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0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70)
아카데미의 신입생이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선생으로 있던 때도 외출 제한을 비롯해 이런저런 제한이 있긴 했지만 회식이나 자기 개발 같은 핑계를 대고 융통성 있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게 일절 없다.
그나마 나는 오랜 기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었던 터라 매주 주말 혹은 금요일에 병원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외출이 허가되긴 했지만.
이 핑계도 오래는 못 써먹겠지만 그래도 사부와 루시엘은 새벽에 잠깐잠깐 들르면 되니까.
루시엘만이라면 마계수가 있는 루시엘의 세계에서 만나도 되고.
그래도 답답한 느낌이 적지 않은데 애들은 어떻게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중1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적응이 된 건가?
모르곘다. 일단 밥이나 먹어야지.
식당에 도착하니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학생들 대부분 아침밥을 잘 챙겨 먹는 편이다 보니 그런 건데 이것도 답답하다…
예전에 선생일 때는 프리패스였지만 이제는 신입생이니 별수 없다.
“어? 찬성아, 밥 같이 먹자.”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성지안이다.
싱긋 웃으며 부르는데, 주변에서 다 쳐다본다.
오늘만 이런 게 아니라 저 녀석은 첫날부터 정말 나를 살뜰히 챙겼다.
도대체 민찬성 이 녀석은 중1 때 뭘 한 건지….
민찬성이 되기로 하면서 기본적인 정보들은 조사하고 달달 외우긴 했지만 세부적인 건 알 수 없다.
천애고아에 당사자는 식물인간 상태니까.
“같이 먹자니까.”
내가 대답을 안 하자 와서 팔을 끌고 데려간다.
덕분에 밥 먹는 순서가 더 밀렸다.
“너희 둘은 진짜 안 사귀는 거 맞아?”
성지안 옆에 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 놀리는데 저 녀석의 이름은 남지현.
성지안처럼 저 녀석 아버지도 S랭크 헌터.
비천길드의 남일성이다.
성지안과는 소꿉친구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녀석 역시 히로인 중 한 명이다.
히로인답게 외모는 출중한 편이긴 한데 원작에서는 장난기도 많고 의도치 않게 민폐도 많이 끼쳐 독자들 사이에선 그리 인기 있진 않았다.
나도 별로 안 좋아한다.
이런식으로 매번 성지안과 나를 엮으려 드니까.
“아닌데.”
“맞아. 지현이 너 자꾸 그런 소리 하면 맞는다?”
“찬성이는 확실히 아닌 것 같지만 지안이 넌 얼굴 엄청 빨간데? 혹시 짝사랑?”
“아니라니까. 나는 그냥 찬성이가 친구고 아프니까 챙겨 주려는 건데….”
“찬성이가 애도 아니고, 별로 아픈 것 같지도 않은데 뭘 그렇게 챙겨.”
성지안이 도와달라는 눈빛을 하곤 바라보는데, 나까지 끼어들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못 본 척 외면했다.
이미 아니라고 내 뜻을 밝혔으니까.
내가 진짜 학생 라이프를 즐기러 온 것도 아니고 굳이 히로인들과 엮여서 좋을 게 없을 테니까.
참, 생각해 보니 세진이가 경고도 했었지….
친한 선생이 많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겠지만 갑자기 나를 콕 찝어 물어보진 않을 테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드디어 내 차례다.
밥을 받는데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이지성이 보인다.
망나니인 이지성과 어울리던 녀석들이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전부 강제 전학 처리가 됐다.
그동안에야 이지성이 비호했지만 저 녀석은 작년 여름방학 이후부터는 루시엘의 저주로 자기 동료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을 테니까.
사실 첫날 이후로도 몇 번 더 이지성은 나와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교실에선 성지안의 철벽 수비로, 기숙사는 방이 달라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쓰레기 이미지도 여전하다.
물론 원작대로 진행된다면 곧 바뀌겠지.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아마, 이번 주 주말 아니면 다음 주 주말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찬성아, 왜 국 안 받아?”
“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거라….”
“아픈데 편식하면 못 써.”
옆에 있던 성지안이 제멋대로 국그릇을 가져와 내 식판에 올려놓는다.
추어탕은 진짜 싫은데….
* * *
오늘도 혼밥이구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고 혼자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일주일 째 삼시 세끼 혼자 먹으니 조금 그렇다.
얼른 이미지를 바꿔야 할 텐데.
민찬성과 이야기를 못 한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언제까지나 녀석만 신경 쓰고 있을 순 없으니까.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일부 기억만 없는 게 아니라 아예 과거 일을 기억 못 한다고 하니까.
연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별일이 없는 걸 보면 정말 기억을 못 하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교실에 와서 휴대폰을 켜 갤러리에 들어왔다.
원작 소설을 기억나는 대로 옮겨 적은 사진들이 주르륵 보인다.
노트는 곱게 찢어 버렸다.
처음부터 노트가 아니라 휴대폰에 기록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수업 시간 중에도 틈틈이 기록을 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리 망나니라지만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순 없었으니까.
한 장 한 장 넘기며 뭔가 이미지 회복에 도움이 될 게 없나 찾아봤지만 딱히 없다.
주인공이 얻게 되는 기연들이나 주요 이벤트들은 대개 기억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써먹을 만한 건 없어 보인다.
답답해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책상에 엎드리는데 순간 이제 곧 벌어질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헌터 학교 몰카 사건.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 1학년 때 일어나는 이벤트로 올해 신입 교사 중 1명이 여학생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
촬영 목적은 금전.
자기 혼자 보려는 게 아니라 딥웹에 팔아 돈을 버는데, 주인공인 김도현은 범인이 떨어뜨린 USB를 줍게 되고 잠복해 범인을 밝혀낸다.
주인공이 전교생에게 주목받게 되는 첫 번째 에피소드였는데, 이걸 까먹고 잊었다니.
좋아. 이걸 내가 먼저 선수 친다.
물론 내가 대신 해결한다고 나락에 처박힌 이미지가 단번에 반전되진 않겠지만, 쇄신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안타깝게도 범인의 이름까진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올해 신규로 교사가 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겠지.
게다가 김도현이 언제, 어디서 USB를 줍게 되는지, 어떻게 범인을 찾아냈는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생각을 해 내서 정말 다행이다.
김도현이 USB를 줍는 건 개학하고 두 번째 맞는 주말.
당장 이번 주 주말, 자원봉사 시간에서니까.
계획을 정리해 적고 있다 보니 어느새 조회 시간이 됐다.
수행평가니 테스트니 시덥잖은 소리만 해 댄다.
자원봉사자는 오늘 안 뽑는 건가?
일단 자원봉사에 지원해 김도현을 지켜볼 생각이었는데 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학기 초부터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하는 티를 내던데, 여전히 좋지 않다.
뭐, 작년에도 내 담임이었으니 나를 싫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자기도 그리 떳떳하기만 한 건 아니지 않나?
학교에서 사고 좀 쳤던 망나니 VS 국제 테러 범죄 조직의 일원.
누가 더 나쁜진 두말하면 잔소리니까.
딱히 날 싫어해도 상관없지만, 이거 자원봉사 지원했다가 빠꾸 먹는 거 아닌지 걱정이다.
“아, 참. 이번 주 주말에 책상, 의자 교체하는데, 3학년이 실습 나가서 1학년에서 4명씩 자원봉사자 뽑을 건데… 할 사람?”
“쌤 그거 봉사 시간 인정 되는 거예요?”
“그럼. 한두 시간 정도면 끝날 건데 4시간으로 계산해 줄 거야.”
질문을 했던 남지현이 가장 먼저 손을 든다.
혹시 자리가 안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나도 빠르게 손을 들었다.
“이지성?”
“네. 저도 할게요.”
“네가?”
예상은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다.
반에 있는 학생들 모두가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왜 그러세요? 전 하면 안 되나요?”
“흠, 알았어. 대신 빠지면 안 돼.”
“네.”
후우, 다행이다.
사실 주말이라 굳이 자원봉사 활동을 안 해도 장소에 가서 기다리면 그만이긴 하지만 사건이 벌어지는 건 3학년 화장실 앞이다.
1학년이 3학년 복도에 가면 안 된다는 교칙은 없지만, 괜히 얼쩡거리면 선생들이나 다른 학생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선생님, 저도 할래요.”
“저도 할게요.”
뒤이어 성지안도 손을 들고 옆자리인 민찬성까지 손을 든다.
“지안이랑 찬성이? 찬성이는 괜찮겠어? 의자랑 책상 옮기는 건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 * *
“이지성 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러게. 그 망나니가 봉사활동이라니.”
수업이 끝나고 성지안의 손에 이끌려 매점에 왔다.
남지현도 같이 왔는데, 둘 다 아주 이지성을 잘근잘근 씹어 댄다.
사건이 벌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주인지 다음 주인지 몰랐는데, 이지성이 오늘 자원봉사 활동에 지원한 걸 보면 이번 주에 사건이 발생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봉사활동 같은 거 안 하고 개인적으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지만 옆에 있던 성지안이 자꾸 같이 하자고 부추겼다.
“걔도 걘데, 너희 둘은 또 같이 신청했네? 봉사활동 시간까지 붙어 있으려고?”
남지현 또 시작이네….
“아니라고.”
“지현이 너 진짜… 자꾸 그럴래?”
“너가 찬성이 옆구리 찌르던 거 봤는데?”
“그, 그냥 좋은 일이니까 같이 하자고 한 거야.”
“봉사활동 핑계로 주말 내내 붙어 있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웬만하면 좋게 넘어가려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야, 남지현. 적당히 해라.”
“뭘 적당히 해. 너나 그만 우리 지안이 애 태우고 사귀지그래? 짝사랑하는 우리 지안이 너무 불쌍하다고.”
“아… 아니라고!”
“아니긴, 짝사랑하는 거 맞잖아.”
“아니라잖아. 그리고 짝사랑하면 다 받아 줘야 하는 거야?”
“뭐? 민찬성 너 웃긴다. 네 주제에 지금 우리 지안이 차는 거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남지현, 그럼 넌 이지성이랑 사귀어야겠네?”
“무… 무슨 개소리야! 사람이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그딴 쓰레기 같은 놈이랑 나를 엮어? 너 죽고 싶어?”
아주 길길이 날뛴다.
“찬성아, 사과해. 방금 그 말은 진짜 심했어.”
나를 싸고도는 지안이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이지성 이미지는 진짜 최악이구나.
“내가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야. 아까 자원봉사 뽑을 때 지현이가 지원하니까 이지성이 따라 지원했잖아.”
“잠깐만. 진짜 그러네, 지현이가 지원하니까 이지성도 바로 손 들었잖아!”
“아니. 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걔가 갑자기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진 걸 수도 있지.”
“이지성이?”
“찬성이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닌 것 같은데. 지현이 너도 조금 전에 이해 안 간다고 했잖아.”
“아니… 어떻게 그걸 그런 식으로 엮어….”
“그럼 네가 지안이가 날 걱정해서 좀 챙겨 준 걸 자꾸 사귀는 거로 몰아가는 건 말이 되고?”
결국, 남지현은 반박을 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진짜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다.
“진심은 아니지?”
“글쎄, 혹시 나중에 두 사람이 진짜 사귈지도 모르지.”
지금은 이지성이라면 아주 질색을 하지만 남지현은 히로인.
1학년 때 바로 사귀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니라 시간은 있지만 결국 나중엔 이지성과 이어진다.
“그럴 리가. 지현이가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런 쓰레기랑… 만약에라도 그러면 내가 막을 거야.”
성지안도 역시 결국 나중에 가선 이지성을 좋아하게 될 텐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왜 웃어?”
“그냥.”
“기억을 잃어서 그런가? 찬성이 너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아.”
“그래서 이상해?”
“…조금.”
“큰일이네. 이 상하면 치과 가야 되는데.”
“치… 치과? 아니, 잠깐. 지금 그거 드립이야? 우리 아빠도 이런 농담은 안 할 것 같은데….”
이상하다.
내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해 주면 다들 좋아하고 빵빵 터졌었는데…
같은 여고생이라도 2년 차이가 나서 그런 건지도….
하여간 요즘 애들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