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94)
그 제자에 그 선생
“세진 선배님 괜찮을까요?”
은서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뭐, 이상한 건 아니다.
세진이가 학교에서도 3년 내내 우수했고 WHCU 우승도 했고, 아레스 길드의 후계자이긴 해도 A 랭크 헌터니까.
반면 오늘 세진이의 상대인 노무라 타케시는 9년 전부터 S 랭크 헌터였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은서처럼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도 어떻게 보면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걱정을 하는 걸 보면 역시 은서는 참 착하다.
“쓸데없는 걱정이야.”
“네?”
“세진이가 위험하다면 내가 방관했겠어?”
밤에 몰래 찾아가 그대로 쓱싹 처리해 버렸겠지.
하지만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어제 대련으로 세진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확실히 알았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여기 있어도 돼?”
“어제 교감 선생님이 이야기하셨다니까요. 국제헌터협회에 정식으로 항의할 예정이고 교육에 계속 참여해도 되지만 안 들어도 상관없다고.”
“다른 애들은 다 듣는다며?”
“지루한 강의보다는 차라리 여기 오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그것보다 엄청 화나신 것 같은데.”
“원래 한 성격 하는 사람이라 그렇지.”
“어?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경기장 오른편 출입구가 열리며 노무라 타케시가 커다란 창을 들고 들어오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쏟아진다.
“노무라 파이팅!”
“건방진 한국의 계집애 따위 확실히 짓밟아 주라고!”
“타케시! 타케시!”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 측 출입구에서 세진이가 등장했다.
옆에는 서 이사와 교감도 같이 있는데 아까와는 반대로 야유가 쏟아진다.
결투 장소가 일본이다 보니 관중 대부분이 일본인이라 어쩔 수 없다.
“저 사람들이 진짜… 어? 선생님, 저거….”
“봤어? 눈 좋네.”
세진이의 허리춤에는 검 대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뭇가지가 꽂혀 있다.
“혹시 저번에 선생님이 김대찬 헌터랑….”
“맞아. 내가 그때 검을 쓰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 세진이도 검을 쓰지 않을 거야.”
어제 대련을 하지 않았다면 반대를 했겠지만, 지금 세진이에겐 검이나 나뭇가지나 큰 상관이 없다.
아니, 저 나뭇가지 없이 마법과 주먹만으로도 저 타케시란 놈은 세진이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세진 선배가 벌써 그때의 선생님과 똑같은 수준이라는 거예요?”
“글쎄, 일단 보면 알겠지.”
세진이가 손을 한 번 흔들고 경기장에 올라가려 하는데 경기장에 있던 심판들이 세진이에게 다가간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거리가 너무 멀어 들리진 않지만 시뻘겋게 달아오른 타케시의 얼굴을 보니 대충 짐작은 간다.
검사로 알려진 세진이가 검이 아닌 웬 나뭇가지를 들고 와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거겠지.
다행히 지연은 금방 끝났다.
세진이는 그대로 나뭇가지를 들고 경기장에 올랐다.
이후 5분 정도 심판의 간단한 설명과 오늘 결투의 배경 등을 설명하고 결투가 시작됐다.
먼저 움직인 건 타케시였다.
심판이 호각을 불자마자 그대로 달려나가 푸른 강기를 잔뜩 머금은 창날로 세진이의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세진이는 너무나도 손쉽게 나무 막대로 쳐 내며 그대로 타케시를 걷어찼다.
그래도 S 랭크 헌터라고 창대로 방어는 했지만 꼴사납게 날아가는 건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경기장 밖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타케시의 응원으로 가득 찼던 경기장엔 정적이 찾아왔다.
세진이의 나뭇가지엔 강기는커녕 검기 따위도 서려 있지 않았으니까.
“저 여자 뭐야?”
“어떻게 오러블레이드를 나뭇가지로….”
“저 나뭇가지 아티팩트 아니야?”
다들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리는데, 한국에서 김대찬을 상대하며 내가 보였던 기술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처음 보는 거겠지.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세진이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에 푸른 기운이 일렁이며 강기가 생겨났다.
이내 완벽하게 강기로 뒤덮인 나뭇가지를 그대로 타케시를 향해 던졌다.
바로 자리를 옮겨 피했지만 소용없다.
나뭇가지는 마치 유도미사일인 것처럼 그대로 타케시를 쫓아다니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저거 진짜 아티팩트 아니야?”
“결투에 아티팩트 사용하는 건 반칙 아니야?”
“반칙은 아닐걸?”
“이봐, 타케시! 뭐 하는 거야!”
“반격을 하라고! 네가 그러고도 일본의 S 랭크 헌터냐!”
이기어검강(以氣馭劍罡)… 아니, 검이 아니라 나뭇가지니 이기어목강(以氣馭木罡)이라 하는 게 맞겠네.
이기어검은 내공과 정신력 소모가 상당히 큰 기술이지만 세진이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다.
경지가 높아질수록 내공도 자연히 늘어나지만 그래도 세진이 수준에서 저럴 수는 없다.
하지만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어제 세진이에게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 * *
“카이나칸,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그래. 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군.
“그래? 다 네 덕분이지. 고마워. 육포 먹을래?”
―매번 받기만 하는군. 고맙다.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같이 대련도 해 줬잖아. 다음번엔 더 많이 사 올게.”
―육포는 언제든 환영이지. 그런데 넌 참 성실하군. 강신혁 그자도 주인님이 잠든 이후부터는 자주 오지 않는데.
“선생님은 요즘 학생 놀이 하신다고 많이 바쁘시거든. 그래도 밖에서 우리끼리는 자주 보는데, 카이나칸 넌 여기 혼자니까 심심하겠네.”
―딱히 상관없다. 마계수와 여기 잠든 주인님을 지키는 게 내 임무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시간이 30배나 느리게 가는 이곳에 계속 혼자이면 외로울 텐데….
“그래도 혼자 있으면 쓸쓸하지 않아?”
―어차피 예전에도 오래 혼자였으니까 괜찮다.
“그게 뭐가 괜찮은 거야. 그런 건 괜찮은 게 아니라 무뎌진 거라고. 하는 거야.”
―뭐… 그래도, 네가 자주 오니까 심심하진 않다.
“나야 업무가 하도 많아서 여기 안 오면 도저히 다 처리 못 하거든. 수련도 못 할 거고.”
―세진, 나 궁금한 게 있다.
“뭐가 궁금한데?”
―넌 왜 강해지려고 하는 거지?
“응?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다. 네 옆에 있는 강신혁은 내가 본 인간 중에서… 아니, 우리 주인님보다도 강하지. 그런 강신혁이 있는데 굳이 너까지 강해지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는 거지. 난 선생님의 제자니까.”
―제자랑 그게 무슨 상관이…. 이번에는 내가 의미를 이해 못 하겠다.
“선생님에게 의지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하지만 그런 것보다 난 선생님 곁에 당당히 서고 싶어. 도움은 못 주더라도 짐은 되고 싶지 않기도 하고.”
―흐음…. 여전히 모르겠다.
“으음, 선생님의 제자로 대접받는 것보다 역시 그 선생님의 제자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니까.”
―뭔가 어렵군.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선생님 제자인데 내가 어디 가서 실력이 부족하면 선생님의 이름에 흠이 되잖아.”
―너도 우리 주인 못지않게 강신혁 그자를 좋아하네.
“땡. 그건 틀렸어.”
―틀리다니?
“내가 루시엘 언니보다 약하긴 하지만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은 절대 지지 않거든. 루시엘 언니보다 내가 백 배는 더 좋아해.
카이나칸은 완전 질색을 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너무 닭살이었나 생각하던 순간 카이나칸이 다시 돌아왔는데 입에 웬 나무로 만든 상자가 있다.
“뭐야?”
―이거 마과라는 건데, 너 먹어. 먹으면 상당히 강해질 수 있을 거다.
“마과?”
―영약 같은 거다. 너도 강신혁이랑 똑같이 마기를 정화할 수 있으니 상관없겠지. 뭐, 원래 강신혁 그자에게 주려던 거지만….
“어? 선생님 거면 내가 먹으면 안 되지 않아?”
―그 자식 수준에는 필요 없어. 녀석도 그걸 알아서 그런지 찾지도 않더라. 얼마 안 가면 썩어 버릴 텐데, 계속 썩혀 두는 것보단 너라도 먹는 게 낫지.
* * *
카이나칸이 세진이에게 마과를 가져다 먹였다.
사실 내가 먹어도 소용이 없어서 내버려 둔 게 아니라 그냥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던 게, 마과가 하나 더 있다는 걸 듣긴 했지만 그 이후에 루시엘과 한바탕 싸우고, 마법도 배우고, 이것저것 너무 바빴다.
애초에 원작에서 마과는 하나뿐이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딱히 아깝지는 않다.
애초부터 내가 먹을 생각은 없었고 도현이랑 이지성에게 각각 하나씩 먹이려 했었으니까.
도현이야 나중에 먹을 테고 이지성 그 자식은 뺀질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드니 차라리 세진이가 먹어서 다행이다.
세진이의 나뭇가지에는 여전히 푸른 강기가 선명히 어려서 타케시를 공격 중이다.
타케시는 나름 잘 피하고 막고 있긴 하지만 내공의 차이가 엄청나서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어?
아무래도 우리 제자는 이 결투를 오래 끌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뭐… 뭐야?”
“저거 뭔데?”
“서… 선생님? 세진 선배 마법을 쓸 수 있어요?”
세진이의 주변에 성인 머리만 한 커다란 화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까.
어제 분신과 이형환위를 융합해서 쓰는 걸 보긴 했지만 이기어검과 동시에 마법을 쓰다니….
진짜 어마어마한 정신력이다.
금세 완벽한 형체를 갖춘 화구들은 타케시를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적중했다.
콰앙, 콰앙!
호오, 타케시 저 자식… 호신강기처럼 마나를 방출해서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그래도 옷은 거의 다 타고 까맣게 그을리는 건 피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옳은 판단이었다.
화구를 피하려다가 강기로 둘러싸인 나뭇가지에 팔다리 중 하나를 바치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끝났네.”
세진이의 옆에는 또다시 연기를 피워 올리는 새하얀 바늘이 생겨나고 있으니까.
아이스 니들인 것 같은데, 아주 괜찮은 선택이다.
아까의 화구보다 크기는 작지만 수량은 훨씬 많으니까.
대충 봐도 수백 개는 되어 보인다.
“기, 기… 억!”
타케시가 기권 선언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세진이의 얼음 바늘이 한발 빨랐다.
아니, 그것보다 빠른 건 나뭇가지였다.
나뭇가지는 창을 그대로 두 동강 내 버렸고 당황한 순간 들이닥친 얼음 바늘은 타케시를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렸다.
빠르게 심판이 달려와 중지 선언을 했다.
아래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이 달려가고 그제야 새파란 강기를 내뿜으며 타케시의 목을 노리고 있던 나뭇가지가 세진이에게 되돌아간다.
“어떻게 오러블레이드를 쓰면서 마법까지…. 진짜 괜한 걱정이었네요. 어쩌면 지난번 선생님보다 더….”
“에이, 그건 아니지. 어제도 대련했는데 내가 이겼어. 그래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거 알아?”
“네?”
“세진이 결투 시작하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승리다.
“저기… 선생님, 저도 노력하면 세진 선배처럼 될 수 있겠죠?”
“어? 무… 물론이지.”
약간 기가 죽은 것 같아 물론이라고 하긴 했는데, 현실적으로는 조금 힘들 것 같다.
은서도 내공을 익혀서 마법과 무공을 둘 다 사용할 순 있겠지만 심법도 세진이와는 다르고 이젠 마과도 없으니까.
뭐, 그래도 내가 잘 가르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스… 승자는 한국 아레스 길드의 김세진!”
심판이 세진이의 승리 선언을 했지만, 환호와 박수갈채는 없다.
“진짜 너무하네요. 아무리 자기가 응원하는 사람이 졌어도 이런 식으로 나가는 건 비매너인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대충 예상은 했지만 참 치졸하네.
“가자.”
“네?”
“우리는 가서 축하해 줘야지.”
“아, 네.”
사실 축하말고도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STB라고 해도 결투는 엄연한 결투니까.
축하에 덤으로 힘과 권위로 나를 핍박했던 놈들의 몰락도 구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