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2)
나랑 한번 붙어 보는 건 어떤가?
그렇다고 해도 결투한 사람들 전부와 싸울 생각은 전혀 없다.
평일엔 수업도 있고 주말엔 사부와 함께 수련도 해야 하니까.
이런 의미 없는 일에는 시간과 힘을 쓰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할 텐가?”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강한 놈 몇 놈만 추려서 패 주면 나머지 애들은 알아서 꼬리를 말겠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학교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생각은 안 하는데, 개인적으론 자네가 어떻게 알아서 할 건지 좀 궁금하네. 알려 줄 수 있나?”
“거절하면 거절했다고 떠들어 댈 거고 이 사람들 모두와 결투하기엔 시간이 아깝네요. 신청자 중에 유명한 사람들이나 저보다 높은 랭크 헌터들만 골라서 몇 번 해 주면 알아서 잠잠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래? 이길 자신은 있나? 신청자 중엔 A 랭크 헌터도 꽤 있던데. 아, 그런 사람들은 랭크가 안 맞으니 거절할 수 있겠군.”
“아니요. 차라리 잘됐네요. A 랭크만 골라서 받아야겠습니다.”
A 랭크 몇 놈 잡아서 깨 주면 어중이떠중이들은 알아서 걸러지겠지.
“강한 놈만 골라 패서 떨거지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가게 하겠다는 거군.”
단번에 이해하는데 표현이 꽤 직설적이다.
“네. 현실적으로 전부를 상대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럼 나랑 한번 붙어 보는 건 어떤가?”
“자…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감이 미쳤나?
아니, 미치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S 랭크 헌터가 A 랭크도 아니고 B 랭크 헌터한테 싸우자니?
이게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자네가 명예 결투를 할 때 티는 안 냈지만 상당히 놀랐네. 솔직히 나는 자네가 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놀라는 거 보고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 네.”
“의외였어. 게다가 자네 실력은 다 보여 주지도 않은 것 같던데.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들어 보면 A 랭크 헌터들은 충분히 제압할 자신 있는 것 같고.”
아니, 그거야 A 랭크니까 그렇지.
S 랭크부터는 이야기가 좀… 아니, 상당히 다르다.
사실 A 랭크도 한국에 약 천 명 정도밖에 안 돼서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지난번에 결투했던 정 선생도 A 랭크 심사를 신청한 상태였지 진짜 A 랭크 헌터는 아니었으니까.
물론 내 경지는 그때와 달리 절정이 되기도 했고 헌터와 무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다 때려잡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S 랭크.
국내에 딱 10명,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S 랭크 헌터 중에 마법사들은 아예 전략 병기 취급을 받을 정도이고 마법이 아닌 다른 능력을 사용하는 헌터들도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초인들이다.
특히 상대가 S 랭크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이 근육몬이라면 더욱 싸우고 싶지 않다.
원작 소설에서 2학년 1학기가 시작될 무렵 방학 동안 산삼을 밥처럼 처먹은 주인공이 자신감이 생겨 깝치다가 이 양반에게 걸려서 작살이 난다.
그것도 그냥 작살이 아니라 개작살.
물론 나는 내공심법만 익힌 주인공과 달리 사부에게 직접 무공을 배웠고 사부도 단순히 영약을 밥처럼 처먹은 놈보다는 내가 훨씬 나을 거라 말했다.
잘하면 어떻게 비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S 랭크 헌터면 사부 세상 기준으로 최소 초절정 고수일 테니까.
절정이 되고 사부에게 산삼 몇 뿌리를 더 사 먹으면 초절정이 될 수 있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사부의 대답은 ‘불가능하다’였다.
초절정부터는 깨달음이 필요하고 내공과 정신, 육체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데 나는 내공은 충분하지만 다른 부분이 턱없이 부족하단다.
“강 선생?”
“아,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지간한 A 랭크와 몇 명과 싸우는 것보단 나와 한 번 대련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대련 후에 강 선생이 정말 괜찮은 실력자라고 공언하겠네. 그럼 이런 결투 신청 같은 것도 더는 안 올 테니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지 않나?”
확실히 국내에 10명 밖에 없어 10강이라 불리는 헌터 중 하나인 김만동이 내 실력을 인정해 준다면 이딴 결투 신청은 안 올 거다.
김만동에게 같은 학교 선생이라고 봐준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따지고 보면 나쁘지 않은 조건 같지만 그건 내가 김만동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 이야기지.
김만동은 올곧은 인물이다.
지난번 역사 선생 김한주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그의 도움을 받아 루머를 해소했지만, 만약 내 실력이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결코 좋게 말해 주지 않겠지.
한마디로 내가 곤란하지 않게 올려 쳐줄 사람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
그냥저냥 봐 줄 만은 한 것 같다고 말해 버리면 오히려 결투 신청은 더 증가하겠지.
나로서는 이득이 없다.
“왜, 자신 없나?”
…나도 참, 당연히 안 된다고 해야 할 텐데 도발하는 김만동을 보고 있으니 배알이 꼴린다.
무인의 호승심이라도 생긴 건가?
“네. 없습니다.”
호승심이고 나발이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안 될 걸 알면서도 도전하고 그런 건 주인공이나 하는 거지.
엑스트라인 데다 나같이 연약한 절정 고수는 자기 분수를 잘 알아야 한다.
“아쉽군. 만약 자네가 내게 한 번이라도 유효한 공격을 가한다면 자네 실력을 공언해 주는 건 물론이고 이번 방학 때 받아야 하는 연수는 면제해 주려 했는데.”
연수 면제라고?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제 막 7월 초니 곧 있으면 8월 헌터 학교의 방학이 시작된다.
기간은 딱 한 달.
물론 이 기간에도 월급은 나오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쉬지만, 신규 실기 교사들은 무조건 연수에 참석해야 한다.
헌터관리국 주관으로 3주간 진행되는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진짜 이게 말만 연수지 그냥 예비군 훈련이랑 똑같다.
3주간 합숙을 하면서 이론 1주, 포탈 가서 실습 1주, 선배 교사들의 강의 1주.
전부 알고 있는 것들을 재교육하는 거라 하등 쓸모가 없다.
뭐, 교사들끼리 친목 다지기 역할을 해서 평가는 나쁘진 않지만 비 헌터 학교 출신인 내게도 그럴까?
이미 비 헌터 학교 출신인 게 알려져 우리 학교 실기 선생들 사이에서는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거나 시비만 걸리는데, 거긴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괜한 시비나 안 걸리면 다행이지.
기수 문화도 있다고 하니 마치 해병대 예비군만 모이는 훈련장에 나 혼자만 공익으로 가는 느낌이다.
어쩔 수 없다고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그걸 빼 준다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수는 헌터관리국 주관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뺄 수 있는 겁니까?”
“학기별로 2명만 뽑는 우수 교사 제도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우수 교사가 되면 연수 면제 혜택이 있네. 선정은 나랑 교장 선생님이 1명씩 하고 있지.”
“그런 혜택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대부분은 혜택이 있어도 연수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다른 선생님들과 친해지려고 가니까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자네는 사정이 좀 다르지 않나?”
그래, 나는 좀 다르긴 하지.
이 양반, 나와의 대련에 목말랐는지 정말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준비했다.
“저기… 교감 선생님, 그럼 저도 조건을 하나 걸어도 되겠습니까?”
“조건? 한쪽 팔로만 상대해 달라고 해도 상관없긴 한데, 그러면 남들이 보기엔….”
한쪽 팔? 이 사람 선 넘네.
“그런 거 아닙니다.”
이 양반이 내가 아무리 하수라고 해도 무시하는 게 정도가 있지.
꾹꾹 눌러 두었던 호승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섰다.
“우수 교사 발표는 방학식에 한다고 들었습니다.”
“맞네.”
“그럼 대련 날짜는 방학식 전날로 하시죠.”
내 말에 고작 그거냐는 표정을 짓는데… 이 양반이 또 선 넘네?
“그런 조건이라면야 어려운 것도 아니네만, 진짜 하는 거지? 막상 당일에 가서 자네가 안 한다고 하면 곤란하니까. 연수에 내가 교관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알아 뒀으면 좋겠군.”
“남아일언….”
“중천금이지. 역시 자네는 내 스타일이야.”
내 말을 잘라 먹고 자기 멋대로 이어 말하며 웃는다.
그리고 내 스타일?
난 여자가 좋지, 근육 몬스터 영감님은 한 트럭을 줘도 사양입니다.
“슬슬 수업 시작할 시간이군. 얼른 가 보게.”
내가 제안을 수락하자 기분이 좋은지 계속 웃으며 말한다,
그래. 영감님, 지금 많이 웃어 두세요.
한 달 후 대련 때 그 웃는 얼굴을 제가 박살 내 드릴 테니까요.
* * *
퇴근을 하고 밥을 먹자마자 기숙사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체력단련실에 왔다.
오랜만에 온 건데 여전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서라와 만나기로 한 건 9시지만 그동안 학교에 있을 때는 거의 내공심법만 수련해서 오랜만에 땀을 좀 뺄 생각이다.
내공은 만능에 가깝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니까.
사부가 내공은 충분하다고 하기도 했고.
가볍게 런닝을 잠깐 뛰다가 웨이트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열심이시네요.”
벌써 9시가 됐는지 뒤를 돌아보니 최서라가 서 있다.
“왔어?”
“말랐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보기보다 근육이 있네요. 만져 봐도 돼요?”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또 끼를 부린다.
“안 돼.”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치사하게….”
“땀 냄새 나잖아.”
“저 이래 봬도 체술 선생인데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말과 동시에 최서라가 손을 뻗었지만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했다.
“장난은 그만하고. 왜 보자고 한 거야?”
혹시 안타스에서 나를 다시 포섭하라거나 입막음을 시키라는 명령을 받은 거라면 상당히 곤란하다.
“그동안 선배가 너무 연락이 없으니까 그렇죠.”
“너한테 찝쩍대다 차여서 안타스까지 나갔는데 연락하면 이상하잖아.”
“그렇긴 한데, 안타스에서 제 휴대전화 기록까지 검사하진 않거든요.”
“그래?”
“선배 탈퇴는 정상적으로 처리됐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늘 보자고 한 건 지난번 그 마약 때문이에요.”
“제네시?”
“네. 저희 측에서도 차이나 쪽에서 마약을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 같아요.”
“어떻게? 네가 말한 거야?”
“아니요. 이번에 안타스 차이나랑 재팬이 꽤 크게 한판 붙었다고 했는데, 중국 놈들이 우리나라 말고도 일본에서도 마약 판매를 하다 걸린 것 같아요.”
흐음, 원작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이야기다.
혹시 지난번에 우리가 했던 일 때문에 한국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넘어간 건가?
장소가 털린 것도 아니고 고작 한 달 치 마약만 빼돌렸을 뿐이니 한국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텐데.
메이린의 이름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화를 나눴던 상대는 백치가 됐을 테니 차이나 측에서는 모를 거고.
“중재에 나선 건 아메리카랑 유럽 쪽이고 저희는 관망하기로 결정해서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은데, 혹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알려 드리려고요.”
서라 이야기와 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래 원작에서도 발생했던 분쟁 같다.
“우리 때문은 아닌 것 같으니 특별히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일단 알려 줘서 고마워.”
“고맙긴요. 어차피 나중에 선배가 증언해 줄 테니 저도 내부 정보를 최대한 알려 드려야죠. 참, 어제 학교에 피자 돌렸다면서요?”
피자를 돌린 건 고등부뿐인데 중등부에도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아, 그거 그냥 우리 애들 간식 한 번 사 준 건데 학년부장이 다른 학생들이 위화감 느낀다고 생트집을 잡잖아. 그럼 다 사 주면 문제없으니 플렉스 해 버렸지.”
“학년부장도 헌터죠?”
“응.”
“실기 선생들은 여전한가 보네요. 그런데 고등부 600명 아니에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생각보다는 많이 안 나왔어. 얼마 전에 투자했던 주식이 꽤 올라서. 넌 요즘 어때?”
“저요? 딱히… 아, 어제 출근해서 조회하는데 우리 반 애 하나가 얼굴이 완전히 엉망이 돼서 왔어요. 그런데 누구한테 맞았는지 말을 안 해요. 분명 맞은 건데 본인은 계속 계단에서 굴렀다 하고, 다른 애들도 말을 안 해서 진짜 곤란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서, 누군지 알아냈어?”
“누구긴 누구겠어요. 중등부 최악의 망나니, 이지성 그놈이었죠.”
주인공이다.