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그럼 말해줘
“힝!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그런 녀석이 몇 달 만에 온단 말이냐?”
“아빠가 오셨으면 좋았잖아요. 아빠야말로 한 번도 안 오고.”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신나게 떠들어 댔다.
평소라면 끼어들었을 동방수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부자든 빈자든 가족에 대한 사랑은 똑같아 보였다.
“마스터?”
집사가 존을 불렀고,
“그래. 제니퍼, 재미있는 일은 있었니?”
“그럼요. 제가 한국에서 얼마나 투자를 잘했는지 알잖아요?”
“아가씨.”
카렐이 제니퍼를 불렀음에도 두 사람의 대화는 끊임이 없었다.
잠시 후.
“흠흠. 너무 오랜만에 딸을 만나다 보니 실례가 많았군요.”
그간의 회포를 풀었는지 이제야 청년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부녀간에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동방수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자신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저렇게 했을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역시 한국인이라더니 예의가 바르시군요. 당신이 동방수 씨입니까?”
“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동방수입니다.”
동방수와 눈을 마주친 존은 한참을 가만히 그를 직시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
동방수의 눈에서 또 다른 지배자들에게서나 느꼈을 깊이가 느껴졌다.
동방수를 보며 감탄한 존과 마찬가지로 존에 대해서도 감탄을 금치 못한 동방수였다.
‘이야, 확실히 지배자 가문이라더니 대단하긴 대단하네. 내 눈을 똑바로 보다니.’
“젊으신 분이 대단하군요. 이렇게 저와 오래 눈을 마주친 분은 동방수 씨가 처음입니다.”
“과찬이시네요. 제니퍼 양과는 친구 사이니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동방수는 깍듯하게 존을 대했다.
“하하하. 이제 보니 보기보다 더욱 호탕하군. 자네 말대로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제니퍼는 바로 말을 놓는 존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
비록 남자 친구로 소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존에게 처음 소개하는 친구가 아닌가.
‘진짜 수는 대단하네. 아빠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니.’
지금까지 존이 일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이렇게 편하게 말하는 사람은 동방수가 처음이었다.
“남자는 직진이죠. 그런 의미에서 용건부터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차였네. 가장 빠른 시일에 가장 많은 부를 이루었다는 동양의 신비라 불리는 남자가 왜 나를 보고 싶었는지 말일세.”
동방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이미 적당히 정보를 흘렸기에 대강은 짐작할 것이다.
사업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방수가 흘린 정보는 존의 예측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었다.
“가주님. 게임 좋아하세요?”
존은 피식 웃었다.
갑자기 뜬금없는 게임이라니.
“게임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는군. 굳이 대답을 하자면 해 본 적이 없다네.”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으시다고요?”
“자네가 우리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가 그리 한가한 자리는 아니라네. 여기까지 올라온 과정도, 그리고 이 자리를 지키는 과정도 말일세.”
가볍게 얘기하긴 했지만, 로드차일더가의 수장이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역시 로드차일더가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하. 칭찬이라면 고맙지만 내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
“네? 오늘 온종일 뵐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안타깝지만 나에게 시간은 황금보다 귀하다네. 비록 자네가 제니퍼의 친구이면서 심지어 내 마음에 들었다곤 해도. 나는 이익이 없으면 내 시간을 쓰지 않는다네.”
“그렇다면 오늘 하루는 저에게 비워 주셔도 되겠네요.”
자신만만한 동방수의 모습에 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단순히 허풍이 아니길 바라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시간을 낼 이유를 말해 주겠나?”
“지금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엄청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게임으로 세상을 바꾼단 말인가?”
단 한 번도 게임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로드차일더가의 가주답게 게임 산업이 예상보다 큰돈이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광고를 통한 수익, 그리고 게임 내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한 수익 말이다.
게다가 게임은 한번 만들어 놓기만 하면 추가적인 투자가 거의 필요 없는 사업이 아닌가.
“믿기지 않으실지 모르겠지만, 보통 게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좋네. 나에게 흥미를 끌게 해 줬으니 좀 더 시간을 허락해 보지.”
존은 이 자신만만한 청년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지켜보기로 했다.
“제가 천재 발명가라는 것 정도는 아실 겁니다.”
“물론일세. 내 딸과 친하게 지내는 자네에 대해서 내가 모를 리가 없지.”
“그런 제가 모든 역량을 모아 만든 이 게임은 무슨 상상을 하든 그 이상일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쉽게 허가가 나지 않는군요.”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로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외엔 없다고 봅니다. 제가 어떤 종류의 일을 시작하든 그 부분에서는 세계 1위가 될 테니까 그걸 경계하는 것도 같고요.”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그런 동방수를 보며 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 정도라면 스스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뿐더러, 그동안 제니퍼를 도와준 공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부탁이라도 얼마든 들어줄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네,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맘먹으면 제법 많은 것을 바꿔 놓을 수 있는데 말이야.”
“설마요. 저는 그저 당장 필요한 것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좋네. 좋아. 그런데 고작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물론이죠. 이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게임을 하고 나시면 가주님도 당장이라도 게임을 허가받으려고 하실 겁니다.”
“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자네 정도 되는 사람이 그렇게 장담하니 궁금해지긴 하는군.”
동방수가 웃으며 황예원을 쳐다봤다.
그러자 황예원은 준비해 뒀던 가방에서 헬멧 같은 것을 꺼냈다.
“가주님. 이걸 한번 써 보시겠습니까?”
“나보고 그런 우스꽝스러운 헬멧을 쓰란 말인가?”
“지금은 작동만 되게 만들어 놓은 프로토타입이라 그렇습니다.”
“위험한 건 아니겠지?”
헬멧을 받으면서도 찝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존이었다.
“설마요. 제가 가주님을 위험하게 하려면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많습니다.”
“아빠. 한번 써 보세요.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사용해 본 제니퍼가 적극적으로 권했다.
제니퍼까지 나서자 존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시키는 일이 없길 바라네.”
“절대로요. 헬멧에서 시키는 대로 하시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궁극적인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존은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조심스럽게 헬멧을 썼다.
헬멧은 머리를 완전히 가리고 있어 정장을 입은 존의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헬멧을 쓴 존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10분 후.
존은 허겁지겁 헬멧을 벗었다.
“왜! 왜 벌써 끝났나?”
“그게 체험판이거든요.”
존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동방수를 획 돌아봤다.
“계… 계속하고 싶네. 바로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순간이었단 말일세.”
“저장은 되어 있으니 그리 흥분하실 건 없습니다.”
“후후후. 그건 정말 다행이군.”
존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탄식 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재미는 있으셨습니까?”
“재미…있었네…….”
고작 게임에 흥분했다는 사실이 자존심이 상하긴 했으나 거짓을 말할 순 없었다.
“다행이네요.”
존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동방수에게 조금은 친절하게 물었다.
“그… 그럼 바로 다시 할 수 있는 건가?”
“그건 좀 곤란하죠.”
“왜 곤란하단 말인가?”
태어나서 제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은 손꼽히게 적었다.
그런데 왜 이런 게임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아직 허가를 안 받았잖습니까. 그러니까 하고 싶으시면 허가를 받도록 해 주시죠.”
역시 동방수는 밀당의 고수였다.
“그거면 되겠는가?”
그 게임에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존은 마치 마약에 중독이라도 된 사람처럼 동방수에게 매달렸다.
“물론이죠. 제가 왜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기술인가. 이런 기술은 듣도 보도 못했군.”
“간단한 가상 현실입니다.”
“이게 어떻게 간단하단 말인가. 지금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단 말일세!”
존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당연했다.
존이 게임을 한 10분이란 시간 동안 그곳에서 그는 무려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12 대 1의 시간 비율 차이.
게다가 가상 현실 속에서 느꼈던 감각은 현실 이상이었다.
“그건 비밀이라 말씀 못 드리고요. 지금 위험성을 이유로 허가를 안 내주고 있는데, 전혀 위험한 일 없을 테니 처리 좀 부탁드릴게요.”
“알겠네. 3일 내로 처리해 주도록 하지.”
이렇게 세계 최고 부자를 적절히 활용하는 동방수였다.
* * *
[DBS 소프트의 ‘네오제네시스’ 전 세계 게임 시장 석권.] [세계 경제는 ‘네오제네시스’ 체제로.] [DBS 소프트의 수장, 동방수 공식 세계 최고 부자 등극.] [자수성가의 끝판왕 동방수.]미국의 한 게임사를 인수한 동방수는 곧장 미리 만들어 두었던 가상 현실 게임인 ‘네오제네시스’를 발표했다.
동방수의 영향력과 게임을 했던 경험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네오제네시스’는 불과 한 달 만에 동시 접속자 1억 명을 달성했다.
월 이용료 5만 원, 접속 헬멧 100만 원.
한 달 만에 매출액이 105조였고, 순이익이 70퍼센트를 넘어섰다.
그러던 것이 1년 만에 사용자가 20억이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 냈다.
“마스터.”
“응?”
“이제 1차 목표가 달성됐습니다.”
“정말?”
게임이 잘나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1년 만에 존의 재산을 넘어섰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존 또한 ‘네오제네시스’의 가능성을 믿고 관련된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자산이 상당히 늘어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동방수의 재산이 이 정도로 늘 수 있었던 것은 버는 족족 재투자를 진행한 덕분이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거야?”
“네.”
무간계에서 돌아온 지 4년이 좀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고작 그 정도 만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긴 했으나,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이 또한 긴 시간이었다.
“그럼 말해 줘.”
“그분의 정체는…….”
* * *
회색빛이 가득한 특이한 공간, 그곳에서 한 노인이 앉아 어딘가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허허허. 벌써 내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니. 기특하구나.”
신선과 같은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쫄티에 청바지.
동방수와 오랫동안 함께하며 수련을 시킨 노인이었다.
지금은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노인이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노인의 아들인 동방삭 때문이었다.
하늘의 뜻을 어기고 영생을 얻기 위해 서왕모의 복숭아를 따 먹고 무한한 삶을 살게 된 동방삭.
그의 죄 때문에 후손들은 제대로 된 수명을 살아갈 수 없었다.
결국 본래 선술을 익히고 있던 동방삭의 아버지 동방묵은 제 아들의 죄를 씻기 위해 생명을 늘리고, 끊임없이 선한 일을 해 나갔다.
긴긴 세월 수련을 하며, 드디어 동방삭이 쌓은 죄과를 다 씻어 낼 수 있었다.
때마침 느껴진 인연의 실타래.
그 실타래를 따라 올라온 것은 다름 아닌 하나 남은 후손 동방수였다.
후손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많은 것을 가르치고, 넘겨주었다.
덕분에 동방수는 가문에 죄를 지은 원수를 징벌할 수 있었고, 이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춘래의 도움을 받는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게다. 허허허.”
노인의 눈엔 인자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