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21
221화 격변하는 세계(5)
전세계를 대표하는 초법적 길드 ‘레기아’.
백묵은 이지한을 그곳의 리더로 초대하고자 했다.
‘지한씨······.’
은빛의 날개의 길드장 윤지은.
그녀가 초조한 눈으로 이지한을 바라봤다.
이지한과 백묵 사이의 연결고리는 잘 알고 있다.
영국에서 구조한(?) 도박사 헨드릭스를 백묵에게 추천해 주기도 했으니.
‘세아가 그랬지. 지한씨와 백묵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고.’
이지한이 무명 헌터였을 시절부터, 백묵에게 지원을 받았단 것 또한 알고 있는 상태.
그러니 이지한이 은빛의 날개를 떠나 레기아의 리더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백묵과 대면하기 전, 그러니까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이지한은 윤지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지금부터는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겁니다.
그건 윤지은 자신을 향해 한 말이었을까?
윤지은이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결국 이지한의 대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백묵은 조용히 이지한의 답을 기다렸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지한의 입이 열렸다.
“거절하겠습니다.”
백묵의 제안에 대한 답이었다.
윤지은의 얼굴이 화악 밝아졌고,
백묵의 얼굴에는 미세한 그림자가 졌다.
‘조건만 놓고본다면 좋아보이지만······. 실제와 이상은 다르다. 막 구축된 레기아는 백묵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을 거다.’
초법적 길드 ‘레기아’.
세계의 힘을 하나로 합치기 위한 인류의 결정.
그러나, 그곳은 생각보다 자유로울 수 없다.
백묵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만약 미국과 호주의 땅이 동시에 침략 받는다면.
레기아는 어느 장소부터 가야 하는가?
백묵은 그 권한을 내게 일임하겠다고 했으나,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도 결국엔 사람이다.
그들이 레기아의 행동에 제약을 걸 수 있는 한,
완벽히 자유로운 활동이란 불가능하다.
‘각종 정치와 이해 관계를 뚫고 활동을 강행하는 건 쉽지 않다.’
나는 이미 아카식 레코드에서 그런 상황을 많이 보았다.
그런 쓸데 없는 분쟁에 휘말려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곳 문명계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마계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야 했으므로.
따라서 이렇게 제안할 생각이다.
“저 대신 레기아에 추천하고 싶은 인물이 두 명 있습니다.”
초법적 기관 ‘레기아’라는 카드는 버리기엔 아깝다.
“들어오시죠.”
벌컥.
회의실 문을 열고 나타난 건.
두 명의 남자.
야성적인 스타일의 외국인 남성과, 간악해보는 얼굴을 가진 남성.
인간으로 변한 불사의 마족과 부패의 마족이다.
“으음······. 그 레기아인가 뭔가에 들어가면 인간도 죽여도 되는 거요? 아니, 정정. 죽은 인간을 살려도 됩니까?”
“부패의 마족이여. 분위기를 읽어라.”
백묵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 자들은······?”
“최상위 불사의 마족과 사도 부패의 마족입니다. 이 둘을 레기아의 멤버로 추천하겠습니다.”
“······.”
백묵은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영상에서 보기는 했었다.
이지한이 부패의 마족을 되살렸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한 명이 더 늘어 있었다.
“둘 다 제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를 겁니다. 이 자리에서 두 마족의 힘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이지한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지만 힘이 있다고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까요.”
“그 말은······.”
멸망한 세계의 정보상 백묵.
그는 결코 대의나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금전적 보상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멸망한 세계에서 취한 막대한 이득으로 자신의 국가를 세울 정도.
이익만 된다면 오히려 멸망을 바라기까지 할 것이다.
이지한의 가라앉은 눈이 백묵을 향했다.
“비즈니스를 하나 하자는 겁니다.”
만약 멸망한 세계에서 얻게 될 이득보다,
이 세계가 존속하며 얻을 이득이 많다면.
백묵은 기꺼이 협력해 줄 터.
백묵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던 그 힘을.
이제는 이 세계를 위해 사용하게 하는 거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죠.”
* * *
백묵과 이지한의 대담 이후 약 2주.
수호 길드.
“야, 안돼! 돌아와! 너 가면 망해!”
“그래요, 신태양군! 이렇게 떠나면 안돼요!”
“아니, 진짜 망한다고! 니가 우리 길드 기둥인데, 이 미친 놈아!”
길드원들이 신태양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아니, 잡을 수 있는 곳은 어디라도 좋았다.
무조건 잡아야 했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려는 신태양을 길드원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중이었다.
“으윽, 다들 이거 놓으세요.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아무래도 스승님이 계신 길드로 가야겠습니다.”
신태양은 수호 길드에 처음 들어 왔을 때부터 작정하고 있었다.
이곳은 잠시 몸 담는 장소일 뿐, 자신의 집이 아니다.
충분히 강해진다면 언제든 미련 없이 스승님이 계신 곳으로 떠나겠다.
그리 생각하고 들어 온 길드였다.
“야, 임마. 우리 길드에서 너 먹여주고 재워주고 훈련시켜준 거 기억 안나? 이렇게 가면 나 섭섭해!”
“지금 신태양군이 떠나면 계약 위반으로 엄청난 손해를 물어내야 해요.”
“나한테 빌려간 5천 원 갚고 가······!”
“우리와 함께 했던 나날을 떠올려 봐! 그 게이트에서 보낸 시간이 아무 의미 없었던거야?”
우뚝.
길드원들의 진심 담긴 애원이 통한 걸까?
신태양이 자리에 멈춰섰다.
처음부터 나갈 작정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사람이다보니 정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것들을 뿌리치고 나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걸어온 것이다.
수호 길드는 이미 신태양에겐 집과 같은 곳.
“드디어 우리 말을 들어 주는거냐?”
“그래, 잘 생각했어요. 태양군.”
“연봉, 연봉이 문제면 얼마든지 더 챙겨줄게. 우리 몸값을 깎아서라도······.”
주섬주섬.
신태양이 지갑을 꺼내 길드원 한 명에게 내밀었다.
“여기 5천 원 있습니다. 갚았으니까 됐죠?”
“······.”
하지만 신태양은 보고 말았다.
SSS급 게이트에서 이지한이 활약하는 모습을.
그 압도적인 강함과 인간을 초월한 경지를.
세계 최초 SS급 헌터라는 타이틀을 따며 자신도 강해졌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건 착각에 불과했다. 이번 공략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고작 부패의 수호자 하나도 이길 수 없었다.
천성호와 힘을 합쳐서 공략 했음에도.
‘더욱 강해져야 한다. 스승님을 따라가기 위해서.’
즉, 방법은 하나였다.
스승님이 계신 은빛의 날개로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
비단 스승님의 무력 뿐만이 아니었다.
은빛의 날개에 있는 진세아, 윤서현, 엘리스······.
모두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만 뒤쳐지는 이 느낌.
고민하다가 2주나 지났다.
무조건 은빛의 날개로 가야했다.
스승님께서 앞으로 더욱 거대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이야기 하셨기에 더더욱.
“야, 태양아.”
그런 그의 앞을 막아서는 다부진 몸의 남성.
한때 대한민국의 1위 헌터였던 사최헌이다.
“말리지마세요, 최헌 형님. 이제 시대는 제 스승님인 이지한 헌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어요.”
“그러냐······.”
사최헌의 가라앉은 눈이 신태양을 향했다.
수호 길드의 명실상부 주축인 SS급 헌터 신태양.
세계 최초 SS급을 달았음에도, SSS급 게이트가 터지며 순식간에 묻혀버린 신세니.
조바심이 날만도 하다.
“아니, 그런 측은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다 계획이 있어서 가는 겁니다.”
“근데 가도 소용 없어.”
“붙잡으셔도 전 갈거에요.”
사최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붙잡는 게 아니야. 지난번에 내가 말했던 거 기억하냐?”
길드원들이 미간을 좁혔다.
길드장이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
지금 신태양이 떠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단 말인가.
보다 못한 사최헌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길드원들이 옹기종기 스마트폰으로 모여 들었다.
헤드라인에 큼지막히 박힌 제목.
– 대한민국 1위 길드 은빛의 날개, 2위 수호 길드 인수 확정.
사최헌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다들 폰도 안 보고 살아? 너희만 모른다고.”
“설마, 그때했던 회의가······.”
“헉 진짜 결정 된거에요?”
“······.”
신태양도 눈을 꿈뻑이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요 2주간 훈련에 매진하느라, 그런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
아니, 2위 길드의 인수가 2주만에 결정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사최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부터 우리는 은빛의 날개다.”
* * *
늦은 시각.
은빛의 날개 라운지.
숙소에 있던 나는 물을 마실 겸 라운지로 내려왔다.
백묵과 윤지은이 밤낮으로 바쁘게 움직여 주는 덕에 내가 신경 쓸 일은 적다.
‘문명계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대부분 끝났다. 모든 시간선 중에서도 유례 없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백묵은 내 비즈니스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백묵에게 마족들의 힘을 빌려주고,
백묵은 내가 레기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초법적 길드 ‘레기아’는 결국 멸망을 막기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족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 해주길 원하고 있다.’
은빛의 날개가 또다른 거대 길드인 수호 길드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여론에 힘입은 것이다.
물론 백묵의 교묘한 여론 몰이 덕이었다.
레기아에도 그런 방식으로 두 마족이 들어가게 될 거다.
이지한의 제자. 뭐, 이런 식으로.
‘순조롭긴하지만······. 끝은 아니다.’
인류가 아는 것보다, 마계 침략의 역사는 유구하다.
어쩌면 인류가 쌓아 온 역사보다 더.
마계왕을 막아서지 못하는 한 이 침략은 끝나지 않는다.
『 이계 규율의 업적 정산 중······. 』
‘보상 정산이 늦는군.’
아직까지 부패의 마족을 처치한 것에 대한 보상이 정산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쌓인 게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네.
– 환영합니다. 이지한님. 어떤 음료를 드릴까요.
······깜짝이야.
어둑어둑한 라운지 한구석에서 전투 인형이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김건은 고블린의 창고에서 가져 온 전투 인형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걸 보니, 인공 지능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진척 된 모양.
‘그래, 역시 김건이야.’
아이템 제작자 김건.
이제는 은빛의 날개의 명장(名匠) 김건.
멸망한 세계에선 그 행동거지 때문에 기인으로 불렸던 인물이지만, 그건 시대와 환경을 잘못 타고났을 뿐이었다.
활약할 무대를 제대로 만들어주니 미친듯한 발전이 보인다.
‘아니, 그건 아닌가.’
내가 살핀 대부분의 미래에.
김건은 죽었으니까.
아이템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초기술마도계.’
시공의 마족과 마계왕을 없앨 단서가 존재하는 차원.
김건을 이곳에 데려가야 한다.
이어지는 사도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선 초기술마도계의 기술이 문명계에 필요하다.
‘무조건 살려서 데려와야 해.’
살려 오기만 한다면, 당분간은 그 탐구열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며 반대편의 냉장고로 향하려던 찰나.
“뭐냐, 대적자냐.”
어두운 구석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는 검의 마족.
이 늦은 시간에 누가 라운지를 이용하나 했는데, 이 녀석이었나.
꽤 마신 건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바쁜 것 같던데. 하나의 종족이 이런 식으로 마계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취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보통은 그럴 정신이 들기도 전에 모든 게 끝나니까. 그런데 그걸 해내다니.”
불사의 마족과 대면한 이후, 그녀는 라운지에 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불사의 마족은 자신이 태초의 마족이라고 선언했다.
그 뜻은 그가 본래의 마계왕이었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지금의 마계왕은 가짜라는 것.
세계의 기억이 왜곡되고 조작되어 있다는 의심.
그 한 조각의 의심이 검의 마족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거겠지.
“예언의 마족은 잘 있나?”
모르겠다.
격리 공간에 가 본 적이 없어서.
다만, 놈은 만 단위의 시간을 살아 온 존재다.
조금 갇혀 있는다고 별 일 없을 거다.
털썩.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검의 마족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마족도 취하는 건가.
그녀에게서 눈을 돌린 뒤, 바의 반대편에 있는 냉장고로 향했다.
그런데 이미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 유난히 사람이 많다.
“어라? 사부. 여기서 다 만나네요.”
“······그래, 물 좀 마시러.”
엘리스였다.
그런데 뭔가 좀 느낌이 다르다.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물 드시러 오신거죠?”
엘리스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서 내게 건넸다.
‘······.’
물을 마시면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엘리스는 냉장고 안의 각종 한과와 전통차를 전부 꺼내고 있었다.
“이런 걸 먹으니, 키가 안크지······.”
그리 중얼 거리고 있다.
녀석은 가져온 조그만 가방에서 우유를 꺼내 집어 넣기 시작했다.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듯 열중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냉장고의 대부분이 우유로 가득찼다.
“휴, 완벽해.”
이마를 닦은 엘리스가 흡족해하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엘리스는 그대로 나를 신경쓰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잠시 서서 멍하니 그 자리를 바라봤다.
“······.”
별 일이 다 있다.
평소에 한과와 쌍화탕을 즐겨 먹던 엘리스가, 갑자기 우유라니······.
‘짐작은 간다만.’
뭐, 괜찮겠지.
나는 물병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풀썩.
백묵이 새로 제공했던 집보다, 이곳의 숙소가 훨씬 안락하게 느껴진다.
나는 침대에 누워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게이트 공략 이후 2주 사이, 나는 SS급 게이트에 들어가 경험치를 채워 왔다.
『 이지한 Lv.200 [ 등급 : SS ] 』
150이었던 내 레벨은 이제 200이 되었다.
세계 최초의 200 레벨을 달성이겠지만······.
별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
넘어야 할 벽은 아직도 높기에.
나는 손가락을 튕겨, 한계 돌파 퀘스트 창을 불러왔다.
『 한계돌파 퀘스트 』
– 목표1 : 사도 트레이아 처치 ( 0 / 1 )
– 목표2 : 마계왕의 화신체 획득 ( 0 / 1 )
– 보상 : 시스템의 최대 레벨 확장, 1000년급 재능환, 초월의 코인 25개, 인과율에 따른 추가보상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보상들의 목록이 미리 보인다.
하나 하나가 매우 탐나는 것들로만 구성 되어 있다.
‘그러니 더더욱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은 초기술마도계에 존재한다.
마계왕을 쓰러뜨리기 위한 첫걸음이자,
문명계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위한 장소.
더불어 고블린의 창고에서 얻었던 신화급 아이템의 복구까지도.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 시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