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몽환각.
한때 본단에서 추적당해 전멸 직전까지 몰렸던 이들은, 프론티어 길드로 영입되어 각종 임무에 동원되고 있었다.
C급과 B급 요원들은 여러 노말, 매직급 퀘스트 조사 및 자료 정리.
A급 이상, 구체적으로는 500레벨대 이상의 베테랑 유저들은 신대륙 탐사 및 구대륙 최상위 사냥터 탐색, 숨겨진 정보 입수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인 S급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대부분 알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처음 그들을 영입할 때부터, 파프닐은 그들에게 한 가지 임무만을 맡겼으니까.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길마님.”
프론티어 길드 정보부.
악튜러스는 맨발로 달려 나와 파프닐을 맞이했다.
“이번에 이블 노우즈 잡으셨다는 건 들었습니다. 축하 파티 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여유를 낼 수가 없더군.”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악튜러스를 보았다.
과거, 몽환각이라는 한국 서버 제일의 암살 길드를 이끌던 마스터.
항상 정복이나 제복을 입고, 여유가 넘치던 그의 모습은 지금…….
“아무래도 이쪽은 꽤 워라밸을 즐기고 있는 것 같군.”
“네?”
“복장이 꽤 파격적이야.”
“앗.”
악튜러스는 흠칫 놀랐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그가 입고 있는 장비들은 다름이 아닌…….
“하와이안 셔츠와 팬츠 세트에, 스노클이랑 밀짚모자라…….”
“크흠…….”
“멍! 밀짚모자다, 멍!”
역시 게임상에서 말이 통해도 세부적인 단어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래서, 해수욕은 즐거우셨나?”
“오, 오해입니다! 다 필요해서 이렇게 입은 거라고요.”
“필요?”
“예.”
악튜러스는 재빨리 해명했다.
“그러니까 플러시 놈이 마지막으로 보인 데가 로크시 외곽 바다였지 않습니까.”
그동안 몽환각의 플러시 수색은 모조리 허탕을 쳤다.
플레이어라면 분명히 활동 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한국 서버는 물론, 뮤 대륙에서도 전혀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
몇 달 동안 허탕을 친 악튜러스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근방을 돌아다니며 NPC들의 증언이나 도시 도서관의 서적을 모으고, 부족한 건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확인했습니다.”
바닷속에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 골드나 하는 전문 잠수 장비를 사야 하고, 수영 스킬과 잠수 스킬, 해양학 스킬 등을 숙련도 70% 이상까지 올려야 하는 등의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이건 잠수랑 해수욕, 수영 옵션 전용 장비 세트라서 그렇고요.”
“흠…….”
“보십쇼. 방금 전까지도 바닷속에 있었단 말입니다.”
“멍멍! 킁……. 캐캑! 짠맛 난다, 멍!”
몸을 슬쩍 핥아 본 복돌이가 기겁하며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 어깨나 허벅지 부근에 모래와 미역이 얹혀 있는 것도 그렇고.
복돌이 인증 마크로 바닷물이 딱 박힌 것이니, 확실히 거짓말을 한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복장이 그런 거다?”
“예. 이번엔 배뿐만 아니라 해류나 바다 생물들, 어부들의 증언까지 찾았습니다.”
다른 곳에 맡길 수도 없는 어려운 일.
하는 수 없이 몸으로 뛰며 배운 거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파프닐에게 그건 딱히 궁금하진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성과는?”
플러시의 자취를 발견했냐 아니냐!
“후우…….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네, 넵. 말씀드리겠습니다.”
썰을 풀려다 입이 쑥 들어간 악튜러스가 말을 이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플러시는 아틀란티스 왕국에 있었습니다.”
“아틀란티스!”
바닷속 해저 왕국 아틀란티스.
인어들과 듀공, 물고기 지성체나 정령들이 살고 있으며, 적정 레벨은 400~600 사이.
특별한 방법을 써서 바닷속으로 들어가거나.
하늘섬이나 세계 곳곳에 아주 가끔 뚫려 있는 차원 균열을 통해서만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아뿔싸, 내가 그 생각을 못 했구나!’
보통 이런 연안에서 아틀란티스까지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상대가 플러시인 이상, 1/100, 아니 1만분의 일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다.
‘젠장……! 그 녀석, 그곳에서 엄청 꿀 빨았겠군.’
아틀란티스는 각국 서버와 신대륙 간의 인플레이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생성되는 중간 지역.
유저들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신대륙으로 보내는 게 목표지만, 원한다면 심해의 강력한 몬스터들과 싸우며 깊은 바다의 비밀을 파헤치고, 광대한 바다 전체의 자원을 독점할 수 있는 노다지 지역이다.
원작에서는 그야말로 꿀이 떨어지다 못해 바닥에 널린 대박 땅.
그런 곳에 운빨 제왕인 플러시가 갔다면, 얼마나 빨아먹었을지 상상이 갔다.
‘내가 개고생한 걸 놀고먹으면서 따라잡았겠지. 운빨 망겜 같으니.’
파프닐은 씁쓸한 기분을 참으며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아틀란티스에 인어들의 구조를 통해 간 뒤, 그곳에서 인어들의 퀘스트를 들어주며 레벨과 스킬 모두 성장시켰다고 하더군요.”
아틀란티스 주변의 몬스터들이나 여러 적성 세력들을 처치하며 인어들을 도와주던 플러시.
그러던 중 심해 속의 외신과, 그 외신을 섬기던 세력의 공격을 받게 되었단다.
“원래 아틀란티스는 그들에게 공물을 바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플러시가 직접 외신 세력……. 딥 원의 왕자를 베어 넘기고 전쟁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투 끝에 외신의 사도와 동귀어진을…….”
“뭐? 동귀어진?”
듣고 있던 파프닐이 화들짝 놀라 악튜러스의 어깨를 잡았다.
모험가는 부활하지 않나?
“그게 무슨 소리야. 동귀어진이라니.”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아틀란티스에 밀입국한 처지였던지라 뜬소문만 얻었거든요.”
아직 아틀란티스는 왕래 루트는커녕 공식적으로 공개조차 되지 않은 곳이다.
소문이나마 들어 온 게 대단한 것!
“듣기론 사도와 자폭하며 사라지고, 그 후 리스폰 포인트에서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접속을 안 하는 건가?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만약 정말로 게임을 접었다면 글의 작가 놈이 개입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조짐이 없으니, 현재 플러시는 아직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
설마…….
“또 기연인가…….”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고생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해.”
“네. 알겠습……. 앞으로요?”
“그럼, 한 번 찾았으니 계속 추적해야지.”
원래 첩보가 한 번 찾는다고 끝이 아니다.
첩보 영화에서는 타깃을 암살하고 나오면 끝이지만.
실제로는 수개월, 수년 단위로 타깃의 행동이나 습관 등을 파악하며 정보를 취득한다.
“심지어 플러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부탁한다.”
“그…….”
“대신 뭐, 급여 외에도 사냥 타임은 보장해 주지.”
“사냥 타임……?”
“내 해골병들을 좀 빌려줄 테니까, 추적 끝나면 남는 시간엔 레벨 좀 올려 봐.”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요!”
악튜러스가 급히 달려 나갔다. 아 참, 파프닐이 급히 손을 뻗었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거 참, 성급하긴.”
파프닐은 혀를 찼다.
“짠물이나 좀 닦고 갈 것이지. 역시 암살자 직업이 잘 맞는다니깐.”
하긴 그러니 몽환각 각주도 될 수 있었으리라.
보통 정점에 오른 녀석들은 다 어딘가 뒤틀려 있다더니, 저 녀석은 일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었다.
“덕분에 나도 자극이 되는군.”
파프닐은 기지개를 켰다.
“그럼 이제 그 몬스터를 잡으러 가 봐야겠어.”
***
호라이즌에서 가장 강한 몬스터라고 하면 당연히 드래곤이다.
모든 물리, 마법 공격이 통하지 않는 압도적인 비늘 가죽.
상상을 초월하는 거체에서 나오는 힘.
틈만 나면 쏟아지는 마법, 온몸에 깃든 강력한 마나.
거기에 앞서 말한 모든 능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지성까지.
이 때문에 드래곤은 가장 작은 녀석이라도 최소 레벨 800 이상으로 여겨지는 최상급 네임드였다.
신탁이나 특별한 연계 퀘스트로 여러 준비를 마치고.
또 그 과정에서 인연을 쌓은 강력한 NPC들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도전할 기회라도 잡을 수 있는 존재!
하지만 그만큼 처치 시 보상도 엄청났다.
일단 처치한 플레이어에게는 막대한 경험치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하이퍼급 칭호가 주어진다.
무려 올스탯 +50에, 스킬 레벨+1, 그리고 모든 대미지 20% 감소를 주는 칭호.
이 칭호만으로도 드래곤 슬레이어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했다.
또한 떨어지는 각종 장비, 레어의 막대한 금은보화는 덤.
사실상 원작에서는 어떤 유저도 드래곤을 잡아 보지 못했다.
한국 서버는 물론, 전 세계 서버를 통틀어도 마찬가지.
물론 언젠가 누군가 도전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일렀다.
그러나 파프닐은 두 가지 정보를 알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는 해츨링만을 잡아도 나오고.
심지어 딱 좋은 드래곤 해츨링이 이 근처에 있음을 말이다.
“역시 이동 수단이 좋으니 금방 거리가 단축되는군.”
코레 대륙, 한국 서버로 온 파프닐은 연금술 바이크를 타고 서쪽으로 향했다.
어찌나 빨랐는지, 말이나 걸음걸이로는 열흘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단 이틀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서쪽 필드의 어느 평범한 산.
잘 쳐줘도 동네 뒷산 같아 보이는 이곳에는 레벨 250대의 리자드맨 전사들이 주로 나타났다.
“쉬쉿!”
“인간!”
무기를 들고 달려오던 리자드맨들이 기세에 눌려 밀려났다.
워낙 레벨 차이가 나기 때문.
파프닐은 그런 리자드맨들을 무시한 채 산 안쪽의 분지로 향했다.
“설마 이 근처에 드래곤의 레어가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어디 보자……. 그때 나왔던 설명이……. 아, 여기 있군.”
주변을 둘러보던 파프닐은 한쪽 구석에서 살랑거리는 풀로 다가가 그것을 뽑았다.
우두둑! 쉽게 뽑혀 나오던 풀이 툭 걸렸다.
-주변의 마나가 요동칩니다.
-정말 뽑으시겠습니까?
“뽑아야지.”
다시 한번 힘을 주자 풀은 간단히 뽑혀 나왔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흔들리더니, 아까까지 없던 동굴과 깊은 숲, 나무들이 나타났다.
-드래곤 해츨링, 라바하운드의 레어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최초 발견자 버프를 받습니다.
-레어 가디언들이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알림창이 사라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옥색 가시가 빼곡히 달린 고슴도치 같은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틱 헷지호그.
골든 헷지호그를 넘어, 헷지호그종의 최상위로 취급받는 가디언이자.
하나같이 레벨 650이 넘기에, 한국 서버는 물론 신대륙에 가져다 놓아도 고레벨 던전 취급을 받을 몬스터들의 출현이었다.
‘이제 시작인가?’
드래곤 레어를 지키는 수호자인 가디언들.
현실성이 반영된 일반 몬스터와 달리,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오는 놈들이다.
‘저 녀석들이 사실 레벨 업엔 정말 좋은, 숨은 꿀통이란 말이지.’
원작에서 플러시는 드래곤만 잡고 가 버렸지만.
파프닐은 그 서술을 읽으면서 이곳의 진정한 가능성에 대해서 깨달았다.
‘잡아도 끝없이 리스폰되는데, 경험치도 잘 준다라. 이건 못 참지.’
드래곤 레어를 찾은 진정한 목적은 바로 이것.
드래곤이야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몰이사냥이었다.
“주인님의 수면을 방해하는 적이다!”
“죽여! 죽여!”
미스틱 헷지호그들이 돌진해 왔다. 동시에 파프닐은 손가락을 튕겼다.
정면의 공격에 대비해 몸을 웅크리는 가디언들.
그러나 다음 순간 곳곳의 땅 밑에서 뼈 손가락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궁드닐을 들었다.
해골병에게 맡기는 것보다, 직접 뛰어들어 싸우는 게 더 빠른 건 당연지사였으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