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초기술마도계(3)
“저 여자를 잡으라는 거죠.”
내 말과 동시에 윤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있던 자리가 일렁거렸다.
사라진 윤서현이 붉은 머리의 여성 앞에서 나타났다.
우리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으로 향했다.
“쯧, 뭐야? 당신들······. 갑자기 왜 이러는건데? 뭐, 경찰이라도 돼?”
“그런 건 아니지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저희를 보고 계셨죠?”
“그런 적 없거든?”
여성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윤서현의 손을 뿌리쳤다.
나는 잠시 여성의 얼굴을 살폈다.
긴 붉은 머리와 눈가의 점.
‘이 여자가 확실하다.’
유클레스의 11 제자 중 하나다.
초기술마도계를 번성으로 이끈 천재 기계 공학자 유클레스.
그의 재능과 업적은 한 사람에 물려 주기엔 너무 방대하고 깊었다.
따라서, 유클레스는 자신의 재능을 11가지로 분류하여 제자들을 양성했다.
변혁, 창조, 모방, 개선······.
그리고 눈 앞의 이 여자는 복구의 카렌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뭔지는 몰라도 난 댁들한테 관심 없으니까. 귀찮게 하지마세요.”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카렌이 뒤를 돌았다.
“뭐야, 아까까지 우리 완전 쳐다보고 있었잖아요!”
나는 팔을 뻗어 카렌을 붙잡으려던 진세아를 말렸다.
『 스킬 ‘간파 Lv.12’를 발휘합니다. 』
『 대상의 거짓을 일부 간파합니다. 』
‘이곳에서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거다.’
도청일 수도 있고 어떠한 마공학적 장치가 있는 걸 수도 있다.
뭐가 되었든 그녀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게 우연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우연이라도 이 기회를 붙잡아야지.
덜컹.
카렌은 바깥으로 나갔다.
여관의 문이 닫혔다.
나는 잠시
왁자지껄한 여관의 소리.
식기를 달그락 거리는 손님들의 소음.
『 스킬 ‘인지 Lv.12’를 발휘합니다. 』
그곳에 섞여 있는 미약한 기계음.
‘······.’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가 착각한 것 같네요. 그보다, 식사는 끝났죠? 잠깐 산책이라도 하죠.”
“엥? 난 아직······.”
“그, 그래요! 세아양. 같이 산책해요.”
엘리스가 진세아의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행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지한 일행이 머물고 있던 여관.
근처의 골목.
검은 코트를 걸친 사내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형님, 불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부하가 부리나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가져다 대었다.
담배에서 연기를 뿜어낸 사내가 물었다.
“뭐야, 여관에는 갑자기 왜 들어간거지?”
“글쎄요, 괜찮습니다. 이 녀석들을 깔아놨거든요.”
부하가 손에서 동그란 마공학 장치를 꺼내들었다.
홈이 파진 장소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솟아난다.
고개를 돌리자, 그와 같은 장치들이 여관의 외벽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다.
목표 추적기 U19-S.
한 번 정한 타겟을 죽을 때까지 따라가는 놈이었다.
도청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특수 기종.
비싼 값을 하는 놈이었다.
“유클레스 그 양반도 자신이 개발한 도구가 제자들을 잡는데 쓰일 거라곤 생각 못했을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걸까요? 3년간 코빼기도 안보이던 여잔데 말입니다.”
“흐음······.”
사내는 대답하지 않고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사내가 쫓고 있는 여자.
카렌은 그 유명한 유클레스의 제자였다.
유클레스가 실종된지도 어느덧 3년.
그의 실종과 동시에 11명의 제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기술마도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소문도 있고, 신분을 감춘채 수도에 숨어 살고 있단 소문도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뒷세계에선 제자들에게 현상금을 걸었다.
인당 15억 에온.
웬만한 평민이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거액이었다.
그런 비싼 몸값을 가진 여자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의 목적은 단순 현상금이 아니었다.
“이유야 아무래도 좋다. 우리 목적은 하나다. 납치해서 그 분께 넘긴다.”
그 분의 명령도 있었겠다.
이번 작전은 확실하게 해내야했다.
담배를 바닥에 밟아 끈 사내가 중절모를 머리에 썼다.
그런데, 곳곳에 숨어 있던 부하들이 소란스러웠다.
“그게 진짜냐?”
“진짜 같은데요.”
“제정신인가?”
무전 장치로 통화를 마친 부하가 사내의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저, 형님. 저 안에 있는 놈들 중에 넥한테서 20억 에온을 털어간 놈들이 있답니다.”
“넥이면 장물아비 넥을 말하는거냐?”
“예, 몇 시간 전에 넥이 왠 외지인들한테 20억을 털렸답니다.”
사내의 눈동자가 옅게 빛났다.
“넥의 작업장에 있는 헌터들은 S급 아니었나?”
“예, 그런데도 털렸답니다. 애들을 통해서 들은 거라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넥이면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이다.
그 너구리놈, 그리 쉽게 당할 놈이 아닌데.
사내는 비웃음과 함께 연락 장치를 꺼내 들었다.
곧바로 지정된 다이얼을 눌렀다.
치직, 치직.
잠깐의 노이즈와 함께 장치 너머로 장물아비 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맥코이냐. 지금 내 기분이 몹시 안좋은데.
“어이, 20억 에온을 날렸단 게 정말이냐.”
– 너도 들었냐? 이 개같은 놈들! 장물이라도 챙겨서 그나마 본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놈들이 떠나고 보니까 금고에 넣어놨던 장물도 죄다 털렸어.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들!
이렇게까지 넥이 화를 내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단단히 열 받은 모양.
장물까지 다시 가져갔으면······.
그건 그냥 강도를 맞은 거였다.
– 가게 정리만 되면 그 놈들 수배 내려서 죽여버릴 예정이다. 용병부터 다시 고용해야겠지. 내 인맥을 총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죽이겠어.
잠자코 넥의 말을 듣던 맥코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넥, 마침 내가 그 놈들을 발견해서 말이야.”
– 뭐, 정말이냐? 어디야?
“어차피 네 밑에 있는 애들론 못 잡는 게 뻔한데, 나한테 맡겨라.”
넥이 도둑 맞은(?) 장물도 놈들의 수중에 있다.
장물의 값어치 또한 약 20억은 될 터.
그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였다.
“5억 에온. 나머지 15억은 돌려주고 장물은 내가 가진다. 불만 없지?”
– ······.
잠시 조용해졌다.
연락 장치 너머로 셈을 하는 듯했다.
이내, 넥이 결정을 내렸다.
– 4억. 쉽지 않을 거다. 내 밑에 있는 놈들이 순식간에 당했어. 일행 전부가 최소 SS급은 될 거야.
새로 헌터들을 고용하는 값을 생각하면 4억은 싼 편이었다.
맥코이의 입가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그래, 그렇게 하자고. 결과는 조금 있다 알려주지.”
– 네 실력이면 기대해도 되겠지.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운이 좋군. 유클레스의 제자에 이어 황금 고블린들까지.’
장물아비인 넥과 달리 맥코이는 살인청부업자다.
본인이 SSS급 헌터일 뿐더러 거느린 부하들의 수준도 SS급에 달한다.
그리 안도하는 자신의 모습에 맥코이가 쓴 웃음을 지었다.
‘쯧······. 헌터의 존재가 곧 돈이던 황금 시대가 그립군.’
이런 실력 있는 자들이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가
그 답은 명확했다.
초기술마도계에서 헌터의 위상은 높지 않다.
희대의 천재 기계 공학자 유클레스
그의 발명이 모든 걸 바꾸었다.
마공학 장비만 있다면 누구나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 시대.
수가 제한되어 있고 몸값이 높은 헌터들.
그에 반해 마공학 장비는 싸다.
일반인도 사용법만 익힌다면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다.
그 효율은 헌터와 맞먹거나 그 이상.
당연히 헌터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나, 나옵니다!”
옆에 있던 부하 녀석이 맥코이에게 말했다.
여관의 문이 열리면서 붉은 장발을 늘어뜨린 카렌이 바깥으로 나왔다.
까닥.
맥코이가 검지를 움직이자, 건물 근처에 숨어 있던 부하들이 일제히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운이 참 좋아.’
유클레스의 제자인 카렌을 잡으면 이 다음은 외지인들의 차례였다.
단숨에 40억 에온 가량의 현금을 얻게 될 터.
그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그런데 다음 순간이었다.
“어, 어라?”
“어디갔어?”
바깥으로 뛰어나간 부하들이 일제히 멈춰 주의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카렌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뭐냐. 어디로 갔어?”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부하를 나무랄 것도 없었다.
‘뭐냐? 뭘 어떻게······.’
맥코이 자신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았던가.
카렌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추적기에서도 위치가 안잡힙니다. 마도 역장도, 마력 필드 반응도 정상입니다. 잡히는 게 없습니다.”
장치를 살피는 부하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였는데, 이렇게 놓칠 순 없었다.
그러나 맥코이는 침착했다.
“절반을 나눠서 주변을 수색하도록 해라. 추적기를 도시 상공으로 올려 보내.”
“아, 알겠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외지인들을 살핀다.”
카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 했다.
맥코이가 건물들의 지붕 위로 뛰어오르려는 찰나.
“그······. 외지인들도 바깥으로 나옵니다.”
“우리를 눈치 챈 건가?”
“그건 아닙니다. 산책을 한다고 합니다.”
유클레스의 제자 카렌을 놓친 건 뼈아픈 실책이다.
그 분의 명령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움직여야겠지만.
’25억 에온이 있다면······. 실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맥코이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절반은 카렌을 찾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라.”
자칫하다간 둘 다 놓칠 수 있다.
“그리고 넌 외지인들을 골목으로 데려와라.”
그럴 바엔 하나라도 확실히 챙겨야 했다.
* * *
문을 곧바로 열고 나왔지만.
“어라······? 어디간거죠?”
카렌의 모습은 흔적도 없었다.
사람들이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곤 있었지만, 방금 문을 열고 나간 카렌이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 아직 이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신태양의 눈에서 푸른 이채가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를 노리는 자들도 있습니다.”
『 동료 신태양이 스킬 ‘초직감 Lv.10’을 발휘합니다. 』
그 시선이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
잠시 수를 세던 윤서현이 눈을 떴다.
“골목 쪽에 12명 가량 각성자들이 있어요. 우리를 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어쩌면 그 여자도 그 사람들한테 잡혀 간 걸지도 모르겠네요.”
신태양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 납치? 크, 큰 일 난 거 아닌가요?”
당황한 김건이 말을 더듬었다.
“그······.”
엘리스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찰나.
우당탕!
골목에서 튀어나온 누군가가 다리를 붙잡고 쓰러졌다.
벽에 기대어져 있던 통들이 굴러왔다.
“아이고! 고, 골목에······! 마수가 나타났습니다! 누가 좀······!”
옷도 찢어지고 군데군데 상처가 보이는 게 정말 리얼하다.
연기 좀 하는 놈인가본데.
“골목에 숨어 있는 사람들하고 한패일 거에요. 어떻게 해요?”
그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던 윤서현이 내게 물었다.
쓰러진 사람의 팔에 언뜻 보이는 문신이 눈에 들어 온다.
자신의 꼬리를 문 뱀 우로보로스.
내부에는 시계의 초침과 분침.
‘시공의 마족의 상징이다.’
예상대로 초기술마도계가 꽤 많이 바뀌어 있다.
이 흔적을 찾아 위로 올라가면, 시공의 마족에게도 닿을 수 있을 거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돕죠.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돕는 게 우리의 의무니까요.”
“엥, 언제부터요?”
오늘부터다.
지금 모습을 감추고 있는 유클레스의 제자 카렌.
그녀의 의도 또한 대략 짐작이 간다.
‘일단은 우리 실력을 보겠다는 건가.’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는 놈들을 처리하면 그녀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자,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골목을 가리켰다.
“골목, 골목······!”
아무것도 없는 골목에서 수상한 기운이 일렁인다.
느껴지는 기운도 지금까지 마주했던 상대들보다 한 수 위다.
“몸 좀 제대로 풀 수 있겠네요.”
신태양이 팔을 한바퀴 돌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느새, 진세아는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스릉—.
나도 별빛의 검을 뽑아들었다.
우리가 충분히 골목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될 무렵.
쿵! 쿵!
골목의 양쪽에서 황동색의 구체가 떨어졌다.
철컥, 철커덕······!
치이익—!
구체는 증기를 내뿜으며 자동으로 조립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인간형 기계의 모습을 갖추었다.
“허, 허억! 이게 초기술마도계의 기술. 실용성과 심미성 둘 다 갖춘 굉장한 기계 골렘! 부, 분해 해봐도 될까요?”
“일단 좀 흥분을 가라앉히죠. 스승님, 어떻게 할까요?”
기계가 끝이 아니었다.
지붕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골목으로 뛰어 내렸다.
그들은 우리를 둘러싸듯 앞뒤로 포위했다.
리더로 보이는 코트를 걸친 사내가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이 자는······.’
맥코이라는 SSS급 헌터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확인한 주요 인물 중 하나.
시공의 마족의 아래에 있는건가.
“듣자하니, 넥의 가게에서 크게 한탕하셨다던데.”
“이상하군. 정당한 거래였을텐데.”
“장물까지 싹 다 챙겨 놓고 뻔뻔하군.”
“······.”
범인은 진세아겠고.
뭐, 나쁜 판단은 아니다.
이들을 끌어들여서 시공의 마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치면······.
오히려 잘한 셈이다.
거기에 더해 유클레스의 제자인 카렌도 우리가 실력을 증명하길 원하는 것 같고.
좋은 기회다.
맥코이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댁들은 죽어줘야겠어.”
그 말을 들은 신태양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죽일까요? 스승님?”
“······.”
가능하면 우리 쪽의 피해 없이 끝내고 싶은데.
덜그럭.
나는 품 안에서 뼛 조각 세 개를 꺼내 던졌다.
『 특수 스킬 ‘부패의 마족 : 절대 강령 Lv.12’를 발휘합니다. 』
이전 게이트에서 습득한 절대강령.
‘타재간파의 서 : 최종장’ 덕분에 게이트를 나와서도 스킬의 발휘가 가능하다.
덜그럭, 덜그럭!
『 (레전더리) 스켈레톤 소드마스터 Lv.250 』
『 (레전더리) 스켈레톤 아크메이지 Lv.250 』
『 (레전더리) 스켈레톤 보우마스터 Lv.250 』
최대치의 레벨을 가진 세 마리의 전설 속 네크로맨서가 몸을 일으켰다.
흉흉한 기운을 내뿜어내는 세 마리의 눈가에서 황금빛 이채가 쏟아져 나왔다.
“허, 허억······. 스켈레톤과 전투 기계의 싸움이라니······. 미친······.”
“기, 김건 장인님?”
김건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저 놈들 전부를 쳐부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