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54)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회사로 보냈다니?”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새별이 지인 중에 김세진 양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김세진?”
“김세진 씨를 모르십니까? 올해 WHCU 대회에서 우승한 헌터 김세진 양이 새별 씨 지인이었습니다.”
“그게 뭐? 고작 헌터 나부랭이 하나 때문에 지금 나하고 척 지겠다는 거야?”
“고작 헌터 나부랭이라니요. 김세진 양 부친이 S 랭크 헌터 김대찬입니다.”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봤자 몬스터 잡아서 먹고사는 백정 놈이잖아.”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S 랭크 헌터보고 백정 놈이라니….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거 아닌가?
“김대찬뿐만 아니라 김세진 씨가 왔을 때 강신혁 헌터도 동행했습니다.”
“강신혁이라면 나도 들어 봤지. 그놈도 S 랭크 헌터 아니야? 걔는 또 왜? 박새별 기둥서방이라도 돼?”
“그게 아니라 김세진이 연예기획사 만드는 데 투자하기로 했다고…. 김세진 씨가 회사에 왔을 때에도 강신혁 헌터랑 동행했습니다.”
“하아… 돌아 버리겠네. 그래서 나보고 지금 포기하라는 거야?”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다 보니….”
“이 대표! 나 이지훈이야. 내가 그런 백정 놈들 때문에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이지훈은 한창 신경질을 내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백정, 백정 거리며 무시하지만 솔직히 놈도 강신혁에게 내가 들었던 이야기를 들었다면, 생각을 안 접을 수 없었을 텐데….
이지훈이 내게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게 쪽팔려서 말만 이렇게 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놈이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고 그럼 필시 마찰이 생길 텐데….
어느 쪽이 이기든 제발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 *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렸다.
적절한 협상(?) 덕택에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스테비아의 계약을 파기시킬 수 있었다.
“선생님, 연기 진짜 잘하시네요.”
“연기? 무슨 연기?”
“아까 섀도우리퍼 이야기 말이에요. 정말 그렇게 해 본 적 있는 것처럼 아주 실감 나던데요?”
“아,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은 없지만 만약 대표라는 놈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그렇게 하려고 했거든.”
“네?”
세진이 녀석, 깜짝 놀란 표정이다.
“뭘 그렇게 놀라?”
죽이겠다고 한 것 때문에 그러나?
마땅히 그래도 싼 놈인데….
하여간 세진이는 마음이 너무 여리다.
“도움받는 처지에 이런 말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저는 선생님이 손에 피 묻히고 그러는 거 싫어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걱정 마. 실제로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살인에 대한 거부감은 세진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나도 지금까지 실제로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럼….”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는 말도 있지만 때로는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거든.”
이것마저도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세진이 생각도 나랑 비슷한지 고개를 끄덕인다.
차로 돌아와 문을 여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새별 씨가 보인다.
“어, 어떻게 됐나요?”
“잘 이야기됐습니다. 기존의 계약을 우리 세진이가 인수받기로 했어요.”
아예 파기하고 새로 계약을 맺는 게 더 깔끔할 수도 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애써 회사에서 빼 줬는데 우리랑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며 제 갈 길 가겠다고 해 버리면 상황이 곤란해지니까.
“저, 정말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연식 고개를 숙인다.
뭐, 새별 씨는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다른 멤버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까.
솔직히 나야 안 도와줘도 하등 손해 볼 게 없다.
오히려 귀찮은 일 안 해서 좋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려 했던 세진이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언니, 이제 괜찮아요.”
“출발할 거니까 다들 벨트 매세요.”
차를 몰아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생님? 집으로 안 가고 갑자기 병원은 왜 온 거예요?”
“아, 나 때문에 오신 것 같아. 여기 우리 성철 오빠가 입원한 병원이거든.”
“아….”
맞다. 이곳은 스테비아 매니저가 입원해 있는 병원.
“다른 애들도 여기 있을 거예요.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어? 굳이 주차 안 하시고 그냥 세워 주시면….”
“저도 같이 가서 만날 생각이거든요.”
나야 연예계 소재로 소설을 쓰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해도 수박 겉핥기 정도에 불과하다.
세부적인 사항들이나… 아니, 큰 틀에서도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세진이도 마찬가지다.
그런 우리가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따라서 이 바닥 생리를 잘 아는 회사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차를 주차하고 모두 다 같이 내렸다.
“저기… 쌤, 주스라도 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주스는 무슨. 그냥 가자. 매점도 저기 멀리 있던데.”
“맞아요. 그냥 올라가셔도 돼요.”
“그래도 병실에 어떻게 빈손으로 가요. 주스 얼마나 한다고. 제가 사 가지고 올게요.”
진짜 안 그래도 되는데….
아니지, 차라리 이 편이 더 나으려나?
“새별 씨? 매니저 병실은 307호랬죠?”
“아, 네.”
“저는 먼저 올라가 있을 테니까 세진이랑 매점 들렀다가 올라오세요.”
“아, 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왔다.
“어? 강신혁 헌터님?”
웬 젊은 여자가 아는 척을 한다.
처음엔 그냥 나를 알아보는 일반인인 줄 알고 웃고 지나쳤는데 나를 따라온다.
“혹시 스테비아 멤버인가요?”
“네. 민설아예요.”
다시 보니 저번에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인터넷으로 얼굴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긴 했었는데 메이크업을 안 해서 그런지 차이가 꽤 있다.
“언니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오늘 회사 찾아오셨다고.”
“네. 새별 씨랑 세진이도 같이 왔어요. 곧 올라올 건데 일은… 뭐, 그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설명하는 게 낫겠죠? 병실은 어느 쪽인가요?”
“이쪽이에요.”
설아 씨를 따라 병실에 도착했다.
팔이며 다리며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매니저와 희진과 아현이라는 멤버 둘이 더 있었다.
다들 모여 있는 걸 보면 매니저까지 다섯이 꽤 사이가 돈독한 모양이다.
“애… 애들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팔이랑 다리가 이래서….”
불행 중 다행으로 목과 몸통은 크게 안 다쳤는데 양팔, 양다리 모두 뼈가 많이 바스러졌다고 한다.
차례차례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하고 회복 마법을 진행하는 식으로 치료를 해서 두 달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저기… 다른 분들은 좀 뒤로 물러나시죠.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고개를 돌리시고요.”
경고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뭐… 뭐하시려고?”
“조금 아플 겁니다.”
말과 동시에 오른팔을 들고 수강을 일으켜 팔을 베었다.
“끄아아아악!”
“꺄아아악!”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다들 비명을 지르고 난리라 바로 재생 마법을 사용했다.
초록빛이 나타나며 팔이 재생되더니 이내 완전히 매끈한 팔이 만들어졌다.
“어엇? 팔이….”
“한번 움직여 보세요, 이상한 곳 없나.”
“머, 멀쩡합니다.”
“이게 어떻게…?”
“재생 마법이라고 못 들어 보셨습니까?”
“아… 저 뉴스에서 봤던 것 같아요.”
“그 마법 개발자가 접니다.”
세진이에게 잔혹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얼른 처리하려다 보니 미처 설명을 못 했다.
“자, 그럼 다음은 오른팔… 아니면 다리 먼저 할까요?”
“아니, 그 이렇게 안 해도 두 달 정도면 퇴원을 할 수 있다고….”
“지금 기존 소속사랑 이야기 다 마치고 오는 길입니다. 얼른 나아서 애들 서포트 다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획사 관리는 물론 실무 또한 매니저에게 맡길 생각인데 이렇게 병실에 누워 있으면 곤란하다.
매니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 팔과 다리도 모두 자르고 재생 마법으로 회복시켰다.
다들 멀쩡하게 서 있는 매니저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마법을 이용해 잔해와 흔적을 다 치웠다.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런 게….”
그만 놀라고 나가서 퇴원 수속을 하자고 말하려던 찰나 문이 열리더니 세진이와 새별 씨가 들어왔다.
“오빠? 어떻게….”
두 다리와 두 발로 멀쩡하게 서 있는 매니저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여기 강신혁 헌터님이 치료해 주셨어.”
“의사 선생님이 최소 두 달은 입원하고 수술도 세 번은 더 해야 한다고 했는데….”
“뭐, 별거 아닙니다. 이제 퇴원 수속부터 하고 일 이야기 해야죠?”
* * *
연예기획사 설립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매니저가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표가 됐지만 세진이와 내 법인에서 투자를 하는 형식을 취해 지분을 취득했다.
솔직히 거창하게 말해서 연예기획사지 소속 연예인이라곤 스테비아 하나밖에 없으니까.
자본이 넉넉하니 멤버들 숙소와 사무실, 연습실도 바로 구해서 구색은 갖췄는데 문제는 일이다.
물론 전 기획사에서 방송계에 압력을 행사하던 걸 풀어 달라고도 했고 매니저도 아는 인맥들을 동원해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고는 하는데, 큰 성과는 없다고 들었다.
애초에 스테비아가 그렇게 인기 있는 걸 그룹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전에야 HS엔터라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었지만 이제는 듣도 보도 못한 JH엔터 소속이니까.
“선생님, 진짜 안 될까요?”
그래서 세진이가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끼워팔기다.
현재 JH엔터는 매니저가 독립해 차린 신생 기획사로 알려져 있지, 나와 세진이의 법인에서 투자해서 만든 회사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실을 언론에 살짝 흘리고 나와 세진이가 방송 출연하며 스테비아도 끼워팔기를 하자는데….
“딱히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애초에 나는 공무원이라 방송 출연 하는 게 쉽지 않다.
안 될 가능성이 크고 된다고 하더라도 허가도 받아야 하고 절차가 꽤 번거로울 거다.
무엇보다 학교 애들이 알게 돼서 애들이 연예인 보여 달라고 귀찮게 할 게 뻔하니까.
애초에 그런 식으로 끼워팔기 해 봤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가수라면 노래로 승부해야지.”
“앨범 제작도 하고 있긴 한데 신생 기획사라 그런지 노래가 좋은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유명 작곡가들은 다들 잘나가는 가수들한테만 곡 주고 싶어 한다고….”
“하긴, 전에 매니저… 아니, 이젠 대표지. 아무튼 계속 내가 불렀던 노래를 원했던 것도 걸 그룹 노래는 아니지만 그 노래를 다른 가수에게 주면 자기 애들이 부를 만한 곡을 받아다 주겠다고 다른 매니저에게 딜을 받아서 그런 거였대.”
지금이라도 내가 불렀던 노래들을 주면 곡을 받아 올 수 있긴 하겠지만 이제 와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내가 걸 그룹 노래를 몇 곡 주는 게 백번 나을 것 같다.
“김 대표에게 내가 곡 몇 개 준비해 준다고 해.”
“선생님, 걸 그룹 노래도 만들 줄 아세요?”
솔직히 전생에 나는 걸 그룹 노래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서 아는 노래가 썩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도 한때는 군인이었으니까.
매주 하는 음악 방송 시간을 줄줄 꿰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 보던 시절이 있었다.
애초에 군인 시절이 아니더라도 대히트 친 노래라면 웬만한 건 알고 있으니까.
“그럼. 일단 모레는 내가 출국이니까 좀 힘들 것 같고 주말에 귀국하니까 그날 곡 몇 개 준다고 해.”
“아, 네.”
방학은 다음 주 금요일이지만 노벨 마법상 수상을 위해 모레 스웨덴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저기… 그런데 선생님, 그 이지훈이라는 놈이 또 새별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는데….”
“걱정 마. 이번에 출국하면서 처리할 생각이야.”
내가 워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세진이 말고는 아무도 모르니 완벽한 알리바이가 될 테니까.
솔직히 두 놈을 처리하는 것보다 노벨 마법상 시상식이 걱정이다.
수상을 못 할까 봐 그런 게 아니라 시상식 자체가 부담스럽다.
재생 마법의 논문은 나와 김 선생 공동 명의로 발표했으니 분명 김 선생에게도 초청장을 보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