한테 가장 먼저 말할게. 나라고 특별한 건 아니야.”
난 실피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전했다.
그러자 실피아는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쉬며 내게 말했다.
“그래. 알겠다. 가도 돼.”
“그래. 수고해.”
난 실피아에게 가벼운 손 인사를 건넨 뒤 신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노움과 플레임은 각자 일이 바쁘기에 벌써 돌아간 듯 보였다.
난 홀로 조용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정령왕 회의가 끝날 때마다 항상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외로움과 그리움.
모두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멋진 정령왕이 된 건 정말 좋았다.
어린 정령들을 돌보며 세상의 균형을 잡아 가는 일 역시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젠 그 누구보다 잘해 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정령왕들의 힘과 위치가 커질수록 어깨 역시 무거워졌다.
다른 정령왕들과 마음 편히 차 한잔해 본 지가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너무 바쁜 나날에 치인 탓에 오늘처럼 사소한 안부를 물은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면 항상 바쁘게 각자 위치로 흩어지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너무 외로웠다.
가끔 아무 걱정 없이 함께 모여 주스를 마시던 옛날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외로움보다 더 큰 것은 그리움이었다.
“강호…… 잘 지내겠지. 그래야 할 텐데.”
그 어떤 바쁜 일이 있더라도 회의의 마무리는 변한 적이 없었다.
강호에 대한 연락이나 강호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우리의 마무리는 항상 강호에 대한 것이었다.
다른 차원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우리의 눈으로는 구해지고 있는 다른 차원을 볼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언젠간 다시 볼 강호의 얼굴을 그리워하는 것뿐이었다.
생각보다 그리움은 짙었고 그건 다른 정령왕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하…….”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거리를 걷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들이 인사를 건넸다.
“물의 정령왕! 오랜만이네.”
“어…….”
난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들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네요.”
목소리의 주인들은 다름 아닌 강호의 친구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인간인 그들은 예전보다 많이 늙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과거 모습이 겹쳐 보였기에 그렇게 위화감이 들지는 않았다.
“요즘도 바쁘지?”
“아무래도 그렇네요.”
나와 그들은 시시콜콜한 인사를 나누었다.
강호가 떠난 뒤 강호의 친구들 역시 그의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호가 맡긴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저 혹시 강…….”
“야. 눈치는 좀 챙겨라.”
김관우가 말을 꺼내려 하던 찰나 김대호가 그의 등을 내리치며 그를 말렸다.
아무래도 내게 강호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역시 아는 것은 없었기에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자, 그럼 우리는 갈게. 다음에 또 보자.”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걸 눈치챈 세이캅이 김관우와 김대호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난 그런 그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터덜터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물의 정령왕님?”
“편하게 부르셔도 된다니까요.”
한참 거리를 걷고 있던 내 앞에 이번에는 강호의 선생님이 나타났다.
선생님은 거의 죽다가 살아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에 어린 정령들과 인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애들 가르치는 일은 어때요?”
“원래 내 일이 그건데 뭐.”
난 그런 선생님에게 요즘 안부를 물었고 선생님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하셨다.
“혹시 강호…….”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알려 드릴 테니까.”
“그래……. 고맙다.”
선생님 역시 내게 강호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다 멈칫하셨다.
강호의 이름이 나오자 선생님의 얼굴에 그리움이 가득해지셨다.
물론 나 역시 그 느낌을 알았기에 어깨를 살짝 토닥이며 위로를 건넬 뿐이었다.
“바쁠 텐데 얼른 가.”
“네. 조심히 가세요.”
선생님도 자리를 떠나신 뒤, 난 밀려오는 그리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촤아아아아-
서둘러 내 몸 주위에 푸른 물결을 둘렀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앞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
“니아이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나를 니아이스라고 부르는 건 플레임뿐.
다른 이들은 모두 나를 물의 정령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금 들리는 목소리는 플레임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내 주위를 감싼 물결이 그 목소리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마치 폭죽이 터지듯 나를 감싸던 푸른 물결이 사방으로 흩어져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 반짝거리는 물결을 흩날리며 아주 천천히 뒤를 돌았다.
조금씩 뒤를 돌았다.
마른침을 삼키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었다가 아니겠지, 라고 실망도 하며.
그 짧은 찰나에 난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잘 컸네. 몰라보겠다.”
…….
“나 잊은 거 아니지?”
촤아아아아-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 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강호.
두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해도 강호가 맞았다.
-호야아아아!
난 이제 강호만큼 자란 몸으로 강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세찬 눈물을 쏟아 냈다.
-왜 이제 왔어어어!
세찬 물결 속에 담긴 작은 헝겊 인형이 햇빛에 비쳐 반짝거렸다.
강호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