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메인 퀘스트 ]내용: 첫 번째 신도이자 교주가 된 이여, 선신 카이로스를 도와 악신 디에고를 몰아내세요.
목표: 3년 이내에 셀레스트 대륙 인구 80% 이상을 카이로스교의 신도로 만들기(현재 1%)
성공 시: ???
실패 시: 사망(영혼의 소멸), 세계 멸망
[본 퀘스트는 히든 루트의 메인 퀘스트로 자동 수락됩니다.]나는 오랜만에 메인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똑똑히 보았다.
여태껏 0%에서 요지부동이었던 숫자가 마침내 1%가 된 것을.
‘정말, 진짜 오래 걸렸다.’
처음 이 세계로 넘어와 이 퀘스트를 받게 된 지 어느새 1년 반이 넘게 흘렀다. 그 기간에 온갖 노력을 해서 이제야 겨우 1%를 달성한 것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제 나한테 남은 시간이 1년 반도 안 된다는 거지.’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가 요원한 수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생각은 없다.
그 사이에 퍼센티지를 무려 79나 더 올려야 하지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물꼬를 텄으니, 신도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니까.’
이전에도 그러했고, 역사적으로도 그런 사례들이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정말 시간문제이고, 내가 더 노력한다면…… 금방 끝날 거야.’
나는 절망하기보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1이라는 숫자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난 며칠 동안 신도 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기에 몸이 고단했지만, 휴식은 하루면 족했다.
‘내일 하루만 신전의 업무를 처리하며 휴식을 취해야겠어.’
말이 휴식이지 그냥 평소처럼 업무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 집 그 자체인 신전에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었다.
‘그렇게 하루 쉬고, 그다음 날부터는 그들을 찾아가는 게 좋겠어.’
아직 세상 곳곳에는 미리 내 편으로 만들면, 추후 전쟁에서 꽤 도움이 될 사람들이 있었다. 때마침 시기가 되기도 했고, 내일모레 출발하면 얼추 맞게 도착할 것이다.
‘겸사겸사 아이템들도 얻어오면 좋고…….’
아무튼, 일단 오늘은 쉬자.
대략적으로 시스템 메시지들의 확인을 마친 나는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몸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역시 집이 최고야.’
며칠 만에 침대에서 잠을 자니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순식간에 잠에 들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잠든 게 맞나?’
하지만 얼마 못 가 의식이 조금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몸은 여전히 무거워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는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레비, 이리 오렴.’
그리운 음성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 그곳에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어머니가 계셨고, 아주 어린 모습의 세베누스와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가족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아, 이건…… 꿈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 시절의 꿈.
꿈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이었으면 하는 그런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어린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나이에 맞게 응석을 부리며, 가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꿈은 끝이 났다.
“하아…….”
꿈의 내용을 또렷이 기억한 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어슴푸레하게 들어오는 빛을 보니 시간은 아직 새벽이었다.
‘얼마 못 잤네.’
하지만 꿈 때문일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마른세수를 했다.
‘뭐지…… 묘한 기분이 드네.’
오늘 꾼 꿈은 정말 이상했다. 진짜로 내 머릿속, 기억 속에서 꺼내 온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 여긴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할아버지.’
레벨로프 홀든의 할아버지이자, 헬레나 홀든의 남편인 그는 원작에서도 얼굴이 나온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나는 꿈속에서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아름답고도 남자답게 생긴 모습을.
그 때문에 혼란이 생겼다. 물론, 단순히 진짜 ‘레벨로프 홀든’의 기억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전까지 내 머릿속에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었다. 그래서 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뭐지, 대체.’
내가 점점 진짜 레벨로프 홀든이 되어가기라도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대로 십여 년, 아니 수년만 흘러도 나는 내가 정말 진짜 레벨로프 홀든이라 생각하고 살게 되는 게 아닐까.’
이전에도 종종 생각했던 적이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런 꿈을 꿀 때면 늘 드는 상상이었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의미 없어.’
당장 1년 반 뒤의 미래도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니 일단은, 메인 퀘스트가 끝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문제였다.
나는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로 했다.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을 테고, 한시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쉬는 게 마음이 편할 테니 말이다.
– 일찍 일어났구나.
이 시간에 카이로스의 음성이 들려온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요즘 카이로스는 각지의 신전을 싸돌아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무척 환대해주는 켄타우로스 숲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까.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오셨어요?’
– 그야 내 아이인 너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단다. 잠은 잘 잤니?
‘……아뇨.’
– 이런. 왜 못 잤니?
걱정 어린 카이로스의 음성에 나는 푸념하듯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냥…… 옛날 꿈을 꿔서요.’
–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래?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꿈이요. 문제는…… 진짜 제 가족이 아니지만요.’
– 아아.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네. 혼란스럽기도 하고…… 괴리감이 들기도 하고.’
나는 카이로스에게 대답하며 침실에서 벗어났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있자, 카이로스가 말을 덧붙였다.
-내가 너의 감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야. 일단은…… 한 가지 목적만 생각하며 지내자꾸나.
카이로스가 근심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조만간 대륙을 휩쓸 거대한 규모의 전쟁.
카이로스도 곧 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걱정이 상당했다. 그래서 그는 켄타우로스 숲에 머물며 정령들과 켄타우로스를 비롯한 종족들에게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카이로스가 먼저 나서준 덕분에 여러 종족이 전쟁에서 도움을 주기로 했다.
‘네. 그래야죠.’
– 이런 말밖에 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카이로스님께서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 네게 너무 매정하게 군 것만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저도 그게 가장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허비할 바에는 전쟁부터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였으니까.
– 그래도 언제든 힘든 일이 생기면 내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거라.
‘으음, 생각해보고요.’
– 으응? 생각까지 해야 하는 일이더냐?
‘네. 카이로스님은 고민을 들어주시기에는 공감 능력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아서요.’
부러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자, 카이로스가 시무룩해지는 게 느껴졌다.
– 끄응.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존재의 격이 다른데 어쩌겠어요.’
애초에 카이로스는 신이고, 나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 이렇게 격의 차이가 큰데도 여태 카이로스는 내 생각을 많이 해주었다. 오히려 고마울 정도로 말이다.
– 아무튼 오늘 하루는 푹 쉬려무나.
‘네. 그럴게요.’
카이로스는 인사를 한 뒤 더 이상 대답이 없었다. 또 어딘가에서 놀고 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오늘 하루 좀 쉬면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 내일 다시 여정을 떠나야 하니 미리 일을 처리해두긴 해야 했으니까.
‘……계획대로 움직여 볼까.’
***
어제 하루를 너무 알차게 보낸 탓일까.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꽤 힘들었다.
‘무리했다.’
그것도 확실히 무리한 게 분명했다. 이번 여정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최대한 일을 많이 하려다 보니 너무 오버한 모양이었다.
“끄응.”
그래도 나는 지친 몸을 일으켜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도저히 안 될 것만 같아 인벤토리에서 내가 직접 만든 치유 물약을 꺼내 마셨다.
‘자양강장 효과는 확실하네.’
물약을 섭취하자마자 몸의 피로가 싸악 가시는 게 느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나는 빠르게 여정을 위한 짐을 챙겼다.
그렇게 짐까지 다 챙기고 로브를 걸치고, 후드까지 뒤집어쓰니 서서히 멀리서 동이 터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생각보다 늦었네.’
원래 계획은 아예 새벽녘일 때 떠날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교주실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볍게 바닥으로 착지했다.
타악-
“오늘은 또 어딜 가는 것이지, 레비아탄.”
그러자마자 옆에서 들려온 낮은 음성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테르디안이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테르디안은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의 기사단복 차림이 아니라 나처럼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로브 아래로 보이는 옷은 평상복이었고.
“아아, 그게 일이 좀 있어서요.”
나는 테르디안에게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자 녀석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지난 며칠, 나에게는 이야기도 없이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뭐야. 설마 지금 놔두고 갔다고 서운해하는 것인가.
“으음, 아무래도 좀 바빴어서…….”
“적어도 내게는 귀띔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야 무력이 필요할 만한 일이면 데려가겠지만, 지난 일정도 그렇고 오늘 일정도 테르디안이 딱히 필요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나 혼자 가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매번 형제님을 부르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테르디안의 미간이 더 좁혀졌다.
“나는 레비아탄, 너의 호위가 아니었던가?”
어라, 딱히 그렇게 정한 적은 없는데.
“네?”
“어째서 내가 알피어스 대사제에게 네 목적지에 대해 들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 형제님. 제가 형제님을 딱히 호위로 임명한 적은 없는데요?”
점차 일그러지는 표정을 한 녀석을 향해 말하자, 테르디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래도 전해 듣지 못한 모양이군. 너의 조모이자, 성기사단의 단장이신 헬레나님이 나를 너의 호위로 임명하셨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교주인데 누구 마음대로 그런 명령을…….
그보다 할머니, 그런 중대한 사안은 진작 말해주셨어야죠!
“너와 함께 다니던 자인과 트로이가 일 때문에 떠났으니, 그동안 너를 지켜달라고 말씀하시더군.”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나의 말에 테르디안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그, 그럼…… 일단 같이 가시죠.”
그제야 테르디안의 표정이 풀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나는 녀석과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신전의 담장을 넘어, 홀든 영지를 벗어났을 즈음.
“그런데 왜 대륙의 동쪽 끝, 그곳에 있는 바다로 향하는 것이지?”
테르디안이 의문 어린 눈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그를 향해 미소하며 답했다.
“인어를 만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