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성녀 에밀리와의 만남 이후,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전에 돌아왔다. 홀든 영지 내에 있던 디에고교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니, 이제야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시원한 과일차를 내려 한 입 마시며 업무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그냥 쉴까도 생각했지만, 가뜩이나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였다. 잠깐의 게으름 때문에 나중에 ‘아, 그때 일 처리 좀 빨리할걸’ 하고 후회하면 너무 우습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성력이 하루빨리 늘어나야 할 텐데.
일도 일이지만 신경 써야 할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지난번, 노움들로부터 카이로스의 성유물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이번 성유물은 눈에 띄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성유물 ‘카이로스의 가운’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카이로스의 힘을 증가시켜주는 일종의 보조형 성유물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카이로스로부터 성력을 조금이라도 받기는 했지만.
‘이걸로는 아직 턱없이 모자라.’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서류 정리를 끝마쳤다. 일단 계획은 내일 하루 정도 푹 쉰 후, 다시 여정을 떠날 계획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테니.’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주인님, 들리십니까?]자인으로부터 통신이 왔다. 대충 시기를 계산해보니, 자인과 트로이 두 사람이 각각 맡은 나라에 도착할 만한 시간이 되었다.
“그래, 자인. 들린다. 잘 도착했나 보네.”
[아, 네. 그럼요. 별다른 문제 없이 도착했습니다. 저는 먼저 베론 왕국에 도착했고, 트로이는 곧 한림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이어지는 자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잘했어. 한림국에는 아직 ‘수인족’들이 꽤 있으니, 트로이가 활동하기 편할 거다.”
[네. 그래서 제가 트로이를 한림국으로 보낸 거예요.]그저 목소리만 들려오는 것이긴 하지만 어쩐지 자인의 어깨가 올라가 있는 게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아. 그리고 이제 베론 왕국에 도착한 지 이틀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알아낸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벌써? 빠르군.”
[에이, 제가 누구입니까?]“……돈벌레?”
[…그만 끊을까요?]“아니, 농담이지. 자인 너는 내가 인정한 장사꾼이니까.”
[예, 그렇죠! 제 언변으로 귀족들한테 알랑방귀를 뀌는 건 쉬운 일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제가 얻어낸 정보가 있습니다.]“그게 뭔데.”
[그게요…….]자인은 직전과 달리 목소리를 한층 낮췄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을 즈음. 녀석이 속삭였다.
[기밀입니다. 베론 왕국의 현 국왕이 불치병에 걸렸다는군요.]“……뭐?”
[다들 쉬쉬하고 있는 것 같지만, 베론 왕국의 귀족들은 대개 아는 눈치입니다. 현 베론 국왕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고요……. 그 후에는 곧장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답니다.]자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원작을 떠올렸다. 내가 알고 있던 정보를 얼추 정리하니, 베론의 국왕이 사망하고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짧으면 4개월, 길면 반년 후군.’
즉, 겨울 무렵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원작보다 확연히 빠른 전개였다.
확실히 ‘변수’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도 관리자가 보여주었던 미래와 제나 덕분에 대비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 그러지 못했다면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예상한 기간 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더 시기가 빨랐다면 힘들었을 거야.’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도 자인은 착실히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현 베론 국왕이 걸린 병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치사율이 상당한 불치병인 것은 확실합니다.]원작에서도 그러했다. 베론 국왕이 세상을 떠나고 몇 달 후에 전쟁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그래. 알겠다. 너는 계속 베론의 동태를 감시하도록 해. 혹여 무슨 일이 생기거든 바로 보고하고.”
[네, 주인님. 맡겨만 주세요.]그렇게 자인과 통신을 마친 후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어 앉았다.
‘원작에선 베론 국왕의 불치병 소식이 퍼진 후 얼마 안 있어 사망했지.’
뭐, 지금 당장 내가 베론 왕국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이미 늦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즉 출발했다면 그를 살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를 엄청 살리고 싶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현 베론 국왕은 욕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탐욕스러운 성정으로 남의 것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악랄한 인간.
‘아무튼, 베론 국왕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 안 있어 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니 나도 해야 할 일을 빠르게 해놔야만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였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최대한의 신도 숫자를 모으는 것.
‘물론, 전쟁이 일어난 후에도 신도 숫자를 늘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의 대비를 하는 편이 우리에게 좋을 테니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다시 바빠지겠네.’
나는 속으로 낮게 한숨을 내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될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침실로 향했다.
***
같은 시각. 로벨에 있는 카이로스교 간부 숙소.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각이었기에, 테르디안 또한 제 방에서 곤히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테르디안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뭐지, 이건…… 꿈인가?’
테르디안은 아무도 없는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의식은 조금 또렷한 것만 같았다. 마치 자각몽처럼 말이다.
테르디안은 어둠 속을 걸어 다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둠으로 물들어 있던 길 끝에서 한 줄기 빛이 비쳤다.
파앗-
테르디안은 저도 모르게 그 빛을 따라 걸었다. 그러자 세상이 바뀌었다.
‘여긴……?’
주변 풍경은 어쩐지 익숙했다. 바로 홀든 영지의 입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르디안은 홀든 영지로 들어서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지금의 그와 달리 한층 밝고, 건강한 표정을 한.
홀든 영지에 들어서는 테르디안은 세상 무해하고 태양처럼 밝은 미소를 한 청년이었다.
‘내가 저렇게 웃을 수 있었던가…….’
테르디안은 또 다른 자신을 보며 당혹스러웠다. 허나 그것도 잠시, 어느새 그는 자신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맑은 표정의 또 다른 테르디안은 카이로스교를 포교하기 위해 홀든 영지를 찾았다.
하지만 그가 홀든 영지에 들어섰을 때는 영주의 둘째 아들인 레벨로프 홀든의 장례식이 한창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뭐지, 이건?’
테르디안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시시각각 바뀌는 장면을 확인했다. 또 하나의 자신이 레벨로프 홀든의 장례식에 참석하였고, 홀든 영주를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그려져 있는 레벨로프 홀든의 초상화는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상당히 수척하고 빈약해 보이는군.’
테르디안은 어렵지 않게 레벨로프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유약해 보였던 레벨로프는 지금 상당히 건강해져 있었다.
이곳, 장례식장의 초상화와는 달리 말이다.
장면은 빠르게 바뀌었다. 장례식이 지나갔고, 태양처럼 웃을 줄 아는 테르디안은 홀든 영지에 숨어서 영지민들을 ‘해피’에 중독시키던 리제스교와 전투를 했다.
그것도 카이로스교의 성기사 신분으로 말이다.
‘정말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짜 테르디안은 혼란스러웠다. 어째서인지 이 세상에서는 카이로스교와 디에고교의 힘의 균형이 비등비등했다. 리제스교도 쉽게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것들은 대체…….’
그리 생각하던 순간. 테르디안은 잠에서 깨어났다.
“허억……!”
그가 다급히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직전까지 꾼 자각몽으로 인해 그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의 피로는 당장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대체 자신이 본 이 광경이 무엇인지였다.
“뭐지, 대체?”
어째서 자신이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것인지, 왜 이리 아련한 기분이 드는지 그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테르디안은 식은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내었다. 머릿속의 안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지만, 그의 의문은 여전히 함께하고 있었다.
“제길…….”
테르디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
머나먼 차원, 드넓은 초원 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밝은 태양 빛이 카이로스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카이로스는 따사로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보았다.
그가 보고 있는 화면은 두 개였다. 하나는 곤히 잠자리에 들어있는 레벨로프의 것이었고, 또 하나는 막 잠에서 깨어나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테르디안의 것이었다.
“그래, 혼란스럽겠지…….”
카이로스는 안타까운 눈으로 테르디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곳이 원래 너의 자리였었으니까.”
신이 한낱 인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카이로스는 테르디안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그렇게 되었을 테지만…….”
이미 이 세상은 한 차례 뒤바뀌고 말았다. ‘그것’으로 인해. 카이로스조차 어찌하지 못할 만큼 많이.
그렇기에 카이로스는 ‘그분’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고, ‘그것’과 대적하기 위해 ‘변수’를 창출해내었다.
‘그것’으로 인해 테르디안의 자리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변수’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충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카이로스의 신뢰와 애정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났다.
화면을 지켜보던 카이로스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러자 그가 아끼고 아끼는 ‘변수’이자 유일한 사도인 레벨로프의 모습이 보였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구나. 나의 아이들아.”
카이로스는 진심을 담아 제 아이들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죽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교주실로 들어섰다. 지난 며칠, 나는 최대한 신도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제국 안팎을 돌아다녔다.
결과적으로 돌아다닌 장소만 따지면 세 군데밖에 되지 않기는 했지만, 자잘한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열심히 신도들을 모으느라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물론, 테르디안도 함께 가기는 했다만 며칠간의 강행군은 사람을 지치게 하기 마련이었다.
“으아아…….”
나는 한숨을 내쉬며 업무 책상에 반쯤 드러누웠다.
띠링!
그러자 반가운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등장했다.
[카이로스교 신도의 숫자가 백만 명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미의 추종자’의 효과가 추가됩니다!]어라.
[미의 추종자(패시브)등급: 신화
설명: 미의 신 카이로스를 추종하는 신도들을 위한 전체 버프. 카이로스교 신도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효과가 상승한다.
현재 총 신도의 숫자 : 1,000,000명
현재 획득 효과 :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 키가 1cm 커진다. 콤플렉스가 최소화된다.]
와, 이거 진짜 얼마 만에 보는 창이지?
그 와중에 효과도 상당했다. ‘콤플렉스’가 최소화되다니.
‘뭐, 지금 당장 나한테 콤플렉스는 크게 없어서 상관없기는 한데.’
어라, 잠깐만.
드디어 신도 숫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