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천부적인 재능(1)
투두두두—!
헬기의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건축물의 커다란 운동장.
그 한가운데 수백 명의 헌터들이 모여 있다.
백묵이 아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은 재능 있는 친구들이에요. 제 이름만 믿고 먼 타국에서 어려운 걸음을 한 친구들이죠.”
그의 말에 헨드릭스가 기겁을 했다.
“지금 저보고 그런 친구들의 재능을 골라내라는 겁니까?”
약 한 달.
내가 국외에 남아 있는 빌런 조직을 정리하는 동안, 헨드릭스는 백묵의 아래에서 열심히 굴렀다.
재능을 파악하는 능력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한국어 하나는 잘 배운 모양이다.
어쨌든 헨드릭스의 말 한마디에 헌터들의 인생이 걸린 셈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받게 될 투자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테니.
“네, 맞아요. 헨드릭스. 당신이 고르는 겁니다. 제가 직접 데려왔으니 대부분 보통 이상은 하겠지만······. 저는 일류 중의 일류만 키우고 싶거든요.”
그리 말하는 백묵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헬기가 운동장 한 가운데로 착륙했다. 잔디가 깔린 운동장 위로 퍼져나가던 거센 바람이 차차 잦아들었다.
백묵이 세운 헌터 아카데미.
일류 헌터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대규모 교육 시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 남는 진짜 헌터를 양성하기 위한 곳.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지.’
마족의 프로젝트를 사전에 저지한 덕에 바뀐 미래였다.
회귀 전에는 세계가 너무 빠르게 멸망한 탓에 이러한 대비가 없었다.
‘정확히는 방향성의 문제지.’
회귀 전 백묵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마족의 존재를 알아챘지만, 멸망을 감지하고 자신의 그룹이 살아남는 데에 집중했다.
‘반면에 지금은 많은 게 바뀌었다.’
인류가 마족에게 멸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엿보인다.
게다가 단기간에 이만한 대규모의 시설을 세우려면 백묵 개인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필요성을 입증해야 했다.
백묵은 뛰어난 수완으로 그걸 가능하게 한 거고.
“오오, 이지한 헌터다!”
“진짜? 진짜로 이지한 헌터가 왔다고?”
“대박인데.”
아카데미의 헌터들이 수군 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확실히 SS급 게이트 공략 이후로 유명해졌다는 게 실감 나기는 한다.
가장 먼저 백묵이 내리고, 나는 그 뒤를 따라 헬기에서 내렸다.
“오우······.”
헨드릭스가 신음과 함께 내며 헬기에서 내려왔다. 헌터들의 쏟아지는 시선이 영 부담스런 모습이었다.
백묵은 자연스럽게 헌터들의 앞으로 나섰다.
학생 이외에도 그들을 가르치는 교관들도 있었다. 과거에 TV에서 봤던 유명한 얼굴들도 몇 보이는 걸로 봐서, 그들의 실력도 상당할 거다.
“미리 공지했다시피 오늘은 여러분의 재능을 테스트 받는 날입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각성자가 된다고 전부가 아니거든요. 헌터의 세계는 냉혹합니다.”
그때, 헌터들 중 하나가 당당히 손을 들었다.
한국인 학생이었다.
“여기 올 때 면접을 봤었던 거 아닌가요? 왜 또 이런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거죠?”
백묵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는 여러분을 쓸데 없이 죽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미디어에서 포장되는 모습이 있죠. 헌터가 되면 돈을 잘 번다던가, 유명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모습. 그건 진짜 헌터의 일부에 불과하죠.”
그런 이유로 헌터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나만해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진짜 헌터라면 언젠가는 목숨을 건 전투를 하게 될 겁니다. 결국 거기서 살아남는 건 소수. 진짜 재능 있는 헌터 뿐이에요.”
앞으로 이들이 마주하게 될 세계는.
결코 상냥하지 않다.
“어중간한 재능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거죠.”
그의 말에 학생들의 분위기가 한층 가라 앉았다.
“물론 재능이 없다고 해서 헌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진하다보면 언젠가 빛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 F급 헌터로 시작 S급 헌터가 된 이지한 헌터처럼요.”
백묵이 내 어깨의 양 옆을 덥썩 잡았다.
나 같은 케이스도 있다고 이야기 하려는 것 같은데.
나는 회귀 전에는 만년 F급 헌터였다.
“재능 없는 걸로 판명 되도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이후의 결과는 바뀔 수 있는 거니까요.”
헬기에서 했던 말하고는 완전 반대다.
어쨌든 백묵의 말에 자극을 받은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분이 오늘 여러분의 재능을 파악해 줄 헌터입니다. 재능을 알아보는데 탁월한 재능을 소유한 분. 바로 헨드릭스씨.”
뒤쪽에서 헨드릭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왔다.
“스읍, 자신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제 능력이 의심스럽고요······.”
잠시 헨드릭스를 바라보던 백묵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런 건 어떨까요? 내기를 하죠. 헨드릭스가 찍은 유망주가 성과를 내면······. 인당 100억으로요. 반대로 실패한다면 저한테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거죠.”
“!”
내기라는 말에 헨드릭스의 얼굴에 확 생기가 돌았다. 축 쳐져 있던 어깨가 빳빳해지고, 눈빛이 확 변했다.
“계약서는 이 자리에서 쓰죠.”
백묵의 손짓에 근처에 있던 비서가 걸어와 헨드릭스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헨드릭스는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고선 싸인을 했다.
그야말로 도박 중독자 그 자체다.
백묵이 헨드릭스를 다루는 방법을 완벽히 터득한 모양. 워낙에 사람 다루는 데 도가 튼 사람이니 맡기길 잘했다.
“그러면 바로 가겠습니다.”
너저분하던 머리를 쓱 쓸어 넘긴 헨드릭스가 학생들을 향해 다가갔다.
『 동료 ‘헨드릭스’가 스킬 ‘꿰뚫어보는 눈 : 탐재(探材)’를 발휘합니다. 』
사아아—!
그의 주변으로 녹색의 격자 선이 생겨났다.
대상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심안.
헨드릭스의 시선이 학생들이 품고 있는 재능을 한계까지 확인할 것이다.
‘사용법을 확실히 익혔나보군.’
개인이 가진 재능은 제각기 다르다.
내 경험치가 50만배여도 모든 기술을 다 익힐 순 없다.
마족들을 토벌해 애매한 재능의 결실이 있다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다.
타재간파로 여러 재능을 가져온다고 해도.
핵심이 되는 스킬을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진세아의 절대 강탈이나 윤서현의 공간 격리 같은 스킬엔 개인의 재능이 크게 연관되니까.
헨드릭스가 학생들을 일일히 확인하는 동안, 나도 학생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뒤이어 백묵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이지한 헌터께서 공략을 함께할 헌터를 찾고 있답니다. 만약 선택 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새로운 기회니까요.”
“오오······.”
“와······.”
그의 말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함께할 헌터는 애초에 결정되어 있었다.
차원 이동 능력을 가진 헌터.
정확히는 게이트에 간섭하여, 차원 좌표를 변경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
내가 찾는 그 사람은······.
* * *
‘재능······.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독일에서 온 소년 레온.
그가 머나먼 타국 땅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까지 와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마족에 대한 복수심.
그는 아직도 그날 밤의 일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붉은 눈과 뿔을 가진 마족이 부모님을 무참히 살해하던 그 순간을.
경찰과 협회에선 게이트를 빠져나온 마수의 짓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레온은 그렇게 생긴 마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마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각성 직후, 부모님을 죽인 마수를 찾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많은 게이트를 공략했다.
‘어디에도 그 마수는 없었다.’
그런 레온은 마족에 대한 정보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보게 된 영상 속 마수는 분명 그날 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죽인 존재는 마족이 맞았다.
미친듯이 마족에 대한 정보를 찾아 헤매던 레온은 백묵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마족의 정체를 밝혀낸 인물이었다. 유일하게 마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란 의미.
그 뒤를 쫓아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 오게 되었다.
‘······물론 내가 물어봐도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돌아온 건 모호한 미소 뿐.
‘분명 알고 있을텐데.’
한국의 헌터 협회 부회장이 마족이란 것을 밝혀낸 것도 백묵이었다.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S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이지한.
그가 공략을 함께할 헌터를 찾고 있단 소리를 들었을 때도, 레온은 관심이 없었다.
‘뭐가 됐든 나는 고르지 마라.’
마족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선 백묵에게 붙어 있는 게 최선이었다. 아카데미 내에서 백묵이 주시할만한 결과를 낸다면 그의 입도 열릴 거란 판단이었다.
‘마족과 관련 없는 일로 날 고르지마.’
게이트 공략이나 헌터로서의 명예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은 마족에 대한 정보 수집이 우선이었으니까.
우뚝.
이지한보다 먼저 헨드릭스가 레온의 앞에 섰다.
후줄근한 코트를 걸친 중년의 남성.
영국 사람이라고 그랬나?
그를 바라보는 레온의 눈이 가늘어졌다.
‘S급 헌터라고 하니 무시할 건 아니지만······.’
유명한 헌터도 아니다. 들어 본 적도 없는 이름이다.
저런 남자가 내 재능을 판단한다니?
고작 한 번 쳐다보는 걸로?
백묵이 당당히 추천했으니 뭔가 있는 건 맞겠지만.
‘뭐가 됐든 빨리 끝나라’
어서 강해져서 백묵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레온을 유심히 쳐다보던 헨드릭스가 입을 열었다.
“이 녀석 굉장한데요.”
그 말에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응?’
처음으로 잠재력을 인정 받는 것처럼 보였다. 관심 없다던 레온의 눈썹이 미묘하게 올라갔다.
“눈빛이 사람 죽일 것 같잖아요.”
“······.”
주변의 시선이 차갑게 모이자 헨드릭스가 멋쩍게 웃었다.
“조크, 조크. 농담. 최소 S급 헌터고 차원 간섭 능력이 있습니다. 종합적인 잠재력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일단 이 녀석한테 걸겠습니다.”
건다니, 뭘 건다는 거야?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은 있네.
나쁠 거 없는 일이었다.
백묵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 생각한 레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뚝.
그런데 그 앞으로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백묵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올린 레온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이지한이었다.
그는 레온을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싫습니다.”
즉답이었다.
레온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졌다. 표정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
빌어먹을, 잠재력을 좋게 평가 받아서인가?
하필이면 왜 나야?
백묵은 그런 레온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운이 좋네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거든요. 경험이 될겁니다.”
따라가지 않는다면 막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그리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레온은 무표정한 이지한을 올려다보았다.
“윽······. 꼭 저여야만 하는 겁니까?”
그 질문에 이지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젠장.
* * *
“오, 후배가 들어온건가? 다들 신입 받아라!”
레온은 그대로 은빛의 날개로 끌려가듯 따라왔다.
‘아니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여기는 한국 2위의 길드다. 운이 좋다면 마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넌 어디서 왔어? 말 좀 해봐. 꼬맹아.”
“······.”
“헉, 한국말을 모를 수도 있겠구나. 엘리스, 잠깐만 이리 와봐!”
근데 아까부터 자꾸 귀찮게 주변을 맴도는 이 녀석은 뭘까.
키도 비슷한 게 꼬맹이는 무슨······.
다행히 이지한이 다가와서 대답을 대신해줬다.
“레온은 독일에서 왔어. 한국말도 할 줄 알던데.”
은빛의 날개 라운지로 다른 헌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친구가 전에 설명했던 그 친구라는 거죠?”
“맞습니다. 이번 공략에 꼭 필요한 헌터입니다.”
“일단 레벨부터 맞추는 게 중요하겠네요.”
길드장 윤지은이 터치패드에 메모를 꼼꼼하게 적어 넣었다.
“비슷한 공간계 능력자니까, 알려줄 수 있는 게 많을지도 몰라요. 잘 부탁해.”
“근처 게이트를 예약했어요. 바로 가면 되겠네요.”
이런 흐름으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게이트에 들어 왔다.
그것도 S급 게이트에.
『 S급 게이트 : 절규하는 숲 』
‘······?’
최근에 규제가 완화되었다는 이야긴 들었는데, 그래도 최상위 등급이었던 던전을 이렇게 바로 들어 온다니? 제정신인건가?
뭐가 이렇게 순식간에······.
“정신 없겠지만 일단 아이템부터 받아.”
“장비라면 저도 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아이템을 맞춰서 왔다.
레온은 자신의 아이템이 보이게 망토를 들췄다.
이 중에 5부위나 유니크 아이템이다.
“음.”
그걸 잠시 보던 이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쑥 꺼내 레온의 앞으로 툭 던졌다.
‘뭐야, 줘봤자 뭐 대단한 걸 준다고······.’
별 생각 없이 아이템을 주워들던 레온이 굳어졌다.
이지한이 던져 준 건 레전더리급 아이템이었다. 레온의 눈이 커졌다.
‘······?’
임시로 불려왔을 뿐인데 레전더리급을 대여해준다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레전더리급 아이템을?
툭, 투두둑!
그런 레온의 앞으로 아이템 일곱개가 더 떨어졌다.
샤아아—!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는 아이템들.
모두 레전더리급이었다.
믿기지가 않는 광경에 레온의 입이 벌어졌다.
“그거 끼고 전투에 참여해.”
“자, 잠깐만요?”
그 말을 하고선 이지한은 숲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믿기지가 않았다.
S급 게이트에 온 것도 어이가 없는데, 이 아이템들은 대체······.
레온은 허겁지겁 아이템을 장착하고서 이지한의 뒤를 따랐다.
수풀을 헤치고 공터로 나오자 길드원들이 전투를 벌이는 광경이 레온의 눈에 들어왔다.
콰과과과—!
밤하늘을 수놓는 무수한 마력의 선과 압도적인 공격에 유린 당하는 마수들.
S급 게이트에 들어 온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레온은 그 전투를 눈으로 쫓는 것조차 바쁠 지경이었다.
‘괴, 괴물······. 순 괴물 천지잖아······.’
레온의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